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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범인은 미끼를 물었다. 이어 걸렸다. 서린이 놓은 덫은 무척 크고 정갈했으며 그리고 치밀했다. 범인의 청산칼리는 제작에는 성공했으나, 두 달을 넘게 그냥 방치하면서 독성을 잃었다. 조금씩 훔쳐낸 게 화근이었던 모양이다.
희생양으로 끌어들인 파리가 약을 먹고 죽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소 측에서 직접 성분 조합을 확인했고, 그 결과 청산칼리가 “탄산칼륨” 이라는 일반 화학성분으로 변했음을 알아냈다.
성분과 가루가 연구소의 것과 일치한다는 감식반의 증거, 그리고 지문이라는 증거, 알리바이가 없음이라는 증거. 그 모든 증거에 의거해, 범인은 살인미수라는 범죄의 이름을 등에 지고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 형벌은 무기징역.
현장수사부터 시작해 검거까지, 서린의 공로가 컸다. 중간에 빠진 시간은 4시간 정도이며, 서린은 현장에 오는 순간 형사들과 함께 검거에 성공한다.
이번에도 두드려 패야 하는 게 순리지만 그러지는 못 했다. 눈 땡그랗게 뜨고 지켜보는 감시원, 정 순경이 옆을 지켰기 때문이다.
플러스알파가 크게 작용하여 의학연구소 살인미수 사건의 해결 보수만 70만. 이건 급여와는 무관해서 봉투에 들은 채로 서린의 손에 떨어졌다.
한편, 그녀의 친구 메디는 호텔에 방을 잡았다. 여행 차원에서 온 게 아니기 때문에 가방은 상당히 작았다. 그 호텔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메디가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말했다.
“Riki to be seeking the board.”
코코아가 든 잔을 들려던 서린의 손이 멈춘다.
“Appears the marriage to be breaking.”
“So.”
“The beggar where the old affection is longed for.”
“The young which reaches.”
서린의 입에서 욕설이 터진다.
“Runa.”
“Why.”
“The Riki does to want board report.”
“Acts unreasonably yes.”
서린은 거친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I becomes like this because of who but. Medy.”
“Yes.”
“You, the beer will drink well and will decrease to know? Us, the first cup will do?”
“Is not good.”
둘은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메디는 맥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Here and there wanders, [iss] the unit. The parents the Riki should have been done to you how, knows all, [canh] Oh. So entrusted holding tongue in London National Police Office to see. Outside duty went out, the site investigation went out, verification went out, is making up a ready remark repeatedly from National Police Office. PDA changes and well, the Riki does not know?”
“Does not know justly. Immediately after accident changes.”
서린은 대답 후 맥주 한 모금 마셨다.
“Runa.”
“Why.”
“Spreads out…. where The Riki will do start flaw again, the thing which will do like that?”
메디의 망설임 섞인 물음을 들은 서린의 인상이 사납게 변했다. 그녀는 맥주를 세 모금을 마시고서 말했다.
“The day when spreads out does not know like that? Confront how, knows and the race where I is the man like that end comes out?”
“Sorry.”
“Is unpleasant all. Any more, being a man and form a connection and does not want they are not. Is like that end two time does not put in again in the mouth.”
성을 낸 서린은 반쯤 남은 맥주를 한꺼번에 들이켰다. 메디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봤다.
밤 10시, 공동 명의의 2층 주택.
덜컹, 풀썩.
1층 거실에서 각자 TV 시청을 하던 강혁과 진우, 두 사람은 현관문 쪽에서 들린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직후 입을 쩍 벌린다.
“차 형사!”
“차 형사님!”
“또 숨도 못 쉬는 거 아냐? ……. 아, 지금은 쉰다.”
서린의 코에 손을 대본 강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진우와 함께 그녀를 방으로 옮겼다.
자듯이 축 쳐진 서린을 침대에 눕힌 진우는 어디선가 술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킁킁. 어디서 맥주 냄새 안 나냐?”
“어, 정말.”
동조한 강혁도 이리저리 냄새를 맡아보기 시작했다. 근원지를 찾아보니 서린한테서 나는 거다.
“차 형사님, 술 마셨나 봐!”
“한 잔 한 것 같네.”
띠리리리리리링.
거실 탁자 위에 올려둔 강혁의 PDA가 울어댔다.
“예, 여보세요?”
“윤강혁 사장님 PDA 되시나요?”
“아, 예.”
“실례하겠습니다. 저는 차서린 형사님의 감시원 자격을 부여 받은, 정보수사반 소속의 정유리 순경입니다. 차 형사님 잘 들어가셨어요?”
정 순경의 질문을 받은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잘 들어왔습니다. 차 형사, 혹시 술 마셨어요?”
“예. 메디라는 이름의 친구와 맥주 한 잔 하셨어요. 한 잔 하고 그렇게 뻗으셔서 얼마나 황당했는지 몰라요.”
“한 잔?”
“500cc 한 잔이요.”
“…….”
500cc 한 잔?
강혁과 진우는 멍한 얼굴로 서린을 바라봤다.
여장부 서린의 이미지로 봐서는 5000cc도 거뜬할 것 같은데 겨우 500cc 한 잔에 뻗었다니. 어이없음을 느끼는 강혁과 진우다.
“어쨌든 무사히 들어가셨다니 다행이네요. 카드키는 저한테 있어요. 내일 차 형사님 나오시면 돌려드리도록 할게요. 이만 끊을게요, 들어가세요-”
“예, 감사했습니다.”
PDA의 화면을 매만져서 전화를 끊은 강혁은 다시 서린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댕기머리를 땋아 내린, 특이한 인상의 여자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집에서 재회 했을 때 그녀는 단검을 던지며 무단침입죄로 몰아세웠고, 그 때의 이미지는 깡 센 여장부로 바뀌었다. 그리고 오늘, 서린의 약점 아닌 약점을 알게 된 것 같다.
맥주 500cc에 뻗어버렸다- 라.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 있던 강혁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 생각할수록 웃긴다, 차 형사.”
“그러게. 딱 봐서는 3000cc도 너끈할 것 같은데.”
“어? 형도 그 생각 하고 있었어?”
“응.”
진우는 고개를 주억거린다.
“형.”
“응?”
“해장용 국, 끓일 줄 알지.”
“콩나물국과 복어국 할 줄 알아. 콩나물 좀 사와야겠다.”
진우는 강혁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 손바닥을 가만히 보던 강혁이 입을 연다.
“뭘 어쩌라고?”
“콩나물 살 돈.”
“…….”
순간 눈을 꾹 감았다가 뜬 강혁은 손을 뻗어 진우의 손바닥을 한 대 때렸다.
“아파, 인마!”
“형은 돈이 없어? 왜 나보고 달래?”
“쳇.”
입술을 삐죽 내민 진우는 지갑을 꺼내 안을 확인하고는 집을 나섰다.
열대야 현상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더운 건 여전한 서울의 6월 밤이다.
다음 날, 일요일 이른 아침.
콩나물을 다 다듬은 진우는 아침을 준비했다.
“으허.”
이상한 소리를 내뱉은 서린은 벌떡 일어나 방을 나왔다. 배를 매만지던 그녀는 이내 물통을 꺼내 물을 따르고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일어나셨어요, 차 형사님?”
“예.”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한 서린은 손으로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씻고 나온 그녀는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진우를 자세히 봤다.
“뭐해요, 최 비서?”
“아침 차리지요. 차 형사님 어제 술 마셨잖아요. 그러니 해장해야죠. 콩나물국이에요.”
“콩나물국?”
“우리나라에서는 술 마시고 해장할 때 주로 콩나물국이나 복어국 먹거든요. 아니면 해장국도 따로 있고.”
“그렇군요. 감사하네요.”
서린은 시끄러운 속내를 감추며 애써 웃었다.
그리고는 콩나물국과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는 서린이다.
양치를 끝내고 방에서 PDA와 키보드를 갖고 나온 서린은, 선풍기를 틀어놓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작은 쿠션을 목덜미 뒤에 놓아두고서.
경찰청 홈페이지에 작성이 끝난 보고서를 올린 뒤, 서린은 호텔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Medy! Now where? Hotel?”
“Ye~s! There is in a hotel. Eats a little morning before. Runa, the morning when is born eats?”
“To eat morning, bean sprout country! Gets deceived and is how a little, is okay?”
“Is okay. To the returning manager the Korean broth to chase a hangover does yesterday and a little does, as ‘swellfishes country’ does, week. Is delicious. Why, also to under the alcoholic beverage first cup?”
“Knows. Only moment tries to wait.”
서린은 PDA를 옆에 두고 2층으로 올라갔다.
진우의 방에 노크를 한 그녀는 대답을 듣고 방문을 열었다.
“최 비서!”
“예, 차 형사님. 무슨 일이세요?”
“서울에 유원지 있죠?”
“있죠! 잠실에 **월드, 과천에 **랜드, 용인에 **랜드.”
“…….”
진우의 답변을 들은 서린은 두 눈동자를 위로 올렸다.
잠실, 과천, 용인, 거기는 다 어디?
“유원지 갈 거예요?”
“예. 친구가 내일 출국할 거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유원지에 갈까 하는데. 아시다시피 제가 서울 지리를 하나도 모르잖아요.”
“음-. 같이 갈까요?”
진우의 질문을 들은 서린의 얼굴이 굳어질 대로 굳어진다.
“최 비서가 왜요?”
“쉬는 날이니까요.”
“…….”
서린은 넋을 놨다.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진우의 말 때문이다.
“왜요, 안 돼요?”
“제가 남자라는 인간들을 싫어하는 거 알아요, 몰라요?”
“어, 그래요?”
“어제 술 마신 거랑, 범인들 두드려 패는 거랑, 일맥상통하거든요.”
서린의 말을 이해하지 못 한 진우는 눈을 껌벅였다.
“그런 게 있어요.”
중얼거리듯 말한 서린은 휙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는 소파에 있는 자신의 PDA를 들었다.
“Medy. There will be I a little and again will transform to.”
“OK.”
전화를 끊은 서린은 다시 쿠션을 목덜미에 대고 드러누웠다. PDA 내비게이션을 통해 유원지들의 위치를 안 그녀는 가장 가까운 곳이 잠실에 있음을 확인했다.
“Medy! Our recreational areas will go?”
“Recreational area?”
“So so! 8 is sour, until 9:00 gets accompanied by now at the hotel to make change. To be descending in the lobby.”
“Yes, be and see!”
메디의 대답을 듣고 전화를 먼저 끊은 서린은 준비를 위해 방으로 휙 들어갔다.
그리고 나오니 강혁과 진우, 둘 다 외출 차림이다.
“어디 가요?”
“유원지요.”
강혁의 대답을 들은 서린의 얼굴이 안 좋게 변했다.
“설마, 나랑 같이 갈 생각은 아니겠죠?”
“같이 가야 나중에 들어올 수 있죠. 카드키도 없잖아요.”
강혁은 자신 나름대로 히든카드를 빼보였다. 서린이 까먹었으리라 생각하며.
“정 순경한테 받으면 되요.”
“…….”
하지만 히든카드는 이름값도 못 하고 산산이 부서졌다.
*서린과 메디의 대화 해석
-호텔.
“리키가 널 찾고 있어.”
“결혼이 깨진 것 같아.”
“그래서.”
“옛정이 그리운 거지.”
“미친 새끼.”
“루나.”
“왜.”
“리키가 널 보고 싶어 해.”
“지*한다 그래.”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메디.”
“응.”
“너, 맥주 잘 마실 줄 알아? 우리, 한 잔 할까?”
“좋지.”
-호프집.
“여기저기 헤매고 있대. 부모님도 리키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다 아시잖아. 그래서 런던 경찰청에 함구를 부탁하셨나 봐. 경찰청에서는 외근 나갔다고, 현장 수사 나갔다고, 검증 나갔다고, 자꾸 둘러대고 있어. PDA 바꾼 거, 리키는 모르지?”
“당연히 모르지. 사고 직후 바꿨으니까.”
“루나.”
“왜.”
“넌…. 리키가 다시 시작하자 하면, 그렇게 할 거야?”
“넌 날 그렇게 몰라? 내가 남자라는 종족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면서 그런 말이 나와?”
“미안.”
“다 싫어. 더 이상, 남자라는 것들과는 인연을 맺고 싶지 않아. 그러니 그런 말 두 번 다시 입에 담지 마.”
-집.
“메디! 지금 어디야? 호텔이야?”
“아침 먹었어, 콩나물국! 속은 좀 어때, 괜찮아?”
“메디, 내가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할게.”
“메디! 우리 유원지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