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예로부터 김해에서 창원, 마산을 오가는 주요 길목으로서 철도와 함께 번성했던 곳이다.
헌데 지금은 전혀 다른 이유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이젠 마치 '성지'와 같은 느낌마저 주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변해버린 지역이다.
바로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을 지낸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이자,
대통령직을 마치고 영원히 잠든 곳 '봉하마을'이 바로 진영읍에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논쟁을 떠나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진영.
아마 모든 정치인들의 고향 중에 가장 일반인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2009년 1월 2일 오후.
이때까지만 해도 이 곳이 그렇게까지 유명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경전선 개량화로 KTX가 들어온 것도 한 몫 했겠지만,
무엇보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고장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페이지를 장식하기 전'에 다녀온 진영은 그 어느 곳보다 평범한 곳이었다.
그냥 김해 서부의 조금 번성한 읍내에, 무난하게 간이역 하나와 시외버스정류장 하나 모시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지역이었다.
시외버스정류장의 이름은 지명을 따서 '진영시외버스정류장'.
장유-사상으로 가는 버스 한 대와 이제 막 출발을 앞둔 시내버스 한대가 나란히 대기하고 있었다.
이미 지역사람들이 '정류장'이란 이름을 쓰기는 해도 경상도에서 정류장이란 곳 터미널을 의미한다.
하지만 터미널이란 이름이 무색할 만큼 지극히 아담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상가건물을 임대한 매표소 하나와 그 옆과 뒤로 조그만 주차장을 갖고 있는게 전부다.
그나마도 일반 자가용들과 같이 사용하는 관계로 굉장히 혼잡하기까지 했다.
진영에서 김해시내를 오가는 56번 시내버스.
나중에 내가 한림정으로 갈 때 타고 간 버스이기도 하다.
중간의 공장지대와 한림정·북부지구를 들려 김해터미널까지 가는 노선으로,
그 유명한 '봉하마을'은 거치지 않는다. (대신 자매품 57번이 경유한다)
고작 읍내일 뿐이지만 진영도 무려 순환버스가 다닌다.
19번이라는 노선으로서 이 때는 진영역도 들리고 아파트단지에서 바로 돌아나왔지만,
지금은 진영역을 들리지 않고 단감휴게소까지 들어가는 사실상 '마을버스'나 다름없는 노선이다.
김해여객 대우차.
사상-장유까지 들어가는 노선으로, 진영에 얼마 없는 시외버스 중 하나다.
같은 시외지만 삼도의 마산-김해 완행은 정류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일반 시내버스처럼 가변에서 승객을 태우고 내리기만 할 뿐이다.
이런걸 보면 평범한 시내버스같아도 진영터미널 안에선 나름 시간표 안내까지 착실히 해주기도 한다.
다소 볼품없어 보일지는 몰라도 대합실 내부는 나름 세련되게 꾸며놓았다.
비록 뚜렷한 승차공간도 없고 대기실도 무척 비좁지만 아담한 맛이 한층 살아나는 분위기다.
시간표와 매표소가 한 곳에 가지런히 붙여져 있는 모습.
이 때만 해도 찾는 사람 하나 보기 힘들 정도로 썰렁했지만...
지금은, 특히 주말만 되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후문까지 들릴 정도니.
한 사람의 비극과 시련이 다른 곳에는 오히려 축복을 안겨주니 너무도 아이러니하다.
명색이 '시외버스정류장'이지만 거의 시내 위주로 돌아가는 특성상,
시간표와 함께 터미널을 들어오는 시내버스를 지도까지 상세하게 그려 안내하고 있다.
김해시내는 물론이요 이 중엔 무려 창원과 마산으로 가는 버스까지 있다.
봉하마을을 들어가는건 하루 몇대 되지 않는 57번 하나뿐.
관광객이 폭증한 지금은 배차가 어떨런지 모르겠다.
진영터미널 버스 시간표.
2년이 흐른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겠다.
초조하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할머니가 인상적이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급작스러운 일이 2009년 5월 일어났다.
전국적으로 500만명의 사람들이 그를 애도했고 일주일 내내 추모의 검은물결과 노란물결로 모두가 슬픔에 잠겼다.
봉하라는 조그만 마을에서 태어나 부산상고를 마친 그는,
우연히 정치권에 들어와 모진 진통을 겪으며 마침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올랐지만,
자기세력 부족으로 언론에 두들겨맞고,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국민들에 외면당하며 쓸쓸히 자리를 내려왔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그 다음 정권의 180도 노선변화와 전 정권 흔적 지우기의 일환으로,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며 마지막에는 전혀 다른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아마 누구도 이런 일을 예상했던 사람이 없었을거고,
성향에 따라 보는 눈이 극과 극이긴 해도 어쨌든 여러모로 큰 획을 긋고 가신 것이다.
개인적인 정치성향을 이런 글에 드러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진영'이라는 이름 두 글자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그 분을 떠오르게 되는건 어쩔 수가 없는 걸까.
'지역감정'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조차도
그 사람을 언급한다고 해서 그들의 고향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역통합'에 앞장섰다던 노무현대통령의 이름은 자연스레 봉하마을과 진영, 김해를 떠올리게 한다.
봉하마을에 새겨진 쓸쓸한 그림자가 이미 전국에 영향을 퍼뜨렸고,
더 먼 훗날엔 어떻게 기록하게 될지는 역시나 아무도 모른다.
옛날도 지금도 전혀 변화가 없는 진영터미널도 그 먼 훗날의 기록에 따라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지도 모르는 일.
지금의 진영역이 최근에 큰 진통을 겪었듯이 진영터미널도 여러 면에서 큰 진통을 겪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첫댓글 생각만해도 그저 눈물만 납니다. 이번 여름 반드시 봉하를 들리려고 합니다...
저도 내일로여행을 하면서 꼭 다녀올 생각입니다..
갑자기 충남 천안 성환터미널이 생각나네요..
성환하고 비슷한가요? ^^;
진영역이 경전선 신선으로 이전해서 10번이란 노선이 새로 신설되었답니다. 봉하마을 전용(?)노선이랄까요? 진영역을 출발해 봉하마을을 경유해서 진영터미널에 도착하는 노선이랍니다. 이번에 추모 2주기 봉하의 모습을 담은 휴먼다큐 그날(MBC)에서 나오더군요. 한 번 보시는 것도 좋을 듯 싶네요ㅎ
10번이라는 노선이 새로 생겼군요. 갈 때 꼭 타봐야겠어요 ㅎㅎ
10번 노선이 김해-부산 경전철개통시점 1주일전 노선개편으로 패선 된다고 합니다 참고 하세요
확실한건가요? 경전철이랑 상관도 없는데... 왜 그런...흠!
앞전 10번 패선 되소 300번 개통 한다고 신문을 봤습니다
7일에 다시 공문이 올라 왔네요 19번이 패선으로 나오네요?
확실한 내용은 경전철 개통 1주일 전에 봐야 겠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 합니다
좋은 기행문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진영 그리고 봉하라는 지명이 참으로 가슴 아리게 와 닿습니다. 다소 다녀가신지가 오래되었습니다만 외동에서 진영, 봉하까지가 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지 여쭈어보고자 합니다. 기회가 닿으면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해서 봉하까지 가보고 싶습니다.
외동에서 진영까지는 자가용, 버스로도 꽤 가야하는 거리입니다. 제가 이때 외동에서 진영으로 버스타고 갔었는데 대략 30~40분정도 소요됐던 걸로 기억되네요. 진영에서 봉하까지는 10분 조금 넘게 걸리지만 주말같은 경우 길이 많이 막힌다고 들었습니다. 새로 개통된 진영역에 KTX도 서니 진영역을 이용하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구요.
그렇군요...상세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아....저도 10번버스를 본적이 있습니다.저도 작년 추모식때 봉하마을을 방문한적이 있었습니다.그때는 진영역에서 57번버스타려고 시간맞춰도착하곤했는데 최근에 10번버스가 신설되면서 편하다고 하더군요
57번이 하루 몇 대 안 다녀서 가기가 상당히 불편했는데 10번이 새로 생겨서 많이 좋아졌겠군요. 배차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네요.
옛날에 밀양에서 마산갈때 진영터미널??에서 거쳐서 가는걸로 기억나는데요.. ㅎㅎ;; 90년대쯤에.. 기억합니다.
오호... 그랬군요.. 90년대엔 어떻게 생겼었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고객을 배려하는 모습이
포천보다는 훨씬 나아보입니다.
부럽네요.
잘 보고 갑니다.
생각해보니 포천하고 구조가 많이 비슷하군요~ 고객을 배려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버스 안내만큼은 포천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사진이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 하고도 비슷하네요..
속초 시외터미널은 쏘나타 서있는곳이 승차장이라서 저 비슷한 길을 따라서 걸어내려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진 잘 봤습니다.
속초하고 살짝 비슷했군요. 얘기를 들어보니 왠지 속초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그래도 충남 보령시 웅천터미널보다는 훨씬 큰것 같네요..
예.. 그런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