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60원을 돌파하고 코스피지수가 2400선을 위협받는 등 어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긴축 발작 현상’이 확산한 탓이다.
수출 부진에 부채 문제와 경기 둔화가 심화하는 우리 경제에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281.7%로 비교 가능한 26개국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5년간 민간부채 비율 증가 폭은 42.8%포인트로 26개국 중 가장 높다. 이 중 가계부채 비율은 2017년 92.0%에서 지난해 108.1%로 증가 폭 1위다. 한국은행은 최근 가계 대출 원리금 부담 때문에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사람이 300만 명에 달한다는 충격적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기업부채 비율도 2017년 147.0%에서 2022년 173.6%로 뛰었다. 무더기 도산이 이어진 1998년 IMF 외환위기(108.6%) 때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99.6%) 당시보다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정부 부채 역시 빠르게 불어나 경제주체 모두가 빚 수렁에 빠졌다. 과도한 부채로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 여력이 소진된 가운데 정부마저 불황 대응 능력을 상실해 버린 꼴이다. 이런 빚 폭탄 우려에 한은이 미국 금리에 보폭을 맞추지 못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위기감도 높다. 금리 인상기에 경제주체 모두 구조조정은 외면한 채 역주행을 벌여온 자승자박 결과다.
고금리는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상저하고(상반기 저조, 하반기 회복)는 물 건너가는 모습이다. 오히려 올해 상저하저에 이어 내년에도 경기 하강이 계속되는 ‘L자형 침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이 연 7%대 금리를 언급할 정도다. 춥고 긴 겨울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긴축 재정 기조를 유지한 채 가계와 기업의 부채 관련 위험을 꼼꼼히 점검한 뒤 부실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기업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미래를 위한 투자와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계 스스로 허리띠를 죄고 부채 다이어트를 하는 게 필요하다. 고금리가 길어지면 영끌·빚투로 늘어난 빚 부담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밖에 없다. 시간이 많지 않다. 경제주체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위기의식을 끌어올려야 할 때다.
한국경제 사설
첫댓글 일기예보에 폭우 예상했다가 비가 조금와서 황당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상청 입장에서 반대인 경우보다 이런 경우 피해가 없으니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하네요. 경제위기 예상이 된다면 준비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여지긴 합니다.
좋은 말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