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모는 처음으로 장항선을 이용한 정모이죠. 정모 준비 과정을 돌
아보자면 9.28날 저와, 만물의 주방장, SHIM, mimi님이 사전답사를 실시
하였습니다. 그리고 10월 9일 부터 표를 예매하였고 박준규님은 이번 여
행 팜플랫을 제작하였죠. 내려가는 열차에 자리가 서로 떨어져 있어 붙이
는데 많은 공을 들였죠.ㅠ.ㅠ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9일 당일이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서울
역에서 기차를 타셨지만 저는 그냥 튀어보기 위해 수원역에서 서천으로
가는 #337 열차에 오릅니다. 모든 분들의 시선이 집중되고..(주인공은
맨 나중에 등장한다죠..ㅋㅋㅋ) 열차에 있던 박준규, Jolly, bardy, 스머
프, 철도시발지(현 준호), 백우, 당근외 한분(양혜경님), 자녹님을 뵙게
됩니다. 잠시후 열차안에서 모여서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고, 서울역에서
스머프님이 늦었는지 음료수를 쏘시는군요. 맛있게 먹고..
한편 열차밖 풍경은 노랗게, 붉게 물들어 가는 나무잎과 추수가 진행중
인 논의 모습으로 가을이 더욱 깊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박준규님은 오늘도 99년도 부터 탄 열차 승차권을 보여주시는군요. 모두
들 감탄을 금치 못하고..그리고 오늘은 저도 처음 본 것인데 2003년도 10
월달 달맞이신문에 과학그림책 칼럼을 멋지게 작성하셨네요. 준규형의 기
차사랑은 언제봐도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경부선을 바쁘게 달린 열차는 천안을 지나 장항선으로 느긋하게 들어섭니
다. 한편 고속철도 천안역이 있는 곳에는 아직도 역명을 두고 둘러싼 아
산시와 천안시의 갈등이 플랭카드를 통해 잘 나타나 있습니다. 결국 천안
아산역으로 확정되었다죠. 어쨋든 아산시안에 있으면서도 결국은 이름을
천안에 바쳐야 하는 모습은 작은 도시의 설움이라고나 할까요? 암튼 아산
시민들로서는 가슴아픈 현실이 되겠죠.
모산을 지나 온양으로 가는 철로 오른편으로는 넓은 평야가 펼쳐집니다.
추수철이라 벼를 콤바인(벼를 베는 기계)으로 베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군
요. 온양온천역에서는 거의 모든 승객이 빠져나갑니다. 단체인것 같은데
아이들이 아버지와 함께 하도록 하는 행사로군요.
선장역 옆에는 아름다운 가로수 길이 하나 있지요. 그리고 재미있는 점
은 선장역은 건물도 역무원도 없는 간이역이며 완행열차인 통일호는 지나
치고 무궁화호 열차만 정차하는 역입니다. 근처에 온천이 있어 정차하게
되었지만 오늘도 역시 타는 손님은 없네요.
창밖으로 펼쳐지는 푸른하늘과 불그스름한 가을 정취는 우리의 설레임을
더욱 배가시켜 줍니다. 신례원, 예산, 삽교, 홍성, 광천, 대천, 웅천..이
렇게 낫익은 역들을 들르고..오가, 신성, 학성, 청소, 주포, 남포역 등
완행열차만 서는 역들을 지나치며 어릴 때 함창(경북선소재)에 있던 외가
댁에 다녀오던 추억을 떠올립니다.
대천은 자주 놀러가는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곳이죠. 간치역이라는 곳에
는 여름마다 운행되는 춘장대행 열차가 지나다니는 서천화력선과 갈라지
는 곳이죠. 무창포해수욕장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웅천역을 지나 우리들
의 목적지역인 판교역에 도착합니다.
내리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는 듯 하지만 우리들만의 세상인 것만 같아 기
분이 좋아지는군요. 역간판과 열차행선지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우리를 싣고 온 #337 무궁화호 열차는 종착역인 장항으로 힘차게 달려갑
니다.
판교역에는 아침에 광주에서 오신 babylion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역
시 늦게 나타날 수록 주목을 받는 것 같군요. 아침부터 혼자 차를 타고
오시느라 심심하셨을듯..광주에서 교통편이 복잡할 것 같아 걱정이 되었
는데 광주에서 서천으로 바로오는 버스가 있다고 하네요.
다시한번 통성명을 하고 판교역앞 소나무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수정냉면
집으로 식사를 하러 들어갑니다. 한편 역마당 한켠에는 커다란 개가 네
다리를 쭉펴고 잠의 삼매경에 빠져 있군요.
식당에 들어서자 주인 아주머니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모두
자리를 잡고 아까 저한테 전화를 받고 준비한 냉면을 내어 오시고..
물냉면은 보기에도 시원한 동치미 육수에 담겨 나오고 비빔냉면은 보기에
도 맛깔스럽게 빨간 고추장에 엊혀져 나옵니다. 준규형은 오늘도 먹기전
에 음식사진을 찍는군요. 한편 백우님이 저의 가방을 살펴보시는 통에 저
의 직업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고..ㅠ.ㅠ 증거물?이 하나 있었지요.
주인 아주머니께서 넉넉헤게 주신 사리까지 배불리 먹고 냉면집을 나와
서천으로 버스를 타러 나섭니다. 판교시내에는 서울에서는 보지 못하는
풍경들이 많지요. 서울에서 크다못해 산만해 보이는(건물모양이 보이지
않지요)간판과는 달리 화려함은 없지만 소박해 보이는 간판의 모습이나
그 옛날 많이 썻던 창이 여러개 있는 미닫이문의 모습, 정미소, 아담한
모양의 교회..모든 것이 향수를 자아내게 하지요.
버스를 타는 곳까지는 걸어서 5분정도 걸립니다. 그냥 현금으로 버스요금
을 낼수도 았지만 추억거리로 만들겸 정류장 앞 가게에서 버스표를 구입
합니다. 잠시후에 서천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도착합니다.
행선지도 없는 버스표를 보시고 JOIIY님 왈 "참 표가 불쌍하게 생겼
다."ㅠ.ㅠ 오늘의 명언으로 하는 것이 어떨지..ㅋㅋㅋ
-2편으로 계속됩니다.-
카페 게시글
기차여행(충청도)
NO.39[가자 철마야]서천(한산모시관, 신성리 갈대밭)-기차여행기를 적는 사람들 제 15차 정모(2003.1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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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실체를 밝혀라..닉넴 : 가자철마야 / 성명 : 유덕상 / 직업(근무지) : (주)하얀손 / 가방속에서 발견된 증거물 1호 : 벼룩시장
허걱!
하얀손이라면... 아하 그렇구나~
전 지금에서야 읽었네요. 백우님 꼬리말이 정말 죽인다...꼼짝없이 걸렸네. 준규님과의 깊은 우정이 부러워요. 그리고, 우연히 참석한 여행이었지만 그 앞에서 준비하며 그동안 열차여행에 대한 순순한 애정하나로 들인 눈에 보이지 않는 내공이 여행기에 많이 담겨있어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