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대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다 입사 후 만난 나의 운명남. 그에게 오랫동안 사귀어온 여자친구가 있었다. ‘남의 것(?)을 탐내지 마라!’ 마음을 다잡아도 그만 보면 손톱만큼의 죄책감도 느낄틈이 없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나의 ‘빈틈노리기’작업은 시작되었다. 오래된 연인일수록 아기자기한 관심이 떠난 지 오래일 터. 그를 주시하며 세세한 부분에 관심을 쏟았다. 매일 문자와 전화를 날리며 존재감을 팍팍 심어주고, 고민 상담은 물론 취미를 함께 배우며 회사 밖에서의 만남도 늘려갔다. 이쯤 되니 그의 여자친구는 슬슬 경계심을 드러냈고 자연스레 그 둘의 다툼이 잦아졌다.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안 좋아 보이는 날에는 무조건 함께 술을 마시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관계가 깊어졌다 느꼈을 때 펑펑 울며 고백했다. 그리고 며칠 동안 철저하게 잠수를 탔다. 다시 만난 날 그 남자는 날 꼭 안아주었고 우리는 커플이 되었다. 이런 경우 그의 여자친구와는 대조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들이대야 승산이 있으니 상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관건. 정형옥(24·회사원)
모 아니면 도, 맞장 뜨기 남자친구에게 꼬리가 백만 개 달린 여우가 접근했다.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그녀이다 보니 외모는 나보다 1.5배쯤 더 예쁘고 터프한 나와는 달리 여성미를 솔솔 풍기는 것이 아닌가. 우선 침착하게 뒤를 캤다. 남자친구의 온라인 아이디와 비번을 해킹하고 그녀와 나눈 달착지근한 메시지들을 증거물로 프린트해 그의 얼굴에 뿌려주었다. 그녀의 미니홈피를 찾아가 방명록에 민망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만행을 줄줄줄 써버렸다. 사실 만행이랄 것도 별로 없었지만 상황을 엄청 과장해 나를 철저하게 불쌍한 피해자로 만들었다. 그녀에게도 내게도 제대로 이미지 구긴 남자친구. 며칠 후, 그는 정식으로 나에게 사과했다. 끝장을 보자는 생각으로 혼쭐을 내고 나니 서로 뒤끝도 없다. 야수성을 발휘한 뒤 전보다 두 배 넘치는 애교로 남자친구의 마음을 살살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순한 양의 탈을 쓰고 말이다. 신수경(23·숍 매니져)
Tech 2. 손이 눈보다 빠르다
먼저 침 바른 놈이 임자 유치원 때부터 단짝이었던 그에게 어느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고백을 들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부터 내가 초조해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나도 모르게 그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 그 둘의 관계가 더 진전되기 전에 끼어들어야 한다고 결심한 나는 상담을 빙자해 그녀의 외모며 행동이며 사사건건 흠집을 내고 친구에게는 여자들이 싫어할 짓만 골라서 하게 코치해줬다. 기특하게도 나의 작전에 말려들었고 둘의 관계는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힘들어하는 친구와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갔는데 기회다 싶은 마음에 먼저 키스를 해버렸다. 내 마음을 알게 된 그. 당황하긴 했지만 싫지 않은 눈치였다. 그리고 우리는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좋은 감정이 있는 사람에게 먼저 도장을 찍으면 마음도 따라오게 돼 있다는 것이 나의 이론이다. 김진희(22·학생)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첫사랑이기에 애틋한 추억을 더 많이 간직한 우리. 그만큼 믿었던 그가 부쩍 나를 대하는 태도가 시들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복학한 뒤 파릇파릇한 신입생과 살짝 눈이 맞은 것 아닌가. 요즘 들어 바쁘다는 핑계로 데이트를 소홀히 했던 나의 잘못도 있지만 군 제대까지 기다려준 나였기에 배신감은 더욱 컸다. 헤어질 생각을 하니 그 애 없이는 못 견딜 것 같아 다시 열정적으로 사랑을 주기 시작했다. 그 둘이 아직 깊은 관계까지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자주 갖고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시도했다. 우리가 처음 나누었던 사랑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해 서비스(?)했다. 나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남자친구는 그 애송이에 대한 환상을 접고 나의 노련한 테크닉에 빠져들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랑이라면 눈 딱 감고 떡 하나 더 주는 관용도 필요한 듯하다. 유정희(24·유학생)
Tech 3. 이세상에 안전한 도박판은 없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6개월 전 나의 외도가 화근이 되어 남자친구와 이별했다. 클럽에 즐겨 다니던 나는 자연스럽게 남자를 만날 기회가 많았고 처음 만난 남자와도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기 일쑤였다. 그러다 깔끔하지 못한 관계를 지속하던 남자가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알고 남자친구가 그동안 쌓아두었던 불만을 터뜨리며 화를 냈다. 나는 남자가 쿨하지 못하다는 둥 쪼잔하다는 둥 도리어 화를 내고 헤어지자고 말해버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보고 싶고 누구를 만나도 그 애만 못하다는 걸 느껴 내가 먼저 연락했다. 그 애 옆엔 이미 다른 여자친구가 생긴 후였지만 도저히 그 애를 놓치고 싶지 않아 자존심을 버리고 매달렸다. 클럽에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거짓말과 함께(^^).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던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며 매달리자 그의 마음도 흔들렸다. 새로운 여자친구에겐 미안하지만 우리는 잠시 떨어져 있었던 것뿐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별이 끝이 아니다. 애인의 옛 애인에 대한 방심은 금물이다. 이정연(20·학생)
못 먹는 감도 찌른다 미팅에 나갔다가 마음에 쏙 드는 그를 만났다. 하지만 절친한 친구가 먼저 그를 찜해버리는 바람에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워낙 주위에 남자가 많던 나였기에 그를 친구에게 양보하려고 했다. 친구와 그가 좋은 만남을 갖기 시작하면서 자주 동석하게 되었고 나는 그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일부러 남자친구를 만들어 그 자리에 데리고 나가기도 해봤지만 내 마음은 온통 그를 향했다. 평소에는 무관심한 척하다가 친구가 자리를 비울 때면 다정하게 챙겨주기도 하고, 장난처럼 스킨십도 시도하며 있는 힘껏 관심을 표했다. 다른 일을 핑계 삼아 한두 번 전화를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매일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나를 바람둥이라고 놀리던 그도 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친구에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물론 내가 ‘나쁜 X’라고 모든 책임을 지며 그에게 비쳐질 이미지 관리도 잊지 않았다. 미모와 애교는 기본이요, 고도의 심리전에 능하면 갖고 싶은 것은 오게 되어 있다. 박경화(21·학생)
Tech 4.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다
등잔 밑이 어둡다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고 힘들어하던 중 그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우울해할까 봐 만나서 놀아주겠다는 것이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워낙 친하게 지냈던 친구라 아무런 부담 없이 만났고 그 횟수는 점점 잦아졌다. 사실 외로운 마음을 의지할 수 있어 좋았다. 우리는 남자친구 면회를 핑계로 장거리 여행도 마다하지 않으며 위험한 관계를 시작했다. 남자친구 얼굴을 보면 미안하고 불안했지만 짧은 휴가 기간이 지나면 그런 감정은 수그러들었다. 남자친구와도 그의 친구와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 친구를 남자친구만큼 사랑하진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정리할 자신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남자친구의 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한 남자의 제대를 기다린 조신한 여자로 돌아왔다. 남자친구의 친구와는 우리의 관계를 묻어두기로 약속하고 끝냈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완전범죄’로 끝낼 수 없는 초짜라면 시작하지 말라고. 남경은(23·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