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이 너무 맑았다. 이 멋진 날..일 속에 파묻힌다면 그거야말로 '잔인한 4월'이 아닐까? 과감히 컴퓨터 작업하던 것을 집어 던지고 마음속에 몰래 간직했던 이천 산수유 마을을 찾아간다. 혼자만 망치면 그만인 것을..유치원에서 공부하는 딸 정수를 조퇴시키고 모처럼 가족나들이에 나섰다. 역시 평일에 떠난 행복- 뻥뚫린 도로를 마음껏 달려본다. 이포대교를 건넌다...한때 조선 물산의 중심지였던 이포가 한적한 농촌마을로 전락해 예전의 영화는 찾아볼 수 없다. 단지 강 어귀에 군사훈련이 한창이다. 임시 막사가 놓였고, 탱크까지 포진해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않돼 다리를 건너니 그 유명한 금사면이 나온다. 금싸라기 참외의 본고장... 줄지어 가판대가 우리를 유혹한다.
백사면을 지나 산등성이 쪽을 쳐다보면 마을 전체가 노랗게 물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산수유가 많다. 의외로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주말엔 주차 때문에 몸살을 앓을 것이 분명하다. 마을에 들어섰다. 얕은 돌담이 길게 늘어져 있으며... 마당엔 낡아떨어진 디딤방아가 나뉭굴고 있다. 이 집 주인인 듯한 할머니는 텃밭에서 갓 뽑아온 파와 상추등을 팔고 있다. 그저 정겨운 모습이다. 이처럼 집집마다 노란 산수유 나무가 둘러져 있다.
이 마을엔 왜 이렇게 산수유 나무가 많을까? 그 답은 마을 한가운데는 자리잡고 있는 '육괴정'이 말해준다. 조선 중종때 조광조등 이상정치를 추구하던 신진사림은 기묘사화를 계기로 몰락하게 된다.이때 난을 피해 낙향한 남당 엄용순등 당대의 선비 6명이 우의를 다지기 위해 육괴정을 세우고 6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 때 함께 심은 나무가 바로 산수유 나무다. 육괴정을 세우면서 연못도 만들었다고 한다. 행락 인파가 버린 쓰레기가 가득하여 가슴이 아프다. 본격적인 산수유 감상에 나선다. 이 마을에는 무려 8000그루의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구례산동마을이나 경북 의성보다도 풍성하고 수령도 대략 100-150년 된 고목이어서 우리나라 최고의 산수유 군락지다. 같은 노란색이지만 개나리는 회초리 같은 줄기에서 함박꽃을 피어내지만 산수유는 거목에서 구슬같은 작은 꽃을 피어낸다. 큼직한 정물화라기 보다 촘촘히 뽑아낸 모자이크화라고 할까?
그 노랑을 화폭에 담는다. 화가가 참 부럽다. 아름다음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으니..
노란색 산수유와...초록색 파가 하도 잘 어울려서...한 컷 외로운 고목이 하늘을 지키고 있다. 땅은 산수유에게 양보
산수유가 이렇게 군락을 이루어 터널을 만들어 내고 있다. 향긋한 꽃내음을 맡으며 나무 아래를 거닐어 본다. 아..좋다.
황토길 바닥은 산수유 씨앗이 깔려져 있다. 사각사각 밟는 재미가 일품이다.
하늘 향해 노란 손바닥을 벌리고 있다.
산수유로 만든 동동주....그 걸쭉한 맛을 어찌 잊으리... 따끈한 산수유차.(5백원). 새큼하고 쌉쌀한 맛이 입맛을 돋군다. 산수유 꽃잎을 떨구어본다. 산수유 열매는 남자들 정력에 특효약이란다. 그 소리에 벌컥 들이켜 본다. 앗..뜨거..그래도 좋은 것 같은데..하하
봄에는 노란 꽃이..가을엔 빠알간 열매가 온 마을을 감싼다고 한다. 그 열매를 나무에 매단채 초겨울까지 두고 얼렸다가 회초리로 털어서 거둔다고 한다. 거둔 열매는 씨를 빼어내고 햇볕에 말려서 건재상에 넘긴다고 한다. 농가 수입이 좋아 나무 몇 그루만 있으면 자식들 대학까지 보낸다고 한다. 마을 전체가 노랗다. 정수가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다.
어머님과 아내는 쑥을 캐느라 여념이 없다. 아이들이 제일 신났다. 도심 아파트에서 갇혀있다가 야외에서 뛰어 놀았더니.. 그렇게 행복해 할 수 없다. 집에 가자고 했더니..벌썩 드러 눕는다. "아빠..집에 가기 싫어." 정수가 무슨 풀이냐고 물었는데......솔직히 아빠도 모르겠다. 마늘처럼 보이는데...엉엉 그저 흙을 사랑하고 농민의 땀방울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해질녁까지 산수유에 흠뻑 빠졌다. 약사여래불이 있는 영원사에서 이천평야를 굽어보고 천연기념물인 반룡송의 용트림을 보면서 오늘 하루를 마감했다.. 산수유 마을은..4월 중순까지 가 볼만 하다. (그 때까지 산수유가 필 예정)
다른 여행기는...모놀과 정수 (누르세요.)
*펀글.. 반룡송 승천하려 꿈틀거리는 용의 형상을 닮았다하여
먹거리
식사는 남정 3거리의
식당에서, 숙박은 국도변이나 이천시내에서 해야 한다. |
첫댓글 다가공원의 노란 물결도 환상적이네요. 방안에 앉아 바라보는 절개지를 둘러핀 노란 개나리가 천국에 사는 느낌입니다 한눈에 눈 뜨자마자 보려고 요즈음 침대를 꺼꾸로 쓰고 있습니다 한눈에 들어오거든요
도심속에 살면서 이런 아름다운 광경을 잘 보지 못하는데 종원대장님 덕에 기분좋은 아침을 시작하네요.. 저두 가고파라~~~ 역시 자연은 아름다워요...
아~~~~모처럼 쉬는 휴일에 이게 모람? 그나마 컴으로 여행지를 즐겨 감사합니당...에효.
아~갑자기 땡땡이가 무쟈게 치고 싶어진다.오늘 일하긴 틀렸어요!! 책임져용~
아름다운곳을 다녀오셨군요. 온통 노-란 물결이 보기 좋습니다. 산수유는 화려하지 않은..은은함이 무엇보다 좋지요. 백사면 근처에는 백송과 운문사에 있는 늘어진 소나무도 볼만하지요. 정수가 궁금해 하는것은 확실히 마늘 이네요. 그것또한 남자에게 좋다는데...^^*
다음 주에 친구 모임이 있는데 어디로 갈까 했는데.....덕분에 장소 해결되었네요. 캄사!! 덧붙여 근처 밥집은 어디가 좋은가요? 천서리 막국수말구요. 대장님이 박사님이시라.... 부탁해용~~~
고속도로를 타고 가서 빠져 나오면..바로 이곳이 그 유명한 이천쌀밥집들이 줄지어져있습니다.8천원이면..진수성찬을 맛본답니다....몇군데 다녔는데..거의 맛은 비슷합니다. 돌솥에 나온 밥이 어찌나 찰지고.고소한지..그래서 이천쌀이구나..
저두 제작년인가 1회 산수유 축제할때 다녀왔답니다..그때도 날씨가 참 좋았거든요...그 근처에 있는 늘어진 소나무도 보고 왔었구요....올해도 갈려구 하다가 갑자기 회사 출근하는 바람에 못갔거든요~ 사진이로나마 보니 참 좋네요~~~~
일찍 늦게 출퇴근 그러다..오늘 처음 개나릴를 보고 와.... 진달래 핀것을 보고 어머나 어찌 .... 그러며 돌아와 컴을 열으니........ 너무나 황홀한 노란꽃.... 아니 공부나 하라구 노래가 나오네요. 올해는 컴으로 카페의 여행지를 돌면서 보내고 내년부터는 나두 모놀을 따라 다녀야지..모놀을 알게되 행복해용
차가 없으니 어떻게 가볼 수 있을까여? 울 서연이가 참 좋아할 것 같아여...
저는 개인적으로 이천의 '임금님쌀밥집' 추천이요^^~ 인터넷을 통해 알게됐는데..다른곳도 맛이 다같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큰밥집인 '정일품'인가? 고기 갔었는데요...엄청나게 후회했습니다..아..먹고싶다..조만간 먹으러 가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