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오후 되세요....*****************************대구골 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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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첫날 밤. 지리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 밤은 매우 짧은 듯 했다.
변변한 술한잔 없음에도 불구하고 차(茶)의 향을 음미하며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사람들에게 겨울철 긴밤도 결코 길게 느껴지지 못하는 듯 했고, 사람의 정에 취해 한잔 술에 취해 웃음 꽃 피우며 지새는 밤은 무던히도 아름다웠다.
휘엉청 밝은 달빛아래에서 한데 어우러져 오고가는 이야기 속에 깊은 밤 침묵에 쌓여 있는 지리산 자락은 지리산을 이야기 하는 그들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새벽바다의 고요함 속에 때로는 속삭이며, 때로는 호탕하게 웃어 제끼는 지리산 사람들의 맘은 풍요함 속에 무르익어 갔고, 밤새 나눈 이야기들을 새벽녁 스산한 바람결에 머얼리 실어 보내며 싸아한 아침공기 속으로 하나둘 사라지는 가운데 햇빛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여명을 비추고 있었다.
이른 아침 잠시동안 정적에 쌓여 있던 세상은 다시금 부산한 발걸음들에 의해 소란스러움을 보이며 또다른 하루를 열기 시작했다.
카페 '지리산'. 산만큼이나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전날부터 겨울캠프와 관련해 선들이 여기저기서 가동되고 있었다.
이끼님은 방장산을 거쳐 서울 출발 접선을 문의해 왔고, 원주 자리님은 '차로 혼자 출발하므로 빈자리가 있음'을 알려 왔으며, 대화방에서 만난 '산공기' 님은 '오늘 가입했는데 내일 쌍계사로 갈 수 있냐'며 교통편을 문의해 오고 있었다.
우선 뚜벅뚜벅님과의 접선 시간을 정한 후 이끼님께 접선시간 및 장소를 알리고, 산공기님을 원주 자리님과 연결될 수 있도록 조처하고, 동그라미님께 자리님과 접선해 이동하라는 선을 날리고, 다람쥐 형님과의 군산 접선을 확정하고 등등 분주함 속에 겨울캠프는 전날부터 시작된 것처럼 보였다.
서울 고속 터미널.
10시. 약속시간에 맞춰 이끼님으로 부터 '접선을 요망한다'는 선이 들어온다.
이끼님은 처음 뵙는 분이었지만 등산복장은 서로를 알아보는 데 여려움 없는 요소였다.
지리산 종주중 만난 새놀님에 의해 카페 지리산에 포섭되셨으며, 영화쪽일을 하는 분이라는 사실이 빨치산의 조사결과(?) 밝혀졌다.ㅋㅋㅋ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큐멘터리 감독^^. 군산으로 내려가는 동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서울여성영화제 스탭이시라며 여성영화제 꼭 보러 오란다^^ 내년에는 여성영화제도 보러 가게 도리 것 같다.^^ 여자가 오라는 데는 웬만함 다 가는 빨치산 이 아니던가...ㅎㅎㅎ
이끼님과 접선 후 조금 있으니 뚜벅뚜벅(벅벅이)님도 터미널에 도착했다며 선을 날려온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번개 때 카페 지리산 공식무대에 첨 데뷔한 벅벅이는 조금 여유있는 표정이다.
지리산다람쥐 형님께 출발한다는 상황보고를 날린 후 고속버스에 올랐다.
서울이 점차 멀어지니 왠지모를 해방감이 스며든다. 여행이란 이런 맛이던가...
처음 타보는 서해안 고속도로. 가을 걷이가 끝난 들판은 아스라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웅장한 서해대교에서 바라보는 서해안의 모습은 감미로왔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농촌의 풍경은 한적하게 보였다.
서울에서 출발한지 3시간만에 도착한 군산. 잠시 숨을 돌리고 있으니 다람쥐 형님이 나타나신다. 차에 오름과 동시에 지리산으로 출발이다. 가는 도중 '백숙해 주신다'며 다람쥐 형님은 닭을 두마리 사시고... 다람쥐 형님 넘 좋은 분이다^^
지리산 가는 길을 꿰뚫고 계신 다람쥐 형님의 능숙한 운전솜씨는 감시카메라를 여유있게 피해가며 도로를 내달렸고, 지리산 자락이 보이기 시작하자 저기는 만복대 이쪽은 여원치 등 자세한 설명도 잊지 않으신다.
군생활시절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58분만에 주파했다는 경이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는 늠름했던 청년 다람쥐 형님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고, 쌍계사 벚꽃길을 손잡고 걸었던 여인에 대한 이야기는 로맨티스트 다람쥐 형님을 드러내주고 있었다. 그여인, 비록 군에 있던 다람쥐 형님을 기다리지 못하고 고무신 꺼꾸로 신었다지만...^^
20대 초반의 청춘을 지리산 골짝골짝에 묻었기 때문인 듯, 다람쥐 형님의 애정이 담뿍 담긴 지리산 이야기는 지루함이 없었다.
땅거미가 내려깔리며 주변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도착한 백운장에는 이미 여러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다.
원주 자리님이 동그라미, 찬공기, 찬공기친구님과 함께 도착하시고 부산의 룰루랄라 누님과 황대득, 바다, 비목 등이 들어오고, 못 올 것 같다며 전화로 바람 잡던 진주의 퇴폐바람이 홀연히 나타난다^^ 아마도 큰아님의 허락(!)은 받지 못한 듯(?) 자신이 왔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한단다^^* ㅎㅎㅎ
밥을 하기 위해 쌀을 씻고, 백숙을 하기 위해 닭을 솥에 넣고, 책상을 한줄로 길게 붙여 놓으며 자리를 잡아 가면서 조금씩 분주해지는 모습속에 시나브로 백운장에 모이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방 한쪽에서는 따르라님이 솔아님과 함께 단 둘이 앉아 한동안 밀담을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고, 따르라님이 나가자 룰루랄라님, 솔아, 바다, 비목이 둘러 앉아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여자들에 둘러쌓여 혼자 앉아 있는 비목의 표정은 매우 기분 좋은 듯 했으나, 앞으로 그를 의문事위로 소환해 조사해야될 빨치산의 마음은 미어지는듯 했다. (내 비목에게 그토록 조심하라고 일렀건만...ㅋㅋㅋ)
다람쥐 형님이 하동으로 방장산을 데리러 나가시고...
백숙과 밥이 다 된 것 같아 우선 하나를 꺼내 놓으니 여기저기서 숟가락과 젓가락이 달려들고, 닭은 이내 뼈만 앙상한 모습이다.
한쪽에서 계속 밥을 해대고, 한쪽에선 계속 먹고, 한쪽에서 계속 도착해 들어오고 백운장이 붐비기 시작한다.
다람쥐 형님이 방장산을 데리고 오고, 여수에서 온 데저트클럽과 친구가 먼저 인사를 청해온다. 비홍, 부쉬맨님을 비롯 늘보, 그린데이, 그린데이친구 등 수방사 팀들이 모두 도착하고, 제주의 못난이님과 광주의 버들님과도 인사를 나누고 ,송골매님과 친구들이 들어와 다 왔구나 했는데, 데자부님이 막차를 타고 들어오신다. 밤이 깊어질 무렵 캔맥주 한상자를 지고 들어오는 장이의 모습은 또다른 반가움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서먹서먹함이 고기를 굽고, 차를 끓이고, 부침게(찌짐)을 부치며 점차 허물어 진듯 길게 붙여진 책상에서 빽빽하게 앉은 사람들 사이로 정다운 대화들이 오고가기 시작했다.
차 한잔을 놓고도 충분히 정겹게 보낼 수 있음을 나타내 주는 듯 했고, 앉을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사람들은 가득 차 있었다.
서있는 사람들고 많고... 그래서 나중에는 여관 바깥쪽 주차장 쪽에서 퇴폐바람의 주도하에 한 상이 펼쳐지기도 했다.
광야를꿈꾸며님은 미리 재어 온 고기를 연신 구웠고, 룰루랄라님은 계속 찌짐을 부쳐댔으며, 모든 버너들이 총동원되어 밥과 찌게와 따뜻한 차 등을 끊임없이 공급하고 있었다.
아더누님이 없는 관계로 회계로 지명된 동그라미님이 회비를 걷으며, 인원수를 파악해 보니 이날 온 사람은 모두 40여명에 가까왔다.
조금씩 분위기가 무르 익어가며 한두병씩 준비해둔 술이 등장했다. 술을 본래 제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나, 적은 술은 윤활유 구실을 하기에 융통성을 발휘했던 것이다. 다람쥐 형님이 몰래 감추어 두었던 북한에서 가져온 백두산 술과 소주를 내놓으며 한잔 술에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당귀차가 계속 끓고 있었고, 유자차와 커피 또한 넉넉히 준비되어 있어 쌀쌀한 겨울 밤 긴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입술에 온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즈음 일찍 술탄에 맞아 깊은 내상을 입고 방에서 곤히 전사해있던 주목(酒目. 술두목^^) 가제트박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술이 덜깬 가제트박님은 '술을 안먹는다고 하더니 여기있는 것은 웬 술이냐'며 보이는 술을 벌컥 벌컥 들이키며, 평화스럽던 무림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었다. 자칫하면 '가제트박의 난'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만약 전투가 벌어진다면 밤을 새도 모자랄 만큼 치열해 질것이 뻔했고,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다람쥐 형님 표현대로 만일 이 순간 각 지구별로 선전포고를 감행하며 전투상황으로 돌입했다면 최소한 5명 이상의 전사자와 수십명이 사상자가 나올 수 있는 그런 순간이었다.
각지구 장수들의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들 머릿속에는 다양한 생각들이 떠오르는 듯 했다. 모두가 일제히 가제트박님께 잔을 겨눠 단번에 전사를 시키는 방법으로 '가제트박의 난'을 미연에 방지할 것이냐, 아님 본격적으로 무기(술)를 반입 각 지구별 본격적인 전투체제로 돌입할 것이냐... 지리무림의 평화시대가 위기를 맞는 기로의 순간이었다. 참으로 긴장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이때,
홀연히 등장해 이 위기를 구해낸 인물이 있었으니......
"워쓰 후황훼이홍!!!^^"(나는 황비홍이다!!!)
그는 바로 (황)비홍님!! 가제트박님께 잔소리를 할 수 있는 몇안되는 후배중 한분인 비홍님은 마치 이런 순간을 예견하고 겨울캠프에 온 듯 했다. 연달아 받은 술잔에 내상을 입은 듯한 몸에도 불구하고, 대번 가제트박님을 향해 강력한(?) 태클을 걸며 일갈법으로 한마디 던지는 순간, 가제트박님은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내상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술을 들이키던 가제트박님은 잇단 태클에 전의를 잃는 모습이었고, 한동안 고심하는 표정속에 비틀거리더니 내상이 더욱 심해지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하늘은 가제트박을 버리셨단 말인가~~ '가제트박의 난'이 성공할 수 없음을 깨달은 듯 장탄식하는 표정을 지은 가제트박님은 다람쥐 형님께 마지막 한잔을 받고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서 전사하고야 마는 것이었다. 그순간 긴장은 순식간에 풀어지기 시작했다.
단 몇마디의 말로 담판지으며 평화를 유지시킨 비홍님의 내공은 실로 경탄할 만한 것이었다. 그는 마치 거란의 적장 소손녕과 담판을 지어 강동 6주를 되찾은 서희와도 같은 모습.
가제트박님이 전사하러 들어간 순간 긴장감은 눈 녹듯 사라졌고, 오랜 정모 끝에 처음으로 지리평화가 만개하는 순간이 펼쳐졌다. 문득, 그간 수없이이 벌어졌던 치열한 전투속에 여기저기서 서로를 향해 겨누던 술잔을 맞고 이름없이 쓰러져간 전사들이 모습이 스쳐갔다. 몇달전 악양대전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뒹굴던 따르라님의 모습,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종종 빠지기도 했던 광야를꿈꾸며님의 모습 등등.
역사가 발전하듯 카페 지리산도 발전하는 것일까... 서로에게 겨누던 잔이 사라진 겨울 무림대회전은 또다른 정모의 전형을 만들고 있었다.
평화의 분위기가 고조되며 다람쥐 형님의 제안에 따라 돌아가면서 각자의 닉네임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장이님이 가져온 한박스의 캔맥주는 분위기를 돋우듯 여기저기서 금새 동나며 술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주었고, 분위기는 더욱 즐겁고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를 축하하듯 퇴폐창법의 퇴폐바람 리사이틀이 이어지며 음주에 가무가 곁들여지니, 자정을 넘은 시간, 보름을 넘긴 달빛과 어우러진 백운장 주변에는 노래소리, 웃음소리, 박수소리가 가득하며 깊은 밤의 정적을 깨고 있었다.
적당한 술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 탓인지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서울을 치러 올라왔다가 대패하고 내려간 우리누리와 방장산의 변명이 이어지는가 하면 카페 지리산의 역사가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 현대시대까지 펼쳐졌고, 방장산은 많은 사람이 모야 있음을 의식하고 있음인지 은연중 자신이 왕자임을 강조하는 듯 했다. 황대득님은 부산에 와서 빨치산이 아침을 안먹고 그냥 간 게 서운했던 듯 아쉬웠음을 나타냈고, 빨치산은 그속에서 대득님의 따뜻한 맘을 느끼며 미안해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피곤한 이들은 하나둘씩 들어가서 잠을 이루고, 남은 사람들은 계속 먹어대며 웃음 소리를 그치지 않았다. 웃음 소리가 멀리 퍼져갈 수록 지리산의 밤은 더욱 깊어가고 있었다.
가장 큰어른이신 지리산다람쥐 형님 또한 조금 취기가 도신 듯 때론 진지하게 때론 호탕하게 분위기를 이끄시는 모습이었다. 이날은 특히나 데저트클럽을 이뻐하시는 듯 했다. 물론 바다와 데자부도 이뻐하셨지만...^^
카페 지리산의 모든 여인들을 이뻐하시는 다람쥐 형님에게 특별한 총애를 받는 다는 것은 성은(聖恩)을 입은 것과 마찬가지인데... 데저트클럽에게는 이만 저만한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데저트클럽은 이를 아는듯(?) 다람쥐 형님의 하해(河海)와 같은 성은(聖恩)에 망극(罔極)해 하는 듯 했다. ^^*ㅎㅎㅎ
총정모나 큰 모임에는 항상 빠짐이 없으신 다람쥐 형님은 이날도 지리산의 큰형님답게 든든함 속에 모두를 보듬어 주고 계셨다. 처음 온 사람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시기도 하고 젊은 분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시기도 하는 등등, 계심으로 인해서 여러사람들에게 든든함을 주는 멋진 어른이셨다.
한편에서는 우리누리의 선동에 의해 방장산의 왕자병에 대한 공격이 펼쳐지고 있었다. ㅋㅋㅋ
그 증상을 아는 사람들이 그간의 경험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했고, 방장의 왕자 전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ㅎㅎㅎ. 특히 데자부는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 증세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증언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방장또한 물러서지 않았다. "사람좋고 인물좋은 방장산" "산중의 지리산 사람중의 방장산" 등등 그 스스로에 대한 예찬은 끊임이 없었다.
참고적으로, 이날 이날 공개된 방장산의 대표적 왕자 전술 가운데 하나는 일명 '하모니카 전술'. 이는 방장산이 여인들과의 산행에서 제일 자주 활용하는 수법으로 알고도 당하는 여인들이 많다는 점에서 사례로 등장했다. "여자들과 산행중 방장산은 항상 먼저 혼자서 치고 올라간다. 숨을 헉헉거리며 정상에 올랐을 즈음 여인들이 보게 되는 장면은 높은 바위위에 걸터 앉아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방장산의 모습. 이런 상황에서 여인들은 십중팔구 뻑간 표정으로 '왕자 맞아!' 방장산을 왕자로 인정하게 된다."는 것.
방장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자신은 왕자이기 때문에...
더욱 깊어져 가는 방장산의 증세를 보며 한탄의 한숨이 이어졌다. "정녕 약이 없단 말인가..." ㅎㅎㅎ
야심한 밤이 깊어지며 곳곳에서 의문의 행적이 꼬리를 물었다.
의문사위의 조사에 따라 연하천커넥션이 밝혀진 따르라님과 못난이님은 더이상 꺼리낄 게 없다는 듯 간간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등장했고, 비목과 바다, 바다와 우리누리의 관계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었으며, 다람쥐님의 총애를 받은 데저트님은 비목과 아침에 오신 로미님 사이를 수시로 오가며 의문사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백수님과 채은주님은 오랜시간 단둘이 청학동을 다녀왔고, 채은주님은 이런 와중에도 케이크를 준비해 이날 생일을 맞으신 백수님의 생일 파티가 즉석에서 펼쳐지기도 했다. 백수님과 다롱이의 관계도 단순해 보이지 않았다. 곰돌이님은 달님과 정다운 통화를 장시간 하며 행복해했고, 부쉬맨님과 늘보님의 사이도 수상해 보였고, 데자부는 송골매와 그 친구들에게 관심있는 표정인 듯 그 주변을 얼쩡거리는 모습이었으며, 퇴폐바람은 26살 동갑임을 믿지 않는 찬공기님과 찬공기친구에게 주민등록증까지 꺼내 보여주는 등 동갑임을 있는 힘껏 강조하며 여인들의 경계심을 허물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찬공기님과 찬공기님 친구는 신분증까지 봤음에도 불구하고 퇴폐바람이 동갑이라는데 의구심을 갖는 듯 했다. ㅋㅋㅋ^^
의문事를 캐내려는 예리한 눈초리가 여기저기서 번뜩임에도 불구하고, 데자부는 거칠 것이 업는 듯 했다. "할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도리어 큰소리 치며 무적이로 부터 입수한 듯한 빨치산 영국 여친의 이메일 주소를 은근슬쩍 두글자 정도 비추며 빨치산을 압박해 오고 있었다. 당황한 빨치산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음, 교활한 데자부...^^)
큰아님께 꽉 잡혀 있는 듯한 퇴폐바람은 "자신이 술마셨다는 사실과 재밌게 노래부르며 놀았다는 사실이 큰아님께 알려지면 절대 안된다"며, 연신 입조심을 당부하는 표정이었다. ㅋㅋㅋ 그러나 퇴폐바람은 겨울캠프에 오는 것을 큰아님께 간신히 허락받은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 "의문事위의 조사 때문에 모든 사진이 공개돼 간간이 한통씩 오던 여자들의 메일이 더이상 안온다"며 의문사위에 강력히(?)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름을 지고 불섶에 뛰어드는 듯한 행동'을 서슴없이 자행했다. ㅋㅋㅋ (예측컨대, 큰아님이 이 글을 보는 즉시 퇴폐바람에게 소환령이 내려질 것으로 보여지며, 따라서 당분간 퇴바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큰아님이 메일 주고 받던 여자들이 누군지에 대해 물을 것이 뻔하며, 모든 사실을 자백한 퇴폐바람은 큰아님께 주글 것이기 때문에...ㅋㅋㅋㅋ^^)
새벽 2시가 넘고 3시가 넘어도 자리를 뜰 마음들은 없는 듯 했다. 방에서 자던 사람들이 다시 나오는 모습이었고, 밤이 깊을수록 이야기도 깊어가고 있었다. 4시가 넘어 남아있던 사람들 여럿이 새벽예불을 드리기 위해 쌍계사로 향하며, 조금씩 정리되는 모습이더니 5시가 가까워 오면서 파장 분위기로 접어들고 있었다.
하나둘 방안으로 사라진 들어간 백운장에는 찬바람만이 휘돌았고, 밤새 피었던 이야기꽃이 사그라들며 밝게 빛나던 달빛도 서서히 바래지고 있었다. 화개천은 조용히 흐르고 있었고, 쌍계사의 목탁소리는 새벽을 깨우고 있었으며, 멀리서 희미하게 동터오는 여명속에 지리산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른 아침, 백운장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다람쥐 형님과 방장산은 일찌감지 재첩국을 가지러 하동으로 나가고, 밤새 맛있는 부침게(찌짐)를 해 주신 룰루랄라 누님은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계셨다. 하나둘씩 기지개를 펴며 방문을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가제트박님 또한 푹 주무셔서인지 개운해 하시는 표정이다. 한쪽에선 밤근무를 마치고 아침공기를 가르며 쌍계사로 달려온 로미님이 느긋하게 자리에 앉아 지리님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고 계셨다. 지리산 전사들을 생각하며 삼정톤을 잔뜩 사들고 오신 로미님의 모습에 지리산의 넉넉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데자부님은 집에 빨리 들어가야 하는 듯 오전 8시 30분쯤 제일 먼저 나가시고, 9시쯤 되서 이른 아침 진주를 출발한 초짜와 깜장콩이 얼굴을 비추며 반가움을 더한다. 하동에서 다람쥐 형님의 차를 타고 들어오는 중이란다. 방장산이 재첩국을 들고 들어오고, 밥을 상별로 나눠서 놓고, 부식을 꺼내고 하며 아침식사 시작이다. 얼큰하고 시원한 재첩국에 다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며 밥을 먹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행복감이 가득한 듯 했다.
그렇게 밥을 먹고 있는 한편으로 열심히 설겆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 우리누리, 솔아, 방장산 등등.
저녁부터 설겆이를 하던 사람들은 아침에도 여지없이 그자리에 있었고, 그들의 모습은 그래서인지 더욱 아름다왔다.
지리산의 아름다움은 그런 사람들 때문인지도 몰랐다. 묵묵히 그자리에서 자신의 일로 여기고 소리없이 감당하는 사람들.
그 모습이 바로 지리산이었고, 지리산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10시가 넘어서야 불일폭포로의 향할 수 있었다. 30명이 넘어야 입장료를 할인 받을 수 있었는데, 다행이 갖은 방법을 동원 30명은 넘길 수 있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30여명이 긴 줄을 형성하며 산을 오르고...... 수량이 현격히 줄어든 불일폭포는 그런대로 정취가 있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고 있었다. 단체 사진을 찍고, 준비해간 캔맥주를 한잔씩 하고, 웃고 떠들고 하며 땀을 식힌 뒤 다시 하산이다.
거의 다 내려오니 먼저 내려온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몇군데의 평상에서 막걸리들이 한순배씩 돌고 있었고, 불콰해진 얼굴들이 기분 좋아 보였다.
백운장에 도착하니 못난이님과 버들님이 먼저 사라진 뒤였고, 뚜벅뚜벅이와 이끼님도 빨리 가야 한단다. 초짜와 깜장콩도 진주로 가야 한다며 작별 인사를 한다. 바쁜 사람들은 하나둘씩 먼저 떠나고...
점심으로 시켜두었던 백숙이 나오며, 상 주변으로 다시 모두가 모이기 시작한다. 백숙에 닭죽에 진수성찬이건만 그린데이님과 늘보님 등은 남은 라면을 끓여 드신다. 속이 안좋아 어침을 못드신 가제트박님은 닭죽으로 속을 푸시는 듯 하다. 아침에 남은 재첩국도 온기가 남아있는게 시원한 맛 그대로였다.
점심 식사 후 본격적인 파장의 분위기다. 떠나야 할 시간인 듯 모두들 갈 채비를 갖춘다. 따르라님은 버스타고 간다며 먼저 내려 가신다. 장이님의 차를 타고 찬공기님, 찬공기님 친구, 우리누리가 하동으로 떠나고, 남부군 부산지구 전사들도 대득님의 차에 오르며 작별의 인사를 한다. 로미님은 데저트클럽과 데저트클럽 친구, 방장산을 태우고 여수로 향하시고, 자리님은 순천으로 가신단다. 백수님 차에도 여럿이 짐을 올리고, 다람쥐 형님 또한 차에 빨치산과 그린데이님, 그린데이 친구님을 태우고는 쌍계사를 떠나고 있었다.
화개동천따라 내려오는길. 곳곳에 지리산이 정겨움이 가득했으며,
섬진강따라 내려오는길. 지리산의 정취는 아쉬움 속에 길게 내려 깔리고 있었다.
지리산이 멀어지는 게 아쉬웠고, 아스라해지는 산줄기는 눈에 서린듯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했으며, 지리산 골짝골짝에 대한 그리운 마음들이 커지면서, 겨울캠프는 그렇게 마무리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