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속에 나오는 이랑이와 하은이는 실존 인물입니다.
하은이는 올해 2월 카나다로 이민갔어요. 내년에 3학년이 되는 여자 아이에요. 넘 사랑스러워요. 꼭 안아주고 싶은 아이에요. 무슨 일이 벌어졌나 동화 속으로 여행 떠나요. ^^
*2001년 어린이날 특집 동화
*2001년 5월 5일(토)자 한국기독공보 실린 동화입니다.
<<이랑이가 자꾸 넘어진 까닭>>
이 종 화 (아동문학가·미쁘엘 원장)
한 작은 아이가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입니다. 이랑이라는 여자아이입니다. 그런데 학교를 오갈 때면 자꾸 넘어진답니다. 돌부리가 있었을까요? 요즘은 아스팔트길이고, 보도블로크가 깔린 길이라서 돌부리는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다리가 엉켜서 넘어졌을까요? 초등학교 1학년인데, 신체가 부자유하다면 모를까 걷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랑이는 길을 걸어갈 때 넘어지는 게 예삿일인가 봅니다.
봄햇살이 방그르 웃는 오후였습니다. 학교를 마친 이랑이는 가방을 둘러메고 앙기적앙기적 집을 향하였습니다.
"콰당! 아얏!"
이랑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길가는 모습이 왠지 불안하게 보일 겁니다. '한번쯤은 넘어질 거야' 하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오늘도 이랑이는 어김없이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랑이는 주변을 힐끗힐끗 쳐다보다가 아픈 다리를 매만지고… 이런 행동을 번갈아 하며 비틀비틀 걸어갔습니다.
"크크!"
그런데 뒤에 따라오던 아이가 이랑이의 모습이 웃겼는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친구, 이랑이의 아픔을 나 몰라라 하는 아이는 결코 아닙니다. 사실 이 아이는 이랑이가 넘어지는 걸 얼마 전부터 줄곧 보아왔습니다. 그 때마다 웃음을 참느라 혼줄이 났습니다. 그러나 이랑이가 넘어질 때마다 웃음이 톡하고 튀어나왔지만 이 아이에겐 이랑이를 가엽게 여기는 예쁜 마음이 꼭꼭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하은이입니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춤추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이랑이네 집에 하은이가 놀러간 것입니다. 인형놀이도 하였습니다. 소꿉장난도 하였습니다. 맛있는 간식도 먹었습니다. 한참 재미있게 놀 때였습니다.
"이랑아, 너 하나님 믿어?"
"아니!"
"그러니까 자꾸 넘어지지. 하나님이 우리를 만드셔서 지켜 주셔!"
시간이 많이 지나 헤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은이는 내일 또 만나자고 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은이가 돌아간 뒤 이랑이는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였습니다.
"엄마 엄마, 정말 하나님이 나를 만들었어?"
이랑이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였습니다.
"엄마, 하나님이 나를 지켜 주셔? 하은이 말이 정말 맞어?"
이랑이의 궁금증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습니다. 끝도 없이 계속 물어댔습니다. 사실 이랑이 엄마는 하나님을 잘 모릅니다. 믿음이 있는 엄마가 아니셨습니다. 그러니 예쁜 딸의 물음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굴이 바알갛게 달아올랐습니다.
"하은이 엄마예요? 저…,"
이랑이 엄마한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러나 이랑이 어머니는 말끝을 흐렸습니다.
"저어… 하은이 엄마, 우리 이랑이도 교회에 보내고 싶어요. 하은이랑 같이 교회 다니게 해 주세요?"
하은이는 하나님의 사랑을 담뿍 받는 어린이입니다. 그 사랑의 하나님은 이랑이도 사랑하십니다. 옛날에 예수님이 보리떡 다섯 덩이랑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이실 때 한 작은 아이를 사용하신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믿음으로 꽉 찬 로데라는 여자아이의 기도를 통하여 감옥에 갇혔던 베드로를 구해내신 일도 있습니다. 이랑이가 넘어진 건 다름 아닌 하나님의 사랑을 받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넘어뜨리신 것입니다. 그리고 하은이 마음에 꼭꼭 숨겨진 예쁜 믿음을 사용하셔서 이랑이를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사랑의 길로 초대하신 겁니다. 하나님은 작은 하은이를 통하여 하늘땅보다 더욱 귀한 한 영혼, 이랑이를 구하는 큰일을 행하셨습니다. 아마 이랑이를 통하여 엄마 아빠 온 식구를 구원하실 겁니다. 병든 아들을 가진 왕의 신하 가정처럼(요4:46~54), 옥문을 지키던 간수의 가정처럼(행16:19~34) 이랑이네 집도 하나님을 믿고 크게 기뻐할 날이 멀지 않습니다.
예수께서 그 마음에 변론하는 것을 아시고 어린아이 하나를 데려다가 자기 곁에 세우시고 저희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 어린아이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요 또 누구든지 나를 영접하면 곧 나 보내신 이를 영접함이라
너희 모든 사람 중에 가장 작은 그이가 큰 자니라 (눅9:4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