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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유랑 바르셀리스트
유랑에서 내 아이디를 검색해보면 아시겠지만
2014년 대한민국이 구정 연휴를 맞이하고 있을 때에 나는 내 인생 최악의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것도 머나먼 타향, 바르셀로나에서.
내인생 최악의 날의 시작은 이러했다.
유학생인 나, 그날도 조별 모임이 있었는데 도대체가 이놈의 조는 몇번을 모여도 과제 진척이 없는 것이였다.
답답한 마음에 몇마디하면, 뭐가 맘에 안드는 지, 내가 언어가 안되는지 무시당하기 일쑤,
열이 제대로 받은 나는 전날 새벽까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조별모임에서 뭔가 보여주리라 다짐한 것이였다.
다음 날 아침,
평소에 쓰던 알 큰 바보 안경을 벗고, 태어나서 열번 남짓 껴본 렌즈를 낀 채
가방에는 내 보물 1호 맥북과 세일기간에 샀지만 그새 또 가격이 내려서 바꿀 바지, 안경과 썬글라스까지
바리바리 싸든 무거운 가방을 매고 학교로 출발했다.
모임도 끝나고, 수업도 끝나고, 학교 한국인 동생과의 약속되어 있던 저녁자리.
장소는 바르셀로나에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리게 되는.
까딸루냐 광장 람블라스 거리
100 Montaditos.
큰 맥주 한잔에 1.5유로, 착한 샌드위치 가격 때문에 수많은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찾는 가게이고
바셀 내에도 여러군데 체인이 있다.
그날도 어김없이 사람이 많았고, 나와 동생은 복도 쪽으로 나있는 작은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무거운 가방을 매고 있을수도 없고, 그렇다고 식탁이 좁아 무릎에도 둘 수 없어서
결국 가방을 다리에 기대어두고 메뉴를 골랐다.
늘 먹던걸로 결정을 하고 동생은 주문을 하러갔는데
뭔가 허전한 기분이 나를 스친다.
그리고 나는 가방이 있어야 할곳을 바라본다.
하지만 내 가방은 없었다.
항상 들고다니던, '자체로 소중한' 가방, 그 안에 여권, 체크카드, 안경, 썬글라스, 책, 공책, 옷 그리고 맥북까지.
아무생각도 들지 않은채 본능적으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가게를 나와 왼쪽, 오른쪽 갈림길에서 그 찰나의 순간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그 주변을 뛰어다녔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가게에 들어와 다시 가게를 살피고 정말 내 가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야
"이건 아니야..."
'현실이 아닐거야...'
하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바르셀로나는, 그 큰 가게에도 카메라 하나 없다. 마치 사회가 소매치기를 장려하고 있는 듯 하다.
꽃보다 할배가 방송되면 바르셀로나에 많이들 올텐데 오실분들에게 충고를 하나 드리자면
도둑 맞은후에 경찰서를 찾아가서 무언가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좋다.
현장에 카메라가 있더라도 자신의 카메라가 아니라며 확인을 안해주는 곳이 바르셀로나 경찰이고 (공항에서 겪은 일),
범인을 잡아서 끌고왔더라고 옆에서 본 증인을 데리고 오지 않는다면 처벌하지 않는 것이 바르셀로나 경찰의 입장이다. (그 짧은 시간에 증인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내가 직접 당하고, 물어보고, 경찰이 대답한 말이니 믿어도 좋다.)
그저 그들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일은 우선 1. 기다리게 하고, 2. 보험처리에 필요한 신고접수서를 끊어주는 일, 그것이 전부다.
그래서 내가 경찰서에 가지 않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나의 i Phone 찾기" 어플을 설치한 일이다.
바르셀로나에 처음 온 날 공항에서 아이패드를 도둑맞은 경험으로
경찰의 태도와 그 어플의 존재를 얼핏 알고있던 터였다.
마침 함께 있던 동생이 아이패드를 가지고 있었고 우리는 당장 동생의 집으로 가 앱을 설치하고
내 맥북을 잠궜다. 그러고 나서 떨리는 손으로 "맥북 분실"에 대한 검색을 해보니
보안 어플리케이션은 운영체제를 포맷하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사실과 함께
혹여 그러지 않더라도
맥북을 잠궈버리면 인터넷 연결이 안되고, 인터넷 연결이 안되면 위치 추적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맥북을 잠그던, 위치 추적을 하던 둘중에 선택을 하라는 것이 아닌가..?
맥북은 벌써 잠궈버렸는데 이걸 이제 알아버리면 어째..
그래서 난 나의 스페인 전화번호와 메일, 그리고 돌려주면 돈을 주겠다는 메세지를 남기면서
내 맥북에 접속할 수 있는 비밀번호도 함께 남겼다.
제발... 도둑놈이 아무것도 모르고, 반신반의 하며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좋다고 인터넷에 접속해서,
나에게 위치만 알려주길... 그 작은 확률에 희망을 걸며...
그리고 나서 새벽 두시에 경찰서에 가서 사무적이고 의무적인 신고접수를 하고
뜬눈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신고접수를 기다리는 대기실에서.. 그때 나는
한국인들을 위해서라도 소매치기 잡는 경보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찰 신고접수. 카탈란어로 되어 있다.
집에 돌아와 이제 설날아침인 한국의 가족들에게 힘들게 사실을 말하고,
축하할 수 없는 새해인사를 보내고
그 후로 몇일을 학교도 가지 않은 채,
"그 자리를 앉지 말걸, 자리가 없으면 다른곳을 갈껄"
하는 나에 대한 원망,
내가 모든걸 잃어버렸음에도 관심 하나 없는 바르셀로나 경찰에 대한 미움,
그리고 바르셀로나라는 도시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휘감았다.
내게 유일하게 남은 핸드폰을 붙잡고
www.segundamano.es (스페인의 중고나라)에서 내 맥북과 비슷한 상품이라도 올라오길 바라며 지낸지 6일째,
어김없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2월 5일 저녁 8시 45분경 (스페인 현지 시각)
한통의 메일 알림을 받는다.
다음화에서 계속...
당했다...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한번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통화까지 하고도 몰랐다니..
제일 슬픈 사실은, 털끝이라도 보이면 찾아서 죽여버려야지 다짐해놓고
바보같이 두번씩이나 탈탈 털려버린 자신에 대한 용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슬퍼할 시간도 없었다. 난 두시간 뒤에 새벽 1시 버스를 타고 바로 마드리드로 내려가야 했기에..
주섬주섬 짐을챙기고 경찰서에 들렸다 갈 심산으로 한 시간 정도 일찍 집을 나섰다.
(내가 이용한 교통수단은 ALSA버스. 시간이 급해서 기차를 예매하지는 못했다.
경유지와 시간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보통 60유로 내로
Madrid – Barcelona 왕복 표 구매가 가능하다.)
가는 길에 있는 경찰서.. 스페인에 온 지 한달 반 동안 한국에서 평생 살면서 간 것 보다 많이 경찰서에 들락날락한다.
그만큼 이제 스페인 경찰은 뻔하고 별 기대도 없다. 데스크로 향한다.
가방을 도난당한 날 접수한 신고서류와 내 맥북이 힘들게 보내준 위치 스크린샷을 들고..
“내 도난된 맥북 어디있는지 알았어”
“응”
“응 이건 그때 접수한 서류고, 근데 툴루즈에 있어”
서류는 보지도 않는다.
“아 그럼 안되겠는데?” 과연그걸.. 데스크에서 접수 받는 경찰이 결정할 일이던가..
“뭐가 안되는 건데? 위치알림 오면 연락 달라며”
“응 근데 그건 스페인에 있을 때고,프랑스라며, 그럼 그건 내 일이 아니야(No cosa mia)”
동정과 연민도 없는 단호함에 기가 찬다.
“프랑스 경찰에 연락하지는 않니? 내가 하는 것보단 너네가 하는게 더 잘 먹힐 것 같은데”
“하기는 하지, 근데 그건이런 일 말고 더 중요한 일들”
화가 치민다. 하지만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 아니던가.
“전화기록도 있고, 위치도있고, 나한테 온 메일도 있는데 너네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응”
“ㅋㅋㅋ알겠어 ㅋㅋㅋ그런거지? ㅋㅋㅋㅋㅋ안녕”
그냥 웃으면서 뒤돌아 경찰서를 나왔다. 난 한국인이니까
우습거나 불쌍하게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개새끼들
도난당한 날 신고접수 할 때도 경찰이 그랬다.
“관광객이니?”
“아니 교환학생 왔어요”
“뭐 공부하는데?”
“인문학, 살기 좋은 세상 만들려고요”
“좋으네.. 근데 한국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여기 사회는 이미 최악이야(fatal)”
바르셀로나는.. 그런곳이다.
한 시간 일찍 나온 것이 무색하게 경찰서에서의 상황은 5분만에 종료가 되고,
열두시의 시외버스터미널, 무겁고 어두운 공기가 터미널에 깔려있는 듯 하다.
몇 명 안되는 사람들이 잠재적인 용의자처럼 보인다.
작은 가방 하나를 껴안고 난 불안해하며 버스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걱정은 정거장에서 끝나지 않았다.
버스 안에서도 내가 잠들면 누가 주머니에 손을 넣어 가져갈까봐 쉽게 잠들지도 못한다.
그 와중에 옆에 앉은 승객은 날 놀리는 듯 맥북을 하고 있었다.
레이다, 사라고사를 경유하는 여덟 시간이 넘는 ALSA버스운행 중
난 새벽 여섯시가 넘어서야 살짝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마드리드, 아침 아홉시 반.
핸드폰이 꺼지기 전에 적어둔 거리명으로 겨우겨우 대사관을 찾았다.
여기가 대한민국 대사관이라며 소리없이 아우성치는 태극기를 봤을 때의 벅찬 기분은
감정표현이 둔한 내게도 아직 생생한 따뜻함이였다.
사진 찍지 말라는 말 잘 들어서 내부는 사진 안 찍었고,
여러 분실, 재발급 서류를 작성하고, (5유로 내고 지하철에서 찍은) 증명사진도 함께 제출하고,
(대사관내에도 같은 기계가 있으니 굳이 사진은 준비 안해도 된다)
돈도 50유로 가까이 냈다(난 단수 여권이 아닌새로운 복수여권을 발급 받아야 했기 때문에)
2-3주쯤 소요 될거고 착불택배로 발송해 주신다는 대사관 누님.
(택배비는 바르셀로나까지 보통 10-20유로 사이) 여권 일만 해도 벌써 200유로 가까이 쓴다.
노트북 얘기를 해드렸더니 같이 안타까워 해주신다.
대사관이 따로 수사를 할 권력은 없지만 일 진행 중에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
고 하시는 그 위로의 말이 내게는 필요했던가 보다.
학교 후배네 집에서 하룻밤만 신세를 지기로 하고
그렇게 짐을 풀고 프랑스 친구에게 부탁 한가지를 했다.
난 프랑스어를 못하니까 프랑스 어딘가에 전화를 할 수는 없고
너가 전화가 온 번호로 전화 좀 해줘서.
“거기가 어딘지, 나한테 전화건 사람이 누군지”만 확인해 달라고..
흔쾌히 그러겠다는 고마운 친구의 쪽지가 다시 온 것은 십여 분쯤 뒤,
친구가 말해준 정보,
전화받은 사람이 그러길,
자신은 그저 shopper고 가게에 온 손님이 맥북을 켰는데 소리가 막 났고,
잠시 전화 좀 빌리자길래 빌려줬다고, 그 손님은 한 두번 본 사람이라고 했단다.
그리고 만약 다시 본다면 연락 주겠다고..
아.. 완벽히 당했구나... 메일도 전화도 다 자기것이 아니였구나..
혹시 그 가게에 CCTV있으면 비디오 지우지 말라고 해줘...
그리고 다음날 저녁, 새벽 버스로 바르셀로나로 돌아온다.
숙소값을 아끼기 위해 오며가며 두 밤을 버스에서 보내는 1박 4일의 무리한 코스를 택했다.
피곤할만도 했지만 바르셀로나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잠이 오지 않아.
이제 낮인 한국의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경보기에 대한 생각도 보다 구체화 했다.
그렇게 돌아온 바르셀로나에서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페인 중고시장뿐만 아니라 프랑스 중고시장도 같이 뒤지는 일뿐.
학교를 다녀와서 하는 일이라곤 갤럭시2 하나 붙들고
올라오는 상품 중에 수상쩍은 2013년형 13인치 Macbook Air는 다 체크해두기.
나중에 프랑스 친구 통해서 확인해보려고… 그렇게 1주일을 보내고,
다가오는 주는 워크샵 때문에 툴루즈를 가야 하는 주였다.
그래서 일요일에 (2월 16일) 또 다른 프랑스 친구를 만나서 (한명한테 너무 부탁하면 미안하니까)
내가 체크해 둔 상품 좀 확인 해달라고 부탁할 심산이였다.
그렇게 그녀가 좋아한다는 카페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와이파이가 없는 것이였다…(이런 전파 후진국)
스페인은 가게에 들어오면 때때로 3G도 잘 터지지 않는다.
하.. 그래서 결국 그 자리에서 상품들을 확인하지 못하고 친구 집에가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간 친구집에서 내가 체크해 둔 상품들을 확인해봤지만..
모두 박스, 자판, 충전기다 갖춰져 있는 풀 세트 상품들…
아니구나… 아니야… 이제 다 끝난건가…
그래 이제 마지막으로 툴루즈에 가거든,
도둑놈이 나한테 전화 건 가게에 직접 찾아가서
씨씨티비 있나 확인해봐야지.. 분명 있을리가 없겠지만.... 그리고 이제 끝이겠지..
난 최선을 다했으니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 가게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무슨 가게인지 그 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또 도둑놈이 친구 집이라고 했기 때문에 그 가게 자체에 대한 불신도 있었다.
아는 것은 단지 전화번호뿐,
우리나라도 네이버에 가게 전화번호 치면 주소랑 무슨 가게인지 다 나오니까
프랑스도 그러지 않을까?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없단다..
그렇구나..
아 잠깐만!
하더니 친구가 이내 보여준 스크린엔
가게 전화번호와 업종, 주소 그리고 사장이름까지 적혀있다.
프랑스에선 가게를 하려면 등록 해야 하는 곳이라고..
레스토랑이구나.. 난 무슨 인터넷카페나 전자제품 상점 쯤 될 줄 알았는데..
하긴 레스토랑에서도 손님 컴퓨터에서 소리가 막 나면 전화기 정도는 빌려줄 수 있지.
그러면 큰 레스토랑이면 씨씨티비가 있을 수도 있겠다.
Rue Leon Gambetta 23, Toulouse, France
그렇게 알아낸 주소로 찾아본 구글 스트리트 뷰.
내 상상속의 그럴듯한 레스토랑이 있어야 할 그곳엔
아이스림이나 팔만한 하얗고 작은 구멍가게가 있었다.
여기서 손님이 맥북을 켰다고..?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우리는 구글에 식당주인의 이름을 쳐본다.
트위터는 쓸데 없는 욕설로 가득 차있고..
그렇다면 페이스북에 이름을 검색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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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왔다.
친구가 아니라 볼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었지만.
아래로 내려보니 그가 가입해있는 그룹들 정도는 볼 수 있었다.
그가 가입한 그룹은 총 3개였는데..
그 세개는 바로
(툴루즈 중고나라)
(툴루즈 애플상품 중고나라)
(물물교환)
회원이 5천명이 넘는 툴루즈 중고나라는 1분에도 몇개씩 새로운 상품들로 도배가 됐지만
애플 거래 그룹 에선 그놈이 유독 활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그 그룹에서 발견한 글 하나..
어느 나라 제품이든 상관없이 애플제품 구입합니다.
찾았다 이XX.
다음화에 계속...
이 모든 사건이 우연일 확률은 지극히 낮았지만,
100%의 확신이 없는 이상 섣불리 이 놈을 잡을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나는 스페인이고 이놈은 프랑스에 있지 않은가
'이번에는 완벽하게 잡는다'
그리고 바로 친구에게 부탁해
프랑스 페이스북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김지혜’쯤되는 이름이랄까.
프로필 사진과 커버사진을 이것저것 바꾸고 그 애플 그룹에 가입했다.
그리고 이제
낚시를 시작하자.
“안녕 여러분, 맥북 13인치 구해요! 새로운 것 일수록 좋고요. 빨리 연락주세요!”
13년 2월 16일 18:46 (스페인 시각)
미끼는 던졌으니.. 이제는 물고기가 와서 물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중고장터나 확인해달라고 부탁하려던 친구는 어느새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고..
오늘 만난지도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친구도 자신이 이런 일을 겪고 있다는 게 싫지만은 않은 눈치..
19살 소녀의 로망이랄까, 영화 같다며 좋아한다.
그런 그녀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의 인사를 건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어김없이 밝은 다음 날.
확인해 본 미끼에는 어김없이 물고기 한마리가
“팔아요”
월척이다.
하지만 에밀리로서의 모든 대화는 프랑스어로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에
내가 맘대로 할 수가 없었다.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선
늘 한 다리 건너서 통역을 하고 보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친구들의 맘이 항상 내 맘과 같지 않단 건 늘 염두에 두고,
귀찮아하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하면서 통역을 부탁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고
때문에 한마디, 한마디 보내는 것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에밀리와 그와의 대화는 내가 올린 글에 댓글로 이루어졌는데,
메신져로 대화 하다가는 자칫하면 위치 전송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진행된 대화는 다음과 같다.
M (그 놈) : 팝니다.
나 (에밀리) : 몇 년형?
2011년
(내껀아닌데…) 얼마에?사진좀 보내줘
550(유로) 내 아이패드고치면 사진 보내줄께
시간대를 보면 아시겠지만 나의 답변은 몇 시간씩 간격을 두고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그 시간 동안 나는 얼마나 동분서주하고 초조해했던가.
19일 ‘툴루즈’에 가기 전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했다.
툴루즈에 가면 메신져 위치전송 켜고 마음껏 너를 유린해 주리라.
툴루즈에서 묵을 숙소도 너희 가게 오분 거리에 잡았다.
그리고 도착한 툴루즈 (2월 19일 오후 9시 도착)
바르셀로나에서 툴루즈 까지는 버스로 다섯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툴루즈엔 내가 간과했던 어려움들이 잔뜩 도사리고 있었다.
첫째는 바르셀로나와 툴루즈는 엄연히 다른 나라라는 사실.
국경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내 스페인 핸드폰은 먹통이 됐고
빨리 답장을, 대화를 해야 한다는 조급한 내 맘을 알리 없는 프랑스는
역시나 와이파이 기반이 그렇게 잘 되어있는 곳은 아니였다.
둘째, 그렇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에 있는 친구한테 통역을 부탁 할 수도 없다는 점이 큰 걱정이였지만
천만 다행으로 숙소를 같이 쓰던 조원 중에 퀘벡 출신 캐나다애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샬롯, 툴루즈에 있는 기간 동안 기꺼이 나의 임시 통역사가되어 주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이어 간 툴루즈에서의 3일간의 메신져 대화는 아래 첨부한다.
에밀리 : 나 2011년 것 말고 더 최신 것 찾고 있는데 다른 건 없어?
M : 응 얼마 전에 팔아서 없어.. (이상하다)
대신 2012년 11인치는 있어 (더 이상하다)
음 13년형 13인치 찾는데.. 구해볼 수 있어? 900유로 줄께
오케이 맥북 프로? 에어?
AIR, 상품 origin은 상관없어.
그러자 갑자기 그가 급 정색하며
나는 정직한 물건만 팔아. 아이디 카드도 있는 것들로 말야.
하고 발끈하는 것이 아닌가. 어디서 거짓말을...
그 때 순간 맘이 철렁하는데 내가 글을 확인했을 때는 새벽이였고.
내 임시통역사도 자고 있었다.
이미 메신져에는 ‘읽음’ 표시는 떴고 이 상황에서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이상해 보일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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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빨간 네모 안의 메시지는 내가 번역기와 사전을 동원해서 겨우겨우 보낸 메시지.
하다하다 프랑스어까지 한다.
알아. 내가 말한 건 획득한 경로 말고 생산국가들 말이야.
아 오케이.. 찾아볼께 (엄청 이상한데)
21일 새벽, 이렇게 대화가 끝난 이상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이상했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툴루즈에서의 시간은 바쁜 일정 탓에 금방금방 지나가 버리고
눈 깜짝할 새 맞이한 툴루즈에서의 마지막 날 밤 (2월 22일).
마지막 날은 날이 날인지라 평소보다 일찍 일정을 마쳐주었다.
그래봤자 저녁 여덟시 반.
하지만 난 그 놈 가게가 적어도 아홉시 반까지 한다는 사실을
전화가 왔던 시간으로 알고 있었고,
그래서 조원이자 친구들에게
같이 그 식당 앞까지 갈 테니까 들어가서
영어로 주문하고.. 부디 그 놈 영어 목소리만 녹음만 해와 달라고..
그것만 들으면 그 놈이 정말 ‘그 놈’ 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부탁했지만
친구들은 두려움에 거절했다.
정작 그 놈은 아무것도 모를테지만.. 얘기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친구들의 입장도 이해가 됐다.
결국 나라도 갈 수 밖에 없다.
오늘이 그 놈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니까.
주섬주섬 신발끈을 매고 길을 나선다. 시간은 이제 아홉시
그 와중에 옆에서 지켜보던 '임시 통역사' 샬롯이 같이 가주겠다고 하여 한결 맘이 놓인다.
길을 나서니
샬롯은 프랑스는 8시면 모든 것이 닫으니까 분명히 닫았을 거라고 말한다.
그거 믿고 맘놓고 따라 왔나 보다.
근데 아니야.. 내가 알아. 분명 지금 영업할거야.
그렇게 오분 여를 걸어 찾아간 그의 가게.
슈퍼가 아니라 케밥집이였구나...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샬롯에게 사진을 보여준다.
안에 있는 애가 얘 맞아?
내 핸드폰을 보고 가게 안을 살핀 샬롯이 고개를 끄덕인다.
후우...
난 문을 열고,
그 놈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다음화에 계속...
우선 동영상 녹화를 켜고
가게에 들어선다.
샬롯은 프랑스어도 잘 할 줄 알지만 그놈 영어 하는 소리를 듣기 위해
가게에서는 프랑스어 못하는 척 영어로만 대화하기로 했다.
카운터로 향하면서 가게내부를 스캔한다.
카운터에 가니 하얀 맥북이 하나 있다.
내 것은 아니고 꽤 오래된 것인 듯,
그리고 애플은 진짜 어지간히 좋아하는 듯.
싸움은 무조건 선빵
나 : "Hi."
아무거나 다 물어보자.
나 :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이건또 뭐야?"
M : "그건 소고기 케밥이야"
나 : "Cow? Car?" 개드립 작렬
M : "COW 무우우우우~"
그걸 또 받아준다.
M : "어디서 왔어?"
나 : ...? "..J.. 재팬."
M : "재팬? 여기 학생이야?"
나 : "응 얘랑 같이 여기서 공부해."
M : "난 프랑스인이야!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어."
안 물어봤는데…
불법이민자가 많은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태생 프랑스인이란 사실이 자랑스러운 듯 하다.
M : "내 Parents는 알제리 인인데, 난 프랑스인이야."
마치 영화 TAKEN의 “GOOD LUCK” 처럼,
Parents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2편 참조)
직감적으로 두 놈이 동일인물임을 알 수 있었고,
몸에는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난 샬롯을 쳐다보며 사인을 보낸다.
‘얘가 걔다’
이제 뭘 먹는게 중요할쏘냐, 아무거나 시키고 자리를 잡아 앉았다.
앉아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동영상 찍은걸 확인하는데
하나도 녹화가 안됐다..
커버를 닫으면 안되나보다. 중요한거 날려 먹었다... 이제 녹음으로 해야지.
갑자기 그가 다가온다. 주문한 샌드위치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순간,
“Merci”
샬롯이 아주 제대로 본토발음으로 땡큐를 날려버린다.
아..
샬롯도 말해놓고 자기가 어지간히 놀란 표정.
그래 나도 메르시 정도는 본토발음으로 할 수 있어. 별 일 없을거야.
하지만 돌아간 그가 카운터에 비치된 맥북을 조금 하다가, 다시 나를 본다.
뭘 보고 있는 것일까?
아차, 그때서야 내 맥북 잠금화면 계정 사진을 내 얼굴로 설정해 놓았던 것이 떠올랐다.
설마 그런 정보라도 저기 있는 건가?
아니면 공범들이랑 대화 하는 중인가?
안경도 같이 도둑 맞는 바람에 강제 쌩얼에 후드도 뒤집어 썼지만,
날 알아볼까..?
그 놈도 긴가민가 하는 듯 하다.
목소리 녹음 해야 하는데,
내가 시킨 감자튀김에 케?이 하나 밖에 없다.
이걸로 다시 말을 걸자.
이번엔 녹음기를 확실히 켜고,
난 다시 그에게 간다.
나 : "케?이 부족해. 하나 더 줘."
M : "케?? 없어."
아까와 다르다 그의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
이제 보니 바베큐 소스네
나 : "어쨌든 이거 하나 더 줘."
M : (딱 하나 더 주면서) "이것밖에 없어."
아직은 부족해
나 : "음료수도 하나 더 줘"
M : "뭐?"
나 : "스프라이트"
M : "여기"
아직도 부족해
나 : (TV에서 방송중인 축구를 보며) "축구 좋아해? 어느 팀 좋아해?"
M : "아스날!"
나 : "아스날?? 영국팀인가?"
사실 이미 다 알고 있었다.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부터 아스날 락커룸 사진이더만...
M : "응 프랑스는 마르세유
또 묻지도 않은걸 말한다. 그새 기분이 좋아졌나보다.
넌 어느팀 좋아해?"
나 : ...? "음.. 가시와 레이솔.. 알아? 가시와.."
평소에 축구 좋아하던걸 이렇게 써먹네. 황선홍 선수 감사합니다.
M : (그가 주방으로 물러나며 말한다.) "몰라 난 일본은 캡틴 츠바사 밖에."
당시 녹음 파일을 첨부한다. 위 내용과 같으니까 굳이 들으실 필요는 없는데..
100% 진실성 순도를 증명하기 위해.
JAPAN스럽게 보이기 위해 내가 목소리 톤을 바꿨음 정도만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확실히 처음 날 맞이할때와는 목소리가 바꼈다. 말수도 줄었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그가 날 계속 살피더니 어디로 전화를 한다.
생각을 해보니 저 좁은 주방에서 고정된 전화기로 삼십분이나 통화를 할 손님은 없다.
더군다나 한두번 본 손님이라면 더욱 더.
그러니 난 더욱 확신이 선다.
그가 전화를 마치고 약 5분후에
까만비니 까만외투 까만바지 피부까지 까만 사람 한명이 가게로 들어온다.
그러더니 M과 가볍게 악수를 하고 내 뒤에 앉는다.
주문도 안하고, 그냥 앉아서 나만 바라본다.
체하겠다 시키들아.
어차피 여기에 내 맥북도 없고, 또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 돌아가서 생각해야겠다.
그 놈한테 12유로나 벌어줬다 ㅠㅠ.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서 고민에 잠겼다.
대놓고 가서 달라고 하면 돌려줄까? 그쪽도 날 본 이상 이미 어딘가 숨겨 놨겠지
아니면 가게에 쪽지를 붙여 놓을까
조심하라고, 항상 보고 있겠다고..
사실 내심 통쾌했던 건
내가 자신과 통화한 맥북 주인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친구를 부르는 그 놈의 인생도 죄책감에
앞으로 그렇게 행복하지는 못할거란 사실을 확인하고
조금은 내 그간의 고통과 노력의 시간이 위로 받는 느낌도 있었다.
이런저런 걱정에 아침 일곱시까지 잠들지도 못하고 고민하다가.
그래, 내가 맥북을 돌려받을 방법도 없는 것 같고.
그럴거면 차라리 그놈이 평생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살게 하자.
내일 일찍 그 놈에게 난 너가 누군지, 어디서 사는지 알고 있다고
평생 죄책감에 괴로워하라는 편지를 보내자.
그걸로 이제 나도 다 마무리하고 바르셀로나로 돌아가는 거야.
하며 잠들어버렸는데. 일어난 시간이 오전 11시, 숙소 체크아웃도 11시,
황급히 샬롯의 번역으로 편지를 작성하고 숙소를 나온 시간이 12시.
우리는 1시까지 기차역에 가야 하는데 애들은 마트를 들려야 한다고 징징 거리고
내게는 시간이 없었다.
겨우 친구에게 그 놈 가게 열었나 확인만 해달라고 하는데,
문이 닫혀있더라.
그래서 결국 편지도 못 전해주고 흐지부지 2월 22일 토요일 저녁, 바르셀로나로 돌아왔다.
그냥 그 놈이 평생 괴로워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만 가지고...
못 다 전한 그날의 편지
그리고 이제 정상적인 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맞는 새로운 아침
오랫동안 쌓인 피곤과 여독에 상쾌하게 늦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오후. (2월 23일 일요일)
이제는 작별을 고하려던 에밀리 앞으로 한통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2014년 2월 23일 오후 12시 56분
M : 맥북 2013년형 구했어, 관심있어?
다음화에 계속...
M : 맥북 에어 2013년형 구했어, 관심 있으면 연락줘.
이제 너를 잊으려고 했는데
왜 제 발로 나를 찾아온단 말이냐.
E : 정말? 그럼~ 좋지
에밀리를 함께 만들었던 쥴리에게 다시 연락을 한다
나 : "쥴리, 얘가 맥북 2013년형판대."
J : "헐, 너꺼네."
나 : "그렇겠지. 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1년도 안 된 모델을 구했겠어.
분명히 금요일에 내가 가게까지 찾아온걸 보고 빨리 처리하려는 심정일거야.
빨리 만나야 될 것 같은데 내가 너희 집으로 갈까?"
그렇게 줄리의 집에서 M과의 대화를 재개했다
그동안 메시지가 와있다.
M : "정말 살꺼야?"
M : "어이 에밀리!"
심하게도 보챈다
E : "어어, 늦어서 미안, 응 진짜 살래"
M : "자 여기 내 번호 보낼 테니까 너 번호 알려줘. 066*******"
'아..망했다.'
M을 안심시키고 거래를 계속 하기 위해서는 나도 프랑스 핸드폰 번호를 알려줘야만 했다.
하지만 내게 프랑스 번호가 있을 리가 없지.
줄리도 모든걸 도와줄 순 있지만 자신의 번호마저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
그건 오히려 그녀가 프랑스인이기 때문에 그렇다.
늘 쓰던 번호를 알려주었다가 나중에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기에
그것은 고려할 사안이 아니였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서
우선 M에게는 운전중이라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생각해보았다.
내가 M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준다면 분명히 그 놈 성격상 곧장 전화를 할텐데,
그리고 불완전한 물건 (한국 키보드의 맥북)을 팔려면 기록이 쉽게 남는 메신져보다
녹음할 생각도 못하는 통화를 선호할거다. 그래야 안 산다고 해도 전화를 끊어버리면 그만이니까.
내가 당했듯이,
그를 완전히 속이는 최선책은
내가 번호를 알려주고 전화가 왔을 때
에밀리(=줄리)가 그 전화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 프랑스 USIM카드를 들고 여길 와야 해.
최선책
그게 안된다면 프랑스에 있는 한국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유심카드 하나만 사달라고 해서 번호만 빌리고,
M에게는 핸드폰이 고장 나서 통화는 안 된다고 둘러대던 간에, 여기서만 전화를 걸던 간에
우선 살아있는 프랑스 번호 하나만이라도 구하자.
하는게 차선책이였다.
차선책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줄리에게 우선 내가 번호를 내일까지 구해볼께 하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어디든 방법이 있을거야. 믿을 건 한국인 뿐이다.
하고 유랑에 글을 올렸었다.
그날 밤 한 명에게 연락이 왔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그 분은 내가 단지 동행을 구하는 걸로만 알고 있었다.
다다음날 바르셀로나로 오신다는 그 분께 상황을 설명하고 간절히 부탁을 드렸는데
처음에 호의적이시던 그분도 번호를 만들기 위해 여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거절하셨다.
당연히 이해가 된다. 처음보는 사람을 위해서 핸드폰 번호를 만든다는 일 자체도 그렇고,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는 일이지만 모든일의 자초지종을 아는것만으로도
얼마나 겁나고 불안한 일인지는..
사실 다음날 오전에 대리점에 가보고 연락을 주신다고 하셨지만,
나도 이미 눈치 챘듯이 그건 사실상의 거절이였고,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나도 불확실한 답변만 믿고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결국 다음날 못 샀다는 연락도 오후 8시가 넘어서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대비한 충격이기에 PASS)
그래서 차선책이라도 실행하기 위해 난 밤새
한국에 있는 친구들을 통해서 ‘친구들의 친구’가 혹시
프랑스에 있지는 않은가,
있었던 적은 없는가
그렇다면 유심카드를 사줄 수 있지 않은가.
아니면 그때 쓰던 번호라도 빌려줄 수 있지 않는가
없는 번호만 아니면 된다.
신호음만 가면 돼......
미친듯이 수소문했다.
유랑에서 “프랑스 번개 모여요” 하는사람들에게 카톡을 해보기도 했다.
그 때는 정말 그만큼 간절했다.
그렇게 월요일도 오후 8시가 지났다.
8시가 지났다는 사실은
M에게 운전중이라며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낸 지도
하루 하고도 세시간이 지났단 의미임과 동시에,
프랑스 가게들이 다 닫아서 오늘도 핸드폰 번호를 구하긴 글렀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맥이 탁 풀렸다.
이제 다 잡은 것 같았는데, 번호만 교환하면 M이 내 컴퓨터를 “팔겠습니다” 하고 내놓을 것 같은데
번호 하나를 못 구해서 여기서 멈춰야 하나.
너무 억울하다. 내가 당장 프랑스로 가서 번호를 사오고 싶었지만,
난 여권도 없다.
아무것도 할 수 가 없었다.
가방을 도둑맞은 날의 무기력의 슬픔속으로 다시 빠져들고 있었다.
그 때 살면서 딱 한번, 가우디 투어를 하면서 일행으로 만난 적 있던 은지에게 연락이 왔다.
그녀는 프랑스 유학생이였는데 관광차 바르셀로나에 왔었고 그 때 이후로 종종 연락해서
얼마 전에 한국에 돌아간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난 그런 그녀에게도 혹시 프랑스 번호를 구할 수 있는지 물어봤던 터였다.
은지 : “오빠 이 번호 써. 내 친구 번혼데 지금 그르노블(리옹 근처 도시)에 있어”
한국은 이제 새벽 세…네시 쯤일텐데 안자고 어떻게..
나 : “근데 이 번호 써도 되는거야? 그 친구분한테 무슨 일인지 다 설명한거야?”
대답이 없다... 자나 보다.
무턱대고 썼다가 M이 전화를 했을 때 전화를 받아버리면 더 골치 아프다.
내일 확인 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은지는 분명 자고 있을 테고
은지 페이스북을 들어간다. 이제 사람 찾는 건 일도 아니다. SNS의 무서움
은지 친구 중에서 그르노블에 있는 사람을 찾아냈다. '이 사람인가..' 그리고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은지 친구분이신가요?" "네 그런데요"
사실 은지가 내 사정을 다 설명하고 번호를 빌린건지,
내가 급한걸 아는 마음에 그냥 친구 번호를 알려주건지 난 모른다.
후자라면 은지 입장이 난처해 질텐데…
그래서 저한테 번호 빌려주시기로 하신분 맞나요? 물어보지도 못했다.
그 와중에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 번호를 빌려달라고 살짝 얘기를 설명하는데
그 분이 아.. 은지가 저 말고 다른 친구한테 번호 빌린거라는데요? 한다.
마침 옆에 있단다. 아 내가 잘못 짚었구나. 그르노블에 친구가 또 있었다.
어쨌든 다행이다.
그래서 그렇게 진짜 번호를 빌려준 사람과 연락이 됐다.
다행히 사정을 알고 있던 상황, 그쪽이 바빠서 자세한 얘기는 조금있다 하기로 했다.
그래 그러자. 어차피 이틀을 기다렸는데 한시간 쯤이야. 아 이제 좀 든든하다.
이미 열한시가 넘어서 내일 아침 일찍 메시지를 보내도 되겠지.
하고 있는데 카톡에 메시지가 하나 온다.
허허 이젠 번호를 구한 조금 든든한 마음도 있고 해서 마음이 조금은 가볍다
그녀의 이름은 정윤, 프랑스 유학생,
마르세유에 있다가 바르셀로나에 관광차 내일 온단다.
유학생이면 핸드폰도 개통해봤으니까, 한번 더 하는 건 쉬울 거야..
나 : (이런 이런 일 때문에) 사실 글 올렸던건데 혹시 심카드 하나만 사다 줄 수 있어요?
정윤 : 뭐 이런일이 다있어요 ㅋㅋ, 근데 아침 일찍 출발해서 카드 사드릴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요..
나 : 아 그렇구나.. 그래요 혹시라도 시간되면 카드 하나만 사다줘요.
정윤 : 꼭 새로운 번호가 필요하신 거에요? 그냥 제 번호 쓰세요.
나 : "아??? 정말 그래도 돼요? 괜찮겠어요?"
성녀다. 이 사람은 프랑스의 잔 다르크야.
정윤 : 대신 내일 버스 정거장에서 호스텔까지만 데려다 주세요.
그녀가 타고 오는 버스는 유로라인
바르셀로나에는 ‘북역(estaciode nord)’과 산츠역(estacio de sants) 큰 두개의 버스터미널이 있다.
나 : "어디서 내리는데요? 북역은 우리집 코앞인데"
정윤 : "산츠역이요"
그렇군, 그 정도 쯤이야.
코딱지 만한 바르셀로나에서 30분이면 간다.
집에 데려다 주는 것 뿐이랴, 바르셀로나 관광도 종일 시켜줄 수 있다.
이제 여유를 가지고 그녀와 이것저것 대화를 하면서 내가 느낀 건.
내가 너무 간절하면 그것이 상대에겐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내 의존이 상대에게 부담이 된다면 될 일도 안 될 수도 있다. 라는 사실이였다.
이제 새벽 두 시, 내일 버스표 끊으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정윤이에게 한가지만 더 부탁하자.
나 : "에밀리 계정 들어가셔서 M한테 제가 보내드리는 메시지 위치전송 키고
복사 + 붙여넣기로만 보내주세요."
E : "늦어서 미안, 나 너무 바빴어. 그래도여전히 관심 있어. 여기 내 번호야! 078***"
그러면 에밀리가 마르세유에 있는걸 M이 알테고
정윤이가 바르셀로나 오는 동안 시간도 벌 수 있을거야.
정윤 : "알겠어요. 보낼께요. 근데 제가 위치전송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서... 됐나 봐주세요!"
하고 봤는데.
끄응.. 위치전송도 꺼져있고 메세지도 샬롯한테 보냈다. 졸려서 그런가보다.
너무 피곤해 하기에 부탁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결국 위치전송 메세지는 내일 오전에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 다음날 오전,
일어나서 에밀리의 메신져를 확인하는데 방금 전에 메시지가 보내져있다.
그런데 또 위치전송 안켜고 보낸게 아닌가.. 하아.. 그래 전화번호만 보냈으면 됐지 뭐...
근데 뭔가 불안하다. 이 여자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전화 절대로 받지 말라고 다시 한번 말해야지.
"전화 오면 절대 받지 마세요!" 했는데...
하아.. 또 한고비 넘겼다..
어째 더 힘이 든다... 일단 버스 안이라 핸드폰을 꺼놓은 정윤이한테 위치전송 부탁하는건 포기하고
위치전송은 그르노블에 있는 원래 번호 빌려준다던 친구한테 부탁하자.
그게 더 쉬울 것 같다..
또다시 흔쾌히 도와준다는 쾌남 은지 친구. 그렇게 전송한 메세지
"계속 늦어서 미안.
나 지금 여행와서 좀 바쁘거든 아마 오늘 밤 11시에 통화할 수 있을것 같은데 괜찮아?
너무 늦으면 내일해도 되고"
- Grenoble 에서 보냄
했더니 오케이, 오늘 밤에 통화하자 근데 너 그르노블에 있어? 란다.
이제야 제대로 걸렸다.
그리고 일곱시부터 줄리 집에 모여서 플랜을 짜기 시작했다.
이제는 프랑스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때,
우리가 M과 거래를 할 때 그때는 분명히 내 컴퓨터를 들고 올 테니까
프랑스 경찰이 도와주기만 하면 딱이다.
설마 우리가 이렇게까지 밥상을 차려놨는데 안 도와줄까.
줄리가 툴루즈 경찰에 전화를 했다.
나 지금 바르셀로나 유학왔는데, 잃어버린 노트북이 툴루즈에 있다?
줄리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그리고 이내 끊어진 전화.
툴루즈 경찰이 말하길, 바르셀로나에 신고접수 되어있을 테니까 거기에다가말하라고,
거기서 요청이 오면 도와주겠다고 했단다.
난 이미 바르셀로나 경찰에서 이런 일을 충분히 겪었기 때문에 여긴 다 똑같구나 하는데
오히려 줄리가 열 받았다. 경찰이 당연히 할 일을 왜 안하냐며 화를낸다.
우리 앞에서 그런 프랑스 경찰의 모습을 보여준게 괜시리 창피하기도 한가보다.
난 소녀를 진정시키며 말한다.
전화 받는 애들은 데스크라 아무일도 떠맡기 싫은거야. 나도 저번에 당했어.
한국 경찰에도 이런 절도,소매치기 전담부서가 있는 것 처럼 프랑스도 있을거야.
그러니까 전화해서 일단 너가 바르셀로나에 있단 말은 하지 말고
노트북 잃어버렸다고 하고 범인 찾은 것 같다고,
그러니까 전담부서로 연결해달라고 하면 얘기가 한결 쉬울꺼야.
화가 난 줄리는 10분 뒤에 진정하고 이번에도 퇴짜 놓으면 가만히 안 있겠다며 다시 전화를 건다.
옆에서 통화를 듣는데 프랑스어도 하도 들었더니 이제 대충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힌다.
이번에는 중간에 어디론가 연결이 되더니 대화가 잘 되는 듯 하다.
통화를 끊은 줄리가 흐뭇해하며 말한다.
그 쪽 전담부서와 통화를 했는데 도와주겠다더라. 우선 M과 통화를 하고
약속이 잡히면 연락을 다시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좋아 역시 이런 건 관계자랑 얘기 해야 해. 일이 술술 풀린다.
정윤이가 오면 체크인 해주고 잠시 데리고 줄리와 플라자 까딸루냐에서 만나서 통화만 하면 되겠다.
휴 이제 끝나는구나 .이제 통화해서 내 물건인 것만 확인하고, 거래 날짜만 정하면 돼.
어느덧 시간은 아홉시, 줄리 집에서 산츠까지는 20분.
보통 버스는 조금 일찍 도착하니까 빨리 정윤이 데리러 가야겠다.
산츠역으로 가는길에 정윤이는 벌써 도착했다고 연락이 온다. 음 빨리 나오길 잘했다.
그렇게 도착한 산츠역, 정윤이를 찾는다.
정윤이가 보이지 않는다. 정윤이가 말한 게이트도 보이지가 않는다.
산츠 역은 워낙 크니까. 생각하며 계속 돌아다녀 본다.
정윤이가 핸드폰 밧데리가 하나도 없다고.. 어떻게 하냐고 한다.
나도 같이 다급해진다.
안보여.. 산츠역 세바퀴 돌았는데도 안보여.
아무래도 이상하다.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한장이라도 좋으니까 사진 찍어서 보내줘"
아.....여기.... 북역이잖아!! (BARCELONA NORD !!!)
현재시각 21:59.
M과 통화까지 남은 시간 딱 1시간.
나는 산츠역, 전화기는 북역, 줄리는 줄리집에.
바르셀로나 지도
시간이 없다!
다음화에 계속....
시간이 없다!
현재시각 22:00
지체없이 지하철역으로 뛰어간다.
정윤이에게는 이십분만 기다리라고 말하는데 말이 이십분이지,
산츠, 플라자 까딸루냐, 파세이그 데 그라시아 처럼 큰 역 들은 지하통로가 얼마나 긴데..
그것만 걸어가는 것도 10분은 걸리겠다. 뛰자, 일단 뛰자.
웬만해선 절대 뛰지 않는 유럽인들 사이로 동양인 남자 하나만 뛰고 있다.
아깐 분명히 쌀쌀했는데 땀이 난다. 옷을 하나씩 벗어들고 또 뛴다.
지하철 하나가 이 순간에도 지나갈 수 있어.
그렇게 도착한 Arc de triomf역, 바르셀로나 북역(버스터미널)과 접해 있는 역이다.
이 역에서도 출구를 잘 찾아 나가야지만 북역 바로 앞에서 나올 수 있는데,
다행히 이전에 이 근처에 살았어서 헤매지 않고 찾았다.
현재시각 22시 35분, 북역으로 뛰어들어가니 한눈에 알아보겠다.
저 한국인 소녀.
정윤 : "안녕하세요 죄소....ㅇ!!"
나 : "안 안녕해요. 일단 가면서 얘기해요. 빨리!"
정윤이는 영문도 모르고 짐 챙겨서 따라 나온다.
다시 돌아온 Arc de triomf역. 현재 시각 22시 40분
표 살 시간도 없어. 내 표 같이 쓰자.
지하철을 기다리며 이제야 말을 건낸다.
나 : "오느라 고생했어요. 근데 조금만 더 고생해요.
정윤씨가 예약해 둔 호스텔 있는 곳은 Plaza catalunya에 있어요.
그런데, 우리 지금 너무 급해서 Urquinaona 역에서 노란색으로 갈아타고 Jaume 1로 갈 꺼에요.
그럼 거기 역 앞에 나와있는 제 친구한테 전화기를 건내주고,
그 후에 호스텔 가서 체크인하고 다시 전화기 받으러 와도 되겠어요?
호스텔 늦게 체크인 하면 패널티 있고 그러지 않나?"
난 BnB만 써봐서 호스텔도 그런지는 잘 모른다.
정윤 : "통화 오래 안 걸리면 그냥 친구 집 같이 가요. 그 후에 호스텔 가도 될 것 같은데요?"
아.. 이 여자 절대 밉지 않다. 산츠에 내리면 어떻고 북역이면 어떠리.
나 : "그래요 그럼, 호스텔에 전화해서 패널티 확인만 해봐요."
. . .
정윤 : "괜찮데요 12시 전에만 오래요."
좋아.
그렇게 줄리 집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55분.
가까스로 safe다. 애들이 택시 탔냐고 놀란다.
뛰었다. 엄청.
빨리 꺼진 핸드폰을 충전 시키고 전화를 준비하자.
10분 후...
메세지 전송!
이젠 자신있게 외쳐보자.
YOU CAN CALL ME NOW IF YOU WANT!!
이내 익숙한 번호에서 전화가 온다.
두.근.두.근. 줄리가 전화를 받는다. 짜여진 각본대로 오고가는 질문.
사양에 대한 질문,
구성품에 대한 질문,
가격과 괜찮은 시간 까지.
전화를 마친 줄리가 말한다
J : "이거 너 꺼 아니야.. 프랑스 키보드에 충전기랑 워런티카드까지 있대.
일단 산다고는 했는데 시간은 또 정하기로 했어."
.
.
.
와
장
창
창
끝. 정말 끝이다. 분명히 내 것이 아닐 상황도 생각해보긴 했지만.
내 것일거라고 믿고 있었고, 믿고 싶었던 터라 이 순간의 허망함을 감출 수가 없다.
우리 모두 당황했고, 방 안 공기가 무겁다.
내 것이 아닌 이상, 그가 이번에 팔려는 물건은 합법적인 것 일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잡는다고 해도 죄를 못 찾아 낼 수도 있고,
그럼 이놈은 영영 도망갈텐데..
프랑스 경찰한테 그냥 잡아달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냥 가지말까? 그게 낫겠지.
차라리 다른 계정으로 또 접근을 해서 한국상픔 구한다고 돌직구도 던져보고
계속 괴롭히는게 낫지 않을까...
하아..근데 이제 또 이럴 자신이 없다.
줄리는 일단 툴루즈에 가서 붙잡고 보잔 식이다.
경찰이 도와주긴 할까, 내 물건도 아닌데, 이번에 놓치면 얘 아예 도망 가버린다니까..
머릿속이 복잡한데 시간은 12시가 다 되어가고 빨리 정윤이를 데려다 줘야겠다.
줄리와 함께 있는 한국인 동생에게 내가 여기로 돌아올지 그냥 집에 갈지 얘기해달라고 말해뒀다.
정윤이와 호스텔에 가는데 쇼윈도를 비친 내 모습을 보니 갑자기 툴루즈에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모르겠고, 그냥 가야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야 여기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을 내지. 더 이상은 나도 힘들다.
그때 한국인 동생에게서 연락이 온다.
나 : "어, 재희야"
재희 : "오빠, 줄리가 방금 툴루즈 경찰이랑 다시 통화를 했는데요. 오빠꺼 아닌것 같다고 설명을 했는데도,
증거도 많고 수상한 점도 많다고 일단 잡고 수사해보겠대요. M잡으러 가셔야 할것 같은데,
일단 다시 여기 오셔야 할 것 같아요."
나 : "오 나도 마침 가야겠다고 생각 하고 있었어. 알겠어 그럼 끝나고 그리로 갈께."
재희 : "네, 전 내일 새벽에 할일이 있어서 먼저 들어가볼께요"
나 : "아 그래? 고마워! 잘쉬어."
정윤이 체크인을 마치고 바르셀로나 궁금한거 있으면 꼭 연락하라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고마운 사람이 참 많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터벅터벅... 생각도 많고... 다리도 무겁다...
아니 사실 그것보다도
근 몇일간 학교도 다니면서 이 일에 온 신경을 쏟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잔 이유가 크겠지.
피곤하다. 그래도 조금만 힘을 내자. 끝이 보인다.
고3때와 군대에서도 안해본 자기격려 시전.
딱 새벽 1시, 마치 우리집처럼 줄리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Dos besos.
줄리는 여기까지 온 이상 툴루즈까지도 함께 가줄 생각을 하고 있다.
난 참 복받은 사람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것 만으로도 놀랍고도 고마운 기억이다.
카드, 안경, 컴퓨터, 옷, 가방 그리고 여권까지... 모든 걸 잃어버리고 난 후.
날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던 외롭고 불쾌한 구속에서 이제는 벗어나는 느낌이다.
모두들 덕분에...
나 : "줄리! 얘기는 들었어. 툴루즈 정말 같이 가는거야?"
J : "그럼! 내가 통화도 했잖아. 끝까지 가야지. M한테는 언제 보자고 할까?"
“오늘, 22H, 툴루즈 중앙 광장”
마지막화에 계속...
당장 약속을 21시간 뒤로 잡았는데.
어떻게 가야 하나에 대한 걱정이 뒤를 따른다.
잠자는거야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차편부터 찾자.
여기서 잠깐, 내가 당연히 인당 70유로씩 하는 버스를 예매하고 갔으리라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한가지 드리는 추천.
블라블라카! (http://www.blablacar.com) 카풀 연결 사이트 라고 생각하면 쉬울 듯 하다.
가격도 그저 기름값에 약간 정도만 더 내면 되고, 노선대로 운행하는 버스보다 시간도 굉장히 단축되니 강력히 추천드린다. 사이트가 어느정도 수수료를 받는 명목으로 시행하는 안전정책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걱정하는것처럼 그렇게 위험하거나 불쾌한 동승을 만날 위험을 적은듯 하다. 줄리 덕분에 알게 된 사이트.
목적지까지 가는 차가 있을지 없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대 도시 간에는 거의 늘 있다.
얼마 안남은 시간에도 마침 자리가 있었고
그렇게 블라블라카에서 두명이 60유로가 좀 안되게 툴루즈까지 가는 급행 자동차를 예매했다.
출발은 내일 한시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일도 굉장히 바쁜 하루가 되겠군.
줄리와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정신차릴 새도 없이 피곤함에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뜬다.
주말까지 해야하는 조별과제도 내가 다 책임진다. 복학생 오빠처럼, 일단 그건 갔다 와서 하기로 하고,
우선 여권을 받자.
천만다행히도 어제 여권이 한국에서-마드리드를 거쳐-바르셀로나로 도착했단 사실.
신이 내린 타이밍이다.
그래서 10시쯤 가서 나의 새로운 여권을 받았다.
휴 이제 약간 든든하다.
입국 날짜도 안 찍히고, 비자도 사라져버린 빈 여권이긴 하지만
그래서 만약 걸리면 불법입국자랑 다를게 없지만, 국경 정도는 넘을 수 있겠지.
그렇게 여권을 챙기고 조별과제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조원들과 만나고,
어찌저찌하여 시간은 한시,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도착했다.
스패니쉬 타임에 완벽적응, 언제나처럼 기본 15분은 늦는 프랑스인 줄리.
우리를 툴루즈까지 바래다 줄 운전자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아직도 오지 않은 한 사람을 더 기다린다.
오후 한시 반. 가자 툴루즈로.
오후 다섯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한 툴루즈.
사흘만에 다시 오다니..이럴 줄 알았으면 돌아가지도 않았지.
옆에서 줄리는 이런 일로 프랑스에 돌아올 줄 몰랐다며,
파리가 아닌데도 집에 온 것 같다며 좋아한다.
프랑스인 줄리보다도 툴루즈 길은 내가 잘 안다.
일단 와이파이 되는 곳을 찾아서 들어간 곳 ‘Quick’, 프랑스롯데리아랄까.
배도 안고픈데 8유로나 내고 햄버거를 사먹는다.
Junk food가 가격은 쓰레기 가격이 아니다. 한국도 비싸다지만 이곳은 더 비싸다.
도둑잡는데 쓰는 비용이라고 좋게 생각해줄께.
그렇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우선 경찰에게 보고를 한다.
우리 툴루즈 왔다, 10시쯤에 중앙광장에서 만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이 알겠다고 자세한 장소 정해지면 연락을 다시 달라고 한다.
듬직하다. 이 프랑스 경찰들은..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리가 굉장히 불안해 한다.
이 소녀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프랑스 땅에 와서야 깨달은 듯 하다.
J : “칼로 찌르면 어떻게 하지, 총으로 쏘면??”
하기야 프랑스에서 무슨 일이 못 일어나겠냐만은 중고거래에 총을 들고 나올 리는 없잖니.
내가 케밥파는 모습을 봤는데 굉장히 착한 친구였어.
걔가 만약 칼로 찌르든 총을 쏘든 내가 중간에 뛰어들어서 대신 맞을께.
경찰도 보고 있을거잖니.
그녀를 달래본다
자기 인생에서 지금이 제일 두렵고 긴장된다는 19세 소녀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그냥 별 일 없을 거라고, 내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겠다고 약속했다.
난 여기까지 왔는데도 긴장이 되지는 않는다.
이미 M이 들고 나올 물건이 내 것이 아닌 줄도 알고 있으니,
사실 줄리에게 물건 사는척하면서 한국물건도 있냐 넌지시 물어보라고 까지 시키고 싶었으나,
애 상태를 봐서 참았다.
사실 아직도 조금 아쉽긴 하다.
내 기억을 토대로 삼았을 때, 가장 좋은 약속 시간은 말했듯이 10시.
그때쯤 가게 문을 닫는걸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가장 좋은 장소는 툴루즈 중앙광장 맥도날드,
사람도 많고 보편적이고 내가 숨어있을 곳도 많다.
그리고 그놈 가게에서도 아주 가깝지.
'가게부터 약속장소 까지는 도보 3분'
벌써 햄버거 집에 눌러앉은지도 두시간이 지났다. 이제 오후 아홉시가 다 되어가네.
나 : "다시 M이랑 연락해서 약속장소 확실히 하자. 줄리야."
그렇게 메시지를 보낸다. 물론 위치전송은 켜고,
E : "22시, 중앙광장 괜찮지?"
M : "응, 근데 전화 좀 받아봐. 왜 응답이 없니."
전화를 받을리가 있나. 내가 단단히 단속시켰다 이번엔.
E : "그럼 내가 걸께."
웃음이 사라진 줄리
하고 전화를 건다. "미안 전화기가 이상해서 잘 안터지더라 Bla-Bla-"
그렇게 확정된 장소는 광장 맥도날드 테라스 10시.
그는 트레이닝 복에 까만 바지를 입고 온다고 했다.
전화를 마치고, 줄리가 이번에는
J : "얘가 범인이 아니면 어떻게 하지? 내가 선량한 시민을 체포하는걸 수도 있어!"
현실부정을 한다. 그러지 말아라. 너가 그러면 나도 약해지잖니.
100%맞아, 100% 맞으니까걱정하지마 하고 말하며 나와 줄리를 동시에 안심시켰다.
그리고 경찰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J : "시간도, 약속장소도 확정했어요."
FP : "광장 골목에 큰 포드 세단이 한대 있을거다.
그 차에 우리 형사들이 사복으로 변장하고 타고 있으니까 가봐라."
그렇게 가본 골목,
차를 세워두면 안될 것 같은 골목에 정말 포드 세단 딱 한대가 주차 되어 있다.
문밖에서 인사를 하자 세명의 형(사)님들이내리신다.
딱 봐도 어느쪽으로든 사람 잡게 생겼다.
약속 장소와 시간을 설명하니
줄리가 M과 만나서 인사하고 나면 곧바로 현장을 덮치겠다고 말한다.
줄리도 그 포스 앞에서 어느정도는 안심이 되는 듯 하다.
이제 약속시간까지는 15분 남았다.
가자 줄리.
광장을 가로질러 맥도날드로 가서 줄리와 나는 각각 커피 한잔을 사들고
줄리는 테라스로, 나는 창이 트여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그 와중에 M과의 메신져 대화를 위해 줄리에게 내 핸드폰을 맡긴 건천추의 한.
어차피 형사님들 신분보호 때문에 사진은 대놓고 못 찍었겠지만 시도라도 할 수 는 있었을텐데.
그렇게 올라와서 기다린다.
아무것도 안하고 창 밖을 바라보는 10분이 너무 더디게 흐른다.
비도 와서 추운데 테라스에 있는 줄리는 얼마나 춥고 무서울까.
2층에서 테라스를 볼 수 있는 각도는 안나온다.
핸드폰이 없어서 시간도 모르고 이쯤 됐나 싶어서 옆에 학생들에게 시간을 물어보니
55분이란다. 거의 다됐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츄리닝복에 까만 바지를 입고 온다고 했던가.
그때, 그의 가게쪽 골목에서 흰 박스를 든 누군가 나와 다가온다.
저 놈 이 다. M.
그가 이 앞까지 오고 난 계단을 뛰어내려간다.
조그만한 에스프레소는 진작에 다 먹었다.
옆문을 통해 나가서
그 놈이 도망갈 수 있는 골목으로 가 몸을 살피고 상황을 지켜보는데
형사들이 순식간에 나와서 그 놈을 에워싼다.
그리고 체포.
갑자기 나타난 형사들 때문에 그놈도 당황했는지 아무런 반항도 못한다.
손이 뒤로 묶이면서 뭐라고 소리치는데,
줄리를 위협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알아 들을 수가 있어야지.
그렇게 그놈이 묶여서 아까 포드가 있던 골목으로 연행되려는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달려가고 싶다.
달려가 그 놈 앞에서
"안녕 나야. 사흘전에 케밥 먹었던 일본인. 내 맥북 어딨어."
말할까
"너 전화해놓고 왜 거짓말하고 다시 연락 안했어. 내가 못 찾을 것 같았어?
한국인이라니까, 내가 지금쯤 한국에 돌아가 있을 줄 알았어?"
따지고 싶다.
그래도 줄리가 그 옆에 아직 같이 있다.
혹여라도 이제 줄리의 얼굴을 아는 M이 조금이라도 줄리(=에밀리)랑 내가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알면 안되기 때문에 참고 또 참았다.
그렇게 형사 두명은 M을 차에 태우고,
남은 한 명이 한 손엔 M이 들고 나온 맥북을 들고 우리와 얘기를나눈다.
FP1 : "우선 이건 한국 것이 아니지만 일단은 우리가 들고 가서 조사 해봐야겠다.
일단 너희도 경위서를 같이 작성해야하니까 경찰서로 와서 우리를 찾아라."
그렇게 형사들은 M을 싣고 가버리고 우리는 따로 지하철을 타고 경찰서까지간다.
줄리가 상기된 얼굴로 내게 묻는다.
J : "그 사람 얼굴 봤어? 너가 말한 케밥집 사장이 맞아?"
나 : "응 맞아 잘했어 줄리, 자랑스럽다."
J : "와 나 얼마나 떨렸는데 죽는줄 알았어."
나 : "잘했어 추웠지? 고생했어 다 끝났다. 그놈이 뭐랬어?"
J : "처음에 내가 켜보려고 하니까 켜보지 말랬어. 아직 한번도 안 켠 상품이라고 한번이라도 켜면 상품가치 떨어진대."
별 그지 같은 소리를 다하고 있다.
그 놈도 처음 내 맥북을 훔친 놈에게서 내 맥북을 받을 때 그렇게 당했을까...
난 아직까지도 그가 내 맥북을 바르셀로나에서 훔쳐간 ‘개도둑놈의XX’ 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툴루즈에서 늘 열어야 할 케밥집이 있었으니까.
그도 따지고 보면 2차 피해자겠지.
그러나 그가 나와 통화를 하고, 그 와중에 날 속였던 그 순간,
그냥 애플 중고 브로커 투잡 뛰는 케밥 아저씨로 평범하게 지낼 수도 있었던 삶을 걷어 찬거야.
그와 했던 통화를 나는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툴루즈 경찰서 도착 잠시 대기중
그렇게 간 경찰서에서 내가 모은 증거들과 통화기록들
그리고 모든 일들을 설명 하는데에만 두 시간이 넘게 걸렸고 조서만해도 4장이 나왔다.
글씨크기 6, 줄간격 110%
그리고 다행히 오늘 겨우 받아온 HOT한 여권번호도 사용했다.
이 모든 우연이 이런식으로 이루어졌다니. 나도 다시 한번 놀라고,
우리의 말을 받아적는 경찰도, 여러 번 으쓱하며 놀란다. 무슨 정신으로 이랬냐고.
그냥 분했다.
금이빨 빼고 모조리 씹어먹고 싶었다.
프랑스법 상 오후 10시(?)부터오전 6시까지 가택을 수색하는 건 경찰에게도 허용이 되어있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내일 아침 일찍 M의 집을 수색할거라고, 그러니 오전 10시쯤이 넘어서 경찰서에 다시 와보라고 한다.
알겠다고 하고 인사를 하고 경찰서를 나왔다.
진짜 다 끝났다...!
내일 집 수색해도 아마 내껀 없을거야.
분명히 (2편에서) 얼마전에 팔았다고 한 그 맥북이 내거 였거나.
적어도 친구한테 숨겼거나 했겠지.
어쨌든. 그래도. 정말 끝났다.
나쁜놈 하나 잡아서 앞으로 나쁜짓 못하게 한거면 된거야.
여기까지,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잖아.
내 증언을 경찰에게, 경찰의 말을 내게 통역하느라 두 배는 힘들었을 줄리에게 너무나 고맙다.
경찰서 앞에서 서로 감격의 포옹을 꼬옥 하고 시간을 보니
이제 시간도 새벽 한시가 넘었는데, 사놓은 먹을것도 없고
근데 우리 잠은 어디서 자냐...?
에필로그에서 계속..
새벽 한시, 당연히 버스도 끊긴 프랑스에서 나는 길에 보이는 표지판으로 프랑스어 공부를 하고,
줄리는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한시간 쯤 걸었을까.
다시 툴루즈 중심가로 왔다.
숙박비가 무슨 기본 100유로가 넘는다.
안돼안돼.. 헤매다가 배가 고파서 케밥집에 가서 케밥도 먹었다.
(프랑스에서 밤에 여는 곳이라곤 케밥집 밖에 없다.)
뭐라도 집어넣어서 조금은 든든해진 몸과 마음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중앙광장 근처다.
여기 지리는 이제 눈감고도 알겠다.
조금 걸어보니까 나오는 호텔! 방값도 60유로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들어갈 만하다.
작은방 이지만 마음은 편하다.
어제 이 시간만해도 난 바르셀로나에 있었는데,
한나절만에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본다..
허허허, 웃음만 나오는 군.
줄리도 신났다.
J : "이 얘기를 부모님한테 하면 난리나시겠지?"
침대시트랑 자기 옷 색이 똑같다고 좋아해서 카멜레온이라고 했더니 좋아 죽는다.
사진도 찍어달라기에 찍어줬다.
19살 소녀감성...
그렇게 줄리는 잠들었는데, 난 이제 돌아갈 문제를 해결 해야 한다.
블라블라카에도 툴루즈-바르셀로나를 가는 두 명 자리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하는 중에 덕연이가 경유를 하는 건 어떠냐고 말한다.
네신데 어떻게 깨어있니 너는...
기억하실지 모르겠으나 덕연이는 내가 도둑맞았을 때 그 자리에 함께 있던 한국인 동생이다. (2화 참조)
그래서 지로나를 가는 차를 찾아본다. 지로나는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위성도시 라고 할 만하다.
또 지로나는 바셀까지 렌페도 뚫려 있고, 시간도 가깝다. 기차 요금도 10유로도 안하고.
그리고..나이스!
지로나까지 가는 차는 있다! 그것도 오후 두시반 정도면 딱 좋은 시간대다!
내일 일찍 일어나서 줄리한테 말해야겠다.
그리고 나도 잠을 청한다.
다음날 눈을 뜨니 이미 열시가 넘었다.. 비몽사몽 줄리를 깨우고 씻고
어제 본 블라블라카도 다행히 아직 자리가 있어 예약을 하고 짐을 챙겨서 나왔다.
툴루즈 경찰서로 가는 길에 프랑스 베이커리도 가보고 물도 사고 룰루랄라 경찰서로 간다.
프랑스 빵은 진짜 맛있는 것 같다.
툴루즈경찰서에 도착했더니 오늘은 다른 사람이 우리를 부른다.
여성분이신데 어제 만난 사람이 경찰관 이였다면 이 사람은 수사반장 같은 느낌이 폴폴 난다.
이전과는 다르게 건물 깊숙이 있는 안쪽 사무실 까지 들어간다.
그리고 어제 했던 얘기를 다시 반복하는데,
굉장히 재밌게 들어주시는 아주머니,
그렇게 다시 진술을 마쳤다.
다 마치고 정리하는 분위기에서
수사반장님이 나에게 대학교 언제 졸업하냐고 물어본다.
"글쎄요... 1,2년 안에는 하겠죠?"
졸업하면 뭐 할거냐고도 묻는다.
"생각없어요.. 가능성은 많으니까, 그것 때문에 유럽도 온거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어요."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이제야 알겠다.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경찰해” 한다.
ㅋㅋㅋ생각해볼께요.. 공무원은 적성에 안 맞아서
그렇게 정리를 하고 사무실을 나오는데 앞에 보이는 사무실 탁자에 맥북이 있다.
이건 뭐냐고 물어보니까. 오늘 M 집을 수색해서 나온 것 들 중에 하나란다.
오전에 수색한 M의 집에서 apple 물건들이 꽤나 많이 나왔고, 그 중에는 도난 신고도 된 물건도 있었단다.
그래서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건 그것들 중에 벌써 주인을 찾은 물건...
이제 돌려 줄 거 란다. 이 사람은 무슨 횡재냐 나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히 뿌듯하다.
줄리도 어제 걱정했듯이 무고한 사람을 잡은게 아니라고 좋아한다.
근데 나는?
내 물건 보상 못 받냐고 물어보니까 재판 가야 될 거라고 한다.
그때는 좋은 일 해서 들뜬 마음에 그냥 나왔는데,
합의 그런 건 없나..
내가 이놈 잡겠다고 쓴 돈이랑 시간이 얼만데..
(누가 프랑스 법률 자문 좀..) 지금 생각이 든다.
그후에 일 처리가 어떻게 됐는지는 내일 전화해봐야겠다.
시간 맞춰 약속 장소로 가서, 다른 동행 한 명과 함께
어느 노부부의 차를 타고 지로나에 도착했다.
그리고 기차편을 통해 여덟시가 안돼서 도착한 바르셀로나.
그래도 집이라고
돌아왔다.. 는 생각이 먼저 든다.
바르셀로나
관광객들의 꿈이자 소매치기들의 천국.
망가져버린 도시이자 지금 내가 사는 이 곳.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 오늘은, (2014년 2월 28일)
줄리와 나의 생일이다.
경위서 中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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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습니다! 드디어! 에필로그만해도 거의 한 화 분량이 나왔네요.
원래 오늘은 너무 힘들어서 내일쯤 써보려다가 기다리시는 분 있을것 같아서 힘내서 써봤습니다.
이미 지난일이고 이제는 웃으면서 말할수 있는 일이라서 이렇게 글로 쓰게 됐고요.
그러니까 재밌다고 말씀하시는거 미안해 하지 않으셔도 돼요. ㅎㅎ
글쓰면서 뭔가 도둑맞는 꿈도 꾸고 도둑을 잡았다 놓치는 꿈도 꾸고 조금 시달렸달까요?
복기하는게 정신적으로 약간 무리가 오긴 하나봐요.
괜찮다고 생각 했는데.. ㅎㅎ
그래도 일주일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여러분들이 너무나 감사하게
분에 넘치게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탓에 이렇게 연재(?)를 무사히 끝마쳤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댓글남겨주신 분들께는 더더욱 감사드리고
끝으로 오늘자 안좋은 소식을 하나 전하며..
정윤 (프랑스번호를 빌려준 소녀)
유럽에서 소매치기 조심하시길.. 제발...
현재시각현재시각 22:00
지체없이 지하철역으로 뛰어간다.
정윤이에게는 이십분만 기다리라고 말하는데 말이 이십분이지,
산츠, 플라자 까딸루냐, 파세이그 데 그라시아 처럼 큰 역 들은 지하통로가 얼마나 긴데..
그것만 걸어가는 것도 10분은 걸리겠다. 뛰자, 일단 뛰자.
웬만해선 절대 뛰지 않는 유럽인들 사이로 동양인 남자 하나만 뛰고 있다.
아깐당장 약속을 21시간 뒤로 잡았는데.
어떻게 가야 하나에 대한 걱정이 뒤를 따른다.
잠자는거야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차편부터 찾자.
여기서 잠깐, 내가 당연히 인당 70유로씩 하는 버스를 예매하고 갔으리라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한가지 드리는 추천.
블라블라카! (http://www.blablacar.com) 카풀 연결 사이트 라고 생각하면 쉬울 듯 하다.
가격도 그저 기름값에 약간 정도만 더 내면 되고, 노선대로 운행하는 버스보다 시간도 굉장히 단축되니 강력히 추천드린다. 사이트가 어느정도 수수료를 받는 명목으로 시행하는 안전정책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걱정하는것처럼 그렇게 위험하거나 불쾌한 동승을 만날 위험을 적은듯 하다. 줄리 덕분에 알게 된 사이트.
목적지까지 가는 차가 있을지 없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대 도시 간에는 거의 늘 있다.
얼마 안남은 시간에도 마침 자리가 있었고
그렇게 블라블라카에서 두명이 60유로가 좀 안되게 툴루즈까지 가는 급행 자동차를 예매했다.
출발은 내일 한시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일도 굉장히 바쁜 하루가 되겠군.
줄리와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정신차릴 새도 없이 피곤함에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뜬다.
주말까지 해야하는 조별과제도 내가 다 책임진다. 복학생 오빠처럼, 일단 그건 갔다 와서 하기로 하고,
우선 여권을 받자.
천만다행히도 어제 여권이 한국에서-마드리드를 거쳐-바르셀로나로 도착했단 사실.
신이 내린 타이밍이다.
그래서 10시쯤 가서 나의 새로운 여권을 받았다.
휴 이제 약간 든든하다.
입국 날짜도 안 찍히고, 비자도 사라져버린 빈 여권이긴 하지만
그래서 만약 걸리면 불법입국자랑 다를게 없지만, 국경 정도는 넘을 수 있겠지.
그렇게 여권을 챙기고 조별과제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조원들과 만나고,
어찌저찌하여 시간은 한시,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도착했다.
스패니쉬 타임에 완벽적응, 언제나처럼 기본 15분은 늦는 프랑스인 줄리.
우리를 툴루즈까지 바래다 줄 운전자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아직도 오지 않은 한 사람을 더 기다린다.
오후 한시 반. 가자 툴루즈로.
재희와의 메세지
오후 다섯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한 툴루즈.
사흘만에 다시 오다니..이럴 줄 알았으면 돌아가지도 않았지.
옆에서 줄리는 이런 일로 프랑스에 돌아올 줄 몰랐다며,
파리가 아닌데도 집에 온 것 같다며 좋아한다.
프랑스인 줄리보다도 툴루즈 길은 내가 잘 안다.
일단 와이파이 되는 곳을 찾아서 들어간 곳 ‘Quick’, 프랑스롯데리아랄까.
배도 안고픈데 8유로나 내고 햄버거를 사먹는다.
Junk food가 가격은 쓰레기 가격이 아니다. 한국도 비싸다지만 이곳은 더 비싸다.
도둑잡는데 쓰는 비용이라고 좋게 생각해줄께.
그렇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우선 경찰에게 보고를 한다.
우리 툴루즈 왔다, 10시쯤에 중앙광장에서 만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이 알겠다고 자세한 장소 정해지면 연락을 다시 달라고 한다.
듬직하다. 이 프랑스 경찰들은..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리가 굉장히 불안해 한다.
이 소녀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프랑스 땅에 와서야 깨달은 듯 하다.
J : “칼로 찌르면 어떻게 하지, 총으로 쏘면??”
하기야 프랑스에서 무슨 일이 못 일어나겠냐만은 중고거래에 총을 들고 나올 리는 없잖니.
내가 케밥파는 모습을 봤는데 굉장히 착한 친구였어.
걔가 만약 칼로 찌르든 총을 쏘든 내가 중간에 뛰어들어서 대신 맞을께.
경찰도 보고 있을거잖니.
그녀를 달래본다
자기 인생에서 지금이 제일 두렵고 긴장된다는 19세 소녀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그냥 별 일 없을 거라고, 내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겠다고 약속했다.
난 여기까지 왔는데도 긴장이 되지는 않는다.
이미 M이 들고 나올 물건이 내 것이 아닌 줄도 알고 있으니,
사실 줄리에게 물건 사는척하면서 한국물건도 있냐 넌지시 물어보라고 까지 시키고 싶었으나,
애 상태를 봐서 참았다.
사실 아직도 조금 아쉽긴 하다.
내 기억을 토대로 삼았을 때, 가장 좋은 약속 시간은 말했듯이 10시.
그때쯤 가게 문을 닫는걸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가장 좋은 장소는 툴루즈 중앙광장 맥도날드,
사람도 많고 보편적이고 내가 숨어있을 곳도 많다.
그리고 그놈 가게에서도 아주 가깝지.
'가게부터 약속장소 까지는 도보 3분'
벌써 햄버거 집에 눌러앉은지도 두시간이 지났다. 이제 오후 아홉시가 다 되어가네.
나 : "다시 M이랑 연락해서 약속장소 확실히 하자. 줄리야."
그렇게 메시지를 보낸다. 물론 위치전송은 켜고,
E : "22시, 중앙광장 괜찮지?"
M : "응, 근데 전화 좀 받아봐. 왜 응답이 없니."
전화를 받을리가 있나. 내가 단단히 단속시켰다 이번엔.
E : "그럼 내가 걸께."
웃음이 사라진 줄리
하고 전화를 건다. "미안 전화기가 이상해서 잘 안터지더라 Bla-Bla-"
그렇게 확정된 장소는 광장 맥도날드 테라스 10시.
그는 트레이닝 복에 까만 바지를 입고 온다고 했다.
전화를 마치고, 줄리가 이번에는
J : "얘가 범인이 아니면 어떻게 하지? 내가 선량한 시민을 체포하는걸 수도 있어!"
현실부정을 한다. 그러지 말아라. 너가 그러면 나도 약해지잖니.
100%맞아, 100% 맞으니까걱정하지마 하고 말하며 나와 줄리를 동시에 안심시켰다.
그리고 경찰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J : "시간도, 약속장소도 확정했어요."
FP : "광장 골목에 큰 포드 세단이 한대 있을거다.
그 차에 우리 형사들이 사복으로 변장하고 타고 있으니까 가봐라."
그렇게 가본 골목,
차를 세워두면 안될 것 같은 골목에 정말 포드 세단 딱 한대가 주차 되어 있다.
문밖에서 인사를 하자 세명의 형(사)님들이내리신다.
딱 봐도 어느쪽으로든 사람 잡게 생겼다.
약속 장소와 시간을 설명하니
줄리가 M과 만나서 인사하고 나면 곧바로 현장을 덮치겠다고 말한다.
줄리도 그 포스 앞에서 어느정도는 안심이 되는 듯 하다.
이제 약속시간까지는 15분 남았다.
가자 줄리.
광장을 가로질러 맥도날드로 가서 줄리와 나는 각각 커피 한잔을 사들고
줄리는 테라스로, 나는 창이 트여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그 와중에 M과의 메신져 대화를 위해 줄리에게 내 핸드폰을 맡긴 건천추의 한.
어차피 형사님들 신분보호 때문에 사진은 대놓고 못 찍었겠지만 시도라도 할 수 는 있었을텐데.
그렇게 올라와서 기다린다.
아무것도 안하고 창 밖을 바라보는 10분이 너무 더디게 흐른다.
비도 와서 추운데 테라스에 있는 줄리는 얼마나 춥고 무서울까.
2층에서 테라스를 볼 수 있는 각도는 안나온다.
핸드폰이 없어서 시간도 모르고 이쯤 됐나 싶어서 옆에 학생들에게 시간을 물어보니
55분이란다. 거의 다됐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츄리닝복에 까만 바지를 입고 온다고 했던가.
그때, 그의 가게쪽 골목에서 흰 박스를 든 누군가 나와 다가온다.
저 놈 이 다. M.
그가 이 앞까지 오고 난 계단을 뛰어내려간다.
조그만한 에스프레소는 진작에 다 먹었다.
옆문을 통해 나가서
그 놈이 도망갈 수 있는 골목으로 가 몸을 살피고 상황을 지켜보는데
형사들이 순식간에 나와서 그 놈을 에워싼다.
그리고 체포.
갑자기 나타난 형사들 때문에 그놈도 당황했는지 아무런 반항도 못한다.
손이 뒤로 묶이면서 뭐라고 소리치는데,
줄리를 위협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알아 들을 수가 있어야지.
그렇게 그놈이 묶여서 아까 포드가 있던 골목으로 연행되려는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달려가고 싶다.
달려가 그 놈 앞에서
"안녕 나야. 사흘전에 케밥 먹었던 일본인. 내 맥북 어딨어."
말할까
"너 전화해놓고 왜 거짓말하고 다시 연락 안했어. 내가 못 찾을 것 같았어?
한국인이라니까, 내가 지금쯤 한국에 돌아가 있을 줄 알았어?"
따지고 싶다.
그래도 줄리가 그 옆에 아직 같이 있다.
혹여라도 이제 줄리의 얼굴을 아는 M이 조금이라도 줄리(=에밀리)랑 내가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알면 안되기 때문에 참고 또 참았다.
그렇게 형사 두명은 M을 차에 태우고,
남은 한 명이 한 손엔 M이 들고 나온 맥북을 들고 우리와 얘기를나눈다.
FP1 : "우선 이건 한국 것이 아니지만 일단은 우리가 들고 가서 조사 해봐야겠다.
일단 너희도 경위서를 같이 작성해야하니까 경찰서로 와서 우리를 찾아라."
그렇게 형사들은 M을 싣고 가버리고 우리는 따로 지하철을 타고 경찰서까지간다.
줄리가 상기된 얼굴로 내게 묻는다.
J : "그 사람 얼굴 봤어? 너가 말한 케밥집 사장이 맞아?"
나 : "응 맞아 잘했어 줄리, 자랑스럽다."
J : "와 나 얼마나 떨렸는데 죽는줄 알았어."
나 : "잘했어 추웠지? 고생했어 다 끝났다. 그놈이 뭐랬어?"
J : "처음에 내가 켜보려고 하니까 켜보지 말랬어. 아직 한번도 안 켠 상품이라고 한번이라도 켜면 상품가치 떨어진대."
별 그지 같은 소리를 다하고 있다.
그 놈도 처음 내 맥북을 훔친 놈에게서 내 맥북을 받을 때 그렇게 당했을까...
난 아직까지도 그가 내 맥북을 바르셀로나에서 훔쳐간 ‘개도둑놈의XX’ 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툴루즈에서 늘 열어야 할 케밥집이 있었으니까.
그도 따지고 보면 2차 피해자겠지.
그러나 그가 나와 통화를 하고, 그 와중에 날 속였던 그 순간,
그냥 애플 중고 브로커 투잡 뛰는 케밥 아저씨로 평범하게 지낼 수도 있었던 삶을 걷어 찬거야.
그와 했던 통화를 나는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툴루즈 경찰서 도착 잠시 대기중
그렇게 간 경찰서에서 내가 모은 증거들과 통화기록들
그리고 모든 일들을 설명 하는데에만 두 시간이 넘게 걸렸고 조서만해도 4장이 나왔다.
글씨크기 6, 줄간격 110%
그리고 다행히 오늘 겨우 받아온 HOT한 여권번호도 사용했다.
이 모든 우연이 이런식으로 이루어졌다니. 나도 다시 한번 놀라고,
우리의 말을 받아적는 경찰도, 여러 번 으쓱하며 놀란다. 무슨 정신으로 이랬냐고.
그냥 분했다.
금이빨 빼고 모조리 씹어먹고 싶었다.
프랑스법 상 오후 10시(?)부터오전 6시까지 가택을 수색하는 건 경찰에게도 허용이 되어있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내일 아침 일찍 M의 집을 수색할거라고, 그러니 오전 10시쯤이 넘어서 경찰서에 다시 와보라고 한다.
알겠다고 하고 인사를 하고 경찰서를 나왔다.
진짜 다 끝났다...!
내일 집 수색해도 아마 내껀 없을거야.
분명히 (2편에서) 얼마전에 팔았다고 한 그 맥북이 내거 였거나.
적어도 친구한테 숨겼거나 했겠지.
어쨌든. 그래도. 정말 끝났다.
나쁜놈 하나 잡아서 앞으로 나쁜짓 못하게 한거면 된거야.
여기까지,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잖아.
내 증언을 경찰에게, 경찰의 말을 내게 통역하느라 두 배는 힘들었을 줄리에게 너무나 고맙다.
경찰서 앞에서 서로 감격의 포옹을 꼬옥 하고 시간을 보니
이제 시간도 새벽 한시가 넘었는데, 사놓은 먹을것도 없고
근데 우리 잠은 어디서 자냐...?
에필로그에서 계속..
분명히 쌀쌀했는데 땀이 난다. 옷을 하나씩 벗어들고 또 뛴다.
지하철 하나가 이 순간에도 지나갈 수 있어.
그렇게 도착한 Arc de triomf역, 바르셀로나 북역(버스터미널)과 접해 있는 역이다.
이 역에서도 출구를 잘 찾아 나가야지만 북역 바로 앞에서 나올 수 있는데,
다행히 이전에 이 근처에 살았어서 헤매지 않고 찾았다.
현재시각 22시 35분, 북역으로 뛰어들어가니 한눈에 알아보겠다.
저 한국인 소녀.
정윤 : "안녕하세요 죄소....ㅇ!!"
나 : "안 안녕해요. 일단 가면서 얘기해요. 빨리!"
정윤이는 영문도 모르고 짐 챙겨서 따라 나온다.
다시 돌아온 Arc de triomf역. 현재 시각 22시 40분
표 살 시간도 없어. 내 표 같이 쓰자.
지하철을 기다리며 이제야 말을 건낸다.
나 : "오느라 고생했어요. 근데 조금만 더 고생해요.
정윤씨가 예약해 둔 호스텔 있는 곳은 Plaza catalunya에 있어요.
그런데, 우리 지금 너무 급해서 Urquinaona 역에서 노란색으로 갈아타고 Jaume 1로 갈 꺼에요.
그럼 거기 역 앞에 나와있는 제 친구한테 전화기를 건내주고,
그 후에 호스텔 가서 체크인하고 다시 전화기 받으러 와도 되겠어요?
호스텔 늦게 체크인 하면 패널티 있고 그러지 않나?"
난 BnB만 써봐서 호스텔도 그런지는 잘 모른다.
정윤 : "통화 오래 안 걸리면 그냥 친구 집 같이 가요. 그 후에 호스텔 가도 될 것 같은데요?"
아.. 이 여자 절대 밉지 않다. 산츠에 내리면 어떻고 북역이면 어떠리.
나 : "그래요 그럼, 호스텔에 전화해서 패널티 확인만 해봐요."
. . .
정윤 : "괜찮데요 12시 전에만 오래요."
좋아.
그렇게 줄리 집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55분.
가까스로 safe다. 애들이 택시 탔냐고 놀란다.
뛰었다. 엄청.
빨리 꺼진 핸드폰을 충전 시키고 전화를 준비하자.
10분 후...
메세지 전송!
이젠 자신있게 외쳐보자.
YOU CAN CALL ME NOW IF YOU WANT!!
이내 익숙한 번호에서 전화가 온다.
두.근.두.근. 줄리가 전화를 받는다. 짜여진 각본대로 오고가는 질문.
사양에 대한 질문,
구성품에 대한 질문,
가격과 괜찮은 시간 까지.
전화를 마친 줄리가 말한다
J : "이거 너 꺼 아니야.. 프랑스 키보드에 충전기랑 워런티카드까지 있대.
일단 산다고는 했는데 시간은 또 정하기로 했어."
.
.
.
와
장
창
창
끝. 정말 끝이다. 분명히 내 것이 아닐 상황도 생각해보긴 했지만.
내 것일거라고 믿고 있었고, 믿고 싶었던 터라 이 순간의 허망함을 감출 수가 없다.
우리 모두 당황했고, 방 안 공기가 무겁다.
내 것이 아닌 이상, 그가 이번에 팔려는 물건은 합법적인 것 일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잡는다고 해도 죄를 못 찾아 낼 수도 있고,
그럼 이놈은 영영 도망갈텐데..
프랑스 경찰한테 그냥 잡아달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냥 가지말까? 그게 낫겠지.
차라리 다른 계정으로 또 접근을 해서 한국상픔 구한다고 돌직구도 던져보고
계속 괴롭히는게 낫지 않을까...
하아..근데 이제 또 이럴 자신이 없다.
줄리는 일단 툴루즈에 가서 붙잡고 보잔 식이다.
경찰이 도와주긴 할까, 내 물건도 아닌데, 이번에 놓치면 얘 아예 도망 가버린다니까..
머릿속이 복잡한데 시간은 12시가 다 되어가고 빨리 정윤이를 데려다 줘야겠다.
줄리와 함께 있는 한국인 동생에게 내가 여기로 돌아올지 그냥 집에 갈지 얘기해달라고 말해뒀다.
정윤이와 호스텔에 가는데 쇼윈도를 비친 내 모습을 보니 갑자기 툴루즈에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모르겠고, 그냥 가야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야 여기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을 내지. 더 이상은 나도 힘들다.
그때 한국인 동생에게서 연락이 온다.
나 : "어, 재희야"
재희 : "오빠, 줄리가 방금 툴루즈 경찰이랑 다시 통화를 했는데요. 오빠꺼 아닌것 같다고 설명을 했는데도,
증거도 많고 수상한 점도 많다고 일단 잡고 수사해보겠대요. M잡으러 가셔야 할것 같은데,
일단 다시 여기 오셔야 할 것 같아요."
나 : "오 나도 마침 가야겠다고 생각 하고 있었어. 알겠어 그럼 끝나고 그리로 갈께."
재희 : "네, 전 내일 새벽에 할일이 있어서 먼저 들어가볼께요"
나 : "아 그래? 고마워! 잘쉬어."
정윤이 체크인을 마치고 바르셀로나 궁금한거 있으면 꼭 연락하라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고마운 사람이 참 많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터벅터벅... 생각도 많고... 다리도 무겁다...
아니 사실 그것보다도
근 몇일간 학교도 다니면서 이 일에 온 신경을 쏟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잔 이유가 크겠지.
피곤하다. 그래도 조금만 힘을 내자. 끝이 보인다.
고3때와 군대에서도 안해본 자기격려 시전.
딱 새벽 1시, 마치 우리집처럼 줄리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Dos besos.
줄리는 여기까지 온 이상 툴루즈까지도 함께 가줄 생각을 하고 있다.
난 참 복받은 사람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것 만으로도 놀랍고도 고마운 기억이다.
카드, 안경, 컴퓨터, 옷, 가방 그리고 여권까지... 모든 걸 잃어버리고 난 후.
날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던 외롭고 불쾌한 구속에서 이제는 벗어나는 느낌이다.
모두들 덕분에...
나 : "줄리! 얘기는 들었어. 툴루즈 정말 같이 가는거야?"
J : "그럼! 내가 통화도 했잖아. 끝까지 가야지. M한테는 언제 보자고 할까?"
“오늘, 22H, 툴루즈 중앙 광장”
마지막화에 계속...
22:00
지체없이 지하철역으로 뛰어간다.
정윤이에게는 이십분만 기다리라고 말하는데 말이 이십분이지,
산츠, 플라자 까딸루냐, 파세이그 데 그라시아 처럼 큰 역 들은 지하통로가 얼마나 긴데..
그것만 걸어가는 것도 10분은 걸리겠다. 뛰자, 일단 뛰자.
웬만해선 절대 뛰지 않는 유럽인들 사이로 동양인 남자 하나만 뛰고 있다.
아깐 분명히 쌀쌀했는데 땀이 난다. 옷을 하나씩 벗어들고 또 뛴다.
지하철 하나가 이 순간에도 지나갈 수 있어.
그렇게 도착한 Arc de triomf역, 바르셀로나 북역(버스터미널)과 접해 있는 역이다.
이 역에서도 출구를 잘 찾아 나가야지만 북역 바로 앞에서 나올 수 있는데,
다행히 이전에 이 근처에 살았어서 헤매지 않고 찾았다.
현재시각 22시 35분, 북역으로 뛰어들어가니 한눈에 알아보겠다.
저 한국인 소녀.
정윤 : "안녕하세요 죄소....ㅇ!!"
나 : "안 안녕해요. 일단 가면서 얘기해요. 빨리!"
정윤이는 영문도 모르고 짐 챙겨서 따라 나온다.
다시 돌아온 Arc de triomf역. 현재 시각 22시 40분
표 살 시간도 없어. 내 표 같이 쓰자.
지하철을 기다리며 이제야 말을 건낸다.
나 : "오느라 고생했어요. 근데 조금만 더 고생해요.
정윤씨가 예약해 둔 호스텔 있는 곳은 Plaza catalunya에 있어요.
그런데, 우리 지금 너무 급해서 Urquinaona 역에서 노란색으로 갈아타고 Jaume 1로 갈 꺼에요.
그럼 거기 역 앞에 나와있는 제 친구한테 전화기를 건내주고,
그 후에 호스텔 가서 체크인하고 다시 전화기 받으러 와도 되겠어요?
호스텔 늦게 체크인 하면 패널티 있고 그러지 않나?"
난 BnB만 써봐서 호스텔도 그런지는 잘 모른다.
정윤 : "통화 오래 안 걸리면 그냥 친구 집 같이 가요. 그 후에 호스텔 가도 될 것 같은데요?"
아.. 이 여자 절대 밉지 않다. 산츠에 내리면 어떻고 북역이면 어떠리.
나 : "그래요 그럼, 호스텔에 전화해서 패널티 확인만 해봐요."
. . .
정윤 : "괜찮데요 12시 전에만 오래요."
좋아.
그렇게 줄리 집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55분.
가까스로 safe다. 애들이 택시 탔냐고 놀란다.
뛰었다. 엄청.
빨리 꺼진 핸드폰을 충전 시키고 전화를 준비하자.
10분 후...
메세지 전송!
이젠 자신있게 외쳐보자.
YOU CAN CALL ME NOW IF YOU WANT!!
이내 익숙한 번호에서 전화가 온다.
두.근.두.근. 줄리가 전화를 받는다. 짜여진 각본대로 오고가는 질문.
사양에 대한 질문,
구성품에 대한 질문,
가격과 괜찮은 시간 까지.
전화를 마친 줄리가 말한다
J : "이거 너 꺼 아니야.. 프랑스 키보드에 충전기랑 워런티카드까지 있대.
일단 산다고는 했는데 시간은 또 정하기로 했어."
.
.
.
와
장
창
창
끝. 정말 끝이다. 분명히 내 것이 아닐 상황도 생각해보긴 했지만.
내 것일거라고 믿고 있었고, 믿고 싶었던 터라 이 순간의 허망함을 감출 수가 없다.
우리 모두 당황했고, 방 안 공기가 무겁다.
내 것이 아닌 이상, 그가 이번에 팔려는 물건은 합법적인 것 일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잡는다고 해도 죄를 못 찾아 낼 수도 있고,
그럼 이놈은 영영 도망갈텐데..
프랑스 경찰한테 그냥 잡아달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냥 가지말까? 그게 낫겠지.
차라리 다른 계정으로 또 접근을 해서 한국상픔 구한다고 돌직구도 던져보고
계속 괴롭히는게 낫지 않을까...
하아..근데 이제 또 이럴 자신이 없다.
줄리는 일단 툴루즈에 가서 붙잡고 보잔 식이다.
경찰이 도와주긴 할까, 내 물건도 아닌데, 이번에 놓치면 얘 아예 도망 가버린다니까..
머릿속이 복잡한데 시간은 12시가 다 되어가고 빨리 정윤이를 데려다 줘야겠다.
줄리와 함께 있는 한국인 동생에게 내가 여기로 돌아올지 그냥 집에 갈지 얘기해달라고 말해뒀다.
정윤이와 호스텔에 가는데 쇼윈도를 비친 내 모습을 보니 갑자기 툴루즈에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모르겠고, 그냥 가야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야 여기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을 내지. 더 이상은 나도 힘들다.
그때 한국인 동생에게서 연락이 온다.
나 : "어, 재희야"
재희 : "오빠, 줄리가 방금 툴루즈 경찰이랑 다시 통화를 했는데요. 오빠꺼 아닌것 같다고 설명을 했는데도,
증거도 많고 수상한 점도 많다고 일단 잡고 수사해보겠대요. M잡으러 가셔야 할것 같은데,
일단 다시 여기 오셔야 할 것 같아요."
나 : "오 나도 마침 가야겠다고 생각 하고 있었어. 알겠어 그럼 끝나고 그리로 갈께."
재희 : "네, 전 내일 새벽에 할일이 있어서 먼저 들어가볼께요"
나 : "아 그래? 고마워! 잘쉬어."
정윤이 체크인을 마치고 바르셀로나 궁금한거 있으면 꼭 연락하라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고마운 사람이 참 많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터벅터벅... 생각도 많고... 다리도 무겁다...
아니 사실 그것보다도
근 몇일간 학교도 다니면서 이 일에 온 신경을 쏟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잔 이유가 크겠지.
피곤하다. 그래도 조금만 힘을 내자. 끝이 보인다.
고3때와 군대에서도 안해본 자기격려 시전.
딱 새벽 1시, 마치 우리집처럼 줄리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Dos besos.
줄리는 여기까지 온 이상 툴루즈까지도 함께 가줄 생각을 하고 있다.
난 참 복받은 사람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것 만으로도 놀랍고도 고마운 기억이다.
카드, 안경, 컴퓨터, 옷, 가방 그리고 여권까지... 모든 걸 잃어버리고 난 후.
날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던 외롭고 불쾌한 구속에서 이제는 벗어나는 느낌이다.
모두들 덕분에...
나 : "줄리! 얘기는 들었어"그럼! 내가 통화도 했잖아.마지막화에 계속...
의지력대단쓰.......!!!!!멋진분이당ㅋㅋㅋㅋㅋ
30분동안 정독했어 왙ㅋㅌㅌㅌㅌㅌㅌㅌㅌㅋ
와 정독했어 근데 진짜 소매치기놈들 다 손모가지 부러뜨려야돼ㅠㅠㅠㅠ후
이야.. 대단... 개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결국 바이바이 맥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ㅅㅍ ㅜㅜ
진짜 대단하다 보면서 난 이렇게 할수있을까 생각 며칠 앓다 말텐데 ㅠ 대단 피곤했겠다 소매치기좀하지마 ㅠ 시바 ㅠ
와 미친 삼십분 넘게 읽었엌ㅋㅋㅋㅋㅋㅋㅋ
와 이사람 멋있다.. 지금 뭐하고있으신지 궁금하다
와 이분 뭘 해도 되시겠다 ㅋㅋㅋ 멋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찾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못찾아어 맘아프네ㅠㅠㅠ근데마지막ㅋㅋㅋㅋㅋ
필력 쩐다 존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얼른 읽고싶은데 회사라서 안되겟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퇴근하구읽어야집
못 찾아서 더 현실적이다 ㅋㅋㅋㅋ..ㅠㅠㅠ난 유럽에서 한 번도 도난은 안 당했었는데 바르셀로나 포함. 진짜 저렇게 남의 물건 훔쳐가는 놈들 망해야해
존나 뭐라고 또이걸 일케다읽었짘ㅋㅋㅋ
집에가서 봐야지!!!!
존나 재미땅 ㅌㅋㅋㅋㅋㅋㅋㅋㅋ
워...필력 진짜 장난아니다
와대단하앜ㅋㅋㅋㅋㅋㅋ 진짜 정독했네
소설같애..ㅋㅋㅋㅋㅋㅋㅌ
필력개쩐닼ㅋㅋㅋㅋㅋㅋㅋㅋ
개박대박 개대박
ㅋㅋㅋㅋㅋ존잼이다 진짜 나 바르셀로나 갔을때 어떤 한국인 남성이 가슴쪽 포켓에 핸드폰넣고있었는데 어깨동무하면서 그 핸드폰훔쳐갔대 그런곳이야 하지만 난 바르셀로나 너무 재밌어서 다시 가고싶어
난 유럽여행중 아무것도 소매치기당하지않았어 하지만 본적은 있지
마지막에 프랑스사는 분 도난당한것까지 진짜 대박이야 볼때마다 집중해서 보게댐ㅁ...
와 ㅋㅋㅋ다 읽엇다 ㅋㅋㅋㅋㅋㅋ와 진짜 저 분 대단하시다 ㅠㅠㅠㅠㅠ
와 쩐다아...근데 너무 걱정들마 가방 몸에서 떼지말고 손으로 계속 잡고있고 내가 경계한다는 모습만 보여주면 가방을 칼로 찢거나 그럴일은 없고 잘 안 다가와!
겁나 재밌다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못찾은건 너무 아쉽지만 ㅠㅠ
찾길바랬는데...흐...진짜대단하다ㅠㅠ 난 바셀에서 진심 다가오면 한대패겠다는 마음으로 액션캠휘두르며다녀써...8ㅅ8 참 예쁜도시지만 무섭구나ㅠㅠㅠ
존나 정독했다ㅠㅠㅜㅜㅜㅜㅜㅜ 넘나 옛날 글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찾았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ㅜㅠ
ㅋㅋㅋㅁㅊ 개재밌가
와 난 유럽 댕기면서 다행히 한번도 없었는데 너무 무섭다 ㄷ ㄷ ㄷ 글고 나같음 걍 씨발 이러고 잊었을텐데 대단스 ...
와 진짜 대단하다
경찰하셔도 될듯
와 리얼 소설같애 필력갑...
대단하다..완전 빠져들어서 읽었어
ㅠㅠ 진짜 나도 핸드폰 잃어버려서 눈물없이는 못보겠다... ㅠㅠ 연어하고 제목봤는데 큽 ㅠㅠ
필력 대박.... 아휴 진짜 고생하셨네ㅠ 그리고 인복도 좋으시고 결국 못 찾긴했지만.... 좋은 일 하셨네요ㅠ 나도 바셀 가는데 소매치기 조심해야갰다
와ㅋㅋㅋㅋ이분 아직도 유랑보니까 여행다니시네 대단하다
와 필력무슨일이야,,, 후 영화한편이야
ㅋㅋㅋㅋㅋㅋㅋ와 존잼 ㅠㅠ 필력.. 유럽진짜 두번을 장기여행했지만 노답
와 개재밌다ㅋㅋㅋ 결국 못찾아서 아쉽네 현실적인건가ㅋㅋ
와 존잼ㅋㅋㅋㅋㅋㅋ대박이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쥴리 기사보려고 연어하다가 읽었는데 미친지구력이다 끈기 쩐다 난 그냥 잘못 짚어만 줘도 기죽는데 혼나도 기안죽고 오히려 오기로 다 해내는 타입일 것 같아 대단하다 진짜
아니 김건희, 쥴리 쳐보다가 기가막힌 이야기를 읽어버렸네,,,
아 정윤앀ㅋㅋㅋㅋㅋㅋ 어케ㅠㅠㅜ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유럽 소매치기 진짜 조심해 여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