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시 쯤 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럴 때 면 이것저것 짧은 활자를 넘겨보거나 낙서를 하는 버릇이 있다. 오늘 오후에는 노곤한 머릿속을 어찌할 도리가 없어 무작정 업무 수첩을 이리저리 넘기고 있는데, 수첩 맨 위에 적힌 작은 글귀가 나를 확 깨운다. "자연과 책은 보는 사람의 것이다" <R.W. 에머슨> 울산광역시교육청은 작년부터 학생들의 독서교육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독서와 관련된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울산학생 책읽는데이~"로 사업명도 브랜드화 하였다. 울산 시민들의 어감에 딱 떨어지는 친숙한 이름이다. 또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예산도 전폭적으로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교육청 소속 공공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고 있는 필자 또한 `울산학생 책읽는데이~`사업과 관련하여 필자의 위치에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사업만 해도 책 꾸러미 독서운동, 울산학생 독후감상문 공모, 학생과 저자와의 만남, 울산 12덕목 연계도서목록 발간, 교과 연계도서목록 발간, 울산 학생 저자 책 축제 부스 운영 등 이 있다. 학생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읽히기 위해 고심했고 학생들의 행사참여도를 볼 때 일단 독서에 대한 관심도와 흥미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이런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언제나 갈등이 생긴다. 갈등은 이런 사업 참여율과 같은 양적 수치로 학생 개개인의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기능과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과연, 나는 `독서를 통해 사고력과 창의력을 향상 시키고 또 평생 독서인으로 성장시키고자`하는 사업 본연의 목적을 얼마나 달성하고 있는 것인지... 혹, 학생들의 행사 참여도와 같은 양적 수치를 통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제나 그렇듯이 세상사에 정답은 힘들고, 갈등은 성장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자신을 위로하면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오늘 읽은 에머슨의 문구는 나를 환기시켜 준다. "자연과 책은 보는 사람의 것이다" 일단 여기저기서 책이 많이 보이게 되고 접하게 되고 그러면서 읽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책과 친하게 되는 것이 `평생 독서인`의 출발점인 것은 부인 할 수 없다. 창의력 사고력 그건 그 다음의 문제일 수도 있다. 어떤 학생은 책을 통해 사고력, 판단력, 창의력을 향상시킬 것이고 또 다른 학생은 책을 통해 감성지수를 향상시켜 인성을 함양하기도 하고, 마음의 병이 완화되는 힐링을 경험하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서관에 근무하는 필자가 해야 할 일은 학생들에게 넓은 독서환경 인프라를 제공하여 책과 독서에 대한 경험에 쉽게 접근하게 하는 것 아닐까? 어떻게든 보고 읽게 만드는 것. 공공도서관 사서인 필자의 역할도 거기서 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울산광역시교육청이 정성을 다해 추진하고 있는 `울산학생 책읽는데이~`사업은 울산의 독서환경 조성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도서관 단위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필자는 일단은 높은 행사 참여율은 학생들이 평생 독서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를 지닌 숫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책과 친해지면서 일상 속에 항상 도서관이 자리 잡을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생각나는 도서관으로 학생들은 기억 할 것이다. 문득, 한 기업의 CF가 생각난다. 힘든 일상에 지친 한 젊은이가 들어선 어떤 주유소. 주유하는 동안 잠시휴식을 취한다. 그때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노래의 가사. 구름 속의 햇살은 더 눈 부실거야 지쳐 있던 나를 깨워 `이 곳`에서 나를 채워. 잠시 동안의 휴식 후 그 젊은이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되찾으며 주유소를 나선다. 필자는 CF 속의 `이 곳`에 도서관과 독서를 대입시켜 본다. 학생들에게 책과 도서관도 이랬으면 좋겠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힘든 일상 속에서도 항상 생각나는 책과 도서관. 도서관에 가면 다독다독 내 꿈을 응원해 줄 것 같고 독서를 하면 내 꿈이 이루어 질 것 같은 좋은 예감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필자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번에는 답이 어렵지 않다. `2018년도 울산학생 책읽는데이~`사업으로 많은 더 많은 학생들이 더 많은 책을 볼 수 있도록 이 자리에서 내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야겠다. 마음이 즐겁게 분주해 지는 오후이다.
기사입력: 2018/03/07 [16:02] 최종편집: ⓒ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212191§ion=sc30§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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