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영국 타블로이드가 보도한 '푸틴 대통령 심정지' 뉴스의 출처인 텔레그램 채널 '제너럴SVR'(generall SVR 러시아어로는 Генерал СВР)가 이번에는 '푸틴 대통령 사망' 소식을 전했다. 그는 이미 죽었는데, TV 영상에 나온 푸틴 대통령은 가짜. 즉 '대역'이라는 것이다. 영국 타블로이드지들이 또 이 뉴스를 받아쓸 지 모르겠다.
재미있는 것은 푸틴 대통령의 건강에 관심이 큰 우크라이나 언론 매체의 반응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7일 뒤늦게(?? 이 매체는 푸틴 심정지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러시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글이 인터넷에 왜 자꾸 올라올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그 이유를 파헤쳤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발다이 자택에서 사망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했다. 출처는 러시아 당국에 의해 '외국 에어전트(대리인)'로 저정된 발레리 솔로베이(Валерий Соловей)와 우크라이나 변호사 빅토르 에르몰라예프(Виктор Ермолаев)가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텔레그램 채널 '제너럴 SVR'이다. 엊그제 '푸틴 심정지' 주장으로 국내 언론을 발칵 뒤집어 놓은 바로 그 채널이다.
푸틴 사망 주장 텔레그램 채널 generall SVR(위)와 23일자 심정지 주장/캡처
이 채널은 27일 오전 8시에 올린 글에서 푸틴 대통령의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되기 시작했고, 의사들이 '그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러시아는 이제 푸틴 대통령의 '대역'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고 했다.
스트라나.ua는 "이 정보에는 확인된 내용이 없다"면서 "그러나 이 소문은 우크라이나 언론과 러시아 반정부 SNS를 통해 널리 퍼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현지 전문가들은 이를 크렘린에게 이로운 '정보 만들기(가짜뉴스)'로 본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측의 인사들답게 '가짜뉴스도 크렘린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미래 연구소의 바딤 데니센코(Вадим Денисенко) 소장은 스트라나.ua 측에 "이같은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의 도움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등에서 유포되는 '푸틴 대통령의 대역'설을 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말 키릴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군정보국(GUR) 국장이 "푸틴 대통령에게는 적어도 3명의 대역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다른 텔레그램 채널은 "희망을 안겨줬다가 뺏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러고 분석했다.
크렘린.ru에 올라온 푸틴 대통령의 '국가 안보회의' 주재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부다노프 GUR 국장은 푸틴 대역설을 퍼뜨린 장본인이다.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2021년 러시아에는 대통령 대역이 발견됐으며, 특별한 경우에 그를 대체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금은 "대역을 쓰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 됐다"는 프로파간다(선정 선동)로 나아갔다. 푸틴 대통령이 화상으로 국가 안보회의를 주재하는 영상이 27일 크렘린 홈페이지에 올라왔는데, 그는 진짜일까? 대역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