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은 ‘동방의 불로초’라 한다. 불로장수를 열망한 진시황은 3천 동자(숫총각)을 모아서 불로장수 식품을 찾아오도록 했다. 그중 서복(徐福)은 멀리 우리나라 봉래섬(제주도)까지 와서 전복을 진상했다고 한다.
전복은 조개류중 가장 맛이 좋고 귀한 식품으로 황제나 먹을 수 있는 ‘조개류의 황제’로 알려져 왔다. 중국에서는 최고 권력자들조차 쉽게 먹을 수 없을 만큼 전복이 매우 희귀했다.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왕망(王莽)은 전쟁에서 패하고 부하들의 배신으로인한 마음의 상처로 안석에 기대앉아 전복만 먹었고, 조조(曹操)가 전복을 좋아했다는 예를 들어 과거 중국에서 전복이 얼마나 귀한 음식이었는지를 고증하고 있다. 중국에서 전복의 인기는 상어지느러미나 제비집 요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옛부터 전복은 간 기능의 지나친 활동으로 오는 두통·귀 울림 ·혀와 목이 마르는 증세에 신기하게 낫는다 했다.
전복은 가공방법에 따라 날것은 생복, 찐 것은 숙복, 말린 것은 건복으로 나누어진다. 전복을 복어(鰒魚)라고 소개한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살코기는 맛이 달아서 날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말려서 포를 만들어 먹는 것이다.’라고 기록했다.
전복을 쪄서 말리면 오징어처럼 표면에 흰가루가 생기는데 이것이 타우린이다. 타우린은 간장의 해독기능강화· 콜레스테롤저하· 심장기능향상의 효과가 있다.
전복은 뛰어난 스태미너식품으로 성능력(性力)을 증강한다고 알려진 ‘아르기닌’ 이라는 아미노산이 많다.
전복이 다른 조개류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타원형의 껍질 위에 한 줄로 뚫려있는 구멍이다. 열려있는 구멍은 정액이나 배설물을 내보내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주로 호흡하는데 쓰인다.
궁중요리에서는 전복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맛과 영양면에서 최고의 식재료로 친다. 전복가루를 다식판에 박아낸 전복다식, 얇게 저민 전복에 잣소를 넣은 전복쌈은 최고급 마른반찬이다. 전복에 소고기·간장·기름·꿀을 치고 졸여낸 전복초, 영양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전복죽도 있다.
전복 생것의 맛은 들큰하며 오독오독 씹히고 살은 꼬들꼬들하다. 그러나 살짝 익힌 것은 날창날창 보드라우면서 쫄깃하고 살은 달보드레하여 ‘전복 맛은 조개류 중 으뜸’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게된다.
전복은 껍질에서 내장까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전복의 껍질은 중요한 생활도구가 되었다. 숟가락 대용으로 가마솥의 누릉지를 긁는데 사용하기도 하고, 바위에 붙은 김이나 파래를 모을 때도 쓴다.
바위에 붙어서 갈색 조류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창자의 해조류 냄새와 맛이 별미이다. 이 내장은 맛이 독특하기 때문에 흔히 정력제로 일러오는데, 전복은 내장을 함께 내놓는 것이 통례로 내장을 먹어야 전복을 먹었다고 할 수 있다.
전복은 우리나라, 중국, 일본의 세나라가 가장 즐기나 우리나라의 것을 제일로 친다. 그러나 전복을 먹는 방법은 다르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전복을 회로 또는 젓갈을 담기도 하는데 중국에서는 꼭 말린 것을 불려서 요리한다. 일본에서는 전복내장 젓갈은 술안주로 좋아하지만 전복을 말렸다가 쓰는 요리법은 없다. 한국에서는 회, 익힌 것은 물론 내장도 즐겨 먹는다는 말을 들은 중국사람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서양사람들은 ‘전복은 껍데기가 한쪽 밖에 없어 먹으면 사랑에 실패한다’는 터부 때문에 먹지 않았었다. 요즘은 당뇨병과 고혈압에 좋은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복은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수산물 보양식품 가운데 하나이다. 최근 전복양식이 성공하면서 가격이 내려 황제들의 미식을 부담없이 즐기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첫댓글 전복에 이리도 알찬 이야기들이 연결되는군요, 참 잘 듣고 갑니다. 탱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