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面書生'<백면서생>은 무슨 뜻 일까요?
白 희다, 말하다
머리가 흰모습은 白髮(백발) -속마음 밝히는 것 告白(고백)
‘금일(今日) 휴업합니다. 주인(主人) 백(白)’
길거리를 거닐다 보게 되는 가게 벽면의 안내문입니다. 골목의 담벼락에는 ‘개 조심. 주인 백’이라는 글씨가 종종 붙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집주인들은 온통 백씨로구나’라고 오해할 만합니다. 그러나 백(白)은 ‘아뢰다’라는 뜻입니다. 곧 ‘주인이 아룀’이라는 뜻입니다. 백(白)에는 ‘아뢰다, 말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조심스레 속마음을 털어 놓을 때 ‘고백(告白)을 한다’고 합니다. 고백(告白)은 마음 속에 감추고 있던 생각을 사실대로 고해서[告] 말하는[白] 것입니다. 반면 속마음을 꽁꽁 숨긴 채 혼자서[獨] 괜시리 중얼거리는 [白] 것은 독백(獨白)입니다. 자백(自白)은 스스로[自] 자신의 허물이나 잘못을 털어놓는 것입니다.
백(白)은 보통은 희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백의 어원은 ‘서쪽 방향의 색’이라는 뜻입니다. 해는 서쪽으로 지므로 해질 무렵의 선명하지 않은 희끄무레한 빛을 백(白)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쌀 알이나 햇빛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백발(白髮)은 흰 머리란 뜻이고 흰 얼굴은 백면(白面)입니다. 방안에만 틀어박혀 글만 읽게 되면 창백한 흰 얼굴이 됩니다. 그래서 세상 물정에 어둡고 경험이 없는 사람을 백면서생(白面書生)이라고 말합니다.
백미(白眉)란 흰 눈썹[眉]입니다. 옛날 마씨 집에 재능이 뛰어난 다섯 형제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도 맏이였던 마량이 제일 뛰어났다고 합니다. 마량은 특이하게도 눈썹이 흰 색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말하기를 ‘마씨 오형제는 모두 훌륭하나 그 가운데서도 흰 눈썹이 가장 뛰어나다’고 칭찬했답니다. 이후로 백미(白眉)는 여럿 중에 가장 뛰어난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흰 색은 실제로는 색깔이 없는 것이므로 ‘없다, 비다’는 뜻도 있습니다. 생선이나 고기를 아무 양념도 하지 않고 맹물에 푹 삶은 음식이 백숙(白熟)입니다. 흰 옷을 뜻하는 백의(白衣)에는 벼슬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영웅이었던 이순신 장군은 백의종군(白衣從軍)을 했습니다. 이 말은 이순신 장군이 갑옷도 두르지 않은 채 흰 옷만 입고 싸움터에 나갔다는 뜻이 아닙니다. 벼슬하지 않은 평범한 신분으로 군대를 따라 싸움터에 나갔다는 뜻입니다.
백(白) 외에 소(素)도 흰 색이라는 뜻입니다. 소(素)는 아직 물들이지 않은 원래 빛깔 그대로의 흰 색입니다. 장례식 때 입는 흰 상복(喪服)을 소복(素服)이라 부릅니다. 꾸밈이나 거짓이 없는 사람을 ‘소박(素朴)하다’고 말합니다.
출처:박수밀 한양대 국문과 연구교수 ‘살아있는 한자교과서’ 저자 조선일보 200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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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일반 농민 백성을 '백정(白丁)'이라고 하는데, 이 때 백(白)의 뜻은 위에서 말한 '없다'의 뜻에 해당됩니다.
즉 백정은 국가의 직역을 지지않는(직업이 없는) 일반 농민을 뜻합니다.
(고려시대 도살업자는 '화척(禾尺)'이라고 말하고, 조선시대 도살업자는 '백정(白丁)'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