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시즌은 프로야구 역사를 새롭게 장식한 신인 선수의 돌풍이 거셌던 한해였다. 다름아닌 광주일고-연세대를 거친 국가대표 출신의 대형타자 박재홍이다.
2.'리틀 쿠바'의 돌풍
태평양 시절부터 김경기 외에 마땅한 거포가 없어 고민하던 현대는 아마 현대 피닉스에 입단한 박재홍을 영입하기 위해 팀내의 유망투수 최상덕을 해태에 넘겨주고 해태로부터 박재홍의 지명권을 양도받아 역대 신인타자 사상 최다 계약금인 4억 3천만원에 전격 입단시킨다.
176cm 로 타자로서는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손목힘을 바탕으로 뛰어난 장타력을 겸비한 그는 아마시절 세계 최강 쿠바에 유난히 강한 면을 보여 '리틀 쿠바'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는데 프로에 들어와서도 그의 기량을 유감없이 펼치면서 프로야구판에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현대 유니콘스는 창단 첫 해 박재홍이라는 걸출한 신인의 활약에 힘입어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시즌 중반까지 1위를 달리는 선전을 펼치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다.
대부분의 거포들이 발이 느린데 반해 박재홍은 뛰어난 주루플레이 능력까지 갖추면서 신인 사상 최초 또한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30-30클럽에 가입하는 금자탑을 세운다.
입단 첫 해 그의 성적은 타율 0.295, 홈런 30, 타점 108, 도루 36으로서 신인 최초로 홈런왕과 타점왕을 거머쥐며 사상 처음으로 기자단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신인왕에 오른다. 너무나도 뛰어난 활약을 펼친 그는 최우수선수와 신인왕을 동시에 거머쥘 뻔도 하였으나 최우수 선수는 한화의 구대성에게 돌아간다.
만일 그가 연고구단인 해태에 들어갔다면 이종범과 더불어 해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강 타선을 구축하게 되었을 것이다. 박재홍은 너무도 뛰어난 활약을 펼친 탓에 막상 고향인 광주 원정경기에서는 광주팬들로부터 돈에 팔려갔다는 비난을 들으면서 아쉬움과 원망이 뒤섞인 야유를 받기도 하였다.
그 후에도 그는 30-30 클럽에 두 번이나 더 가입하면서 한국야구의 간판 거포로 자리매김 하였다. 그는 국제대회에 유달리 강한 면을 보이는데 시드니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 당시 올림픽 진출권이 걸려있었던 대만과의 경기에서 결승타를 친 것을 비롯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세계 최강 쿠바와의 경기에서 동점 홈런을 쳐내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그의 존재가치를 더욱 높였다.
현재 현존하는 프로야구 선수중 40-40클럽에 가입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3.내실있는 플레이가 돋보였던 김종국
박재홍 이외에 신인 타자중 많은 기대를 받았던 선수는 광주일고-고려대 출신의 내야수 김종국이었다. 해태에 역대 팀내 신인 사상 최다 계약금인 2억 6천만원에 호랑이 유니폼을 입은 그는 유격수 이종범과 최강의 키스톤 콤비를 형성하며 해태의 우승에 적지않은 공헌을 한다.
입단 첫 해 그의 성적은 타율 0.215, 홈런 11, 타점 51, 도루 22로 얼핏 보면 초라해 보이는 성적이지만 2할대 초반의 낮은 타율에도 불구하고 홈런을 11개나 쳐냈고 타점도 하위 타자치고 높은 수치인 51점을 기록한 점을 보면 영양가 만점의 플레이를 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루도 22개를 기록해 주루플레이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4. 독수리 세대교체 선봉 4인방
96시즌을 맞이하여 한화는 주전멤버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페넌트 레이스 3위에 오르는 좋은 성적을 기록하는데 송지만,이영우,홍원기,임수민의 4인방이 세대 교체의 선봉으로 나서며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다.
입단 당시에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던 송지만(동산고-인하대)은 철저한 노력형의 선수로 대기만성하며 현재는 한화의 명실상부한 간판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입단 첫 해 그의 성적은 타율 0.287, 홈런 18, 타점 53, 도루 10개로서 한화의 차세대 거포로 성장할 것임을 예고하였다.
선린상고-건국대 출신의 이영우 역시 1루수와 외야를 번갈아 맡으며 0.269의 타율 8홈런 39타점을 기록해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영우는 한화의 부동의 톱타자로 성장하며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분류될 만큼 팀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동대문상고-성균관대 출신의 임수민은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팀내 내야진 안정에 큰 공헌을 하는데 0.214의 낮은 타율이지만 45타점을 기록하며 영양가 높은 타격솜씨를 선보였다.
공주고-고려대를 거쳐 한화에 1차지명으로 입단한 홍원기는 팀내 차세대 내야수로 지목받을 만큼 상당한 기대를 모았었다. 입단 첫해 타율 0.262 홈런 9 타점 47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제몫을 해냈지만 아쉽게도 기대만큼의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99년 두산으로 트레이드 된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깜짝 활약을 펼치며 올시즌 전천후 내야요원으로서의 활약을 기대받고 있다.
5. 고졸 투수 - 박명환,김상진
충암고 에이스로 초고교급 활약을 선보였던 박명환은 OB의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받으며 고졸 신인 사상 최다 계약금인 3억원에 입단한다. OB는 박명환이 가세함에 따라 2연패를 노릴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받기도 하였지만 아쉽게도 박명환의 첫 해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였다.
185 1/3 이닝에 7승 12패 방어율 3.84을 기록하며 '미완의 대기'에 머물렀던 그는 98년 14승을 거두며 팀의 간판 에이스로 성장하나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오랜 재활의 기간에 들어가게 된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부상을 떨치고 나와 2승을 거두면서 '로켓맨'의 부활을 예고했던 그는 올시즌을 앞두고 다시 부상이 재발,활약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진흥고 출신의 김상진(해태)은 입단 첫 해 9승 5패 방어율 4.29의 성적을 거두면서 신인 투수중 최재호(삼성)와 더불어 최다승을 기록하는 좋은 활약을 펼친다. 이듬해 LG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5차전에서 완투승을 거두며 우승을 일구어내는 활약을 펼치게 된다. 이대진과 더불어 해태 마운드의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그는 안타깝게도 불의의 위암으로 99년 세상을 떠나고 만다.
6.결 산
신인 몸값이 폭등하며 억대 신인이 속출하였던 96시즌은 고액 계약금을 받은 신인들의 명암이 뚜렷하게 교차했던 시즌으로 기억될 수 있다. 투수 부문보다는 타자 부문에서 신인들의 활약이 더욱 돋보였으며 '괴물 타자' 박재홍은 한 때 부정타석 시비에 휘말리기도 하였으나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30-30 클럽에 가입하는 등 프로야구 판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