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두레박 신부의 영적일기(주님 공현 대축일)
구세주께 경배하는 마음으로….
2011년에 돌아가신 박완서 정혜 엘리사벳 작가는 남편을 잃고, 그 해에 의사였던 외아들마저 교통사고 때문에 죽음으로 당신 가슴 속에 묻었습니다.
그리고 큰 슬픔으로 십자가도, 예수님상, 성모님상, 묵주도 다 던져 깨버리고 매일 뼈저리게 느껴지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 술로 살았답니다.
박완서 정혜 엘리사벳 자매님은 “선생님은 그러한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라고 기자가 묻자, 이렇게 대답합니다.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견디는 것입니다.”
고통을 극복하려고 할수록 더 고통스러워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고통 없는 삶은 없기에 어떻게 참고 견디느냐? 가 문제입니다.
그리고 참고 견디는 것은 하느님께서 계셨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아멘.
오늘 우리 교회는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공현”이라고 하는 말뜻은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수님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동방 박사들을 불러들여서 온 세상의 왕이라는 것을 공적으로 드러내신 날”입니다.
그래서 동방 박사들이 자기들이 자기 발로 온 것이 아니라, 그 길을 인도해서 예수님이 불러들인 겁니다.
별의 인도에 따라 저 멀리, 산 넘고 물을 건너서 낮에는 뜨거운 길에서 걷고, 밤에는 춥고 무서운 길에서 노숙하며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러 갑니다.
그런데 동방 박사들은 아기 예수님을 찾아갈 때 빈손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자기 나라에서 제일 값지고 귀한 예물인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가져다드리며 경배하였습니다.
황금은 예수님이 이 세상을 다스리는 왕이시고, 유향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나타내고, 그리고 몰약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으심을 나타낸다고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동방 박사들은 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리면서 아기 예수님을 찾아가 이 세상의 구세주이심을 고백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고백 때문인지, 하느님께서는 동방 박사들이 걷는 길을 끝까지 돌보아 주십니다.
낮에는 뜨거운 길에서 구름 기둥으로 그늘을 만들어 보호하셨고, 밤에는 차가운 날씨에 뜨거운 불기둥으로 춥지 않도록 돌보시는 것입니다.
동방 박사들의 직업은 별을 보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하늘 위를 바라보았던 사람들입니다.
하늘 위를 바라본다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발견한다.”라는 것이고, 또한 “하늘에는 항상 해 뜨는 데서 해지는 곳이 있듯이 변함없으신 하느님을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큰소리로 외칩니다.
“눈을 들어 주님을 바라보라. 네 모든 근심과 걱정을 주님께 맡겨라.”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 올랐다.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 아멘.
사랑하는 고운님들!
제가 2002년 나주 노안 성당에 있으면서 한센인들이 모여 사는 ‘현애원’이라는 공소가 있어서 매 주일과 평일에는 수요일에 미사 봉헌을 하였습니다.
그때 공소 어르신들에게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내가 내 손으로 묵주를 굴릴 수만 있어도 그건 주님의 은총이요. 내가 내 두 다리로 성당 문턱을 넘어설 수 있는 것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성체 앞에서 앉아 있으면 너무 좋아!”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이 몸이 성하지 않은 환우 어르신들은 매일 오후 3시에 함께 모여 성체 앞에서 하느님의 자비 기도와 묵주 신공을 바치고 계십니다.
다만, 기도하시는 환우 어르신들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하느님께서 이런 천상에 천사들의 모습을 보여주셔서 사제로 살맛 나게 하셨고, 살맛 나는 은총을 고운님들과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오늘 머나먼 곳에서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러 온 동방 박사들처럼 “구세주께 경배하러 가야 한다.”라는 마음으로, 한센인 환우분들처럼 그 엉망진창의 몸뚱이를 가지고도 “주님 만나러 가야 한다.”라는 마음입니다.
이제 고운님들은 그 마음으로 미사성제에 참례하여 성체를 모시고, 그리고 매일 묵주를 손에 놓지 않고 성모님과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십니다. 그래서 구세주를 경배하는 마음으로 올 한해 고운님들에게 베풀어주실 하느님의 은총에 미리 감사하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저 두레박 사제도 구세주를 찾아 경배하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이 아픈 고운님들과 아픈 이들을 돌보는 고운님들, 그리고 고운님들의 자녀들에게 주님의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영적일기를 마무리하면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깊고 넓게 생각하면서, 고운님들은 올 한해 하느님의 은총이 이미 이루어졌음에 감사하고, 끊임없이 구세주를 찾아 경배하고 기도하면서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누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고운님들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첫댓글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견디는 것입니다.”
이 말씀이 가슴에 짠하게 와 닿습니다.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 올랐다.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 아 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