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Joy]'과 '쾌락[Pleasure]'을 분명히 아시나요? ( II )-- 2002. 11. 10.
바니안 :: 안녕하세요 어제 죄송했습니다
벅수 :: ㅎㅎ
벅수 :: 아닙니다.
바니안 :: 컴 상태가 아주 안 좋아서요
벅수 :: 예.
바니안 :: 어제 대화한 거 올려 놓으셨더군요
벅수 :: 예. ㅎㅎ
벅수 :: 계속해서 대화 진행되면... 제 1 탄, 제 2 탄 하고 계속 올릴 겁니다.
바니안 :: ㅎㅎ
벅수 :: 그게 제가 하는 일이거든요...
바니안 :: 사냥개라는 게 자아정체감도 해당되는 거지요?
벅수 :: 자아정체감이요?
바니안 :: 네
벅수 :: 그게 무슨 뜻인지 제가 잘 모르겠는데요...
바니안 :: 내 자신이 이러한 사람이다 하고 여러 이미지를 집합해서 자기와 동일시하는 거요
벅수 :: 그게 바로 '자아'라는 말 하고 똑 같네요.
바니안 :: 네
벅수 :: '나는 이러이러하다' 하는 '생각'이 바로 '자아' 아닙니까!!
바니안 :: 제가 아이들이 성장기에 자아정체감을 완전히 잡아놓는 게 오히려 좋지 않다는 말씀을 드렸거던요 어제
벅수 :: 예. 비슷한 말씀이었지요.
벅수 :: 그런데 그 '자아'라는 것은 인간을 몰아댈 수 있을 뿐입니다.
벅수 :: 자아 속에 다른 아무 것도 긍정적인 것이 없을 텐데요...
벅수 :: 어떠세요?
바니안 :: 저급한 사냥개를 좀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돌려놓고 시간이 지나면서 버리게 되는 거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벅수 :: 아이고.. 방금 말씀이 더 어려운데요...
바니안 :: 욕망이 자아인데요.. 성장기에 어찌 욕망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벅수 :: 그러니까... 욕망이 아닌 열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벅수 :: 욕망은 열정하고는 완전히 다른 거거든요.
벅수 :: 욕망은 고통이 따릅니다.
벅수 :: 그러나 열정에는 고통이 없습니다.
바니안 :: 예. 그렇지요
벅수 :: 인생의 모든 문제는 '고통'에 있는 거 아닌가요?
바니안 :: 그러나 매개를 통한 열정은 또 다른 집착을 낳지는 않을까요?
바니안 :: 어디서 본 듯한데... 피아니스트의 열정이 손가락을 다치면 고통을 일으키잖아요?
벅수 :: 열정은 집착을 낳지 않습니다.
벅수 :: 피아니스트의 경우, 손가락을 다친다면 그 즈음에는 상당한 고통을 당하겠지요.
벅수 :: 그리고는 손을 치료하거나, 안 된다면 다른 일을 찾겠지요.
바니안 :: 네 다른 일을 찾지 못 하고 고통으로 침몰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벅수 :: 이왕에 할 수 없이 된 것을 두고, 연연해 한다면 그런 게 바로 집착이지요... 예. 방금 그런 경우도 욕망이지 열정이 아닙니다.
벅수 :: 열정은 그 순간순간에 몰입하는 행동인데요...
벅수 :: 혹시 우리 까페에 올려 놓은 우리 "강의계획서" 한번 보신 적 있으세요?
바니안 :: 한번 본 듯도 함니다
벅수 :: 글쎄요... 그 피아니스트의 경우에는...
벅수 ::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벅수 :: 어떤 음악적 '열정'이지... 피아노 치는 그 손가락이 아닐 것입니다. 그게 음악적 열정이라면... 설령 손가락을 못쓰게 된다고 해도
벅수 :: 또 다른 방식으로 그 음악적 열정이 쏟이질 것 같은데요...
바니안 :: 대개 매니아들이 매개를 통해 몰입하게 되는데요
벅수 :: 바로 그 매니아, 그게 문제 아닐까요?
벅수 :: 매니아가 열정이라고 보십니까?
바니안 :: 네..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벅수 :: 매니아는 열정이 아니라, 그야 말로 '집착' 그 자체로 보이는데요, 저는요.
바니안 :: 그럼 열정이 어떤 것인지 예를 들어보시겟어요?
벅수 :: 열정에 대해서 이해를 하실 수 있다면... 예는 앞에서 들었습니다만... '음악성' 그 자체가 열정이라고 봅니다.
바니안 :: 그럼 열정은 행위 이전의 마음 상태를 말하는 것인가요?
벅수 :: 글쎄요... 그렇겠네요.
바니안 :: 네..
벅수 :: 열정에는 고통이 없는 건데.. 노력에는 항상 고통이 따르네요...
벅수 :: 어떤 목표가 우선시 되면 그때는 여지없이 노력이 되고, 욕망이 됩니다.
바니안 :: 열정의 마음이 행위로 옮아가면서 반복되고 중독이 되어 집착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을까요?
벅수 :: (그러나 행위 자체가 문제라면 그때는 목표가 어찌 되어도 상관 없는 거지요. 그게 열정 아니겠습니까?) 가만..
벅수 :: 많은 경우에 있어서, 열정이 집착으로 변한다고 봅니다.
바니안 :: 네..
벅수 :: 똑 같은 일이라 하더라도, 열정이 있을 때에는 습관이 아닐 것입니다.
벅수 :: 매번 새로운 것이지요. 그럴 수 있으시겠어요?
바니안 :: 네.. 열정이 그런 거지요
벅수 :: 그러니 사실 열정을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봅니다.
벅수 :: 우리는 전부 다 습관적으로 살거든요.
바니안 :: 네..
벅수 :: 예를 더 들어 봅시다.
벅수 :: 케이 영감은 60 년도 더 넘게
벅수 :: 온 세상을 돌아 다니면서 '말'하는 것을 하셨지요.
벅수 :: 똑 같은 말을 60 년도 더 넘게 하고 다녔습니다.
벅수 :: 봅시다. 이게 욕망일까요, 열정일까요?
바니안 :: 열정이겠지요
벅수 :: ㅎㅎ. 아마 그럴 겁니다.
바니안 :: 벅수 님의 강의도 그렇습니까?
벅수 :: 그럼 아까 그 피아니스트와 지금 케이 할배의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벅수 :: (글쎄요. 제 얘기는 좀...)
바니안 :: 네..
벅수 :: 만약에 케이 할배가 목청을 다쳤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벅수 :: 손가락 다친 그 피아니스랑 똑 같은 경우 아닙니까?
바니안 :: 그랬다 하더라도 절망하지 않겠네요
벅수 :: 무슨 다른 수를 쓰셨겠지요.
벅수 :: 그리고 그 피아니스트는 피아노가 아니면 장구를 쳐도 치겠지요...
바니안 :: 그럼 피아니스트는 연주의 즐거움이 아니고 쾌락이었을까요?
바니안 ::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벅수 :: 글쎄요... 봅시다.
벅수 :: 더 이상 피아노 연주를 못하게 되었다면, 더 연연해 하지 않아야지요. 연여해 한다면 그게 바로 고통인데요.
벅수 :: 아주 어리석은 거 같은데... 더는 못 갈 벼랑에 서서 자꾸 가려고 한다면...
바니안 :: 그 피아니스트는 연주의 즐거움과 동시에 내가 이러한 능력 있는 피아니스트다라는 자아를 확인하고 있었던 걸까요?
벅수 :: 자아 확인이라는, 그게 없었다면 고통은 없었을 겁니다.
바니안 :: 네 그렇군요
벅수 :: 케이 영감이 말한 예 중에서...
벅수 :: 개미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 되려나 모르겠군요.
벅수 :: 개미가 가는 길 앞에다가 자꾸 방해를 해도... 어떻게 해서든 제 길을 간다고 하신 말씀요...
바니안 :: 네..
벅수 :: 좋은 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벅수 :: 그런데 지금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벅수 :: 이러한 열정과 욕망을 제대로 이해시키지를 않아요.
벅수 :: 전부 다 욕망으로 똘똘 뭉치게 해 놓는 거 아닙니까?
바니안 :: 그럴 수도 있지요
벅수 :: 얘들이 고통 없는 '열정'을 이해하고 있을까요?
바니안 :: 그런 아이들도 많지요
벅수 :: 그래요?
바니안 :: 이해는 아닐 테고 그저 즐거워서 사는 아이들이요
벅수 :: 그건 님께서 예를 좀 들어 보세요.
벅수 :: 그저 즐겁다?
바니안 :: 공부가 즐거워서하는 아이들도 있고... 운동도 즐겁고...
벅수 :: 그런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바니안 :: 그리고 욕망도 병을 일으킬 정도가 아니라면 뭐 어떻습니까?
바니안 :: 전 병을 일으키지않는 한 욕망도 그저 지켜봅니다
바니안 :: 그러면 애들이 잘 해나갑니다
바니안 :: 그게 사는 모습이지요
벅수 :: 법칙이 그렇다는 겁니다. 아무리 작아도 욕망에는, 노력에는 분명히 고통이 따릅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참고 살기는 하지만요. 참는다는 것 하고 고통이 없다는 것 하고는 완전히 다른 상태입니다.
바니안 :: 그렇다고 무조건 고통을 피해 다니는 것도 그렇군요
벅수 :: (고통은 피해 다니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데 케이 할배 말씀은 "고통없이, 열정으로 삽시다" 그거거든요. 헌데도 "이정도의 고통 쯤이야 어때?" 하고 살면, 케이 할배 존재의 의미가 없어지게도 되는군요.
바니안 :: 예.. 고통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지요
벅수 :: 그럼 케이 영감 가르침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떠벌일 필요는 없는 거네요.
바니안 :: 아니지요 고통이 병이 되었을 때 케이가 치료사가 되는 거지요
벅수 :: 그래요?
벅수 :: 케이 영감이 치료사라고요?
벅수 :: ㅎㅎ. 아닙니다.
바니안 :: 부처님은 의왕이라는 말은 있는데요
벅수 :: 창조적으로 살아서... 이 세상을 '사랑'으로 삽시다, 그건데요?
바니안 :: 의사중의 의사
벅수 :: ㅎㅎ
벅수 :: 세상을 치료하는 거지요..
바니안 :: 예 치료되면 사랑으로 살게 되겠지요..
벅수 :: 그런데 내가 참을만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게 치료된 겁니까?
바니안 :: 네.. 고통 중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바니안 :: 참을 만하다기보다 고통을 통해 얻어지는 게 있다는 말이지요
벅수 :: 고통을 통해서 무엇이 얻어지나요? 지금 님께서는 '적당한 데서 선을 긋고자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럭저럭 살아 간다고, 이만하면 그런대로 만족하겠다고 말입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아주 근본적으로 치료를 다 해서, 그 '사랑'이 세상에 퍼지게 하자는 게 케이 영감이나, 저 부처님 말씀이겠지요.
바니안 :: 그럭저럭 살자는 것은 아니구요
바니안 ::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스스로 발견해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에 가까와요
바니안 :: 그래서 아이들이 스스로 의문을 일으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겁니다
바니안 :: 음... 대화의 촛점이 서로 약간 어긋난거같지요?
벅수 :: 예... 그런 거 같군요.. 서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안 맞아요. (그러나 앞의 말에는요... 의문은 보다 빨리 일으키는 게 더 급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물들어 버릴텐 데요? 문제는 내가 또는 내 이이들이 정말 '사랑'을 이해하고, 그 사랑으로 사느냐 하는 겁니다. 아무리 작은 고통이라도 그게 참고 있는 한 진짜배기 사랑은 아니지 않겠어요? 그 말입니다.)
바니안 :: 네...
벅수 :: 두고 보세요.. 점점 더 어려워질 겁니다.
벅수 :: 그런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의 흐름 아닙니까?
바니안 :: 경쟁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 같지요?
벅수 :: 그렇지요.
벅수 :: 그리고 그런 경쟁은 더욱 더 심해질 겁니다.
벅수 :: 그런데 그때 가서는 더 어려운 일이 되는 거지요.
벅수 :: 그래도 우리 사회는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벅수 :: 조금, 아주 조금은 더 나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벅수 :: 여기서 무슨 행동이 나오지 않으면 그대로
벅수 :: 미국이나 일본처럼 됩니다. 아주 형편없이 되겠지요.
벅수 :: 마치 제가 30 년 전에
벅수 :: "앞으로는 마시는 몰을 길에서 사 먹는다"는 말을 들었을 경우처럼요.
바니안 :: 네.
벅수 :: 그때 저는 그 말을 무슨 잠꼬대로 들었거든요.
바니안 :: 어떻게 해야 될까요?
벅수 :: 내면의 고통을 다 지워야 하는 겁니다.
벅수 :: 각자가 자신의 문제를 말끔히 다 해결하는 길 뿐입니다.
벅수 :: 아니라면 결국은 망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는 건데요.
바니안 :: 그러면 인식을 넘어서야 하는데 그게 어렵잖습니까?
벅수 :: 음...
벅수 :: 어렵다고 안 한다면, 결국은 망하는 거지요.
벅수 :: 다른 수 있나요?
바니안 :: 불교 식으로 업장소멸인데 ..
바니안 :: 업장소멸 들어보셨나요?
벅수 :: 업장소멸이요? 설명을 좀...
바니안 :: 과거의 고정 관념 지우기 같은 건데요
바니안 :: 그래서 염불하고 삼천배하고 그러잖아요
바니안 :: 어찌 보면 이해와 통찰로 가기보다 쉬운 것 같기도 한데...
벅수 :: 과거, 고정 관념 그런 것들이 다 '자아'입니다. 그게 염불한다고, 삼천배한다고 사라집니까?
바니안 :: 해보시지는 않으셨지요? ㅎㅎ
바니안 :: 네.. 완전한 방법은 아니에요 부분적이지요
벅수 :: 저더러 해보라고 할라고요? 안 할겁니다. 절대로 안 합니다,
벅수 :: 그게 바로 욕망이요, 노력이거든요.
벅수 :: 이해하세요?
바니안 :: 네.. 그러십시요 벅수 님께는 케이가 있잖아요?
바니안 :: 근데 염불할 때만은 생각없음 상태가 되는 거 아시겠어요?
벅수 :: 아니요.. 케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사실'을 이해해야지요.
바니안 :: 강제 작동이지요 말하자면
벅수 :: 그 순간만 생각이 없어지려면, 무슨 마약이나 술이나 또 다른 쾌락이나 염불이나 다른 게 뭐에요?
벅수 :: 그 '강제'요... 그래서 관찰자가 관찰대상이라고 한 건데...
바니안 :: 근데 생각은 기억력이고요 기억력은 틈새를 많이 주면 사라지거던요
벅수 :: '틈새'요? 무슨 말씀이신지...
바니안 :: 틈새란 염불하는 시간을 많이 주면 이라는 뜻이지요
벅수 :: ㅎㅎ
벅수 :: 그러면 그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 기억들이 사라진다는 거 하고는 얼마나 다른 겁니까?
바니안 :: 네 염불 얘기는 그만하지요
벅수 :: ㅎㅎ
벅수 :: 그런데 불교에 얼마나 어떤 인연이신지요?
바니안 :: 네
벅수 :: 그 말씀 좀 하세요.
바니안 :: 전 불교와 인연이 깊습니다
벅수 :: 음..
바니안 :: 케이를 읽어봤을 때 부처님이 다시 환생하신 줄 알았습니다
벅수 :: 그 정도에요?
벅수 :: 케이 할배를 언제 어떻게 알았어요?
바니안 :: 2 6 때쯤요
벅수 :: 스물 여설 살 때쯤이요?
바니안 :: 네
벅수 :: 어떻게요?
바니안 :: 자기로부터의 혁명...
벅수 :: ㅎㅎ
바니안 :: 별로 많이 읽지는 못 하고요
바니안 :: 하여간 그때 느낌이 그렇게 오더군요
벅수 :: 그런데 그게 어떻게 그런 느낌이 왔을까요?
벅수 :: 우와...
벅수 :: 그 전에 관심이 많았나요?
벅수 :: 저는 그런 생각 단 하나도 못 했는데...
바니안 :: 부처님 말씀 중에도 자기 마음을 관하는 게 있거던요
바니안 :: 비파사나...라고 하는가 봐요
벅수 :: 저는 케이 책 처음 보면서, "이게... 도대체 무슨 영감탱이가 이런 영감탱이가 다 있노?"
벅수 :: 그런 기분이었는데요...
벅수 :: 예.. 비파사나요..
바니안 :: 하여간 저는 그 책에 도움 많이 받았죠
바니안 :: 그런데 전 이제 그만 나가볼 시간이에요
벅수 :: 예... 그럼 케이 영감... 찬찬히 더 잘 이해해 보세요. 그런데 어떻게 "부처님 환생"이란 생각을 다 했을까요? 그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