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희-1】
1934년 9월 20일, 도쿄의 일본청년관에서 개최된 ‘제1회 최승희 무용발표회’는 최승희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이 공연의 관객이었던 소설가 가와바다 야스나리와 기쿠치 칸 그리고 잡지 ‘가이조’의 사장 야마모토 사네히코 등 당대 일본의 저명한 지식인들은 최승희를 일본 최고의 스타로 추켜세웠다.
이 공연의 센세이션을 감지한 도쿄의 언론은 최승희의 사진과 기사를 싣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시이 바쿠 무용연구소의 운영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기자들의 출입이 잦아졌다.
이 무용연구소의 문하생 가운데 한 사람이 최승희였기 때문이다.
‘제1회 최승희 무용발표회’가 대성공을 거두자 일본에서 ‘최승희 후원회’가 만들어질 정도로 그녀는 출세가도를 달렸다.
이듬해인 1935년 4월 1일 조선총독부 관보인 ‘매일신보’는 ‘무용계의 여왕’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조선 유일의 무용수 최승희가 무용계의 여왕으로 등극하다.”
1926년 불과 16세의 나이로 경성을 떠나 일본의 현대무용가 이시이 바쿠의 문하생으로 들어간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던 때의 일이다.
그 이후 미시마 유키오 등 일본의 수많은 작가와 평론가, 언론인, 음악가, 화가 등이 최승희의 춤에 대한 감상문을 남겼다.
최승희의 인기는 당시 조선반도와 일본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명성은 중국의 저우언라이를 비롯하여 존 스타인벡, 찰리 채플린, 로버트 테일러, 게리 쿠퍼, 로맹 롤랑, 장 콕토,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등 유럽과 미국의 유명 배우와 감독 등 수많은 예술인들과의 교유로도 이어졌다.
파브로 피카소가 관객석에 앉아 최승희의 춤추는 모습을 그린 미공개 연필화가 그의 사후에 발견되었는가 하면, 로버트 테일러는 연모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최승희에게 보냈다.
프랑스의 작가 로맹 롤랭은 최승희의 무용 공연이 끝나자 대기실까지 찾아와 그가 본 훌륭한 공연에 대한 경의의 뜻으로 그녀의 손에 키스했다.
훗날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무희’는 젊은 날의 최승희를 모티프로 한 소설이었다.
최승희가 대중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자 일본의 한 영화사는 최승희를 모델로 한 영화 ‘반도의 무희’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일본인들에게 조선 관광을 홍보하기 위해 조선 여성을 대표하는 최승희의 이미지를 신분 활용하여 ‘대금강산보’라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축음기, 안약, 치약, 은단, 아지노모토, 모리나가와 메이지 초콜렛, 돔보 연필, 마쓰자카야 백화점 등 최신 유행 제품의 광고모델로서 최승희의 매력은 당대 최고의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상품이었다.
콜롬비아 레코드사는 최승희에게 ‘제사의 밤(1936), ’향수의 무희‘(1936), ’이태리 정원‘(1936) 등의 노래를 취입하여 음반판매에 들어갔고, 최승희의 모습이 찍힌 우편엽서도 발행하였다.
또한 최승희는 ’전선의 요화‘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을 쓰기도 했으며, 25세의 젊은 나이에 자서전을 출간할 정도로 1930년대 중반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가운데 첫 번째로 손꼽히는 스타로 등극했다.
이시이 바쿠의 부인 야에코는 최승희의 인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최승희 씨의 기량과 인기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어요.
정말 일류 무용가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었지요.
우리는 그 당시 출연료로 500엔 정도를 받았는데, 최승희 씨는 5000엔을 받았어요.
그리고 ’아사히 그래프‘, ’婦人그래프‘, ’선데이 마이니치‘ 등 그 당시 사진이 들어가는 모든 잡지에 아름다운 최승희 씨의 사진이 실리지 않는 경우가 없을 정도로 정말 대단한 인기였어요.”
도쿄의 고급 주택가 에이후쿠초에 위치한 최승희의 저택은 무용연습실을 포함해 500평 규모의 2층 주택이었다.
스승인 이시이가 방문해보고 부러워했다는 최승희의 저택은 훗날 태평양전쟁 중 미군의 공습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시 최승희의 인기는 지금의 ’한류 아이돌‘에 비견될 정도였다.
글의 출처
제국의 아이돌
이혜진 지음, 책과 함께 출간
마쓰자카야 백화점 광고 사진
"반도의 무희 최승희도 마쓰자카야 백화점의 팬입니다.
춤추기 좋은 스테이지처럼 쇼핑하기 좋은 상점이라고 그녀는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