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대만 여행
여행일정 : ‘17. 12. 12(화) - 15(금) 여행국가 : 대만 여 행 지 : 타이페이(용산사, 고궁박물관, 101층 전망대, 스린야시장, 시먼당거리), 화련(태로각협곡, 칠성담 해변), 지우펀, 스펀, 야류 지질공원
여행 첫날 저녁 : 스린 야시장(士林夜市)과 시먼당(西門町)거리 야경
특징 : 타이베이 사람들에게 야시장(夜市場)은 퇴근하는 길에 잠시 들러 저녁을 해결하는 곳인 동시에, 주머니가 가벼운 연인들의 부담 없는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다. 스린 야시장은 현지인은 물론 여행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대만 제1의 야시장이다. 규모만큼 다양한 스린야시장의 먹거리는 타이완 사람들 뿐 아니라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야시장 인근에 학교가 많아 젊은이들을 타켓으로 하는 물건들이 골목골목마다 가득하고 가구, 의류, 액세서리, 애완용품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구입할 수 있어 구경하는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다. 또한 음식 천국인 스린야시장에는 어느 나라에서 온 여행자의 입맛이든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풍성한 먹을거리들로 가득하다
▼ 버스는 우릴 시장 앞 대로변에다 내려놓는다. 그리고 냉큼 떠나버린다. 주차가 금지된 장소라는 얘기일 것이다. 차에서 내리니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손님을 맞는다. 이곳 대만은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거의 없는 나라인데, 의외의 조형물이라 할 수 있겠다. 스린야시장을 외국인들이 더 많이 찾다온다는 게 설치 원인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대만은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은 나라 중 하나이다. 하지만 12월25일은 공휴일이 분명하단다. 웬 말장난이냐고 나무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12월25일을 공휴일인 제헌절로 지정하였기 때문에 꼭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쉬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니 아까 보았던 ’크리스마스 트리‘에 조명(照明)이 들어와 있다. 은은한 잉크 빛깔의 조명이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해준다. 그 아름다움에 끌려 다가가다가 깜짝 놀라고 만다. 트리를 장식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생수병이었던 것이다. 폐품(廢品)을 재활용한 설치미술 작품이었던 모양이다. ▼ ’X’형 횡단보도를 건너면 ‘스린시장(士林市場)’이 나온다. 반듯한 외관(外觀)을 갖춘 것이 제법 규모가 있는 시장으로 보인다. 이 시장이 불을 밝히면 야시장(夜市場)으로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야시장 특유의 먹거리를 찾는다면 조금 더 들어가야 한다. 먹거리 좌판들은 안쪽으로 100m쯤 더 들어가는 곳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 시장으로 들어선다. 식료품과 잡화, 과일가게가 대부분인데, 깔끔한 외관은 물론 정갈한 것이 야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쇼핑공간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기웃거릴 필요도 없이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간다. ▼ 골목으로 들어서니 온통 먹거리 일색이다. 잠이 안 오는 밤, 특히 출출한 밤이라면 야시장을 찾아보라는 여행안내서의 문구가 참 정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먹거리들이 새벽 3시까지 대기하고 있다니 먹거리 천국이 아니고 뭐겠는가. ▼ 야시장의 먹거리들은 여행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다음날에 필요한 활력을 충전해준다. 육지의 탱크, 바다의 잠수함, 하늘의 비행기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먹는다는 중국 민족답게 야시장에는 오만가지 먹거리들이 널려있다. 반듯한 규모를 갖춘 식당이 있는가 하면, 길가에는 크고 작은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있어 온종일 발품을 팔아 타이페이를 다닌 여행자들의 예민한 오감(五感)을 자극한다. 요리를 파는 상인이나 가볍게 야참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모습에서 시끌벅적한 활기를 느낄 수 있다. ▼ 대만 야시장의 핵심은 먹거리이다. 과일, 해산물, 국수, 곱창, 튀김, 고기, 밀크티 등 간식에서부터 식사로 해결 할 수 있는 요리까지 다양하다. 가격대비 양도 많고 질도 좋다. 이러한 먹거리 상점은 유명 야시장 뿐 아니라 동네 곳곳에 위치해 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계절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한국돈 1000원에서 2000원 수준이면 각종 생과일 쥬스나 버블 밀크티를 마실 수 있다. 또한, 닭튀김 도시락이나 굴이 들어간 국수도 2000원 수준이면 먹을 수 있다. 양(量)도 대체로 푸짐한 편이다. ▼ 이곳 ’스린 야시장‘은 규모가 제법 큰 시장인 모양이다. 먹거리 외에도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옷이나 생필품, 기타 잡화 등을 파는 가게들이 골목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 거리에는 자성궁(慈誠宮)이란 도교 사원(道敎 寺院)도 보인다. 사림마조묘(士林媽祖廟)라고도 불리는데 주로 천상성모(天上聖母)를 제사지내는 절로 유명하다. 자성궁의 전신은 1796년(청 가경 원년) 업주 하금당(何錦堂)이 땅을 헌납하여 지은 절로 당시의 명칭은 천후궁(天后宮)이었다. 1859년(함풍9년) 장·천 결투 때 지란가(芝蘭街)와 함께 천후궁도 불타버렸는데, 후에 하수림(下樹林)에 새로운 시가지를 건설하여 오늘날의 사림 신시가지가 되었다. 동시에 거리 중앙에 절터를 만들었으니 현재의 자성궁이란다. ▼ 골목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마 닭튀김인 ’지파이(鷄排)‘일 것이다. 지파이를 파는 곳에는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기 때문에 찾기도 쉽다. 막 튀겨 낸 닭튀김에 후추 양념을 뿌려 포장해 주는데 한 조각의 크기가 손바닥 2개를 합쳐 놓은 것만큼 크다. 한 조각이 2인분 정도 되니 두 사람이 한 개를 사는 게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격도 몹시 착한 편이다. ▼ 이런저런 먹거리들을 구경하다 문어가 그려진 ’다코야키‘코너 잎에 멈춰 선다. 올봄 ’오오사카‘에서 먹어본 맛이 괜찮았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주문부터 하고 본다. 그런데 만드는 과정을 보니 문어를 작게 잘라 넣어주던 일본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작은 꼴뚜기를 통째로 넣어주고 있다. 꼴뚜기의 크기로 인해 먹기는 조금 사나왔지만 맛은 괜찮은 편이었다. 가격 또한 부담이 없었다. ▼ 음식 천국인 스린 야시장에는 어느 나라에서 온 여행자의 입맛이든 모두 만족시켜 줄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풍성한 먹거리들로 가득하다. 그걸 다 맛보느라 느끼해졌다면 찻집에 들르면 된다. 버블티(珍珠奶茶, 전주나이차) 한잔 마시고 나면 또 다시 입맛이 돌아와 있을 것이다. ▼ 여행 둘째 날 저녁, 버스가 우릴 시먼당(西門町) 거리의 초입에다 내려놓는다. 태로각협곡을 다녀오느라 지친 육신을 달콤한 망고빙수로 풀어보라면서이다. ’시먼당 거리‘는 타이페이 최초의 보행자 전용도로로 서울의 명동이나 신촌쯤으로 여기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번화가인 때문에 타이페이 젊은 세대들의 쇼핑과 만남의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 앞서가던 가이드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망고빙수 식당으로 향한다. 하루 종일 걷고, 차에서 시달린 양떼들에게 목부터 축여줄 요량인 것 같다. 찾아 들어간 집은 ’삼형매‘라는 망고빙수 판매점이다. 이 집은 ’스무시하우스‘, ’아이스몬스터‘와 함께 대만의 3대 망고빙수 맛집 중 하나로 소문나 있다. 주관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코스인데 이왕에 사주는 김에 가장 맛있는 걸 골랐던 모양이다. ▼ 식당 안은 낙서천국이다. 바닥을 제외하고는 벽면과 천장 할 것 없이 온통 낙서들로 가득 차있다. 그런데 이 모근 낙서가 다 한글이다. 영어 약어(略語)가 몇 보이지만 문맥으로 보아 이 또한 한국인들이 적은 게 분명하다. ▼ 망고빙수는 대만 여행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저트 중 하나이다. 곱게 갈린 얼음과 싱싱한 망고의 조합에 아이스크림(우유푸딩을 넣기도 한다)을 토핑으로 얹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 망고빙수를 먹고 난 뒤에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이곳 시먼딩(西門町)에도 불이 켜졌으니 야시장으로 변해있을 거라며 구경해보라는 것이다. 시먼딩(西門町)은 일제시대 유흥가가 있던 자리에 백화점과 멀티플렉스 영화관, 클럽 등이 들어서 있다. ’타이페이 101‘을 중심으로 한 신시가지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타이페이의 유행을 선도했다고 한다. ▼ 사람들이 몰려있기에 다가가보니 거리공연이 한창이다. 아크로바트(acrobat)의 일종인데 정육면체의 쇠틀을 빙빙 돌리는 와중에도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여러 가지의 아름다운 자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주말이면 이곳에서 타이완 연예인들이 팬 사인회를 갖거나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니 참조한다. ▼ 역시 번화가가 맞다. 거리에는 잡화와 음반, 신발, 액세서리 상점과 간식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중저가 브랜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의외가 아닐 수 없다. 명품 브랜드들 대부분이 ’타이페이 101‘을 중심으로 한 신시가지로 옮겨갔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불빛으로 뒤덮인 거리에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아직도 많이 보인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증거일 것이다. ▼ 역시 옥수수는 만국(萬國) 공통의 먹거리인가 보다. 거리를 통 털어 딱 한곳뿐인데도 옥수수 마니아인 집사람의 눈은 피해갈 수 없었다. 냉큼 쫒아간 집사람이 가격도 물어보지 않은 채로 옥수수 한 개를 주워드는 게 아닌가. 손가락은 나를 가리키면서 말이다. 주인아주머니도 금방 알아채고 가격은 나에게 알려준다. ▼ 느긋이 걷다가 화들짝 놀라고 만다. 갑자기 악취가 코를 찔렀기 때문이다. 코를 부여잡고 주위를 둘러보니 범인은 ‘취두부(臭豆腐)’ 포장마차였다. 취두부(처우더우푸, 臭豆腐)는 소금에 절인 두부를 발효시켜 석회 속에 넣어 보존한 식품으로 향이 아주 강하다. 이것을 즐겨 먹는 사람들은 ‘냄새는 역겨워도 먹으면 고소하다. 실로 특이한 맛이다’라고들 말하지만, 난 이 음식의 냄새 자체부터 싫다. 냉큼 자리를 옮겨버리는 이유이다. 참고로 대만의 취두부는 중국 본토에서 건너간 것이다. 1949년 호남성의 노병인 이명전이 가지고 건너간 것이 시초라고 한다. 후에 대만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개량하여 지금의 대만 취두부의 모양을 갖게 되었다. 표면은 바삭바삭하며 부스러지기 쉽고, 내면엔 많은 구멍이 있다. 이 두부는 냄새를 맡을 때는 구린내가 독하나 막상 먹을 때는 그리 독하지 않는 대륙의 취두부와는 다르게 처음 맡을 때나 먹을 때를 막론하고 구린내가 진동을 한다. 그런 게 바로 대만 취두부의 특징이란다. ▼ 취두부는 왕치화(王致和)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청나라 강희제 때, 안후이 성에서 과거시험을 보러 북경으로 올라온 왕치화는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고 그만 낙방하게 되었다. 그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 고향으로 돌아갈 면목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고 북경에서 두부장수를 하게 되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비는 구질구질 내리고 두부는 전혀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며칠이 지나 두부는 곰팡이가 피어났고, 밑천까지 날리게 될 판이었다. 생각하던 끝에 그는 곰팡이가 핀 두부를 소금물에 절였다. 그후 두부는 푸른색으로 변했고 먹어보니 맛이 특이했다. 그는 취두부 간판을 내걸고 팔기 시작했다. 한번 산 사람은 다시 사러 올 정도로 그의 가게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온 장안에 소문이 자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음식은 황제의 식단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단다. ▼ 사람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번호표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게 보인다. 타이완어 발음으로 ‘오아젠’이라고도 부르는 ‘커짜이젠(굴전, 蚵仔煎)’을 파는 집이란다. 녹말 반죽에 신선한 굴을 넣어 기름에 부치고 마지막에 계란을 넣어 익히며, 먹을 때는 야채와 간장, 달콤한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니 우리나라로 치면 해물전쯤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즉석에서 부친 커짜이젠을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으면 금세 더위가 잊혀질 정도란다. ♧ 에필로그(epilogue),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난관(難關)에 부딪히고 말았다. 야시장에 가려는데 상인들이 ’대만달러(TWD)‘만 받는다는 것이다. 출국 전 ’대만달러‘를 환전해가라는 여행사의 연락이 있었다. 하지만 난 귓전으로 흘려버렸다. 그동안 수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녔지만 ’US 달러‘를 받지 않는 나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내 설익은 지식이 사단을 부르고 만 셈이다. 이때 구세주로 나서준 게 가이드였다. ’대만달러(TWD)‘를 빌려줄 테니 나중에 갚으라는 것이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환율(換率)은 ’대만달러(TWD)‘ 1원에 한화(KRW)로 약 36원이 된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1 대 40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사족 한마디 더, 지면을 통해서나마 우리를 안내해준 ’장상‘가이드께 감사인사를 드려본다. |
출처: 가을하늘네 뜨락 원문보기 글쓴이: 가을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