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산업, 인도와 미국 상황이 다른 이유 |
“수요 침체와 공급 과잉이 복합된 상황이 연마업체들에게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유일한 해결책은 소비 단계에 개입하는 것이다. |
지난 몇 주 동안 다이아몬드 딜러들과 나눈 대화에서 트렌드를 하나 발견했다. 즉, 인도 연마업체들은 현재의 시장 상황을 위기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절박감이 작년의 심각한 경기 침체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나석 가격은 하락 중이고, 사이트홀더들은 원석 판매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딜러들의 상황은 이보다 낫다. 이들은 (비록 2021년과 2022년 초에 나타났던 역대급 수준은 아니지만) 소매 수요가 있다고 말한다. 라스베가스쇼에서도 괜찮은 매출을 올렸으며, 현재 실적이 쇼가 열리기 전보다 낫다고 말이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롤러코스터를 탄 시장
작년에 일어난 시장 붕괴는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었다. 합성석, 인플레이션, 고금리 등이 미국 천연 다이아몬드 소비자 수요 둔화를 유발했다. 중국 시장은 크게 침체됐다. (지금도 여전히 같은 상태다.) 원인은 소비자들이 투자 목적에 보다 적합한 금 구매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인도의 주얼리 수요 강세가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했다. 이후에도 이러한 수요 트렌드가 그대로 지속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24년 초부터 합성석 마진이 낮아지자 소매상들이 합성석 프로모션을 조금씩 중단하기 시작한 것이 예외적이다.)
하지만 공급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2023년 들어 수요 둔화가 나석 과잉을 일으켰다. (육안으로 어느 정도 보이는 내포물을 가지고 있는 SI 등급 등 비인기 품목은 예외적이었다.) 인도는 GJEPC를 비롯한 업계 단체의 권고를 받아들여 자발적으로 10월 15일~12월 15일 두 달간 원석 수입을 중단했다. 덕분에 단기적인 상황은 좋아졌다. 2024년 1사분기에 무역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회복의 폭은 크지 않았다. 소비자 수요가 진작된 것이 아니라 업계 내 재고가 줄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SI 등급 시장은 몇 달 동안 좋은 실적을 올렸으나 VS 이상의 높은 등급 시장은 둔화됐다. 5월에는 전체적인 재고 수준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인도 연마업체들은 폭풍의 눈 속에 있다. 일부는 6월 초에 막을 내린 JCK 라스베가스쇼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쇼 이후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딜러 및 소매업체들의 요구가 까다로워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내린 가격으로 동일한 매출을 올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물론 다이아몬드 업계 부문은 다양하며, 모든 부문이 0.30~1.50캐럿의 라운드 상품만큼 고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나석 가격이 원석 가격보다 빠르게 하락함에 따라 연마업체들은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연마업체들은 나석 생산량을 크게 줄이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고용, 생산, 융자 라인을 유지하지 못하면 장기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생산량 감축이 매출 감소폭을 커버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됐다.
수입과 재고
2024년 초, 인도의 다이아몬드 원석 수입(인도의 연마 산업의 활동 지표로 쓰인다.)은 빠르게 수입 중단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나석 수출 침체와 어긋나는 트렌드였다. 즉 인도는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원석을 사들이고 있었다.
라파포트가 GJEPC 통계를 근거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인도의 2024년 1~5월 중량 기준 원석 수입은 5% 증가한 5770만 캐럿을 기록했다. (그래프 참조) 가치 기준 수입은 3% 줄어든 65억4000만 달러였으나, 이는 원석 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었다. 인도의 다이아몬드 나석 수출이 작년 동기대비 21% 줄어든 66억6000만 달러(수출량은 15% 감소한 810만 캐럿)를 기록한 상황에서 원석 수입이 늘어난 것이다. 2023년 글로벌 다이아몬드 나석 재고는 10월까지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인도가 원석 수입을 동결한 후 생산량이 줄어들자 11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라파포트 랩넷 리스트에 등록된 다이아몬드 나석 수는 5월 초에 150만 개로 줄었다가 이후 꾸준히 증가, 7월 1일 현재 170만 개에 근접해 있다. 인도는 재고 증가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7월 1일자 인도에서 랩넷 리스트에 등록한 0.30~0.39, 0.50~0.69, 1~1.49캐럿 등 주요 사이즈의 라운드, D~M컬러, 플로리스~I1 등급 스톤 수가 3개월 전보다 94% 증가하며 11만9,000개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미국에서 등록된 스톤 수 증가율은 22%에 그쳤다. (7월 1일 현재 17,000개 미만을 기록 중이다.)
연마업체들은 재고를 줄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미국의 딜러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지 몰라 꼭 필요한 상품을 꼭 필요할 때만 구매 중이다. 중국의 소매업체들은 구매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업계 보도에 따르면 심지어 불필요한 상품을 시장에 되파는 업체들도 있다고 한다. 도매 가격 하락이 소매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 미국 시장도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미국 업계 상황은 인도만큼 나쁘지는 않다. 미국 시장 재고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소매업체들은 상품 구매시 더 까다롭게 고르고 있으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후불제도 요구한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딜러들의 운신의 폭은 인도 딜러들보다 넓다.
미국 딜러들의 재고는 인도 딜러들보다 건전하다. (미국 딜러들이 가지고 있는 재고는 품질과 타입 면에서 수요가 있는 상품이다.) 또한 고용, 대출, 원석 공급 라인 유지에 대한 걱정 없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상품만 구매할 수도 있다. 재고 위기가 공급 체인 상단에 있는 집단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히는 전형적인 추세와 일치한다.
뭄바이 소재 연마업체 화인스타주얼리앤다이아몬즈의 최고운영책임자 닐레쉬 카브리아는 “도매업체들의 상황이 크게 유리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매업체들은 적어도 연마업체들보다는 이윤 추구에 있어 융통성이 있다. 자신들이 원하는 상품만을 골라 선택해서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주면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뉴욕의 도매업체 하우스오브다이아몬즈의 최고재무책임자 아리 제인은 구조상의 차이점 때문에 양측의 상황이 달라졌다며, “많은 인도 연마업체들이 대출금에 의존한다. 가격이 하락하는 시장에서는 채무 이행이 더욱 힘들다. 이 때문에 소매업체들에 대한 후불 판매가 더 힘들어졌다. (가격이 하락하는 시장에서는 소매상들의 후불제 선호도가 높아진다.) 빚이 적은 공급업체들은 현금 필요성이 낮기 때문에 고객들이 대금을 지급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빚이 있는데 가격이 떨어진다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상품을 싸게, 그것도 될 수 있는 한 빨리 팔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해결책은 수요
현 상황은 업계에 깊이 자리잡은 문제점을 조명해 준다. 큰 사건이나 글로벌 트렌드 등은 다이아몬드 수요에 빠르고 강한 타격을 입히곤 한다. 팬데믹, 글로벌 인플레이션, 중국의 경제 침체 등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바이러스 락다운과 직후의 호황처럼 정점과 저점은 모두 극단적인 경향이 있다. 인도의 연마업체들은 충분한 조치를 취할 수가 없다. 생산을 줄이면 대가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라스베가스를 찾은 NDC(천연다이아몬드카운실)의 데이비드 켈리는 “소비자들이 다이아몬드를 구매하기만 하면 다른 문제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도의 연마업체들은 소비 진작을 위해 마케팅 활동을 늘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GJEPC의 바이풀 샤 회장은 인도 산업은 앞으로 작년과 같은 수입 중단을 되풀이하기 보다는 수요 진작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연마업체 다르마난단 다이아몬즈의 세일즈 팀장 아크셰이 샤는 “소비자 신뢰를 쌓고 마케팅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수입 동결은 임시 방편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인도 업계는 수요 둔화 대비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업계 변화가 필요하다.
/ 라파포트 뉴스
귀금속경제신문(www.diamo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