농자지천하대본야(農者之天下大本也).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온 글귀로 '농사짓는 사람이 나라의 근본이다'라는 뜻이다. 지난 5월 7일, 그런 소중한 농업을 체험해볼 기회가 주어졌다. 그것도 서울에서...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그린투어>를 통해서다. 자, 지금부터 농사꾼 이미지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도심에서 발견한 농사의 위대함에 대하여 알아보자.
시민리포터를 비롯한 일행 40명은 서울시농업기술센터 김정혜 주무관의 안내로 송파구 방이동 ‘허브다섯메’와 강동구 강일동 친환경 채소농장을 견학했다. 서울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가구는 2000여 호로 인구수로는 약 7000명이 된다고 한다.
김 주무관에게 전해들은 서울의 동서남북 농업 특징이 흥미로웠다. 강동은 호박·오이·상추 등 채소류가 주종이고, 김포와 경계인 강서는 벼농사가 많으며 서울시민의 한 끼 반 분량의 쌀을 생산한다고 했다. 강남은 세곡동에 엽채류와 우면동에 최대 분화(화분에 심는 꽃)생산단지가 있고, 강북 중랑구의 배가 유명하다고 했다.
<그린투어> 교육은 이들 지역을 탐방하는 것이다. 강남구 세곡동 친환경 채소농장의 수확체험, 송파구 방이동 화훼농장의 번식 및 분갈이 실습, 중랑구 망우동 친환경 배나무 농장의 과원 관리, 강서구 오곡동 벼 재배 농장의 친환경 농산물 생산방법 등이 그것. 이번 그린투어는 서울 도농 현장에서 친환경 농업의 중요성을 체험한 좋은 기회였다. 특히 개인이 가정에서 직접 할 수 있는 작은 농작법을 배울 수 있어 아주 유익했다. <그린투어> 사전 인터넷 예약이 개시 2분 만에 마감되는 이유를 알 만했다. 한편, 서울에서의 농업이 토지개발에 밀려 점차 소멸되어 가는 안타까움도 확인했다. 대부분의 농업인들이 소작농인 탓에 시설투자나 미래 농업을 생각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현실이 아쉬웠다.
다종의 허브 농장… ‘허브다섯메’
“식물은 사람과 같아요. 물이 부족하면 움츠립니다. 허브도 건드리면 해충이 공격하는 줄 알고 냄새를 피우며 반응합니다.” “미안하다라고 하며 가지를 치면 ‘왜 그래요? 저를 버리지 마세요’라고 대답하지요.” 마치 어린이 동화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첫 방문지인 ‘허브다섯메’의 조강희 농장주로부터 듣는 식물 이야기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다. 게다가 진한 허브 향까지 기분을 업그레이드시킨다.
‘허브다섯메’는 20여 년의 화훼 재배와 10여 년의 허브 재배 자료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허브 농장이다. 이곳 조강희 대표는 허브는 키우기 쉬운 식물이라고 한다. “허브는 잘 자라는데, 실내에는 안 맞습니다. 생명력 강한 놈들은 뭔가가 있지요. 그 중 하나인 티트리는 화장품으로 쓰이고, 라벤다는 상처에 효과가 있습니다. 전 일하다 다치면 약 바르지 않고 라벤다를 바릅니다. 헤나는 봉숭아보다 손톱 물들이는 데 더 좋습니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식물도감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허브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일었다. “다육식물도 생명력이 강합니다. 한 달 정도 물을 안 주어도 살 정도지요. 잎사귀를 잘라 2주일 그대로 말린 다음 심으면 1주일 후 뿌리가 날 만큼 번식력도 좋습니다.”
허브나 다육 식물이 씨앗으로 번식하는 줄 알았던 무지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게다가 폐기물인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생수통도 훌륭한 화분으로 쓰인다는 점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이런 귀한 정보를 공짜로 얻다니...
더욱이 허브 씨앗을 파종하는 방법, 일명 꺾꽂이인 삽목(揷木)까지 직접 해보고 나니 어느 정도 자신감도 붙었다. 씨앗의 2~3배 두께로 흙을 덮어 주고, 자른 줄기의 맨 아래 잎을 떼어내고 심는 삽목 방법을 빨리 적용해 보고 싶었다. 조 대표는 교육 때마다 늘 듣는 질문인 물주기 방법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겉흙이 말랐을 때 화분 아랫구멍으로 흘러나올 만큼 흠뻑 뿌리되 반드시 오전에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녁에 물을 주면 곰팡이 등이 번져 자칫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인증 최초… 강일동 채소농장
“다음 세대부터는 아마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을 겁니다. 이제는 인부들도 시간제여서 구하기조차 힘들거든요. 102개 농가 중 인증을 받은 농가는 67개입니다. 서울시와 농협 등에서 지원을 해줘 그나마 버티며 친환경농업을 유지해 나가죠.”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친환경농산물인증을 최초로 받은 자부심이 강한 박종태 농장주의 말이다. 아무런 욕심이 없는 시골 농부답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3대째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 온 그의 곁에는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조용히 응원하고 있었다.
그는 25만 평에 달하는 강동구 강일동은 서울의 마지막 농토라며 곧 개발될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일대 농가의 95%가 소작농인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박종태 농장주는 텃밭 채소를 가꾸는 방식과 친환경 살충제 제작법 등을 천생 농사꾼답게 구수하게 강의했다.
“고추 모종을 살 때 5천 원 이상의 것이 믿을 만합니다. 2~3천 원짜리는 씨앗이 안 좋아요. 카페인은 식물이 살기 위해 만들어내는 천연 살충제이기도 합니다. 고추에 진딧물이 생기면 물 한 말에 소주 한 컵과 자판기 커피를 10잔 섞어 뿌리면 다 죽습니다. 냄새가 독한 은행 껍데기 즙도 훌륭한 살충제입니다. 맑은 인분 물에 깻묵을 넣고, 쌀뜨물을 섞어 2~3개월 두면 좋은 퇴비가 되지요.”
튼실한 주키니 호박이 영글고, 막 심은 오이가 자라는 뜨끈한 온실에 들어가 하는 ‘찜질 수행’도 괜찮았다. 그만큼 농사일이 어렵다는 산경험이다. 그러다보니 직접 따라고 허락한 상추, 치커리, 호박 등을 공짜로 가져가는 손길이 미안했다.
“여기서 나가는 호박은 1개에 400원밖에 안 하는데 마트에 가면 3배 이상 팔리지요. 배추도 여기서는 800원인데 마찬가지지요. 그러면 포장비도 안 나오는데….” 최근 배추 파동으로 얼갈이배추를 갈아엎는다는 말에 가슴이 메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시민과 함께 하는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으로 시민생활농업 교육, 귀농·전원생활교육, 전통우리음식 및 생활문화교육, 도시공간 활용 농원조성 사업, 시민체험 영농교육장 조성 및 농업체험 교육 등을 실시한다.
또한 도시농업인들을 위해 친환경농업기술 보급, 전문농업인력 육성 등 친환경농업활성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이런 사업을 통해 도시 소비자의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 전환, 우리 농산물 소비 확산과 도농(都農) 교류 촉진, 지속 가능한 농업환경조성에 따른 쾌적한 서울 만드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번에 참가한 <그린투어>는 서울시민의 생활농업 확산으로 녹색성장에 기여하기 위한 농업체험 교육의 한 분야이다. 교육은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농업기술센터 농사 체험장, 분야별 그린투어 시범농장(친환경 채소농장, 야생화농장, 허브농장, 과수원, 친환경 벼 농장) 등에서 실시한다. 교육 대상은 서울시민과 단체로 연간 20회(800명) 사전 인터넷 신청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 강좌가 워낙 인기 있어 금세 마감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참여 신청 : 서울시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http://agro.seoul.go.kr)
-문의 : 서울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 ☎ 02-459-8993
첫댓글 서울 농업 기술센타을 민경님도 이제 달인 ?
늘 감사해요
ㅎㅎ 아직도 한참 멀었지요. 예쁘게 봐주시니 저도 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