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탕 / 안시아
수평선이 그어져 있다 그 부분까지 끓는 물을 붓는다 오랜 기간 썰물이던 바다, 말라붙은 해초가 머리를 풀어 헤친다 건조된 시간이 다시 출렁거린다 새우는 오랜만에 휜 허리를 편다 윤기가 흐른다 순식간에 만조가 되면 삼분 만에 펼쳐지는 즉석바다, 분말스프가 노을빛으로 퍼진다 그 날도 그랬지 끓는점에 도달하던 마지막 1°는 네가 이유였다 주의사항을 무시한 채 추억의 수위는 수평선을 넘나들고 앗, 끓는 바다를 맨 입술로 그 날의 너처럼 빨아들인다 그 날도 노을빛이 퍼졌다 그 흔적, 바다가 몰래 훔쳐보았다 그 바다에 추억을 데이고, 입안이 까실하다 텅 빈 용기 안, 수평선이 그을려 있다
안시아 시인
서울 출생
한양여대, 서울산업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2007년 <수상한 꽃> 랜덤하우스
첫댓글 재미있는 시네요. 세우탕도 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