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초를 건너다 보고 차를 멈출까 망설인다. 학교도 보고 교문 밖의 보호수도 보고 싶은데 벚나무 터널이 우거진 다리쪽으로 가 멈춘다. 주암호를 감싸고 있는 건너 천봉산을 잠깐 본다. 동소산과 천봉산 등은 안규홍 의병대의 주요 활동지일 터인데 난 잘 모른다. 동소산을 오르려 맘만 먹었다. 그럭재에서 국사봉을 지날 때 동소산 이정표가 보였는데 그도 못 갔다. 법화리로 들어가니 안규홍 가옥 이정표가 보인다. 언젠가 와서 지났다가 못찾았는데 그 길로 안내한다. 작은 저수지까지 가도 안내판이 없다. 최근 담사자가 찍어놓은 사진을 보고 확인하려 해도 쉽지 않다. 몇집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다가 개천건너 작은 오르막 끝에 대문이 멋진 집으로 가 본다. 바로 안규홍 박제현 가옥이다. 앞쪽 사랑채는 아랫쪽이 비닐에 둘러져 있다. 안채는 새로 만들었는지 활토?의 대 위에 우뚝 서 있다. 왼쪽 돌계단 위에 사당도 세워진 지 얼마 안된 듯하다. 헛간과 변소 인듯한 건물도 고색이 창연해 좋다. 장독대 앞으로 여름꽃이 빛난다. 고모부의 인품이나 마음씀이 존경스럽다. 안의사는 1979년에 태어나 1909년에 순국하셨으니 서른의 나이다. 혼자서 반성없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대문의 천정을 찍고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