孟子見梁惠王(맹자가 양나라 혜왕을 뵈었다)
王曰(왕이 말하기를)
叟 不遠千里 而來(장로께서 천리가 멀다않고 오셨는데)
亦將有以利吾國乎(내 나라를 장차 이롭게[利] 할 수 있겠습니까?)
(吾:나 오, 國:나라 국)
孟子對曰(맹자가 대답하여 말하되)
王 何必曰利(왕께서는 하필이면 이로움을 말하십니까?)
亦有仁義而已矣(오직 어짊[仁]과 의로움[義]만 있을 뿐입니다.)
맹자의 첫구절이다.
전국시대의 양혜왕은 오로지 부국강병이 목적이므로
당시 인재로 소문난 맹자에게 나라를 이롭게 할 방책을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맹자가 말하길,
어떻게 왕이라는 사람이 천박하게 이로움[利] 따위를 구하느냐?
오로지 어진[仁] 정치와 의로운[義] 정치를 해야한다.
(물론 맹자는 이런 비현실적(?) 태도(왕도정치 사상) 때문에
전국시대의 모든 왕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는데
사실 맹자는 100여 년 전 공자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 유가는 춘추전국시대에는 제대로 힘을 못 썼고
대신 법가사상이 주축이 되어 최초로 중국을 통일했다.)
어쨌거나 맹자는 자신의 주장을 계속 펴는데,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바로 그 다음 구절이다.
王曰(만일 왕께서 말하시길)
何以利吾國(내 나라[國]를 어떻게 이롭게[利] 하겠느냐고 하시면)
大夫曰(왕 밑의 대부는 말하기를)
何以利吾家(내 영지[家]를 어떻게 이롭게[利] 하겠느냐고 할 것이고)
士庶人曰(그 밑의 일반 선비와 서민들은 말하기를)
何以利吾身(내 몸[身]은 어떻게 이롭게[利] 하겠느냐고 할 것입니다.)
즉, 왕이라는 사람이 내 나라[國]만을 이롭게 하고자 하면
그 왕 밑에 있는 대부는 내 영지[家]만을,
그리고 그 밑의 일반 선비와 서민들은
자신의 한몸[身], 즉 일신(一身)의 영달(榮達)만을 추구할 것이다.
맹자는 정치적인 계층구조를 이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를 한눈에 들어오게 새로 정리하면
가장 낮은 단계인 한몸[身] => 영지[家] => 나라[國]로 확대된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내용아닌가?
바로 대학(大學)의 유명한 구절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이다(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
제 한몸 수양하는 수신은 일반 선비와 서민들의 영역이고
자기의 영지를 다스리는 제가는 대부의 영역이고
나라를 다스리는 치국은 왕(정확히는 제후)의 영역이고
천하를 태평케 하는 평천하는 천자(天子, 훗날 황제)의 영역이다.

따라서 수신제가(修身 齊家)를 해석할 때
제가(齊家)를 "집안을 다스린다"라고 해석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해석이다.
왜냐하면 집 가(家)라는 글자는
춘추전국시대에는 일반 가정이나 가문을 뜻하는 것 이외에도
대부의 영지를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정치권에서는 대권주자나 퇴임 대통령 등
유력 정치인들의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조무래기 정치인들을 가리켜
가신(家臣)이라는 표현을 쓴다.
가신의 가(家)는 개인 집안이 아니라
대부의 영지[家]임을 꼭 기억하자.
또한 국가(國家)는
대부들의 영지(家)를 포함하는
제후(왕)의 통치영역(國)을 뜻한다.
첫댓글 잘 배우고 갑니데이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