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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미뤄두었던 교재정리를 했습니다. 진작에 공부하는 교재를 기술사교재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발표 당일까지 캄캄한 나락에 떨어져 1년을 더 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 버리지 못한 탓이지요. 막상 정든 교재를 정리하려니 그나마 모질지 못해 결국 책꽂이 한켠에 모셔두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저 역시 “얻어걸린”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IMF 한파로 정들었던 직장을 그만두고 주위의 권고로 2005년 소방기사를 취득하고 관리사를 쳐다본 지 14년만입니다. 하려고 하는 일이 있으면 실행에 옮겨야 하고 실행을 계속하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이제사 얻습니다. 2014년 해외공사 귀국 후 처음 쳤던 관리사시험의 충격이 생생합니다. 계산문제 세문제를 풀고 나니 시간이 다 지나갔더군요…
저의 경우, 소방 시공쪽(대부분 현장소장 혹은 PM 역활이었습니다)에 오래 있었는데. 그럼에도 사실상 시공실무가 약합니다. 더구나 그 역할을 하면서 짬짬이 공부하는 것은 무리더군요. 이상하게도 매번 계약금액이 턱없이 부족하여 실정산 받는 일이 주업무가 되면서, 현장기술보다는 계약 역무, 물량, 인건비, Claim, 공사비용 정산 방법 등에 골몰하여 하얗게 밤을 새우는 일을 3년이상 계속 하였습니다. 덕분에 큰 그림은 보지만, 현장시공상의 실무는 공사부장 보고 받고 비용 끌어다 메꾸는 일이 전부였기에 개인적 역량이 늘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의도하지 않게 다니던 회사와 알력이 생겼고, 그 즈음, 급여는 적겠지만, 감리를 하는 것이 공부도 하고 좋지 않겠느냐는 권고가 있어 감리회사로 옮기고 위험물 기능장부터 공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급여가 줄면서 생활이 어려워졌지만, 애들과 집사람이 잘 참아주었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운좋게도 상주감리현장이 첫 현장이었고, 시공이 끝나가는 상태라 위험물기능장 시험준비에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시험에서 떨어지고, 한 번만 더 해보고 나서는 두 과목 다 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저의 경우 과도하게 긴장하면 반드시 계산문제에서 실수를 하고야 마는 케이스라 (몇가지 조건이 나오면 그 조건들 다 밑줄까지 쳐놓고 엉뚱하게 조건 대입하는 실수, 계산조건 빼먹기, 단위 환산 실수, 답 구하는 과정에서 계산기 잘못 누르기, 어렵사리 정답 구해 놓고 틀린 답 떡하니 적기, 시간이 모자라는 줄 알면서도 어려운 계산문제에 매달리는 근거없는 자신감 등등) 설계시공을 피하고만 싶었습니다. 계산문제도 결국 숙달과 암기라는 것을 밴드스터디를 들으면서 느꼈습니다.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두과목을 바로 갔으면 하고 후회하면서, 또 돌아가는 시간이 아까웠지만, 저의 결정은 위험물로 돌아 가는 것이었습니다. 금번 시험에 점검실무 점수가 높으시면서 설계시공 과락으로 실패하신 분들이 계신 것을 알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습니다만, 결국 계산문제 공부도 회피해서는 멀리 갈 수 없다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물론 한과목에 집중할 수 있는 잇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요…
위험물기능장 시험은 배점 높은 문제 하나를 기출예상으로 잘 찍는 바람에 운좋게 한번에 합격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상주가 아닌 비상주로 감리업무를 봐야했습니다. 처음해본 비상주 감리업무는 무엇보다 이동시간이 많았습니다. 왕복 세시간이상이 태반이라 원장님 목소리를 애인 목소리라 생각하며 (실제로 목소리 좋습니다.. ^^;;)
공부에 제일 힘든 것은 외로움이었습니다. 스스로를 배신하며 늦잠자고, 휴일이라고 제끼고 때려치고 싶은 유혹… 아마도 같이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 준 선후배들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밴드스터디에 가입했고 모의고사까지 2년을 들으면서 끝까지 의지해서 같이 갔던 것이 제일 큰 힘이 되었습니다. 물론 떠먹여줘도 소화가 안된다면 할 수 없지만, 혼자 지치고 방황하는 시간은 확실히 줄어듭니다. 그리고, 모의고사시 짜르르~ 올라오는 고수들의 답안지는 정말 살아있는 채찍입니다. 아픕니다. 그 순간 순간의 아픔이 자그마한 결실로 왔다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지금 하시는 공부… 같이 하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좋은 결실 맺으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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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때려치고 싶은 공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를 잘하셨습니다!! 모의고사 밴드의 회원분들의 답안지 올리는 것을 채찍으로 생각하시고 아픔을 참고 끝까지 했을 때 결실로 맺혀진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욱 승승장구 하시길 기원합니다^^ 살아 있는 합격수기 감사해요!!!
함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너무나 진솔하고 체험적인 현실감각을 풋풋히 묻어나는 수기글을 주셔서 감사드리고,
가슴깊이 묻어두어 두고두고 되새기며 저의 수험에 두루 되새기겠습니다...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느껴집니다
저도 고시촌있을때 낮에는 괜찮다가 공부끝내고 작은 원룸방에 들어오면 외로움의 극한까지 가서 배개에 머리를 묻고 울거나 어쩔때는 이대로 영원히 작은방에 내운명에 혼자 갇혀 있을까봐 울곤 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