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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4일 토요일 새벽 4시 30분, 찜질방 해수피나에 딸린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이어 백두대간 진부령 구간 출발지인 미시령으로 향하였다. 오늘은 백두대간 남한 구간 종주를 마치는 이형과 함께였다. 5시 30분, 해발 825m의 미시령에 오르니 속초 시가지의 불빛이 찬란하다. 미시령 터널이 뚫린 후의 미시령 옛길은 을씨년스럽다. 밝은 날에 가까이에 있는 울산암을 사진 찍었으면 좋으련만 어둡다. 5시 40분, 헤드라이트를 밝히고 상봉을 향해 출발하였다. 어형이 앞에서고 이형이 뒤에 서고, 조형이 앞에서고 그 뒤에 내가 섰다. 헤트라이트가 없는 어형과 조형의 발길을 밝히기 위해서 앞뒤로 나누어 섰다. 6시 50분, 해발 1,244m의 상봉에 올랐다. 상봉에는 잘 쌓은 돌탑이 하나 서있다. 상봉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신선봉을 향해 눈길을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고 얼음이 얼어 조심을 해야 한다. 화암재에 이르렀다. 동해에서 떠오르는 멋진 일출을 기대하였으나 수평선에 낮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화암재에서 뒤돌아 본 상봉의 모습이 아름답다. 눈 쌓인 언덕에 내리는 아침 햇살이 환하게 빛난다. 8시 10분경, 해발 1,204m의 신선봉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구름 안개가 피어났다. 구름 안개에 가린 신선봉은 그 자태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 다시 신선봉 일출을 기대하였으나 허사였다. 그 대신 구름 안개 속에 나타나는 흐릿한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무지개는 비오는 날에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구름 안개에 비치는 햇살에도 무지개는 피어나는 것이다. 구름 안개 속에 서있는 신선봉의 바위 들이 사람의 형상으로 보인다. 너덜 길을 지나면서 어형과 이형이 한 쪽 아이젠을 잃었다. 신선봉 아래의 큰 바위에 머물러 배와 식빵을 꺼꺼내 놓고 일행을 기다렸다. 어형의 아이젠은 조형이 찾아왔으나 이형의 아이젠은 찾을 수 없었다. 간식으로 식빵과 배를 나누어 먹고 출발하였다. 앞서 간 대간꾼의 희미한 발길을 따라 가다 낭떠러지의 너덜 길로 들어섰다. 대간 길 아닐 것이어서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 놓고 다시 길을 찾았다. 공터에 이르렀다. 공터에서 바라보는 신선봉와 상봉, 그 너머로 바라다 보이는 설악산 서북능선의 설경이 장관이다. 교통 사정이 불편하지 않다면 매우 좋은 등산코스일 것이다.
9시 40분경, 대간령(大間嶺)에 이르렀다. 설악산 능선과 향로봉 능선 사이에 놓인 고개이기에 대간령이다. 대간령의 순수한 우리말 이름은 큰새이령이다. 큰새이령, 작은새이령의 우리말 이름이 아름답다. 큰새이령에는 서너 개가 되는 집터의 흔적이 있다. 고갯길을 넘나들던 나그네를 위한 주막집이었을 것이다. 근처에 샘터가 있다고 한다. 큰새이령을 지나 두 개의 암봉을 지났다. 병풍바위 오름길에서 잠시 쉬어 점심을 먹었다. 김밥과 배를 나누어 먹고 병풍바위로 향하였다. 12시경, 병풍바위에 오르니 진부령을 지나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멀리 금강산도 보일 듯 하지만 구별하지 못하겠다.
12시 10분경, 해발 1,051m의 마산봉에 이르렀다. 마산봉에서 뒤돌아본 신선봉, 상봉, 황철봉이 수묵화처럼 아름답다. 마산봉에는 출입금지의 말목이 박혀 있었다. 무슨 일인가 살펴보았더니 백두대간 생태계 훼손 복원지였다. 대간꾼들이 이곳에서 점심을 먹거나 야영을 하면서 수목이 훼손되었던 것이다. 마산봉에서 알프스리조트를 향해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작은 소란이 있었다. 낙엽에 묻힌 얼음을 밟고 조형이 미끄러져 넘어졌다. 죽은 나무를 잡고 비탈길을 내려가다 나무가 부러지는 바람에 어형이 나뒤굴었다. 이형과 나는 깊은 눈구덩이에 빠져 앞으로 고꾸라졌다. 산행의 마지막 비탈길에서 엎어지고 자빠지는 일은 체력이 떨어지는데 방심하는 까닭이다. 마산봉 산비탈은 특별한 시설이 없어도 훌륭한 스키장의 조건을 갖추었다. 1971년 북설악 스키장으로 개설되어 진부령 스키장이 있다. 이 스키장은 1984년 겨울, 알프스 스키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500~1,000m 급의 슬로프 3개와 리프트 시설 등의 장비가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오래된 역사의 알프스리조트는 썰렁했다. 천연 눈으로만 운영하던 알프스리조트는 후발 주자로 나선 여타 스키장에 밀려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교통도 좋지 않은데다 슬로프 시설도 떨어진다. 값싼 스키장을 찾는 동남아시아의 관광객이 그나마 알프스리조트를 반겨 주는 손님들이다. 알프스 리조트에서 이어지는 대간 길은 군부대 시설로 막혀 있었다. 군부대 철조망과 경게에 있는 광산초등학교 홀리 분교를 지나 도로를 따라 걸었다. 군 부대를 우회하여 길을 가자니 예상보다 30분의 시간이 더 걸린다. LG 텔레콤의 위성 시설과 철탑을 지나 진부령에 다다랐다. 해발 530m의 진부령은 강원도 인제군 북면과 고성군 간성읍 사이의 태백산맥을 넘는 험준한 고개이다. 칠절봉(七節峰:1,172m)과 마산봉(馬山:1,052m) 사이의 안부(鞍部)에 있으며, 오래전부터 관동지방과 영서지방의 중요한 교통로가 되고 있다. 남쪽의 대관령, 북쪽의 추가령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영(嶺)으로 불린다. 고개 길이는 약 60㎞이다. 이곳에 나 있는 도로는 1981년 국도로 승격되고, 1984년 10월에 2차선으로 확장 및 포장공사가 완료되었다. 고갯길 구비 구비에서 바라보이는 동해의 모습이 장관이며, 이곳에 안개가 감돌아 봉우리를 덮게 되면 대자연의 장엄한 모습이 연출된다.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고 겨울에는 강설량이 매우 많다고 알려진다. 진부령에 내려서니 백두대간 종주 기념비가 일행을 반겨 맞는다. 여타 산악회에서 세운 백두대간 종주 기념비에서 기념 촬영을 하였다. 이어 진부령 표지석에서 기념 촬영을 하였다. 이형의 백두대간 종주를 축하하려고 사두었던 폭죽을 터뜨리려다가 그만 두었다. 군 부대가 바로 앞이었던 것이다. 앞 뒤 생각없이 폭죽을 터드렸다가는 여지없이 군부대 병력에 포위당할 일이었다. 진부령에서 미시령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인제군 북면 용대리 주변에는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이색풍광이 있다. 바로 황태덕장이다. 이 곳의 황태덕장은 설악산 백담사 입구의 용대리에서 부터 진부령 고개까지 이어진다. 이 지역은 일교차가 큰 고원지대로 눈이 많고 자주 내려 겨울에는 눈에 푹 빠진다. 티끌하나 없는 하얀 눈 속에서 동해 바다에서 건져 올린 명태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맛있는 황태로 변한다. 보통 황태는 3개월 정도 말려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속살이 노랗고 포실포실하게 부풀어 고소한 황태의 제 맛을 내게 된다. 이렇듯 낮에는 녹고 밤에는 어는 과정을 반복해서 거치는 황태는 단백질과 간유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예로부터 황태는 온갖 공해에 찌든 독을 해독시키는 식품으로 '동의보감'에 기록되어 있다. 특히, 황태는 비만, 숙취, 간장해독, 혈압조절 등에도 좋다고 한다. 오후 2시 20분 경, 저녁 시간에 문인협회의 정기총회가 있어 서둘러 귀가 하였다. 6시에 도착하니 문인들이 대간 산행에 나선 기를 받자고 축하의 박수를 보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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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속속 이어지던 백두대간 종주기가 이제 마감이 되었는지 ?. 아님 !, 정맥 종주기가 새로 시작 되려는지 ?. 그간 임선생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 그리고 이어질 종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고인돌님의 산행기를 대하면 해박한 지식을 겸한 유유히 굽이치는 계곡의 물처럼 기록해가는 글들을 읽으며 내가 마치 산행하는 살아있는 글을 대합니다. 계속 수고하십시오
대간 남측구간을 무사히 종주하신 이경렬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또한 임선생님 매서운 겨울추위속에서 대간마무리 하시느라 애많이 쓰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