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과의 해후
권영준
천년 전 내가 강물이었을 때
원시의 때를 씻어내던 따스한 짐승들이
또 천년이 흘러
불멸의 생명을 낳고 있다
그리운 이름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먼지조차 사라진 이후에도
똑 같은 자세로 수 천년을 더 살아온 힘이
나를 여기까지 인도했으니,
내가 결코 가볍지 않음도
저 숨죽인 어둠 때문이리
그러나 나는 함부로 살아
백년도 품지 못할 텅빈 소유를
수도 없이 반복했으니,
시간이 썩어, 고요가 된
저 단단한 언어를 보아라
녹슨 부장품들만 가슴에 쌓으며
적멸을 괴고 있는, 슬픈
딱딱한 돌에 고인
푸른 피가 내 몸으로 흘러들어 온다
시인 권영준
▒ 1962년 경북 영주 출생
▒ 1994년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
▒ 1997년 10월 인천문인협회 신인대상 수상
▒ 1998년 3월 월간『현대시』등단
▒ 시산맥 동인
▒ 계간『부천문단』편집위원
▒ 현재 인천학익여자고등학교 국어교사
시집으로 『박물관을 지나가다』(한국문연) 와 『불의 폭우가 쏟아진다』(천년의시작) 가 있다.
첫댓글 멋진 시네요...자랑스럽습니다...^^
반갑습니다/좋은 시 고마워요/퍼갈께요.
고인돌 청동기 시대 무덤 이라고 하는데 보통 무덤 을 천년 집이라 하는데 수천년 을 이어온 새월의 깊이에 그이름 만으로 도 감동이 느껴지는데. 후배 님 멋진 시를 읽고 더 큰 감명 으로 다가 오네요.
좋은 시 고려산에서 큰 소리내어 읊어보았으면............. 참으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