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4일 오후 5시는 한국 역사상 또 한차례의 새로운 장을 열게한 순간이었습니다. 한국 국회에서 찬성 204표 반대 85표로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이 가결된 것입니다. 어느정도 예측을 한 사람도 있고 저처럼 예측이 불가한 인물도 존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회에서 탄핵처리 되고 두시간여 후인 7시 18분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습니다. 국회에서 발부한 탄핵심판안이 헌법재판소로 긴급하게 전달됨에 따라 이제 헌재의 결정을 남기게 됐습니다. 저는 8년전인 2016년 겨울을 잊지 못합니다. 그 추운 겨울 서울 광화문은 그야말로 촛불로 뒤덮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주변인들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국회 탄핵은 한번에 이뤄졌고 그날 광화문일대는 환호의 용솟음이었습니다. 1960년 4.19이래 다시 한 번 국민들의 정성이 모아져 나라의 꼴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1960년이후 56년만인 2016년 겨울 국민들의 역량으로 나라의 틀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으며 그 후 이런 저런 절차를 거친 뒤 대통령은 파면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됐습니다.
촛불 혁명의 역사적 평가는 뒤를 이은 정권의 무능으로 그 의미가 퇴색됐으며 권력은 5년후 다시 보수정권으로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새 정권은 2022년 5월 10일 취임날 이후 주변인들의 이어진 수많은 각종 혐의들로 나라를 운영할 동력을 상실했습니다. 선거전부터 불거져 나온 대통령 부인과 장모의 잡다한 의혹으로 정치적 사회적 갈등의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정권 운영자는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잊어버리는 상태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어 벌어진 총선에서 압패를 당한 뒤 정권 관련자들의 긴장도는 극에 달하고 말았습니다. 이어져 벌어진 대통령 부인의 이런 저런 잡음은 정국을 혼돈상태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검찰을 향해 특검이란 장치를 동원했고 그때마다 대통령은 거부권이란 낡고 낡은 구습을 되풀이했습니다. 어느 폭우가 쏟아진 여름 민간인 구조에 나선 해병대원의 사망을 둘러싸고 온갖 잡음이 나돌더니 급기야 대통령이 관여됐다는 정황이 도출되고 채상병 특검이 등장합니다. 화들짝 놀란 대통령은 거부권을 남발하면서 정국은 꼬이고 또 꼬입니다.
대통령이 한번도 여야영수회담을 해본 적이 없는 상황속에 여와 야는 극한 대립상태를 보입니다. 갈수록 드러나는 대통령 부인에 대한 의혹을 검찰이 무시하면서 야당은 또 다시 특검카드를 꺼내들고 대통령은 전가의 보도처럼 거부권을 내세웁니다. 내 부인을 내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려나하는 낭만적인 사고속에 나라는 멍들고 여야는 협치는 커녕 극한 대립상태에 놓입니다. 특검법 발의 그리고 거부권행사로 이어지는 정치권의 다람쥐 쳇바퀴도는 식의 정치에 나라는 멍들고 나라의 경제는 엉망이 됩니다.여야의 협치가 없는데 무슨 행정적 원활한 유대가 이어지겠습니까. 경제 부처는 당장 급한 불을 끈다면서 경제는 엉망인 상태에서 부동산을 부여잡고 늘어지는 형편없는 정책으로 나라 경제를 더 힘들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대통령이 여야 영수회담뿐 아니라 국회 국정연설마저도 야당의 지적에 불쾌하다며 중단하는 사태속에 연말 예산이 순조롭게 진행될 리가 없습니다. 원래 매년 예산심의와 통과에는 엄청난 진통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요상하게 올해는 여야의 갈등과 마찰속에서도 그냥 진행된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여야의 협상실패로 인해 야당만으로 국회통과가 이뤄지자 대통령은 진노하고 불쾌하고 그동안 참았던 울분이 한꺼번에 솟구치고 저 야당을 손봐야 한다는 자신만의 절박함이 터져 나오면서 뭔가 불길하다 했던 그 시점에 바로 비상계엄령이 발령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국에 내려진 45년만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말도 안되지만 그 배경에는 대통령과 2022년 선거에서 맞붙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2차 대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대통령은 야당대표인 이재명이 대선에서 진 것을 핑게삼아 사사건건 자신을 괴롭혔고 총선결과를 방패삼아 자신의 모든 것의 발목을 잡는다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둔 것이라 엄청나게 불편했는데 그런 그의 마음을 위로해 준 것이 일부 극우세력에서 주장하는 부정선거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중앙선관위에 뭔가 야당 즉 전 정권인 여당에서 모종의 특정 정당 승리의 시스템을 깔았고 그것이 효력을 발휘해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뒀다는 그런 논리에 쾌재를 부른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시스템으로 자신이 대통령이 됐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 이번 계엄령의 패착중의 패착입니다.
하여튼 이번 계엄령으로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됐습니다. 물론 헌법재판소에서의 마지막 결정이 남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대통령과는 성격이 아주 달라 대통령입장에서 결코 유리해 보이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것이 바로 내란죄인데 대통령은 국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 계엄을 발령했다고 하지만 누가봐도 질서 유지는 없고 국민이 뽑은 의원들을 자신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체포구금하려한 정황이 너무도 많이 들어난 이상 아무리 친 대통령 성향의 헌재 재판관이라고 해도 그리 고분고분 대통령의 심기를 편하게 해줄 결과를 도출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은 자신의 친분을 이용해 한국의 엄청난 변호인단을 구성하려하지만 결과가 뻔한 사안에 자신들의 평생 평판을 걸 그런 변호사들을 구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적인 능력의 소유자 대통령이라는 위치와 집행정지당한 대통령과는 하늘과 땅이라는 그 격차를 리얼하게 체험하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홀로 자신의 옛 친구들을 향해 스스로 변호를 한다해도 한국인의 70%이상이 내란이라고 판단하고 헌법학자들의 대부분이 내란죄라고 보는 사안에 대해 아무리 친한 헌법재판관이라도 대통령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채워질 3명을 포함해 헌재 재판관들의 성향이 보수와 중도가 5명 그리고 진보성향이 4명라고 해도 헌재의 재판관들도 친분관계 그리고 보수 진보성향을 떠나 자신들의 정체성에 비춰봐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에 저의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때와 박근혜 대통령때와는 정말 다른 사안임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금 국민적인 분노와 한국이 처한 현실을 감안할 때 헌재에서 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은 글쎄요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와 언론인 그리고 현역 법조인들의 대체적인 판단입니다.
한국의 대통령에 대한 직무정지 국회결정은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입니다. 뜬금없이 개인적 욱하는 성격으로 만들어진 계엄령으로 인해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파괴를 가져온 것이 현실입니다. 상종할 수 없는 나라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국회의 탄핵결정으로 세계는 다시 한국을 응시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야당들의 진심어린 행동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행동이 보여준 나라의 구심적 회복은 외국의 시선을 다시 몇년전 강성했던 한국으로 되돌리는 계기가 된 것으로 판단합니다. 한국의 제왕적 성격의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아무리 일탈행위를 해도 쉽게 비판하거나 지적을 할 수 없는 분위기이라는 점에서 이번에 국민의 힘의 대표인 한동훈 대표의 행동은 결코 가볍게 또한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됩니다. 물론 아직도 비판적인 지적이 많고 한대표 또한 대단한 꼼수의 소유자라는 닉네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대단한 판단을 내리게 한 동력을 제공한 공을 결코 무시하면 안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동안 사라졌던 여야의 협치 분위기를 이번 기회에 다시 회복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잃는 것 못지않게 얻는 것도 많다는 의견에 무게감이 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번 계엄령을 시작으로 한국에 불어닥친 폭풍우속에서도 대단한 결실로 판단되는 것은 바로 너무도 오랫동안 잊혀졌던 20대들의 참여입니다. 코로나사태로 4년동안 학교도 못가고 갇혀 있었고 자신들의 언어만으로 소통을 했던 그 한국의 미래들을 이제 다시 삶의 현장 그리고 생의 한복판으로 불러 모았다는 것입니다. 20년이상 입을 닫았던 각 대학의 젊은 지성인들이 다시 입을 열고 현실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한국도 다시 뭔가를 이룰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게 한 것은 너무도 소중한 결실로 판단됩니다. 닫혀 있던 창문과 대문을 열고 그들의 세상 다시말해 새로운 사회를 향한 그들의 외침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희망적이고 감동적인 현장인지 모르겠다는 기성세대들의 발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번 대통령의 비상계엄선언으로 엄청난 피해와 좌절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외침 그리고 이대로 침몰할 수 없다는 국민적 합의로 인해 나락으로 치닫을 수 있었던 난국을 나름대로 회복할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거기에는 야당의원들은 물론 여당대표를 비롯한 나라를 생각할 수 있는 세력들의 각성으로 벼랑끝 나라를 겨우 잡아놓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한국의 연약하다고 판단한 젊은 세력들이 대거 참가함에 따라 한국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획득했습니다.
벼랑앞에서는 반드시 일어선다는 한국인들의 저력이 다시 살아나고 나라의 정치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기는 밤입니다. 11일전인 2024년 12월 3일과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속에 오늘 밤도 잠을 이룰 수 없을 것같습니다. 하지만 그날과 오늘은 지옥과 천국과도 같이 너무도 다르고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그런 밤입니다.오늘밤만은 좀 편하게 잠을 자보려 노력하겠습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고 건너야 할 강이 엄청 많지만 오늘밤 같은 분위기라면 못 넘고 못 건널 것이 없을 것이라는 오랫만에 긍정적인 생각이 듭니다. 일단 오늘 밤 모든 국민들께 감사드리며 편한 밤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대통령 국회탄핵 가결 2024년 12월 1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