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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천안백두대간다우렁 설악태극종주
날짜 : 2017년 9월 30일(토) 00:00 ~ 10월 1일(일) 07:00
거리 : 도상거리 57.7㎞ (한계 삼거리~1103.2봉은 대간 길임.)
시간 : 31시간
구간 : 내설악광장 ~ 모란골 ~ 안산(길마산 1,430) ~ 대승령(1,210) ~ 귀때기청봉(1,577) ~ 한계 삼거리 ~ 끝청봉(1,610) ~ 중청봉(1,665) 우회 ~ 중청대피소 ~ 대청봉(1,707.8) ~ 중청대피소 ~ 소청봉(1,550) ~ 희운각(喜雲閣) ~ 공룡능선(무너미고개-신선봉-1,275봉-나한봉-마등령) ~ 마등봉(1,327) ~ 걸레봉(1,250) 너덜지대 ~ 저항령(1,100) ~ 황철봉(1,381) 너덜지대 ~ 1103.2봉 ~ 미시령 갈림길 ~ 계조암(繼祖庵) 흔들바위 ~ 화장실 쉼터 ~ 달마봉(635) ~ 목우재 ~ 주봉산(331) ~ 싸리재 ~ 약수터 ~ 청대산(230.8) ~ 호텔마레몬즈 ~ 설악해맞이공원
준비물 : 헤드랜턴 2개, 건전지 2세트, 생수(500㎖) 4병, 건빵 2봉, 프리트 2봉, 고추참치 2캔, 고추장, 옷가지(우비2/고어텍스재킷1/긴팔1/팬티2/양말2/머리띠1/스포츠타올2), 장갑 1켤레, 스틱 1쌍, 모자 1개
종주기
드디어 대망의 설태를 시작합니다. 갖가지 짐을 꾸려 택시를 타고 하늘공원에 모입니다. 거북이 대장, 거훠, 피그산소, 순돌, 리버, 이산, 여보게, 오렌지, 아르모아, 리베로, 김성수, 빈배, 천토 셋 총 15명이 모여 금요일 저녁 8시 10분에 출발합니다. 큰 설렘과 기대감과 걱정, 자신감을 안고 떠납니다.
중간에 쉬지도 않고 3시간 10분 만에 내설악광장에 도착합니다. 다들 방광이 튼튼한 모양입니다. 오늘의 수송대장 빈배님의 노련한 운전 솜씨에 감탄합니다.
내설악광장에서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북어해장국, 된장찌개 반반씩 주문해서 후딱 먹어치웁니다. 많이들 긴장한 탓입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하기로 합니다. 빈배님과 김성수님은 설악동으로 가서 기다리기로 하고, 열세 명이 종주를 시작합니다. 출발 시간을 정확하게 12시에 맞추려고 했으나, 마냥 기다리기가 어렵습니다. 23시 58분에 걷기를 시작합니다.
내설악광장은 인제군 북면 한계리에 있습니다. 여기서 미시령을 넘는 길과 한계령을 넘는 길이 갈립니다. 국도 44번과 46번의 갈림길이죠. 여기서 대청봉을 넘어 속초 바닷가까지 걸어서 가야 한다니 정말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국도를 따라 모란골을 향해 출발합니다. 모란골부터 설악산국립공원에 듭니다. 여기서부터 안산까지는 비법정탐방로입니다. 구룡동 표석이 보입니다. 리베로님이 구룡동천(九龍洞天)이라고 알려줍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동천’은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왼쪽에 있는 조그만 다리를 건넙니다. 막힌 다리 바로 앞의 어떤 건조물 사이로 올라섭니다. 길이 선명하질 않습니다. 리베로님의 인도로 등로를 찾아 올라갑니다.
엄페호가 나타납니다. 거북이 대장님이 여기서 쉬었다가 가자고 합니다. 벙커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꽤 길고 넓습니다. 벙커 안이 상당히 깨끗합니다. 순간 박쥐 한 마리가 달려듭니다. 동굴 안을 체험한 기분이 듭니다.
설태종주의 첫 번째 봉우리는 안산입니다. 설태를 하면서 여기까지가 매우 걱정되는 구간입니다. 오버페이스를 주의해야 합니다. 허위허위 올라 드디어 안산(1430.4m)에 도착합니다. 출발 지점부터 여기까지 9㎞입니다. 4시간 15분이 걸렸습니다. 지난번보다 15분이 빨라졌습니다.
안산은 암봉(巖峰)입니다. 이름이 안산(鞍山)이라서 ‘길마산’이라고도 합니다. 안산은 끝청으로 이어지는 설악 서북능선의 끝 지점입니다. 서북능선의 남쪽을 남설악이라고 합니다. 아래쪽으로는 십이선녀탕 계곡을 거쳐 남교리로 이어지고, 위쪽으로는 서북능선을 따라 대승령~귀때기청~한계령 삼거리~끝청~중청을 거쳐 대청봉으로 이어지죠. 야간이라 서북능선 전체를 조망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정상에 누군가가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고 있습니다. 안개가 짙어 정상석이 보이질 않습니다. 자동차 번호판 같은 안내판을 간신히 찾아 세우고 기념사진을 박습니다. 불청객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야영 주인공이 밖으로 나옵니다. 랜턴을 비춰 기념사진 촬영을 돕네요. 리버님은 뭔가를 열심히 찾습니다. 지난번에 숨겨둔 것이라는데, 찾지를 못합니다. 그냥 떠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춥습니다.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내리막을 걷다 보니 배가 고픕니다. 요기를 하고 가잡니다. 각자 준비한 간식을 챙겨 먹습니다. 화수분 거훠님이 막걸리를 권합니다. 몇이서 나눠 먹고 갈증을 해소합니다. 여보게님이 빵을 줘서 배고픔을 면합니다.
대한민국봉을 발견합니다. 누군가가 손글씨로 ‘대한민국’이라고 써 놓았습니다. 잠시 쉬어가는 타임에 사진을 박아 봅니다. 리베로님도 박네요.
1396봉, 대한민국봉을 지나 두 번째 목적지 대승령(1210m)에 닿습니다. 안산으로부터 2.5㎞, 1시간 15분이 지났습니다.
대승령(大勝嶺)이라는 이름을 보면 큰 고갯마루라는 느낌이 듭니다. 대승령에서는 4개의 등산로가 만납니다. 장수대 분소에서 대승폭포를 거쳐 이곳 대승령 갈림길까지 거리는 약 2.7㎞입니다. 여기에서 북쪽으로 대승골(흑선동계곡) 계류가 흘러 백담계곡과 합류하며, 약 2시간 30분을 산행하면 백담산장에 이를 수 있습니다. 갈림길 왼쪽으로는 용탕폭포(복숭아탕)~십이선녀탕계곡~남교리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서북능선(안산~끝청)을 타고 오르면 귀때기청봉을 거쳐 대청봉으로 이어집니다. 대승령은 남설악(서북능선의 남쪽+오색지구)에서 내설악(서북능선의 북쪽, 공룡능선의 서쪽)으로 들어가는 첫 고개가 됩니다.
세 번째 목적지는 귀때기청봉입니다. 1289봉, 1408봉을 지납니다. 벌써 단풍이 들었네요. 정말 멋집니다. 부지런한 산객들이 사진을 박느라 분주합니다. 설악의 풍악(楓嶽)을 실감합니다. 이 구간에는 철계단도 많습니다. 드디어 설악의 명물 너덜겅을 만납니다. 귀때기청에 가까이 왔다는 표시입니다. 대승령으로부터 6㎞, 3시간 만에 귀때기청봉(1578m)에 닿습니다.
‘귀때기청’이라는 이름에 생각이 많아집니다. 설악의 중심에 있는 봉우리는 한결같이 그 이름에 ‘푸를 청(靑)’ 자를 달고 있습니다. 소청-중청-대청, 그리고 끝청-귀때기청. 이름으로 푸름의 극치를 드러내려고 한 것일까요? 설악 대청봉의 고명은 ‘청봉’입니다. 여기에 기대어 나머지 봉우리들의 이름을 지은 것이겠네요. 이 이름과 관련하여 끝청봉 안내판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다음 이정은 1.6㎞ 지척인 한계 삼거리입니다. 너덜겅을 한참을 지나야 합니다. 가도 가도 끝인 없는 것 같습니다. 길이 분명치 않아 야광 막대기를 따라갑니다.
중간에 잠시 쉬어 갑니다. 생수에 믹스커피를 넣고 흔들면 맛있는 커피가 만들어집니다. 이게 종주 산행 때는 필수품입니다. 목도 축여 주고 졸음도 물리칠 수 있어요.
한계령삼거리까지 50분이 걸렸습니다. 속도가 붙질 않습니다. 여기서부터 미시령 갈림길까지는 대간 길을 걷게 됩니다.
끝청봉을 향해 갑니다. 천토의 산정상님, 남윤님, 지도님, 클린턴님 등이 잠시 쉬고 계십니다. 다시 배가 고픕니다. 건빵을 들고 가면서 먹습니다. 건빵이라 목이 멜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잘 넘어가고 맛이 좋습니다. 건빵은 막걸리 안주로도 그만입니다.
끝청봉(1604m)에 올랐습니다. 한계령삼거리에서 1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안내문을 들여다봅니다. 귀때기청봉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시작되어 서쪽 끝의 안산으로 이어지는 서북주능에 있는 봉우리이다. 자기가 제일 높다고 으스대다가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삼 형제에게 귀싸대기를 맞아 귀때기청봉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일화가 있다. 그런데 끝청은 대청(1708m), 중청(1676m)보다는 낮지만, 소청(1550m)보다는 해발고도가 조금 높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곳은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바람이 매섭게 분다 하여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중청을 비껴 삼거리에 닿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설악산 정상에 다 온 느낌이 듭니다. 중청대피소가 보이고, 대청봉이 떡하니 버티고 앉아 위용을 자랑합니다. 용아장성, 공룡능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설악의 진면모를 보는 것 같습니다. 설악(雪嶽)이 아니라 백악(白嶽)으로 불러야 할 것 같네요.
중청대피소에 짐을 풀고 대청봉으로 뜁니다. 정상까지 600m, 10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급한 마음에 사진을 박으려다 줄을 선 사람들한테 핀잔을 듣습니다. 사진 박기를 좋아하는 리버님 기념사진 한 방만 박고 그냥 뒤돌아서 냅다 대피소로 뛰어서 내려갑니다.
대장님, 피그님, 오렌지님과 아르모아님이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매점에 가서 햇반 두 개, 커피 두 캔, 물 한 병을 삽니다. 대피소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비좁은 통로에 서서 햇반에 고추참치, 고추장을 비벼 먹습니다. 소주 한 잔에 고추장참치비빔밥 참 맛있습니다. 리버님은 사교성이 정말 좋습니다. 옆에 있던 창원에서 오신 부부한테 여러 부식을 얻습니다. 더덕술, 생수, 김치 등을 그냥 주네요. 덕분에 저도 잘 먹었습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거훠님의 아내분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겁니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입니다. 여기서 설악동으로 내려가서 택시를 타고 속초터미널로 가서 서울로 간 다음, 다시 열차로 천안까지 가야 합니다. 대망의 설태를 과감히 포기하고 집으로 향하는 거훠님의 선택과 용기가 멋집니다.
13시 이전에 무너미를 통과해야 합니다. 시간을 보니 12시 바로 전입니다. 여보게님과 천토 세 명이 보이질 않습니다. 걱정이 됩니다. 우리라도 먼저 가자 해서 리버님과 함께 희운각으로 갑니다. 삼거리에 서니 딱 12시입니다. 10분 만에 소청봉을 지납니다. 이곳은 봉 같지가 않습니다. 그냥 봉정암, 백담사로 갈라지는 길일뿐입니다. 1.3㎞ 대부분이 돌계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꽤 지루한 구간입니다. 전에 마음먹고 쉬지도 않고 한 번에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오른쪽으로 이박사 능선이 보입니다. 원래 대간 길은 이곳인데 오래전에 길을 폐쇄해서 어쩔 수 없이 우회해야만 합니다. 희운각 바로 앞에서 개울을 건너야 합니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라는 백두대간의 대원칙에서 벗어남을 실감합니다.
클린턴 일행이 여기서 점심을 들고 계시네요. 잠시 이곳에서 더덕술 한 잔 하고 가기로 합니다. 여보게님이 나타납니다. 여보게님께 아까 얻은 김치와 고추장을 드립니다. 오렌지님과 산대장님이 나타납니다. 대장님과 피그님은 여기서 밥 한 그릇을 더 먹고 가겠답니다.
걸음이 걱정되어 먼저 출발합니다. 12시 53분입니다. 무너미고개에 닿았습니다. 12시 57분입니다. 통금 시간을 넘기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국공 요원이 지키고 있지 않아서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안심하고 신선대(1218m)로 올라섭니다. 대피소에서 1.0㎞, 마등령 삼거리까지는 4.1㎞입니다. 산정상님 일행을 두고 1275봉으로 직진합니다, 1시간 15분 만에 1275봉에 도착합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윗옷을 벗고 땀을 말립니다. 허리에 스포츠타올을 두르기를 잘했습니다. 땀이 팬티로 흘러내리지 않아 사타구니가 쓸리질 않습니다.
순돌님이 나타납니다. 마등령 삼거리에서 물을 떠놓고 기다리겠답니다. 순돌님은 다우렁의 큰 일꾼입니다. 오른쪽으로 봉이 솟아 있는데, 가볼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누구도 가는 사람이 없네요.
마등령 삼거리에서 대장님과 순돌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커다란 물통이 두 개나 됩니다. 빈 병에 물을 담아 둡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술 한 잔 먹고 갑니다. 안주가 없네요. 아니, 건빵이 있습니다. 천토 팀들한테도 물을 건넵니다. 이렇게 물까지 떠다 받치는 산악회는 다우렁말고는 없다고 다들 칭찬합니다.
8분 만에 마등령에 올라섭니다. 여기서는 오른쪽으로 중탈해서 비선대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직진하면 백두대간 비탐방 구역입니다. 리버님과 함께 출발합니다. 공터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피그님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피그님과 함께 마등봉(1327m)에 당도합니다. 리베로님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마등봉에는 손글씨로 ‘백두대간 마등봉 1327M 외대산악회’라고 써 놓았습니다. 지난주에 <백두대간은 내가 말한다>를 사서 읽었습니다. 이 표석은 이 책의 저자 김정은님이 남긴 거랍니다.
내리막은 또 너덜겅입니다. 마(魔)의 너덜지대 황철북봉이 떠오릅니다. 해지기 전에 황철봉을 지나야 하는데 시간이 모자라 걱정이 됩니다. 현재 시각은 16시 10분입니다.
저항령까지 가려면 1249.5봉을 넘어야 합니다.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 왕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정말로 바람에 날아갈 것 같습니다. 배낭이 바람을 맞는 바람에 몸을 지탱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바위를 꼭 붙들고 몸을 한껏 낮춰 봅니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니 바람이 약해집니다. 그런데 또 다시 너덜길입니다. 이곳 너덜은 바위가 커서 발걸음을 옮기기가 더 어렵습니다. 드문드문 노랑 페인트 표시를 따라 조심조심 내려갑니다.
너덜길을 통과하면 바로 저항령입니다. 여기서 간단히 요기하고 떠납니다. 18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랜턴도 미리 챙겨둡니다. 이제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마의 너덜지대인 황철봉(1381m)과 황철북봉(1318.8m)을 지나야 합니다.
너덜겅을 통과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대장님은 사뿐사뿐 잘도 걷습니다. 오렌지님은 사실 이곳 때문에 설태를 포기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이산은 무릎이 많이 아픕니다. 피그님은 무릎만 빼놓고 다 아프다고 하네요, 너덜겅은 정말 징글징글합니다. 특히 황철북봉에서 내려오는 너덜겅은 엄청 깁니다. 지난번에 올라갈 때는 달빛을 벗 삼아 쉽게 올라간 것 같은데, 이제 내려가는 길은 끝도 없이 깁니다. 나무숲으로 들어서면 다 왔다 싶은데, 나무와 풀이 덮고 있을 뿐이지 너덜 지대는 계속됩니다. 그리고 또 조금 지나면 너덜이 흉한 몰골을 다시 드러냅니다.
너덜지대를 통과하면 이제 고생 끝이다 싶습니다. 한참을 평지를 걸어 미시령 갈림길에 닿습니다. 여기서 좌측으로 가는 길이 백두대간 길입니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여기서 산정상님 일행이 늦은 저녁을 챙기고 있습니다. 우리도 쉬었다 가기로 합니다. 20시 20분입니다. 고추장참치비빔밥을 차려 먹습니다. 나머지 소주를 다 비우고 갑니다. 마침 김 안주가 있습니다. 순돌님은 김밥을 먹습니다. 피그님은 약말고는 먹는 게 별로 없습니다.
이제 계조암으로 가면 됩니다. 이 길은 등로가 정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지 않는 모양입니다. 한참을 내려오다 텐트촌을 만납니다. 이곳에 텐트 치고 야영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오른쪽으로 비껴 내려갑니다. 계곡물이 나타납니다. 이곳에서 물을 보충하고 가잡니다. 냇물 그대로 담아 둡니다. 정각 22시입니다.
계곡을 따라 계조암을 갑니다. 17분 만에 계조암이 나타납니다. 흔들바위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박아 보려는데, 잘 되지 않습니다. 포기하고 바로 화장실 쉼터까지 갑니다. 22시 28분입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12명 가운데 8명만 당도한 것입니다. 나머지 4명이 도착하려면 아직도 먼 상황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의논을 합니다. 함께 가려면 1시간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도 기다렸다가 함께 가는 것이 옳다고 뜻을 맞춥니다. “다우렁은 의리입니다.” 마침 화장실 옆에 30명 이상이 쉴 수 있는 평상이 있습니다. 거기 누워 잠을 자면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잠이 오지 않습니다. 마중을 나가 봅니다. 계조암까지 올랐는데, 갑자기 랜턴이 희미해집니다. 더럭 겁이 납니다. 서둘러 내려와서 건전지를 채워 넣습니다.
12시 10분이 넘어서 후미 4명이 도착했습니다. 쉬었다 갔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바로 출발합니다. 달마봉(635m)으로 올라갑니다. 달마봉 역시 암봉인데, 더군다나 부서지기 쉬운 사암이어서 오르기가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바람이 세차서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계조암으로부터 2.5㎞, 서둘렀더니 1시간 10분 만에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제 이정은 2.8㎞ 목우재입니다. 내려오는 길에 여보게님과 이산이 잠시 길을 놓칩니다. 다시 길을 찾아 가는데 순돌님이 마중을 나옵니다. 초행이라 길을 몰라 함께 가야만 합니다. 그런데 여보게님의 발걸음이 많이 늦습니다. 중간중간에 기다렸다가 가기를 반복합니다. 덕분에 속초 야경을 실컷 봅니다. 임도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또 한참을 기다립니다. 이 임도 끝이 목우재입니다. 이제는 길을 잃을 염려가 없습니다. 막걸리 생각에 목우재가지 뜀걸음을 합니다. 단장님이 이곳에다 막걸리를 갖다 놓았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대원들이 늦게 도착한 우리를 반깁니다. 피그님이 막걸리와 맥주 지원을 하고 있네요. 단숨에 몇 잔을 마십니다. 속이 뻥 뚫립니다. 바나나도 먹고 초코파이도 하나 챙깁니다.
이곳 목우재는 속초에서 척산온천을 지나 설악동으로 넘어오는 고개입니다. 평소에는 관리공단에서 이곳을 지키기 때문에 접근할 수 없는 곳인데, 다행히도 오늘은 지키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관리소에는 불빛만 환하게 켜져 있습니다. 잠시 휴식을 끝내고 다음 목적지로 떠납니다. 주봉산을 올라야 합니다. 금선을 넘어 20분가량 헬기장까지 오릅니다. 그리고 15분을 달려 주봉산(337.8m)에 오른 시각은 정각 4시입니다.
다음은 목우재로부터 3.5㎞ 지점 싸리재입니다. 싸리재까지는 임도여서 길 찾기가 쉽습니다. 임도 끝에 포장임도 싸리재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우리 대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다시 후미 4명을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약수터를 찾아갑니다. 청대산 바로 밑에 있습니다. 대장님이 이곳 약수가 맛이 좋다는 얘기를 전합니다. 다들 달려들어 물을 받습니다. 이곳은 오르막을 잘 정비해 놓았습니다. 20분 만에 청대산(231.8m) 정상에 오릅니다. 5시 27분입니다. 기념사진만 박고 서둘러 떠나려고 합니다. 또 다시 후미 4명을 기다립니다. 기다렸다가 길을 알려주어야 하는데, 순돌이대장만 믿고 그냥 떠납니다.
청대산에서 내려오면 큰 도로가 길을 막습니다. 무단 횡단하여 산자락을 타고 올라야 하는데 가시덤불이 많아서 갈 수가 없다고 합니다. 도로를 따라 1.5㎞ 정도 진행하다가 다시 왼쪽 임도를 타고 올라 고개를 만납니다. 여기에서 다시 등로를 찾아 진행합니다. 마지막으로 야트막한 산을 하나 넘습니다. 볼거리가 전혀 없는 동네 뒷산입니다. 이런 길을 걸으며 생각하니, 마치 성지 순례하는 기분입니다. 태극이라는 말을 넣고 거기에 맞추려고 하니 이런 길도 걸어야 합니다. 또 다시 임도를 만납니다. 멀리 호텔마레몬즈가 보입니다. 그곳을 이정으로 구불구불 바닷가 뒷동네 길을 걷습니다.
호텔에 다가섭니다. 리버님과 이산이 가장 먼저 도착합니다. 아침 6시 55분입니다. 멀리서 빈배님과 김성수님이 손을 흔들어 반깁니다. 이산 상봉하는 느낌입니다. 빈배님이 정성으로 기념사진을 박아 줍니다. 김성수님은 아픈 다리를 끌고 다니십니다. 아주 많이 매우 고맙습니다.
트랭글이 설태 전체거리 57.7㎞, 전체시간 31:00, 휴식시간 04:25이라고 알려줍니다. 예상 시간보다 1시간이 넘었습니다. 중간에 기다린 시간이 많아서 좀 늦어졌습니다.
우리 수송차량은 호텔 밑 해맞이공원 옆 주차장에 있습니다. 우선 도착 기념주를 먹습니다. 바로 대장님하고 피그님, 오렌지님과 아르모아님이 당도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머지 인원이 속속 당도합니다.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여보게님은 플래카드를 선물 받았습니다. 기념으로 소장하고 싶답니다.
다들 도착했으니, 이제 씻으러 갑니다. 24시 해수피아 찜질방 5층 사우나입니다. 간단히 씻고 사우나 바로 밑 큰집순댓국으로 갑니다. 지난번에도 왔던 집입니다. 아바이순대하고 소맥을 한 잔씩 합니다. 경상도식 소맥이라고 합니다. 식사는 순댓국과 육개장입니다.
정식 뒤풀이는 천안에서 하기로 합니다. 베테랑 수송대장님 덕에 3시간 만에 천안에 당도합니다. 오후 1시 30분입니다. 전미자 당진 아구 동태 찜&탕에 들어갑니다. 여기도 전에 왔던 집입니다. 거훠님이 추천하신 곳이죠. 천토 세 명은 선약이 있다고 그냥 떠났습니다. 대신 거훠님이 다시 합류하고, 휘파람님이 후원하러 왔습니다.
설태 축하주에 흥이 달아올랐습니다. 2차를 갑니다. 처갓집 양념치킨 호프입니다. 신명이 좋은 여섯 명이 남아 흥을 이어갑니다.
빈배님! 운전하시고 기다리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성수님! 아픈 몸에도 불고하고 달려와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거북이대장님!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잘 추진해주시고 이끌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중간에 불편한 마음도 잘 다스리시고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순돌이대장님! 우리 대원들을 위해 심부름도 많이 하시고, 또 기다려주시고, 후미를 잘 챙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피그님! 몸도 성치 않은데 끝까지 완주하시는 모습에 다들 힘을 냅니다. 그리고 철두철미한 회계처리가 깔끔해서 더욱 좋습니다. 리버님! 두 말 필요 없는 멋진 가이입니다. 잘 챙겨주시고 재미있게 해 주셔서 늘 고마움을 느낍니다. 화수분 거훠님! 끝까지 후미를 챙기시고, 무거운 짐을 지고 오셔서 남들에게 퍼 주시는 모습이 정말 성인 같습니다. 존경합니다. 오렌지님! 파워 정말 대단합니다. 내공을 본받고 싶습니다. 아르모아님! 수도승 같습니다. 과묵하고 진지하고 열심이고 진짜 모범생을 보는 것 같습니다. 늘 함께해주셔서 큰 도움이 됩니다. 여보게님! 열정과 의지를 배웁니다. 끝까지 힘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는 더욱 더 즐겁고 힘차게 행복하게 갑니다. 다우렁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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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설악태극~~~~~~
단장님목우재지원 , 빈배형님 왕복으로운전해주시느라,김성수형님도 설태를위해 강훈특훈하다 몸이좋지않음에도 자리를지켜주어 ~고맙고 감사합니다
설태2번째 모두실패
13년 마등령 국공한테잡혀하산
올해~중청에서 중탈 ~이제3수를 앞두고있네요 오늘도 미시령3거리부터 해맞이공원까지 지도만보았습니다~집사람은 맹장수술잘되어 곧퇴원예정에있고요 심려끼쳐 드려죄송하구요~설악태극이 심란합니다~이제서야 설악이보이기시작하네요~변화무쌍한설악 완주하심 축하드립니다~한명한명 모두대단해서 할말이없네요
수고많으셨습니다.
설태종주 하면서 고생 많았는데 후기까지 올리느라고 더 고생 하셨습니다. 종주를 하신 모든분 과 지원하신분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다우렁 파이팅! 입니다.
고생하셨어요 ~~다우렁 화이팅입니다~~즐거운명절보내세요~~♡♡♡
이번 설태 함께하신 다우렁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후미4인" 나름 소신있게 산을 찾았는데 부끄럽네요.ㅎㅎㅎ
저희닉은 오르세,산음,집시맨 입니다.라온제나산악회이구요.
담에 좋은 자리에서 또 뵙기를
바랍니다.감사합니다
서로를 보담으며 최선을 다해 완주한 전대원님들 용기와 인내 굳은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이산 선생님의 주님이 큰도움이 되었네요^^ 멀고 험한길 고생하셨습니다 .
수고했네.
이박사가 있어 다우렁 특별 산행이 늘재미있어.^^
고생 많으셨습니다.
완주 축하드려요 ^^
끈적끈적함이 묻어나는 다우렁의 정에 감격의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모든분들께 격려의 박수를 쳐 드립니다.
고생많으셨구요 대단들 하십니다 그리고 엄청 많이 부럽습니다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용~
역시 다우렁의 자부심이 생기네요
천만번 더 들어도 기분좋은말
사랑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