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대장의 권유로 북한산성 성곽 12문 일주기를 올려봅니다. 감히 지리산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오가는 시간과 비용 등을 감안하면 그에 못지않은 알찬 산행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제 페이스북에 올린 일주기 지상 중계를 여기에 옮깁니다. 며칠 지나긴 했지만 함께 북한산성으로 떠나보시죠.
1. 집 안팎의 사정 때문에 부처님오신날 연휴에 어디로 멀리 떠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대신에 17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북한산 성곽 열두 문을 일주헸습니다.
북한산성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한 것은 오전 8시 12분. 북한산성 일주의 들머리로 삼은 대서문에 도착한 것은 8시 31분. 마지막 12번째 서암문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 53분. 북한산 둘레길을 거쳐 관세농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16분. 열두 문만 ...따지면 7시간 40분 정도 걸린 셈이고,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해 버스 정류장까지 걸은 것은 8시간 4분입니다.
혼자 떠난 산행이어서 앞에서 누가 기다리 것도 아니고 뒤에서 쫓아오는 이도 없으니 미음완보했지요. 그래도 혼자 쉬고 혼자 간식 먹고 혼자 점심 먹으니 예상한 것보다는 적게 걸렸습니다. 마지막에는 다리도 뻐근하고 발바닥도 아프더군요.
걸은 시간만 따지면 한라산 백록담 오르내린 것보다 길고 경치로 따져도 설악산 못지않더군요.
지금부터 북한산 성곽을 돌며 찍은 열두 문 인증샷과 북한산성에서 바라본 풍광을 중계합니다.
맨 처음 대서문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있고 넓은 도로가 지나는 곳이어서 대부분 성곽 일주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성지 순례를 떠나듯 표정이 많이 굳어 있네요. 이른 시간이어서 사진 찍어줄 사람을 한참 기다렸답니다.
2.오전 9시 17분 두번째로 만난 문은 의상능선의 의상봉과 용출봉 사이의 가사당암문입니다. 지나는 이가 아무도 없어 셀카로 찍었지요. 가장 험한 곳에 있고 암문치고도 생김새가 가장 단순합니다.
2-1. 용출봉 가는 길에 서쪽으로 내려다본 풍경입니다. 바로 앞이 의상봉이고 은평뉴타운이 보입니다.
2-2. 의상능선에서 바라본 북한산 정상입니다.백운대와 만경대는 잘 보이는데 두 봉우리와 함께 삼각산을 이루는 인수봉은 백운대에 가려 안 보입니다. 만경대 바로 아래는 노적봉이고 백운대 왼쪽 봉우리는 염초봉입니다.
2-3. 의상능선 용혈봉에서 왼쪽 의상봉과 가운데 원효봉을 내려다본 풍경입니다. 오른쪽은 염초봉입니다. 바로 뒤로 숨은벽 능선, 상장능선, 도봉산 오봉능선이 물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2-4. 의상능선에서 원효능선 반대편(남쪽)으로 바라보면 응봉능선이 보입니다.
2-5. 올라갈수록 백운대와 노적봉이 더욱 또렷이 보입니다.
3. 오전 10시 부왕동암문에 도착했습니다. 의상능선의 나월봉과 증취봉 사이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4. 10시 50분, 청수동암문입니다. 의상능선과 비봉능선이 이곳에서 합류해 문수봉 쪽 북한산 주능선으로 합쳐집니다. 의상능선을 타고 온 산꾼들과 비봉능선에 끼어 온 행락객이 섞입니다. 산꾼들은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을 입고 있는데 행락객은 청바지에, 추리닝(트레이닝복)에, 레깅스에, 맨다리에, 심지어 스커트에 스타킹까지 복장도 다양합니다. 의상능선의 세 암문을 지났으니 가장 험한 코스를 얼추 마친 셈이지요.
5. 11시 1분 대남문에 도착했습니다. 북한산성 가장 남쪽에 있는 문이지요. 문루도 높게 세웠고 성문도 웅장합니다. 제가 서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구기동입니다.
6. 11시 13분에는 대성문에 다다랐습니다. 원래 대남문, 대서문, 대동문만 큰 대(大)자를 붙이는데 숙종이 이 문으로 지나갔다고 해 예외적으로 대자를 붙였답니다. 여기서 형제봉능선이 갈라지지요. 평창동, 국민대 쪽에서 올라오면 이 문을 통과합니다.
6-1. 대성문을 지나 보국문으로 향하니 삼각산 세 봉우리의 자태가 뚜렷합니다. 백운대에 가려 있던 북한산 최고의 미봉(美峰) 인수봉도 만경대 오른쪽에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왼쪽 앞에는 노적봉, 그 옆은 염초봉입니다. 왼쪽에 뚝 떨어져 있는 봉우리는 원효봉입니다.
6-2. 보국문 바로 전의 내리막길에서 바라본 동쪽 풍경입니다. 왼쪽으로 수락산, 오른쪽으로 불암산이 펼쳐지며 상계, 중계, 신내동 아파트 단지를 감싸고 있습니다.
7. 11시 58분 보국문에 도착했습니다. 이리로 내려가면 정릉계곡입니다. 보국문에서 조금 더 가면 칼바위능선으로 갈라지는 길도 나옵니다. 보국문에 도착하기 전에 너럭바위에 앉아 컵떡국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컵라면은 이제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 최근에 컵떡국으로 바꿨습니다. 먹을 만하더군요.
8. 낮 12시 11분 대동문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칼바위능선이 주능선으로 합류합니다. 12개 성문 가운데 8개를 거쳤으니 3분의 2에 이르는데, 방향으로 따지면 이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절반을 온 셈이지요. 도상거리로도 절반 남짓하고 산행 시간으로 따져도 절반에 가깝습니다. 한양 도성과 가까운 남쪽에는 성문을 촘촘히 내고 출입이 뜸한 북쪽에는 성기게 냈기 때문입니다.
8-1. 대동문과 용앙문 사이에 있는 동장대입니다. 수비군 장수의 지휘소이지요. 남장대, 서장대도 있었으나 남은 건 이것 하나입니다.
9. 낮 12시 47분에 용암문과 만났습니다. 이 문으로 나가면 도선사가 나옵니다.
9-1. 북한산성 계곡 쪽으로 내려다본 풍광입니다.
9-2. 이제 백운대가 손에 잡힐 듯 다가왔네요. 백운대를 오르는 등산객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10. 오후 1시 34분. 백운대 바로 아래의 백운봉암문입니다. 흔히 위문이라고 불렀는데 일제가 붙인 이름이라며 바꿨다고 하네요. 성곽은 백운대에서 염초봉을 지나 원효봉으로 이어지지만 백운대 서벽과 염초봉은 전문산악인만 장비를 갖추고 오를 수 있어 부득이 돌아가야 합니다. 북한산성 계곡 쪽으로 한참 내려가다가 막판에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11. 오후 2시 58분 북문에 도착했습니다. 북쪽 문으로는 잘 출입하지 않아 큰 대(大)자를 안 붙이는 게 보통이지요. 문루가 없어 처량하게 보입니다. 한참을 내려오다가 다시 올라가려니 짜증이 나는 구간이지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호젓한 분위기와 탁 트인 전망 때문에 이곳을 좋아합니다.
11-1. 원효봉에서 바라본 북한산 정상입니다. 인수봉은 다시 백운대 뒤에 숨었습니다. 왼쪽 바로 앞은 염초봉, 그 뒤가 백운대, 가운데가 만경대, 오른쪽은 노적봉입니다.
11-2. 원효봉에서 마주본 의상능선입니다.
11-3. 의상능선 가운데 용혈봉 아래쪽을 자세히 보시면 불상이 보입니다. 능인선원 지광 스님의 원력으로 조성한 거대한 합장불입니다. 절 이름은 국녕사입니다.
11-4. 원효암 인근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풍경입니다. 바로 앞은 숨은벽능선, 그 뒤가 상장능선, 그 뒤가 도봉산 오봉능선입니다. 가운데 희미하게 도봉산 주봉군인 신선대,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이 보입니다.
11-5. 서쪽으로 노고산이 마주 보입니다. 그 아래 용산, 종로, 서대문, 마포 등 강북 서쪽의 예비군 교장이 자리잡고 있지요. 예비군은 물론 민방위도 끝난 지 한참 돼서 그런지 예비군 훈련장도 정겹게 보입니다.
12. 오후 3시 53분, 마침내 12번째 서암문에 도착했습니다. 지친 기색이 완연해 보이나요? 오랫동안 별러온 일을 마침내 해내 뿌듯합니다.
첫댓글 응, 잘 다녀왔네. 그래도 완주를 했으니 진짜 뿌듯하겠다. 날씨가 좋아서 무엇보다 다행이었지. 잘봤어.
지리산 천왕봉 오른 것만큼 뿌듯하진 않지요.
아주 알찬 하루를 보냈구나.
나도 12문 일주는 안했는데 언제 한번 해봐야겠다.
비용,시간 대비 만족도는 높았겠다.ㅋ
12성문은 등산 오래 한 산꾼이라도 해 본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과제인데 가볍게 해내셨네요.
혼자서 장시간 산행하면 꾀가 나기도 하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기도 했을텐데요.
(제가 그런 적이 여러번 있습니다.ㅠㅠ)
마지막 서암문 앞에서 찍은 사진 보니 늘씬한 청년이 되셨군요. 사진을 세로로 늘린 것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ㅎ
나도 세번째 시도만에 성공했다네. 가는 곳곳마다 하산길이 나오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나머진 다음에 가면 되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군. 더욱이 친구와 함께 가니 시원한 냉막걸리나 생맥주의 유혹을 이겨내기도 쉽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