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우리의 옷과 같으시다.
그분은 우리를 두르고, 껴안고, 에워싸실 뿐,
우리를 버리지 않으신다.
♥
노리치의 줄리안
하느님의 모성,
곧 어머니 하느님을 생생히 그려냈다고 평가받는
노리치의 줄리안은 14세기에 영국에서 활동한 영성가입니다.
중세기는 아이들의 생존율이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세의 어머니들은 자신의 자녀와 가까워지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이는 자녀와 이별하는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에 그려진 성화(聖畵)를 보면,
성모 마리아마저 아기 예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으로 그려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접촉에 대한 두려움이 지배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감,
글자 그대로 "사이"가 지배하는 시대 한복판에서
줄리안이 하느님의 모성을 생생히 증언한 것은
대단한 통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녀에게는 당시의 지배적인 문화와는
정반대로 살았던 특별한 어머니가 있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어머니와의 따스한 접촉,
어머니와의 생생한 포옹이
그녀의 유년기를 경이롭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사이"를 믿는 것은
나와 남의 분리,
주체와 객체의 분리를 믿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람과 하느님의 분리,
사람과 우주의 분리,
사람과 사람의 분리를 믿는 것입니다.
이처럼 분리가 성행하는 이분법의 사회에서는
접촉을 두려워하고,
관능을 죄악시하고,
육체와 영혼의 행복한 결합을 가로막게 마련입니다.
이 시대의 모든 문제는
사람들이 분리를 믿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생태계의 파괴, 테러, 전쟁, 식민지주의,
경쟁의 우상화, 빈부 격차의 심화...
글머리에 따 붙인 지문은
분리와 사이를 싫어하시는
하느님의 모성과 관능성을 생생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분리에 기초한 거리감을 거부하고,
상호 의존에 기초한 자비의 회복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분리와 사이를 믿는 것은
"외톨박이 생활, 따돌림의 삶이 아름답다"
고 하는 거짓말을 믿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설령 그런 사람들이 동아리를 이룬다고 해도,
그들은 기껏해야 끼리끼리의 동아리를 만들 따름입니다.
분리는 안쓰러워 보일 뿐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갈라냄, 떼어냄, 따돌림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접촉을 두려워하고 그러면서도
외로움을 타는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이미지는
두름, 껴안음, 감싸 안음입니다.
하느님의 망토는
온 우주를 감쌀 만큼 넓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분리를 믿으라고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그분과 우리의 친밀한 관계에 눈뜨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우리 자신보다 더 가까이 우리 곁에 계십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놓쳐버린 채
쓸쓸하고 괴로운 삶을 살 때가 많지만,
하느님은 그런 때에도 우리를 놓지 않으십니다.
옷을 벗어 던지고, 사이와 거리감을 느끼는 쪽은
우리 쪽이지 하느님 쪽이 아닙니다.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는 사이가 없습니다.
이 사실을 마음속에 새기고,
벌어진 사이를 넘어서
옷과 살갗의 친밀함처럼
하느님과의 하나됨,
이웃과의 하나됨,
사물과의 교감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두르고 껴안고 감싸시는 하느님을 본받아
우리도 다가오는 모든 이를
두르고 껴안고 감싸는 옷의 미덕을 갖추었으면 합니다.
photo by wheellov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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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끔은... 아주 가끔은... 무엇에겐가,, 그 누구에겐가.. 폭~~ 안겨(?)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약해져서도, 정이 고파서도 아니고, 단지... 나도 흐느적 거릴때가 있는 보통 '사람'이란걸.... 제 스스로에게... 속삭여 주고 싶더군요!! 지금~~~ 비오는 산책길도 운치가 있군요... ^^*
원영옥님! 님이 안길 수 있는 사람, 님이 안아도 되는 사람을 속히 만나시게 해달라고 기도하렵니다. 아니 이미 님은 안겨 있을 겁니다. 가장 가까이 님을 감싸 안는 옷가지들, 님의 가족들이 있을 것이고요, 더 가까운 곳에서 님을 감싸 안는 분도 계시니까요. 우중에 홀로 걷는 산책길이라...^^*
하나님의 신이 수면위에 운행하시니라... 운행하신다는 말은 끌어안고 있다는 뜻이라고 그러시더군여.. 우릴 품으시는 하나님.. 아름답습니다. 나도 그런 생명으로 살아야지^^
잔잔한 호수 위를 바람이 쓰다듬 듯이 그렇게 하느님의 바람도 쓰다듬었을 것입니다. 품고 쓰다듬고 토닥이시는 하느님을 연상시키는 구절이지요. 안기고 껴안는 삶으로 나아가는 님의 앞길에 은총이...^^*
말씀과 찬양. 그리고 주옥같이 아름다운 노래를 통하여, 창조 영성을 일깨워 주시고, 나누어시며,,마음 깊은 곳까지 평화와 기쁨을 가득히 안겨주시는 목사님과, 카페를 위해 애쓰시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좋으신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모든 분들께,늘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어린왕자님! 기뻐해주시고, 함께 참여해주시고, 어깨를 토닥여주셔서, 카페를 위해 수고하는 곁님들에게 어깻바람이 더 한층 일어나게 해주시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축복해주신 것에 힘입어 통찰과 깨달음, 깊이와 기쁨이 솟구치는 오솔길을 가꾸어가고자 더욱 힘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