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11월 15일
더운나라 필리핀에서 에어컨이 잘 되는 쇼핑몰이, 소매점 음식점 은행 영화관 병원 등이 모여 있는, 이른바 미니 경제권이었다.
하지만,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로 방문객이 격감한 것 외, 소비자의 인터넷 홈쇼핑으로의 이행도 가속화되면서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
<마닐라 쇼핑몰 'SM시티 노스 에드사'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촉구하는 인형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크리스마스 판매 경쟁이 시작되는 시기는 매년 9월이다.
가게 안이 화려하게 꾸며지고 산타클로스 의상을 입은 점원들이 손님을 맞는 게 관례다.
하지만, 금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방문객을 맞이하는 방법이, 마스크 착용과 다른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재촉하는 포스터, 인형이 되어 버렸다.
마닐라에 있는 쇼핑몰 내 미국 아웃도어 의류매장에 근무하는 직원은 올해 크리스마스 세일을 해도 잘 안 팔린다고 하소연한다.
필리핀에는 전국 800곳이 넘는 쇼핑몰이 있다.
세대나 소득수준 등에 관계없이 많은 소비자들이 볼일을 보고 즐기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필리핀 최대 부동산업체인 SM프라임홀딩스가 운영하는 쇼핑몰 74곳의 2019년 하루 평균 방문객은 420만 명에 달했다.
필리핀 정부는 3월에 시작한 엄격한 외출·이동 제한 조치를 5월 중순부터 단계적으로 완화.
코로나 감염 확산에 따라 8월 마닐라 수도권과 주변 주에서 다시 엄격해졌다.
세 자녀를 둔 제네스 델로 레이스 씨에게 쇼핑몰은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저녁까지 즐겁게 보내는 휴식처였다.
하지만, 현지에 3월에 외출 제한이 발령된 이래, 쇼핑몰에는 가지 않았다고 한다.
필리핀에서는 많은 가정이 해외에서 일하는 친족으로부터의 송금으로 가계를 유지한다.
콜센터 등 비즈니스·프로세싱·아웃소싱(BPO) 산업도 발전해, 소득 수준이 상승.
견고한 개인소비가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다.
개인 소비 가운데 쇼핑몰의 위상은 컸다.
일본의 유니클로, 스웨덴의 H&M 등 많은 해외 브랜드의 쇼핑몰로의 출점도 가속.
입지조건이 좋은 점포는 서로 빼앗고,테넌트에 대한 임대료도 상승해, 쇼핑몰을 운영하는기업에는게는 큰 수입원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감염 확대에 수반하는 외출 제한 등을 계기로, 방문객이 격감했다.
인터넷쇼핑몰로 물건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도 달라지고 있다.
소매업계 단체인 필리핀 소매업협회 간부 폴 산토스 씨는 실적이 부진한 가게를 닫을 것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미국 부동산서비스업체 컬리어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마닐라 수도권에서 쇼핑센터 공실률은 2019년 9.8%에서 2020년 14%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의 상황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마닐라 수도권의 임대료도 10% 정도 떨어질 전망이어서 하락률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의 7.4%를 웃돈다.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소매점을 묶어두려고 임대료를 면제하는 움직임도 있다.
20년 상반기에 SM은 110억 페소(약 240억엔), 부동산 대기업으로 30개 넘는 쇼핑몰을 운영하는 아얄라랜드는 50억 페소의 임대료를 면제했다.
한편, 인터넷 통신판매 업계는 기세를 올리고 있다.
필리핀에 등록한 인터넷쇼핑 사업자는 9월 2일 현재 75,876개사로 3월말 1,753개사에서 대폭 증가했다.
'라자다'와 '쇼피'에서의 소비자 구매건수도 외출제한 기간 비약적으로 늘었다.
필리핀 대형 부동산 쇼핑몰 개발업체인 '로빈슨스 랜드'의 선임 부사장 얼린 맥티베이는, 쇼핑몰 내 일부를 앞으로는 전자상거래를 지원하는 풀필먼트(FC) 부문 및 사무실 등으로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매 대기업 각사도 인터넷 중시 전략을 밝히고 있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는 마닐라만 인근 SM몰 오브 아시아 옆에 필리핀 첫 매장을 여는 데 앞서,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필리핀의 고급 소매 대기업인 SSI 그룹은 인터넷 통신판매를 시작했다.
더블드래곤 프로퍼티스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에드거 시어는,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소비행동이 코로나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서비스업체 컬리어스인터내셔널의 선임조사 매니저 조이 로이 본덕 씨는 개혁을 하지 않는 한 (소매업과 쇼핑몰은) 소멸한다고 밝혔다.
공중위생과 건강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행복에 대한 생각이 재검토되는 가운데 쇼핑몰은 변혁을 강요당하고 있다.
출처
https://www.nikkei.com/article/DGKKZO66190360T11C20A1TM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