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나 그 이후 일어난 일련의 사태 그리고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을 통해서 본 지금까지의 결론은 사필귀정이요 법은 그래도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법이란 무엇입니까. 법은 한자로 法입니다. 법자앞에 있는 삼수변은 물입니다. 그리고 뒤에 있는 것은 갈 거자 입니다. 그러면 물이 흘러가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물은 순리대로 흘러갑니다. 물처럼 현실적인 존재는 없습니다. 물은 앞을 가로막는 존재가 있으면 피해갑니다. 그런 존재를 허물거나 부수거나 하는 행위를 평소에는 일체 하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좀 기회주의자 같기도 합니다. 가로막는 상황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부수고 깨고 나가야 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있지만 물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냥 피해서 돌아갑니다. 물의 족적을 곡선이라 표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비록 그렇게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로운 시간이 필요하지만 물을 그렇게 행동합니다. 물만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을 구성하는데 대단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물과 그리고 바람입니다. 바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람도 자신을 가로막는 존재가 있다면 비껴 지나갑니다. 물론 태풍처럼 무소불위의 강력한 힘을 지니면 자신을 가로막는 세력을 부수고 지나가지만 대부분의 바람은 지형지물을 비켜서 지나갑니다. 그것이 순리이자 생의 기본 자세라고 보는 것이 바로 자연주의자들의 생각이자 순리를 덕목으로 삼는 부류들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물과 바람도 엄청난 세력을 구성하면 거칠게 자연을 휩씁니다. 대표적인 것이 태풍입니다. 태풍은 상식을 벗어난 행위입니다. 그런 상식을 벗어난 작태를 제외하고는 물과 바람은 순리적인 사상의 소유자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모여 형성된 것이 법존중 사상입니다. 법은 강자를 위해 군림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래도 인간을 가장 평등하게 만들 수 있는 방편이 바로 법이라는데는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하는 일입니다. 그래도 법이라는 것이 있어야 힘없는 서민들도 강력한 금력과 관력앞에 존재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법치주의라는 말도 생기고 법대로 하자는 말도 생긴 것 아닙니까. 가장 힘이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 내세우는 힘은 바로 법입니다. 그래서 법은 평등하다고 하지요. 하지만 법은 그다지 평등하지는 않습니다.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적용하는 사람이나 그 법을 악용하는 세력들에게는 그냥 법은 그냥 인간을 부릴 방편이기도 할 것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한국의 관심과 앞날에 대한 길라잡이는 헌법재판소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 여부를 한국 역사상 3번째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2천년들어 벌써 3번째입니다. 그만큼 한국의 정치현실이 상상을 넘어서는 극단의 행위속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헌법재판소는 평소에는 일반인들이 그다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헌법이라는 아주 고차원적인 사안을 다루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나라의 법의 기본인 헌법과 현실적인 법 사이의 갈등과 모순을 다루는 집단이니 공부도 정말 많이 했을 것이고 법률가로 최고의 위치가 바로 헌법재판관 아닙니까. 그러니까 아주 상식적인 법을 다루는 마지막 기관이자 법에 대한 존립여부를 결정한 마지막 보루가 바로 헌법재판소이고 그 구성원이 바로 헌법 재판관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구성요원들도 대통령과 여당 야당의 추천으로 나름 공평하게 구성하려 했던 9인의 집합소입니다. 헌재앞 음식점도 이번에 8년만에 또 다른 대목을 맞았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평소에는 너무도 조용한 그곳이 탄핵 심판이 이뤄지면 몇달 너무도 시끄러운 동네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근 자영업자들은 그래도 자신들의 영업장에 사람이 많이 몰리면 즐겁지만 말입니다.
헌재라고 해서 모든 것을 상식적 그리고 물흐르듯이 하지는 않습니다. 법률가라고 해서 평등하고 공평한 것은 아니라는 말과도 동일합니다. 비슷한 사안을 두고도 법원에서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누구를 재판관으로 맞느냐에 따라 특정 개인의 인생이 판가름 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특정 권력이 특정한 사고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대변할 인물을 헌법 재판관으로 앉히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아왔습니다. 진보 보수 권력을 막론하고 그런 사례는 너무도 많습니다. 그만큼 한국의 사회는 아직 가야할 길이 험하고 다듬어야 할 분야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민주주의에서 앞서 간다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각설하고 오늘 (2024.12.16)부터 헌법재판소에서는 본격적인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심의에 들어갔습니다. 헌법재판관도 사람인데 왜 지금 한국이 처한 현실을 모르겠습니까. 헌법재판관도 인간인데 가정도 있고 자녀도 있고 세상사 논할 친구도 당연히 존재할 것입니다. 나름 이 나라에서 대단히 많은 공부와 경험과 자격속에 위치하면서 세상의 이치를 누구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가운데 한 명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후 탄핵가결이 발생한 뒤 그와 관련한 일련의 사항이 생길 것을 감안해 벌써 나름 자신들 만의 자료수집과 법적 검토를 행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가급적 빨리 결정을 내려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마음이 왜 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헌재의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대통령때보다 더 조속한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헌재 재판관이 세상돌아가는 상황에 무지한 조직이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막강한 힘을 가졌으면서 상식을 무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당선인이 이제 한달 후면 취임하고 남북관계나 한국이 처한 경제적 위험 그리고 국민들 간에 퍼져 있는 갈등과 마찰 그리고 자영업자들의 힘듬 그리고 기업의 위기 또한 갈등의 심연속에서 나라의 앞날을 결정지을 중차대한 결정을 미룰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특히 이번 탄핵은 내란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미 모든 자료는 정해졌습니다. 온 국민앞에 생중계된 국회난입이나 국회청문회에서 당사자들이 행한 말들이 이미 적나라하게 제공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이 이미 헌재 재판관들의 뇌리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을 것입니다. 박근혜 탄핵에서는 파고 들어야 할 사안이 많아 시간이 다소 지연됐지만 이번 사안은 이미 대부분 드러난 상황에 대한 분석과 판단 그리고 헌법에 의거한 결정만 남은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 벼랑끝에 몰려 있습니다. 이런 현실속에 하루속히 탄핵에 대한 결정을 내릴 의무와 책무는 바로 지금 헌법재판소에 놓여 있습니다. 헌재 재판관들의 판단에 한국의 앞날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법 그리고 순리에 따르고 상식에 의거해 법의 정신을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면 되는 것입니다. 오로지 국민들의 앞날을 위해 판단을 내리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아마도 이미 재판관들은 나름 이미 스스로 판결을 내린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그 자신의 판단이 서있고 앞으로 제출될 증거들로 확신을 맞추는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유추해 봅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이 나라 이 시대의 절박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들이 바로 헌재 재판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이 나라 이 민족 이 국민들의 앞날과 미래를 위해 헌법에 정해진 대로 합당하고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판결을 내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024년 12월 1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