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교류청소년캠프를 신청해놓고 적잖이 걱정을 했다.
홈스테이를 잘 해줄수 있는지 그것이 제일 걱정스러웠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자 신청했다.
남편도 옆에서 걱정을 하더니만 막상 날이 가까워오니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챙겨준다.
다른날같으면 일하러 나갈텐데 이번에는 토요일오후부터 시간을 비워서 월요일 오전까지 시간을 비웠다.
평소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인데
자식이란 존재가 그리도 큰 존재인가 싶다.
그렇게 해주어야 후회가 없고 조금 고생은 되어도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리라.
독도문제로 시끄러운 시기인지라 캠프가 취소되는건 아닌가 생각되었는데 그래도 민간의 교류는 이어져야 한다는 취지에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학생 15명과 일본학생, 15명 양국의 인솔자몇명과 통역자가 함께 강화도 산마을에서 1박캠프를 하였고
토요일에 생협공간에서 양측 학생들과 우리나라 홈스테이가정이 모두 모였다.
일본인학생1명 히루누마 아야카가 우리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기로 되어있다.
남자아이부터 차례대로 소개되는데 가벼운 화장과 미니스커트를 입은 미모리라는 아이, 그리고 우리딸 차례가 되었다.
저 아이가 우리집에 소개되는가 보다고 생각하며 걱정을 했다.
학생신분에 화장과 미니스커트 차림이 그리 반갑지는 않았기때문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지만 그 아이는 다른가정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고개숙인 여자아이 아야카가 우리집으로 소개되었다. 아야카의 인상은 착해보였다.
아야카를 데리고 우리집에 들어와서는 짐을 풀어놓을 방을 안내하고 침실방,화장실을 안내했다.
식혜 한잔을 먹고 큰딸아이가 다니는 중학교를 둘러보러나갔다.
저녁메뉴로 김밥을 만들어 먹기 위해
슈퍼에 가서 재료들을 사가지고 왔다. 동네슈퍼구경도 시켜줄 생각도 있었다.
김밥재료를 손질해주고는 김밥을 말아보게 해주었다.
일본에서는 마끼를 말아본적이 있다고 한다.
저녁식사로 김밥과 날치알새싹쌈을 준비했는데 밥을 먹기전에 책자를 뒤지더니 "잘 먹겠습니다. 라고 서투르게 한국말을 한다.
다 먹고나서도 역시나 책자를 찾아서는 "잘 먹었습니다" 라고 한국말을 했다.
평소 인사말이 몸에 배어 있는건지.... 준비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인사말을 찾아서 말해주는 게 참 고마웠다.
아야카는 소식을 하고는 배부르다고 한다. 입맛이 맞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중학교에서 테니스를 배우고 있다는 아야카.
그래서 햇볕에 그을려서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졌을지도....
아야카 아빠는 고등학교 과학교사에 검도가 취미라고 한다.
엄마는 전업주부이고 취미는 목걸이를 매다는 손짓을 하는걸로 보아 악세사리 하는걸 뜻하는거 같았다.
저녁을 먹고 둘째아이가 요즘 배우는 중인 가야금을 조금 연주해주고는...
아야카에게 가야금을 튕겨보게 해주었다.
우리의 전통악기 가야금소리의 느낌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서울투어를 위해서 시내버스를 탔다.
지하철을 타고 용산역에서 내려 서울투어버스를 탔다.
자가용으로 구경시켜주기보다는 시내버스, 지하철 등을 타보는 경험을 해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일어,영어,불어등...5개국의 음성안내가 있어서 선택된 언어로 헤드폰을 통해 들을수 있었는데 일본어로 듣게 해주었는데 간단한 정거장 안내정도로만 되어있어서 좀 아쉬웠다.
버스에는 서양외국인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외국인들의 관광코스로 투어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것 같다.
투어버스에서 내려 남산골 한옥마을에 갔다. 땡볕이 내리쬐는 한낮에 남산골 한옥마을을 간 것이 무모했는지 모르지만
한국을 보여줄수 있는 좋은 장소라고 생각되어 간 곳이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뒤에는 연꽃이 조금 피어있는 작은 연못이 있다.
너무 더워서 잠시 의자에 앉아 있는중...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외국인신랑과 한국인 신부가 전통결혼식을 올리고 있었다.
신랑도 신부도 나이가 많이 들어보였다.
국제결혼이 흔한 시대인지라 이상할것은 없는데...
천막이 둘러쳐진 아래서 하객도 많지 않은.... 더운 여름땡볕이 내리쬐는 12시에 전통혼례를 하는 저 부부가 참 대단해 보인다.
덕분에 우린 모처럼 좋은 구경을 할수 있어서 좋았다.
결혼하객들 틈에 잠시 앉아있다가 너무 더워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구경을 하다가 떡과 한과류를 팔고 있는 천막가게에서 미숫가루 한잔. 남편은 막걸리 한잔을 마셨다
가까운 거리에서 던져도 들어갈듯 쉬워보이지만 던져보면 쉽게 들어가지지 않는 투호던지기를 하는중이다.
제기차기를 하는 중... 아야카도 해보겠다고 다리를 들고 몇번 시도해본다.
남편은 옛날에 하던 실력이 조금 남아있는지 제기차기를 제법 한다.
남산골 한옥마을의 공예관에 들어갔더니 그림작품이 조금 전시되어 있었고
전통문양이나 모양으로 만들어진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디딜방아가 놓여져 있어서 발로 밟으며 쿵더쿵 쿵더쿵 방아를 찧어본다.
옛날엔 이렇게 방아를 찧었다고 한다.
콩국수를 만들때, 두부를 만들때...기타 곡식을 갈아 만들때는 이 맷돌로 갈아 음식을 만들었다는 맷돌.
옥수수가 조금 있기에 넣어서 돌려보았다.
남산골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점심먹을곳을 찾지 못해
빵과 천연과일음료를 파는가게에서 간단이 요기를 하고
투어버스를 타고 민속박물관과 경복궁으로 옮겼다.
민속박물관에 들어가기전에 땡볕을 피해 나무그늘아래에서 아야카와 우리가족의 기념사진이다.
다리가 아프고 저녁무렵이 되다보니 경복궁을 많이 둘러보지 못했다.
경복궁의 근정전앞에서 젊은 남녀가 하트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고 있기에 나도 해보고 싶어서 남편을 졸랐다.
남편과 나들이 할 기회가 거의 없다보니 사진한번 찍는게 너무 귀하다.
젊은 애들도 아니고 신혼도 아니지만 뭐 어때. 이럴때 아니면 언제 찍을소냐 싶어서 포즈를 취해봤다.
홈스테이덕분에 남편과 사진찍을 기회까지 얻을줄이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송내역 근처 포장마차.
배부르다고 하고 배고프다는 말은 한번도 하지를 않는데...
밥먹는걸 시원치않게 먹기에 배고플것 같아서...핫도그, 피자를 사주었는데 그건 잘 먹는다.
일본 아이들도 인스턴드식품을 좋아하는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찍은사진을 인화해서 챙겨주고 김과 과자, 한국의탈 액자, 아이들이 만든 천연비누, 쿠션 등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대로 선물로 건네주었다.
"아리가토우 고자이마스"라고 받는다.
그렇게 하루의 일상을 마무리하였다.
다음날 푸른생협 공간 "어야디야"에서 모두 모였다.
일본 남학생(중3) 하나가 마술을 배웠는지 아이들과 둘러앉은 자리에서 마술을 보여주었다.
손동작이 무척 빠르게 움직이기때문에 정말 마술을 하는것처럼 느껴질정도였다.
오른쪽에 일렬로 있는 아이들은 한국남학생들, 윗쪽에 모여있는 아이들이 일본남학생들이다.
왼쪽의 여자아이들은 한국,일본학생이 섞여있다.
일본여학생 미모리가(중3) 답사로 인사말을 전하는 도중
작별의 아쉬움으로 눈물을 흘렸다.
화장과 미니스커트로 집중을 받은 아이였는데 감성이 풍부한 아이인가보다.
김포공항으로 떠나는 버스에 손을 흔들어주고 오는데
긴장감이 풀리면서 가슴이 허전한 느낌이었다. 2박 3일 잠깐동안 시간을 보낸것뿐인데 말이다.
남편은 아야카와 우리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떠들고 말을 걸어주고 게임도 해주고 웃겨주려고 별 제스쳐를 다하고...
일본말을 찾아 대화를 하려고 전자사전과 회화책을 동원하여 애를 많이 썼다.
아야카에게 신경을 많이 써서인지 떠난다고 하는 날 아침부터 아쉬워했다.
뭔가를 하면 신경을 많이쓰고 정을 많이 쏟는 사람이라 나보다 더 한것 같다.
회사로 늦은 출근을 하는 남편에게 고생많았고 시간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혼자라면 더 힘들었을테니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캠프를 마친 큰딸아이는 손짓 몸짓으로 어느정도 대화가 되는걸 보니
굳이 외국어를 배울필요가 없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엄마가 소리를 잘못들어서 답답해 죽겠다며 소리를 빽빽 지르고,
엄마보다는 아빠하고 대화를 즐기는 녀석이 어이가 없다.
잠깐이니까 손짓몸짓으로 괜찮은거지 계속 같이 살고 정말 설명해야 할말이 있을때면
말 안통하는것처럼 답답한게 어디있겠냐고 해주었다.
아야카는 무엇을 느끼고 돌아갔을까?
낯설고 긴장도 되고 어색했지만 편안하게 해주려고 애를 썼는데
아야카가 느끼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음식도 맞지않고
낯선 나라 낯선 집에서의 긴장감과 낯설음등으로 인해 이모저모 고생을 했을것이다.
그런데도 힘들어하지 않고 아프지도 않고 밝게 잘 지내주어서 고맙다.
우리가족에게 추억을 남겨주고 가주어서 고맙다.
또다시 만날수있기를 기대하며...
첫댓글 진심은 모두 통하는 것 같습니다. 가깝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데 더 이상 말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민간외교관이 되신 경숙님 아야까도 좋은 추억안고 돌아갔을 겁니다. 홈스테이가 가장 좋다는 의견이 많아 2박으로 늘은 금년 홈스테이 많은 추억으로 남겠지요....우리도 신청했다 갑작스런 병치레로 취소하게 되어서 섭섭한데 이렇게 좋은 이야기 올려주셔서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