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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무단으로 퍼갈 수 없습니다. 젊은 날의 추억 강촌 그리고 문배마을 글/사진: 이종원
북한강을 바라보며 학창시절 지겹도록 찾아간 곳이 강촌이랍니다. 청량리에서 춘천행 통일호 열에 몸을 싣고 무작정 한강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80년대 암울한 시기.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 마음의 안식처로 삼은 곳이 바로 강촌이었습니다. 무슨 고민이 그리 많았고, 무엇에 그리 목말라 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단지 말없이 흘러가는 북한강을 바라보며 커다란 위안을 받은 것은 기억해낼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참 순수했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직장에 들어가서 또 한번의 시련을 겪었습니다. 거침없이 앞만 보고 달렸는데 그만 승진시험에 떨어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일도 아닌데 제 자신이 그렇게 처량하고 초라해 보인 적도 없었습니다. 실의의 빠진 저를 일으키며 아내가 데려간 곳 역시 강촌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강가를 거닐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북한강은 제 옹졸함을 감싸주었습니다. 이번에 또 강촌을 가게 되었습니다. 북한강에 고민을 토로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찾아갔습니다. 건강하게 자란 우리 아이들에게 어머니같은 북한강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강은 저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를 와락 끌어 안아 주었습니다. 아마 제 아이들도 힘겨울 때나 기쁠 때 강촌을 찾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강촌은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결단을 내리게 해주었답니다. 연애시절 저는 아내와 함께 이곳 강촌을 찾았습니다. 영어 학원에서 만난 저는 북한강을 바라보며 과감히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그 때의 설레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답니다. 춘천의 이름 모를 성당에 쳐들어가 신부님께 다짜고짜 '축복'을 해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신부님..우린 6년 후에 결혼할 예정입니다. 아내가 미국 유학에서 돌아오면 결혼 할 겁니다. 우리 둘을 위해 축복해주세요." 신부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우리의 미래를 위해 기도해주셨습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6년이 지난 후 그녀는 나의 아내가 되었다. 강촌은 아내를 주었고 자식을 둘씩이나 낳게 해준 저의 은인입니다.
강촌역 사설이 좀 길었네요. 청량리에서 기차 타고 1시간여를 달리면 예쁘장한 강촌역이 나옵니다. 절벽아래 아스라이 걸쳐 있는 예쁜 역이 우리 가족을 맞이합니다. 역사 아래쪽은 예나 지금이나 북한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자전거 하이킹 구곡폭포까지는 걸어서 올라갈 수 있지만 자전거 타고 올라가기를 권합니다. 워낙 자전거 대여하는 곳이 많아 잘만 얘기하면 싼값에 빌릴 수가 있지요. 무료로 주차도 해준답니다. 2인용 자전거를 타면 둘이 함께 폐달을 밟으며 미래를 향해 내달릴 수 있답니다.
강촌 자동차극장
놀이동산
구곡폭포까지 가는 길은 아늑하고 아름답습니다. 누런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고 분홍빛 코스모스가 파란 하늘을 수 놓고 있습니다. 빼곡한 잣나무 숲길은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구곡정
구곡폭포 아홉 구비 물줄기가 아홉 가지 소리를 낸다고 해서 구곡폭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한여름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인파로 가득하지만 요즈음은 한적하게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답니다. 한겨울에는 폭포가 꽁꽁 얼려 있어 얼음을 오르는 빙벽의 모습은 장관이지요.
문배마을 가는 길 구곡폭포 위 문배마을까지 꼭 올라가십시요. 구곡폭포에서 30여분 정도 발품을 팔면 마을까지 갈 수 있지요. 등산로라기보다 한적한 트레킹 코스에 가깝습니다. 황토길도 넓고 지그재그 소나무 숲길이 일품입니다.
똑똑한 토끼 둘째 성수도 엄마의 도움을 받지 않고 엉금엉금 올라갑니다. 아이가 부쩍 자랐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지요. 첫째 정수와 아빠는 먼저 '깔딱고개'에 도착했습니다. 나무의자에서 쉬면서 말했지요. "정수야. 우린 토끼야. 저 거북이들 오기 전까지 여기서 낮잠이나 자자." " 아빠. 난 똑똑한 토끼여서 잠이 없어."
억새밭 고개를 넘었더니 무진장 넓은 분지가 나오는 겁니다. 조그만 논도 있고 밭고랑도 보입니다. 지금이야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한 때는 약초를 캐며 살아가는 오지라고 합니다.
가을 내음 물씬 묻어나는 억새밭에 들어가서 사진 몇 컷 찍어 보세요. 좋은 추억거리가 될겁니다.
문배마을 마을엔 생태 연못도 있습니다. 구곡폭포에 물이 말라 버릴 경우 이곳에서 물을 내보낸다고 하더군요. 무엇보다 문배마을의 진수는 먹거리에 있습니다. 김가네, 신가네, 장씨네등 친근감 있는 상호가 손짓을 합니다. 마을엔 10여 개의 식당이 있지요. 대부분 민박집과 겸하고 있습니다 도토리묵과 토종닭, 순두부도 맛 볼 수 있지요.
시간이 여유롭다면 강촌역으로 다시 돌아와 삼악산 입구까지 걸어 보세요. 대략 20여분정도 걸릴 겁니다. 버스를 타고 가도 되지만 강을 따라 걷는 것도 운치 있습니다. 학창시절 제가 자주 거닐었던 길이랍니다. 북한강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다보면 어느덧 삼악산 입구에 도착해 있을 겁니다. 삼악산 정상까지 갈 생각은 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산행하는데 만만치 않습니다. 등선폭포는 크지는 않지만 새악시처럼 예쁜 폭포랍니다. 한참 올라가면 작은 암자가 나오지요. 산사가 포근하게 느껴질 겁니다.
경강역 경강역은 아담한 역입니다. 영화 '편지'에서 박신양과 최진실이 처음 만났던 장소가 바로 경강역이지요. 역사에는 배우들의 손자국과 편지의 명장면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생각하며 철길을 거닐어보세요. 분명 영화속 주인공이 될 겁니다.
3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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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장님 축하드립니다. 3<1 ...^^
야! 너무 재있겠네요.우리도 내일 떠나야 할까봐요.
예전엔 강촌역 바로 밑에 술집이 있었습니다. 막차를 30분 남겨놓고 막걸리를 마시다 기차를 놓쳤지요. 결과는 무단외박... 쫓겨날 줄 알았는데 별로 혼나지 않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죠. 구곡폭포 앞 민박집에서 밤새 들었던 겨울 바람에 낙엽 구르던 소리가 어제처럼 생생합니다.
내일(10/03) 강촌에 갑니다. 울 대장이 아끼고 아끼는 그곳의 아름다움과 정기를 아주 조금만 갖어 올랍니다.ㅎㅎㅎ.
대장님! 승진시험에 떨어진게 다행입니다. 직장에 계속 있었으면 모놀도없었고, 여행작가도 아니되었을테니... 토깽이 같은 아이들과 마음넓은 정수맘과 행복하시이소~~~
승진시험 떨어진 것은 5년전의 일인데요. 시험에 합격한 친구들 역시 인사명령이 나지 않아..다음해 함께 승진했지요. 지금 여행작가가 될 줄 알았으면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을 걸..... ^^ 인생이 다 이런 것 같습니다.
종원님 넘 멋지네요..정수엄마와 이렇게 애틋한 연애의 추억이 담긴곳 강촌에 함 가고 싶네요...
강촌에 정말.. 가고싶네요~~ 신랑의 시간을 쫓아..살다보니~ 여행은, 꿈인거 같은.. 요즘입니다....
증말 부럽네여,,*^^* 난두 랑이 졸라 다녀와야징,,,~~~~ 애덜 대불고,,,*^^* 학창시절도 생각나고,,
정수엄마가 사람보는 눈이 있었네요. 강촌은 청춘을 거쳐간 곳이기도 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머물다갑니다.
대학1학년때 구곡폭포로 하이킹 갔다가..울꽈 친구들 모두 자전거사고났던곳! 또 오년전쯤 눈이 엄청 내린 담날 갔을땐..눈쌓인 강촌..넘 이뻤는데..칼바람맞으며 놀이기구도 탔던곳!..모두 사연이 많은곳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