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고백 - 남인수
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보면 시들하고
몹쓸것 이 내 심사
믿는다 믿어라 변치말자
누가 먼저 말했든고
아 생각하면 생각사록
죄많은 내 청춘
좋다할 때 뿌리치고
싫다할 때 달겨드는
모를 것 이 내 마음
봉오리 꺾어서 울려놓고
본체 만체 왜 했든고
아 생각하면 생각사록
죄많은 내 청춘
입에 달면 생켜두고
입에 쓰면 뱉어내고
말못할 이 내 소행
몰랐다 이렇듯 내마음이
소리치고 울 줄이야
아 생각하면 생각사록
죄많은 내 청춘
1955년에 나온 남인수의 노래 〈청춘고백〉의 가사다.
작사가는 손석우. 전남 장흥 출생인 손석우는 이 노래 말고도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 〈나 하나의 사랑〉 등을 작사했고 여러 노래를 작곡하기도 했다.
가수 남인수
이것을 변덕이라고 불러야 한다면, 변덕은 인간의 조건이다.
‘이 내 몹쓸 심사’가 아니고, 청춘의 죄는 더욱 아니고,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니까 이 인간은 전체의 일부로 소속해 있기만 해서도 안 되고,
홀로 전부인 자로 독립해 있기만 해서도 안 된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우왕좌왕해야 한다.
위험한 것은 우왕좌왕이 아니라 고착이다.
세계에 고착되어 개인을 잃어버려도 안 되고,
개인에 고착되어 세계를 잃어버려도 안 된다.
‘그립지만 정작 만나면 시들…’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
헤어지면 그리운데 만나보면 시들하다.
화자는 그런 심사를 몹쓸 것이라며 자신을 탓한다.
그러나 이것은 특정 개인의 성향이 아니므로 자학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죄 많은 내 청춘’이라는 고백에 이르면
이 현상(‘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보면 시들하고’)을 젊은이의 열정에 관련된 것으로 읽게 된다.
청춘의 어떤 요소 때문에 그립다가 시들하다가 변덕을 부리게 되는데
그 변덕은 잘못, 심지어 죄라는 생각이 읽힌다.
그러나 이 현상은 어떤 시절의 문제 또한 아니다.
인간은 헤어지면 그리워하고 만나면 시들해하는 존재다.
이것은 특정 성향의 개인이나 특정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 조건과 관련된 선언이다.
물론 개인차는 있다.
어떤 사람은 더 그리워하고, 어떤 사람은 더 시들하다.
그렇지만 그리워하기만 하는 사람도 없고 시들하기만 하는 사람도 없다.
혼자 있을 때 인간은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는 존재다.
혼자 있는 상태는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고 창세기의 신은 생각했다.(창세기 2:18)
그것이 하와를 창조한 까닭이라고 성경은 말한다.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
혼자 있을 때, 사람들과 더불어 있지 않을 때 개인이 느끼는 좋지 않음,
불안정함은 자신이 따돌림과 배제의 대상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에서 비롯한다.
‘헤어지면 그리웁다.’
그리움의 다른 말은 불안이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뜻이다.
불안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다른 사람과 같아지려고 하고 더불어 있으려고 하고
어떤 집단의 일원이 되려고 한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나는 너다’라고 선언한다.
나는 너로 이루어져 있다. 너는 나의 일부다. 동일성은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
소속과 참여에의 의지는 안정감의 획득을 위해 인간이 개발한 일종의 생존 기술이다.
‘사회적’이지만 ‘개별적’인 인간, 변덕은 본성
더불어 함께 있는 사람들(좌)과 혼자 고득하게 있는 사람(우)
문제는 인간이 참여와 동일시의 욕구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사람은 떨어져 있을 때 불안을 느끼고 사람들 속에 섞이려 하지만,
섞여 있을 때 사람들에 대해 시들해지고 사람들로부터 떨어지려고 한다.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혼자가 되려고 한다.
어떤 집단의 일원이 되어 있을 때, 그러니까 집단의 일부로 존재할 때
개인은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고 부자유하다고 느낀다.
‘만나보면 시들하다.’
시들함의 다른 말은 충분하지 않음, 자유롭지 않음이다.
인간이 주체적 존재라는 뜻이다.
충만함을 얻기 위해 우리는 일부가 아니라 전부가 되려고 한다.
홀로 전부인 존재,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유일자,
누구와도 무엇을 공유하지 않는 철저하게 개별적인 존재가 되려고 한다.
인간은 주체를 지향하는 존재이다.
개별적 존재인 인간은‘나는 나다’라고 선언한다.
나는 너와 다르다. 너는 나와 상관없다.
차별화와 개성은 유일한 존재인 개인이 되기 위해 필요하다.
자유와 충만함을 얻기 위해 인간은 자주 소속이 주는 안정감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세계로부터 달아난다.
그리고 다시, 헤어짐은 그리움을 낳는다.
개별적 존재에게 충만함을 주었던 떨어짐은 불안을 불러오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을 요구하고,
그래서 타인을, 세계를 그리워하고, 소속과 집단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다시, 만남은 시들함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존재에게 안정감을 주었던 만남은 부자유와 불만을 만들고,
부자유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자유와 충만을 요구하고,
그래서 홀로 전부인 주체의 상태를 바라고, 고독과 자유를 향해 나아간다.
이런 순환이 계속된다.
‘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보면 시들하다.’
이것을 변덕이라고 불러야 한다면, 변덕은 인간의 조건이다.
‘이 내 몹쓸 심사’가 아니고, 청춘의 죄는 더욱 아니고,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니까 이 인간은 전체의 일부로 소속해 있기만 해서도 안 되고,
홀로 전부인 자로 독립해 있기만 해서도 안 된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우왕좌왕해야 한다.
위험한 것은 우왕좌왕이 아니라 고착이다.
세계에 고착되어 개인을 잃어버려도 안 되고,
개인에 고착되어 세계를 잃어버려도 안 된다.
첫댓글 청술님~
예전에 기타로 참 많이도 친 곡이네요
미성의 남인수님의 청춘고백 잘 듣고 갑니다
행복한 4월 되세요
감사합니다
기타를 독습하셨군요
저도 기타 독습서로 공부했습니다
한복남 기타 독습서
감사합니다
청솔 님
진짜 우리 음 방 아니면 들을수 없는 옛날 노래를
올리셨네요.
추억의 노래 잘
듣고 갑니다.
긴 해설까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글이 좋길래 옮겨 왔습니다
가삿말처럼 모를게 사람맘인것 같습니다
귀한 노래
청춘고백 잘 들었습니다
네 사람 마음이란게 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