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대(萬福臺1433m)1. 2017. 10. 30
올 들어 최저 기온이라더니 정령치는 초겨울이었다.
10시가 넘었지만 주차장엔 승용차 두 대 밖에 없었다.
아래 눈앞에는 단풍이 한창이지만 여긴 낙엽만 구른다.
1000고지의 높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만복대 산행기점은 예전의 도로가 아니라 정령치 뒤쪽이다.
야생동물 통로처럼 만든 터널 위를 건너면 만복대 시점이다.
가파르다는 마음이 안 들게 그러면서도 서서히 높아져 갔다.
등산로 치고 이렇게 순하고 편안한 길은 없을 것 같았다.
한 참을 올라도 숨 가쁘다는 생각이 안 드니 짐작할 일이다.
펼쳐진 나목들 틈에 노란 갈잎이 군데군데 있어 그림 같았다.
간혹 보이는 녹색 점은 소나무 아니면 전나무인 모양이다.
빨간 단풍잎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발밑 풍경도 절경이다.
야자멍석을 깔아놓은 길과 나무로 계단을 만든 곳도 있다.
정상엔 훼손된 흔적을 지우고 옛 모습을 복원하려 애쓰고 있었다.
정상 표지석 주변엔 대나무 말을 꽤 넓게 박아 두었다.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인 것 같은데 쉽게 이해가 안 되었다.
하산 길은 더 쉬웠다. 햇빛으로 기온도 많이 올랐다.
주차료 산정은 계산이 쉽지 않았다.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꼬부랑길은 힘들었지만 달궁의 단풍은 전성기였다.
금서 화계 왕산 식당에서 돼지갈비찜으로 배를 채웠다.
만복대(萬福臺)2. 1997. 6. 29
산청 교직원 산악회 주관 등산모임에 참여한 것이 벌써 2년 전이다. 등산 안내장에서는 회장과 총무가 바뀌었고 오랜만에 대형버스를 대절해서 만복대를 간다고 했다. 장마는 이미 와있었기 때문에 날씨가 걱정스러웠다. 이틀 앞 두고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꽤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
전날 밤 갑작스런 전화 한 통화로 아내는 참여할 수 없게 되었고 당일 새벽엔 친구로부터 외숙모가 돌아가셔서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8시 20분 오죽광장에는 낯익은 얼굴 대여섯 분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모두 열두 사람이 모였으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낯선 사람이 두 분이 같이 가기로 해서 모두 14사람. 대형버스에 사람이 너무 적어 버스 안은 썰렁했다. 금호정 휴게소, 생초, 금서, 마천, 뱀사골 입구를 거쳐 정령치鄭嶺峙에 닿은 것은 10시 50분경. 정령치 휴게소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해발 1172m. 정령치란 이름은 서산대사의 황령암기에 의하면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씨 성을 가진 장군으로 하여금 성을 쌓고 지키게 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신라시대엔 화랑들의 무술 연마 장소였단다.
정령치에서 남원쪽을 향해서 오른 쪽으로 가면 고리봉과 세걸산, 바래봉으로 이어지고, 왼쪽으로 가면 만복대, 작은 고리봉, 성삼재로 이어지는 등산코스가 있었다. 만복대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경사가 매우 급했고 그 위에는 방화초소가 있었다. 통나무로 만든 계단은 오르기가 거북했다. 방화초소에 오르고 나니 길은 매우 좋았다. 약간 가파른 길이긴 했지만 힘겹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만복대에 오르는 길 양쪽에 오미자나무는 아닌데 비슷한 나무가 꽤 많았다. 1시간 쯤 오르자 길 안내 팻말이 나타났다.
만복대에 도착했다. 전북 남원시 주천면과 산내면 그리고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에 걸쳐 있는 봉우리다. 해발 1443m. 왜 만복대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만복대 주변엔 다른 곳과 달리 키가 큰 나무가 전혀 없었다. 간혹 한 그루씩 있는 나무들도 거의 땅에 엎드린 듯 서 있었다. 대부분 풀밭이었다. 완만한 능선, 왜철쭉, 평화스러운 산이라고 할까. 곳곳에 산나물이 많이 보였다. 만복대란 이름을 붙인 이유를 이야기 해 본다. 만복이 있는 곳, 지리산에서 많은 복을 차지하고 있는 산인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만복대를 출발해서 40여분 걸으니 헬기장이 나타났다. 오른쪽 산 아래는 지리산 온천이 있는 구례군 산동이었다. 지리산 온천 쪽으로 하산하는 길도 있었다. 점심을 먹었다. 여럿이 둘러앉은 헬기장 식탁은 풍성했다. 대부분 많은 반찬을 준비해왔다. 군납용 양주와 매실주도 한 순배 돌았다. 14:00시. 모두 기분 좋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1시간 50분 정도 걸려서 성삼재에 닿았다. 자판기 커피 한잔씩을 뽑아 마셨다. 바래봉 철쭉이 담긴 작은 사진도 한 장 구입했다.
뱀사골 계곡 입구의 반야교 아래 계곡 물에 다 같이 발을 담갔다. 1분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여긴 아직은 여름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모두 방학을 하고 여름휴가가 시작되어야 여름일 것 같았다.
귀가 길은 인월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함양으로 나왔다. 관광버스 안의 노래방은 꽤 인기가 있었다. 진로소주병이 들락날락한 덕분이었다. 즐거운 산행이 모두 끝났다. 부족한 회비는 다음에 충당하기로 하고 오늘은 회비를 만원씩만 걷었다. 전임 권총무가 감사패 받은 답인지 술 한 잔 더 하자는 제의에 바쁜 사람들과 여자 분들은 가고 로타리 옆 해장국집에 둘러 앉아 일곱 사람이 8병의 소주를 마셨다. 전작은 양주와 매실주, 달궁에서의 동동주, 찻간에서는 진로소주. 거기다가 다시 소주를 먹었으니 말이 많아졌고 언성이 높아졌다. 몇 사람은 기분 나쁘게 헤어졌고, 산악회 없애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산에 오를 때의 마음은 잠시 사라진 것 같았다. 술로 인해 위하는 마음, 즐거운 마음이 나들이 가고 오늘 산행을 망친 것 같았다. 그러나 내일이면 오늘 산행을 추억하며 이야기꽃을 피울 것이라 믿으며 산행을 정리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