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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인의 방 [蒜艾齋 산애재] 원문보기 글쓴이: 松葉
▲시집 [☆올리브 휘파람이 확☆]의 앞표지(우)와 뒤표지(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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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휘파람이 확]
오영미 시집 / 시와표현시인선 053 / 도서출판 달샘(2017.11.23) / 값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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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휘파람이 확
오영미
받지 말걸 그랬어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지
치킨 튀긴 거 있자나요, 생맥주 하고요.
모닝 혼족에 흔밥 혼술 혼색까지
BMW 차 안이 온통 올리브 향으로 감겼어
시장기가 확 돌아 뜯어 먹고 싶더라구
네비게이션이 각선을 그리며 골목으로 들어갔을 때
눈앞에 확 불을 붙인 검 담장을 덮고 있는 붉은 장미였어
황금올리브치킨과 크림생맥주 무와 코카콜라 그리고 전단지와 홍보용 오프너
나의 생계와 상관있는, 내가 지금 들고 있는 것들의 반란
누군가의 번지를 찾아 계단을 오르는 동안 비둘기를 생각했지
바스락거리는 비닐봉지의 아우성
낯선 방을 찾아 서성이다 404호 앞에서 멈추자 알 수 없는 전율이 확 돌잖아
나를 튀겨서 포장했는데 속을 보이는 거 같아서 아찔했거든
벨을 누르자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데 떨리더라구
비닐봉지 안에 내가 있어요, 나를 뜯어 먹을 거죠?
나의 갈비뼈와 날개 다리 가슴살을 여덟 조각으로 나누었어요
제발 학대하지 말고 부드럽게 만져주세요
맥주와 섞인 내가 발효되어 유산균이 된다면
콜라의 탄산이 내 살과 섞인다면 온 몸에 기포가 생기겠지
다행이다. 나의 모가지와 대가리는 기름 속으로 던져지지 않았으니ㅏ
그 남자에게 배달된 나의 여덟 조각이 소용 있기를 바래
뒤통수에 모가지를 달고 문을 닫는 나의 손
풍성처럼 부풀어 오르는 순살바삭칸의 하루
올리브 휘파람이 확
비문
오영미
생선의 등뼈 발라 먹다 생각난 혓바닥
혓바닥이 목에 닿으면
살갗 긁히는 소리가 사선의 빗줄기 같았지
그녀는 날마다 거실 창 밑 의자에 앉아
고양이에게 애물단지 비문을 읽어주었다
거꾸로 올라 낮게 비행하는 새처럼
창문에 멍이 들도록 부딪치는 빗소리들
고양이가 혓바닥으로 빗방울을 핥아대자
애물처럼 얼룩진 글자들이 떨어졌고
무시로 창문에 번지기 시작했다
날마다 밤이 되면 그녀의 비문을 찾아 나섰다
다락방 구석에 누워있는
어느 문중 족보에 올라
비릿한 문장 하나 꺼내
비밀스러운 통로로 끌고 가는 고양이
목걸이가 툭 풀렸다
검은 달의 혓바닥으로 핥다가
이빨로 끊어버린 길목
신혼 애물단지가 적혀있는 창문의 빗방울
고양이의 눈은 생선 종이에 고정
그믐께야 피는 꽃
오영미
그래 그렇다 치자
숨은 그림자를 짓밟고 뛰쳐 나갈건 뭐람
처제와 눈이 맞은 남편
아내에게 냉기를 뿜어대는
늑대의 뒤통수에 대고
서릿발 쏘아 올리는 그녀
긴 머리 땋아
책가방 챙겨주던
언니의 뱃머리를 돌리다 실종된 동생
초롱이 엄마를 망녀로 데려간 시작이다
코흘리게 동생 업어 키우며
바지락 캐던 그녀가
망나니의 칼춤보다 더한 몸짓으로
늙어빠진 늑대의 거기를 매일 물어뜯었다
그믐사리 지나
이지러진 물결 따라 흐르는
그녀의 검은 달은
사월 그믐께야 갈색 목련으로 진다
부음이 주고 간 부름
오영미
상추꽃 피면 눈물이 나요
달력에 꾹꾹 눌러 쓴 전화번호
이제 당신을 부를 수가 없네요
앉았다 일어선 것처럼
뒤돌아보면 사라지는
당신의 이름 부르지 못해ㅔ요
상추씨를 뿌리고
기다려 온 뿌리들의 부름
텃밭 고양이 똥 풀 뽑으며
흙냄새 고약하다 손사래 치던
어디가야 그 손 만질 수 있나요
상추꽃 피기 전,
부음의 씨앗들이 퍼지기 전에
뽑아줘야 할 뿌리들
달력 앞에서 전화기 들고
당신의 꽃 이름 적어 보내 봄
먼 기억
오영미
우리의 걸음은
여문 종으로
물 위에 그려 넣을
여덟 개의 동그라미
열하나의 열한 번째 쉼표로
목젖까지 열어놓고
산토리니 광장을 걷다가
빗나간 여름 발견한다
이른 아침 찬 기억
물결의 꼬리를 잘랐던 다비도프 카페
이정표만 바라보다 멈춘 시계처럼
달팽이의 더듬이로 그와 마주쳤지
소복 같은 파라솔이 접혀져 있었고
그리스의 바람 닮은 어닝과 반쪽 그늘
파고라의 벤치는 꼼짝 앉았지만
물결의 높이는 먼 곳으로부터 출렁였어
우리들의 파란 추억이라 적혀 있는
느린 우체통이 거꾸로 눕는다
엽서는 아직도 부재 중
오솔길로 빠져나가는 그의 등이 차갑다
옥상정원의 영근 햇살 속으로
차르르 미끄러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우리 여무는 종소리로
다비도프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어때
바다 홀로
오영미
검은 몸부림과 아우성으로
밤새 하얀 포말 일으키며
할퀴어대는 동네 아낙과 남정네들
손전등 허리에 차고
어둠 속 낙지와 소라 주우러 간다
뻗으면 닿을 듯 검은 등대
고개 잦히면 이마에 걸리는 북두칠성
머리 위로 은하수 날고
장화 높이보다 낮은 수심
해안선 따라 삐걱대는 바위 선
통에 기득 담긴 해산물
이고지고 뭍으로 오는 어부들
무겁지 않은 듯 성큼성큼
시끌벅적 한바탕 잔치가 끝나
모구 돌아가고 홀로 남는 바다
다시 어둠은 바다와 하나가 된다
별과 솔바람이 뒤엉켜
밤새 잠들지 않는 바다
날 새도록 뒤척이다
햇덩이 토해내는 자궁의 아침
끊어진 길
오영미
꽃 잔디에 묻힌 새끼 뱀
소름 돋던 과거는 없다
두 동강 난 뱀이 몸부림치자
꼬리는 꼬리대로
머리는 머리대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등 돌렸다
꼬리는 제자리에서 맴 돌았으며
머리는 비틀거리며 아주 조금씩 풀 섶으로 숨어들었다
이미 그들은 하나가 되지 못했다
하나라고 믿었던 몸 이 두 동강이 났을 때
우리의 존재는 동면으로 채워질 뿐이다
하일의 안단테
오영미
말랑 구두를 신은 물자국
검은 연기되어 걸어가요
늘어진 어깨 사이로
질긴 하루의 여름은 숨어 있고
뜨거운 태양 아래
주저앉는 발자국처럼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채
드러눕는 바람
안단테 걸음으로
안달도 없이 사라져요
검은 구두를 신은
흙발자국
상사화
오영미
평생 살아도
단 한 번 교감 없이 무심한 당신
단 하루를 살아
낮과 밤이 둘이지 않은 것처럼
꽃잎과 꽃이 어찌 하나이지 않을까
서로 눈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그 바람 느끼지 못할까
함께하지 않는다고
그 사랑 차마 잊혀질까
잊혀가며 피워낸 사랑
잎 지면 꽃 피고
꽃 피면 잎이 사라져
어쩌면 단 하루를 살아
처절해지는 기쁜 슬픔
너와 내가 상사화라 할지라도
곁가지 지켜가며
그 길 걷고 싶다
배추밭
오영미
찢어진 배추가 거적으로 깔린 밭
파헤친 땅 속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정오
공짜로 뽑혀가는 배추포기
차곡차곡 포개지는 배추의 동맥
짓눌리는 혈관을 잘라내자
입 벌린 트렁크가 무시로 집어 삼켰다
풀의 이슬로 흐느적거리는 걸음
거저리니 쇠도 집어 삼킬 것만 같아
배추벌레가 꼬물거리는 이슬 고인 밭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의 이슬은 땅 위에서 말라갔다 졌다
허기진 벽을 꼬장꼬장 씹어 먹는다
아버지의 왈츠
오영미
아버지를 따라 간 이발소
덜컹거리는 미닫이문 열자
거울 꼭대기에 걸려있는 달력이 펄럭였어
긴 생머리 뽀얀 살갗의 여지가 확 안겨왔지
텅 빈 터에 꽉 채워진 유채꽃
가는 발목의 하이힐에 찔려 아파하는 봄 보았어
파란 아이섀도 그녀가 나를 쪼아 보는 거야
수영복 차림으로 웃고 있는 엉덩이에
유채꽃 닮은 봄옷을 꽂아 주려해
이발소의 아저씨가 가위질을 멈췄고
풍선만한 가슴이 머리에 거품 내며
소름의 날선 면도를 시작했어
칠순의 아버지는 안마의자에 누워있는데
맥없는 내가 맥주회사의 긴 달력 앞에서
시소를 타듯 아찔하게 욱신거렸어
거울 천장으로 바라 본 거미줄
무반주의 허리로 칭칭 감는 망사스타킹
바짓가랑이에 짝 달라붙은 아버지의 왈츠는
그녀의 어디쯤 졸고 있을까
파문
오영미
바람 없이 일어난 파랑주의보처럼
정박한 어선 밑에서
치열하게 싸우다 죽어가는
물고기 떼의 아가미를 보셨나요
선을 타고 흐르는 음
끊어진 줄을 잇지 못한 로미오는
줄리엣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로미오가 사진들을 정리하여 왔더군요
예고장처럼 편게개 썰물의 나는
부재중 안녕이라 고했습니다
아들과 며느리에게는 뭐라 말할까요
손주들의 재롱은 어느 호주머니에 담을 까요
나 하나의 연극은 우리로 끝나지 않기에
막다른 길목은 나로부터 끝없이 번져갑니다
주문
오영미
주문은 지금부터다
성빈이는 베스킨라빈스를 베스킨라벤스키라 했다
홍금 올리브 치킨은 황금올리브유로 튀겼기 때문인 것이다
주전자의 주둥이를 보고 막걸리라고 불렀다
후라이드와 황금올리브랑 뭐가 다른 거죠?
후라이드와 그냥 후라이드고요
황금올리브치킨은 황금올리브로 튀긴 거죠
다시 주전자의 주둥이를 들여다본다
난로 위에서 칙칙폭푹
커피포트 대신 주전자
아, 다시 주문할게요
황금올리브치킨으로요
베스킨라벤스키 앞 김밥천국으로
30분까지 배달해주세요
베스킨라빈스에 온 손님이 말했다
베스킨라빈스31 주세요
알바생은 서른 한 가지 아이스크림을 담아 드릴까요 물었다
묻자마자 손사래를 쳤다
성빈이에게 주전자는 막걸리고
베스킨라빈스는 베스킨라벤스키다
시인의 밥
오영미
말로만 시인이지
내보일만한 게 없다
시 쓴다고 눈알 굴리며
고민 하지만
내세울 만한 집 하나 찾지 못 한다
소박한 밥상과
평범한 옷차림
정갈함에 길들여진
촌 여자가 짓는 밥
내 시에도
별 것 아닌 반찬속에
빛나는 보석 하나 박고 싶다
삶의 부재
오영미
분주의 색을 바꾸며 자라는 계절
낮보다 밤이 긴 동면을 깨운다
추운 겨울은 너구리의 경계를 건너지만
삵과 너구리의 영역에 선은 없다
사냥을 위한 연습
너구리의 목에서 살점이 찢겨나갔고
건널목을 건너다 쓰러진 사람 닮은 피가 흘렀다
삵의 새끼로 살아가는 홀로서기에 연습이 있는가
하루의 빛,
매일의 절반은 어둠으로 사선을 넘나들지
너구리는 삶의 만찬에 초대된 먹잇감
소리 내지 않기, 가까이 다가가기, 숨어있다 점프하기
한동안 뒤척이다 내린 눈이
삶의 고단한 눈과 너구리의 눈을 덮었지
길이 사라졌고
너구리의 뼈들도 묻혔고
삵의 삶은 우리들의 존재
길 위에 눈 녹듯 빛으로 눕는 부재다
나무처럼
오영미
눈도 감고 입도 닫았습니다
귀만 열고 누웠습니다
나무들은 기둥이 되고
창틀이 되고 의자가 됩니다
걸어가는 것들 속에 살고 있는 셈이죠
나는 나무들과 손잡고 이동합니다
부엌에서 방으로 다시 거실로
화장실에서 샤워꼭지 틀기 전까지
온 몸의 물기를 빼고
다시 태어납니다
어깨의 우두처럼
옛날 우리 집으로 가는
이정표가 찍혀있습니다
거기에는 나의 태생과 나이가
납작하게 엎드려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붙들려서 살아온 빈터
갓난아기를 잃었던 아픔도
그 일로 남편과 수십 년을 떨어져
혼자 생계를 꾸려온 나의 삶에서 벗어나
나도 나무처럼 뿌리를 자르고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오선지에 넝쿨장미
오영미
가시에 찔린 손 내밀자
바람이 손끝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네
모르는 척
와락 피어난 오월의 장미
붉은 심장 열어 꽃 입술 활짝 피워 놓고
빗물에 훌쩍이는 듯 고개 숙였네
플로렌스의 추억이 흐르는 정원
피치카토 반주 따라 떨어지는 빗소리는
바이올린 선율보다 어두웠네
쏟아지는 빗물 때문에
너를 만질 수가 없었네
테라스의 파라솔 끝선으로
흐느끼는 날줄 이어가며
바람의 어깨에 기댔던 선들을
하나 둘씩 켜기 시작했네
불신으로 밀려가는 마디마디
아물어진 줄장미의 봉오리로
부풀어 오르는 다른 심장을 품었네
바다에 핀 꽃
오영미
네 모가지를 보면
네가 무슨 색깔의 꽃을 피울 건지
네 몸에 흐르는 피가 무슨 색인지
알 수 있다 내 시간처럼 빠르게
파도 닮은 봄 뒤흔들며
바다를 마신 후 토해내는 휘파람소리
섬에서 핀 꽃이 먼 바다고 기울고
바람으로 열린 바다의 목젖
혓바닥 길게 늘어트린 해가
원산도를 조롱하듯 풍덩 빠진다
구불거리는 물결
반듯한 여러 갈래의 물길
물속에서 도둑맞은 내 가을은
새벽이 되어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녁연기를 기다려도 보이지 않는 길
섬으로 번지는 해를 마시고 사는 사람들은
모두 조산을 하고 빨리 자라고
일찍 늙어간다, 내 가을처럼
가을그네
오영미
그녀는 매일 깨진 사금파리가 되어간다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을 하는 나무
감나무가 익어가는 뒤꼍
까치가 물다 놓친 링거 줄이 툭
구르던 혈관이 장독대에 납작 엎드린다
전봇대를 보며 개가 짖는다
명절 선물로 곶감이 배달되자
하얀 분을 바른 그녀가 말했다
‘그림에 떡이네요’
물 그물
오영미
발끝 모두 차갑게 굳어 있었고
힘없는 눈동자엔
하얀 물 그물에 처져 있었다
아직은 따스한 체온이 남아있군
꽉 다문 입이 벌어지지 않네
먹일 수도 없잖아
간밤 새벽 나의 손안에 있었는데
여전히 나의 손안에 있는데
손끝 어디 애간장 녹지 않는 곳이 없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떠난 두 번째
물갈퀴처럼 차갑다
달팽이의 시선으로 뚜껑을 덮는다
나의 화단에 너를 묻어 보내야지
모르는 첫 아리 무덤처럼
허공으로 빠져나가는
아, 몹쓸 안녕
눈물꽃
오영미
끈적이는 갈증으로
사포 같은 깔끄러움이
비포장처럼 울렁이는 엄마의 팔뚝
큰 돌이 부서져 모래가 되고
문질러 가루가 되어도
부풀어 오른 엄마의 살갗이야
맥락 없이 허공을 휘젓는 링거 줄
나의 혈관에서 피어나는 꽃으로
엄마의 팔뚝에 수혈을 한다면
붉은 심장 어느 곳에선가
울음 꽃이 뚝 뚝 떨어질 것 같아
함부로 피어나지 못하는 검은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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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아무튼 견뎌보자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인간의 꼬리뼈가 퇴화하자니
내 삶이 점점 야위어 간다
너에게 내가 선물이듯
이대로 확,
네게 보낸다
2017. 가을
오명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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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미 詩集 [※올리브 휘파람이 확※]
[ 해설 ] -
영원한 사랑과 행복을 위한 인간 탐구
― 오영미의 시에 관하여
권 온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1. 오영미가 새 시집을 발간했다.『서산에 해 뜨고 달 뜨면』『모르는 사람처럼』을 잇는 세 번째 시집『올리브 휘파람 확』을 간행함으로써 시인의 숨길 수 없는 창작열은 실제적인 몸을 얻게 되었다.
그녀는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이자 한국문인협회, 충남문인협회, 충남시인협회, 고은학회, 한남문인회의 회원이며 소금꽃 동인이기도 하다. 다채로운 단체 활동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귀하게 여기는 오영미의 성격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이 글은 좋은 사람으로서의 오영미와 열정적인 시인으로서의 오영미가 긍정적인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대목에 집중하겠다. 우리가 여기에서 주목하려는 시편은 「그녀의 바람소리」「자전거」「싸움의 규칙」「상사화」「시인의 밥」「담배」「나무처럼」「휘게」「새우잠 히스테리」등이다.
2.
비가 유리창에 닿으면 그녀는 버릇처럼 손톱을 깨문다.
젖은 머리칼에서 바람의 냄새가 났다
윤기 없는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팬티 속에 집어넣었다
올 가닥을 셀 수 있을 만큼 숱이 적어지기 시작한 순간
통증으로 이어지는 젖은 바람
머리 밑이 겨울수초처럼 허옇다
샴푸의 거품은 누룩의 곰팡이처럼 하얗게 흘러내렸다
사람 죽어가는 냄새
민머리에 가발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머리맡에 알알이 박힌 꽃잎이 꼼짝 못하고 누워 있었다
창틀에 젖어드는 얼룩은 쉬지 않고 번졌다
물기를 걷어내지 않는 이유
젖은 머리카락에서 들리는 바스락 냄새와 또 바스락 소리
-「그녀의 바람소리」전문
이 시는 감각의 교향악交響樂이다. ‘바람의 냄새’와 ‘사람 죽어가는 냄새’와 ‘바스락 냄새’로 이어지는 ‘냄새’의 행렬은 잠들어있던 우리의 ‘후각’을 깨운다. ‘바람소리’와 ‘바스락 소리’에 담긴 ‘소리’의 연쇄 역시 침묵하던 독자의 ‘청각’을 건드린다.
지금, 여기에는 “통증으로 이어지는 젖은 바람”에 담긴 아픔이 그득하다. “머리 밑이 겨울수초처럼 허옇다”와 “샴푸의 거품은 누룩의 곰팡이처럼 하얗게 흘러내렸다”와 “창틀에 젖어드는 얼룩은 쉬지 않고 번졌다”등의 진술은 죽음을 지향한다.
오영미가 내세우는 감각의 향연은 상처와 고통 속에서도 생을 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개성적이다. “윤기 없는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팬티 속에 집어넣었다”라는 진술은 타나토스Thanatos와 에로스Eros가 결합하는 빛나는 시적 성취를 보여준다. 곱씹어 읽어볼 일이다.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 준
흑백사진 닮은 책상
네 형제가 둘러앉아
숙제하고 그림 그렸지
연탄불에 태워먹은 밥
누룽지가 생겼다고 신나하던
코흘리개 동생들을 등에 업고
문밖을 서성였던 시절
부르튼 손등
찬 우물 펌프질하며
키보다 높은 줄에 매달린 허공을
작대기로 내려야 했던 산 고개
제비집 처마에 걸친 석양
잠든 초승달이 다시 깨어나면
베니어판 책상에 둘러 앉아 일기를 썼다
몽당연필처럼 작은집
얇아진 노트의 오색 무지개
꼬물거리는 다섯 손가락
그 위에 조각되는 우리들의 자전거
- 「자전거」전문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 준/흑백사진 닮은 책상”에 “네 형제가 둘러앉아/숙제하고 그림”을 그리는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영미는 ‘연탄불’과 ‘누룽지’와 ‘찬 우물’과 ‘제비집’이 익숙했던 “코흘리개 동생들을 등에 업고/문밖을 서성였던 시절”을 시화詩化한다.
언젠가 ‘몽당연필처럼 작은 집’에서 ‘부르튼 손등’을 녹이며 살아가던 한 때가 있었다. 연탄불에 밥을 태워먹으면서도 “누룽지가 생겼다고 신나하던” 아이들의 동심童心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가? 아버지가 만든 “베니어판 책상에 둘러 앉아 일기를” 쓰던 아이들이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았을 게다. 시인은 이 시에서 가난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었던 시절을 오롯이 복원한다. 우애와 사랑으로 빚은 행복의 등불이 무지개처럼 돋보인다.
원 안의 사막에서만 포효하는
두 마리의 바람을 보았다
이곳에서 공생이란 없다
숨고르기와
한판 승부로 서로를 뒤집어야 한다
원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넘어지고 쓰러져 피 흘렸던 사막
허리에 두른 청홍의 샅바는
절제된 욕망의 규칙 같은 것
이곳은 너와 내가 나란히 쓰러지는 곳
알몸을 부비며 느꼈더 체온이
저녁처럼 식어 버렸을 때
서로의 등작에 말라붙은 모래가
숨고르기 멈춘 시간 되어 떨어진다
원 안의 사막에서 깃발을 펄럭인다는 것
-「싸움의 규칙」전문
‘이곳’은 ‘원안의 사막’이다. “원 안으로 들어오기까지/넘어지고 쓰러져 피 흘렸던 사막”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원’은 단순한 경계가 아니다. ‘원’의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피를 흘리는 일과 다르지 않다. 상처와 고통과 희생을 각오하지 않으면 ‘원 안의 사막’에 도달할 수 없다.
‘너’와 ‘나’는 각고의 노력 끝에 ‘원 안의 사막’에 도착하지만 “이곳에서 공생이란 없다” “이곳은 너와 내가 나란히 쓰러지는 곳”이다. ‘이곳’에는 “포효하는/두 마리의 바람”의 ‘한판 승부’가 있을 뿐이다. ‘너’와 ‘나’가 ‘싸움’을 벌이는 ‘원 안의 사막’은 씨름판을 연상하게 한다. “허리에 두른 청홍의 샅바”나 “알몸을 부비며 느꼈던 체온” 또는 “서로의 등짝에 말라붙은 모래”등의 어구는 우리의 가정假定에 힘을 보탠다.
어쩌면 모든 인간은 ‘원 안의 사막’또는 ‘씨름판’에서 영원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단편소설「황토기」에서 ‘억쇠’와 ‘득보’라는 두 명의 장사壯士는 무모한 힘겨룸을 하는데, 김동리 소설에서의 두 인물 ‘억쇠’와 ‘득보’는 오영미 시의 ‘너’와 ‘나’의 모습과 흡사하다. 오영미는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시인이다.
평생 살아도
단 한 번 교감 없이 무심한 당신
단 하루를 살아
낮과 밤이 들이지 않은 것처럼
꽃잎과 꽃이 어찌 하나이지 않을까
서로 눈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그 사랑 느끼지 못할까
함께하지 않는다고
그 사랑 차마 잊혀 질까
잊혀가며 피워낸 사랑
잎 지면 꽃 피고
꽃 피면 잎이 사라져
어쩌면 단 하루를 살아
절해지는 기쁜 슬픔
너와 내가 상사화라 할지라도
곁가지 지켜가며
그 길 걷고 싶다
-「상사화」전문
‘너’와 ‘나’의 ‘사랑’. ‘당신’과 ‘나’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시이다. ‘너’ 또는 ‘당신’은 “평생 살아도/단 한 번 교감없이 무심한” 사람이다. ‘나’가 무심한 ‘당신’을 포기할 수 없다는 사실에 이 작품의 핵심이 위치한다. ‘당신’과 ‘나’의 사이는 ‘낮’과 ‘밤’ 또는 ‘꽃잎’과 ‘꽃’의 관계와 유사하다. ‘당신’과 ‘나’는 ‘둘’이 될 수 없는, ‘하나’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당신’과 ‘나’가 ‘사랑’으로 결속된 사이임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나’의 교류는 어긋나기만 한다. “잎 지면 꽃 피고/꽃 피면 잎이 사라져”, “서로 눈에서 보이지 않는”것이다. 2회 출연하는 “단 하루를 살아”는 ‘당신’과 ‘나’의 어긋난 사랑을 극대화한다. “처절해지는 기쁜 슬픔”은 어긋난 사랑의 지극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말로만 시인이지
내보일만한 게 없다
시 쓴다고 소태를 씹고
시뻘건 눈알 굴리며
고민 하지만
내세울 만한 집 하나 짓지 못 한다
소박한 밥상과
평범한 옷차림
정갈함에 길들여진
촌 여자가 짓는 밥
내 시에도
별것 아닌 반찬속에
빛나는 보석 하나 박고 싶다
-「시인의 밥」전문
참된 시인은 스스로 성찰할 수 있다. 이 시의 화자 ‘나’는 시인으로서의 자신을 반성하고 있다. ‘나’는 “말로만 시인이지/내보일만한 게 없다” 내보일만한 시가 없다는 점에서 ‘나’는 진정한 시인이 아니다. “내세울 만한 집 하나 짓지 못 한다”라는 ‘나’의 단언은 “내세울 만한 시 한편 쓰지 못 한다”로 해석할 수 있다.
시는 이것과 저것을, 낯익은 것과 낯선 것을 비교하는 대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오영미는 “소박한 밥상과/평범한 옷차림/정갈함에 길들여진/촌 여자가 짓는 밥”에 주목한다. 시인은 “별것 아닌 반찬속에/빛나는 보석 하나 박힌” 시를 꿈꾼다. 영혼을 풍성하게 채우는 시인의 밥을 먹을 일이다.
너는 내게 오고 싶어 하지
목구멍에서 자라나는 까만 기침들
중독처럼 잊혀 지지 않는 오랄
그을린 폐를 어루만져 주며
나의 목에 키스해 줄 이름을 갖고 싶어
너의 엉덩이에 남아있는 립스틱
우리는 어디까지 갈수 있을까를 생각해
-「담배」전문
좋은 시는 독자에게 두 겹의 읽기를 허락한다. 이 시는 ‘담배’에 관한 시가 분명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시의 화자 ‘나’와 긴밀하게 결속한 대상인 ‘너’를 ‘담배’로 읽는 것은 타당하다. “목구멍에서 자라나는 까만 기침들”이나 “그을린 폐를 어루만져 주며”라는 어구에서 담배의 폐해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담배’의 의미를 넘어서는 지점에서「담배」는 기억할만한 시로 거듭난다. ‘나’와 가까운 ‘너’는 이제 ‘담배’가 아닌 ‘연인戀人’이 된다. “나의 목에 키스해 줄 이름”은 ‘너’이고, “너의 엉덩이에 남아있는 립스틱”은 ‘나’의 것이다. “우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라는 진술에는 ‘너’와의 향후 관계를 염려하는 ‘나’의 심경이 담겨있다.
이 시의 3연 “중독처럼 잊혀 지지 않는 오랄”은 ‘담배’ 계열과 ‘연인’ 계열을 통합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묘구妙句이다. 여기에서 ‘오랄’은 ‘oral’ 곧 ‘입의’ 또는 ‘구강口腔의’라는 뜻을 지닌다. “중독처럼 잊혀 지지 않는 오랄”은 일차적으로 잊을 수 없을 만큼 기막힌 담배 맛을 가리킨다. 이 문구는 또한 자꾸만 생각나는 구강성교口腔性交 곧 ‘oral sex’를 지시한다. ‘담배’와의 합일과 ‘연인’과의 일치를 겹쳐놓은 이 묘구는 오영미 시인의 시적 역량을 심화한다.
눈도 감고 입도 닫았습니다
귀만 열고 누웠습니다
나무들은 기둥이 되고
창틀이 되고 의자가 됩니다
걸어가는 것들 속에 살고 있는 셈이죠
나는 나무들과 손잡고 이동 합니다
부엌에서 방으로 다시 거실로
화장실에서 샤워꼭지 틀기 전까지
온 몸의 물기를 빼고
다시 태어납니다
어깨의 우두처럼
옛날 우리 집으로 가는
이정표가 찍혀있습니다
거기에는 나의 태생과 나이가
납작하게 엎드려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붙들려서 살아온 빈터
갓난아기를 잃었던 아픔도
그 일로 남편과 수십 년을 떨어져
혼자 생계를 꾸려온 나의 삶에서 벗어나
나도 나무처럼 뿌리를 자르고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나무처럼」전문
「나무처럼」은 앞에서 고찰한 ‘잎’, ‘꽃’, ‘꽃잎’ 등의 어휘로 구성된「상사화」와 유사한 계열을 형성하는 시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오영미가 ‘꽃’이나 ‘나무’같은 식물을 대상으로 자신의 시 세계를 전개하는 시인임을 알 수 있다.
시인은「상사화」에서 ‘나’와 ‘너’의 사랑을, ‘나’와 ‘당신’의 어긋난 사랑을 형상화했다. 그녀는「나무처럼」에서 ‘나’와 ‘남편’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나’는 “갓난아기를 잃었던 아픔” 때문에 “남편과 수십 년을 떨어져”, “혼자 생계를 꾸려온” ‘삶’을 영위해 왔다. “눈도 감고 입도 닫았습니다/귀만 열고 누웠습니다”와 “지금까지 내가 붙들려서 살아온 빈터” 등이 가리키는 ‘폐쇄’와 ‘허무’의 분위기가 이 시를 지배한다.
‘나’는 ‘상실’과 ‘격리’와 ‘고독’으로 점철된 음울한 삶을 극복하기 위해 ‘나무’라는 이름의 무기를 꺼낸다. “나는 나무들과 손잡고 이동”한다. “나도 나무처럼 뿌리를 자르고/다른 모습으로 거듭나고 싶”다.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은 것이다.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불가능한 바람을 피력하고 있는 시인의 절절한 심경이 처연하다.
강렬한 힘 말고
소박한 언어로
한가로이 거니는 죄책감 말고
나는 하루의 일과를 정하지 않고
눈 떴을 때의 기분을 느끼고 있다네
호수공원의 골목이 몇 개인지
내가 좋아하는 그곳으로 다니는
사람들의 표정과 걸음걸이
가로수와 간판들은 모두 안녕한지
나는 그런 관심을 사양해
느리게 나를 위한 세탁을 하고
엉뚱한 자세로 고양이와 세수를 하지
모두들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해보게
카타르시스의 휘게
-「휘게(Hygge)」전문
이 시의 제목인 ‘휘게hygge’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뜻하는 데마크어 또는 노르웨이어를 가리킨다. ‘휘게’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소박한 삶의 여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오영미에 따르면 “하루의 일과를 정하지 않고/눈 떴을 때의 기분을 느끼고”, “내가 좋아하는” ‘호수공원’ 주위의 풍경을, 가령 “사람들의 표정과 걸음걸이/가로수와 간판들”을 느끼는 일이 ‘휘게’이다.
시인이 주목하는 것은 ‘강렬한 힘’이나 휘몰아치는 속도가 아니다. 그녀는 “느리게 나를 위한 세탁을 하고/엉뚱한 자세로 고양이와 세수를 하”는 ‘지금’을 꿈꾼다. 그런 순간,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행복’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새우잠을 잔다
굳어오는 다리를 구부려 가슴에 붙인다
발바닥에선 오토바이가 울고 있다
어젯밤 비명소리가 둥둥 떠다닌다
유행가가 무반주로 울리는데
자면서도 잘근거리는 내 입 모양새가 우습다
고객님, 교통사고 보험을 들어 놓으셨나요?
사망사고 보험을 권유하는 환청이 들린다
맨바닥에 등을 붙여보지만 시원치 않다
발끝까지 돌지 않는 혈액 때문에
무릎관절은 무감각
손목은 반병신이 된지 꽤 되었다
목도 뻣뻣해서 각을 맞출 수 없다
냉기가 온 몸으로 퍼진다
계세요? 안계세요?
급하게 허리를 일으키다 그만 삐끗했지만
옥수수를 드러내며 손님을 마중한다
나는 똥 머리를 곧추세우고 눈꺼풀을 열었다
앗, 새벽에 맞는 히스테리다
- 「새우잠 히스테리」전문
시의 화자 ‘나’의 잠버릇은 ‘새우잠’이다. 새우잠은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자는 잠, 주로 모로 누워 불편하게 자는 잠을 의미한다. “굳어오는 다리를 구부려 가슴에 붙인다”와 “발바닥에선 오토바이가 울고 있다”와 “어젯밤 비명소리가 둥둥 떠다닌다” 등 일련의 진술에는 새우잠에 깃든 고통이 가득하다.
“발끝까지 돌지 않는 혈액 때문에/무릎관절은 무감각/손목을 반병신이 된지 꽤 되었다/목도 뻣뻣해서 각을 맞출 수 없다/냉기가 온 몸으로 퍼진다” 등 이어지는 진술 역시 새우잠의 폐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한다. 무엇보다도 “고객님, 교통사고 보험을 들어 놓으셨나요?”와 “계세요? 안계세요?” 등에 담긴 구어口語가 맛깔스럽다.
오영미는 “자면서도 잘근거리는 내 입 모양새가 우습다”와 “옥수수를 드러내며 손님을 마중한다”와 “나는 똥머리를 곧추세우고 눈꺼풀을 열었다.”등의 표현을 구사함으로써 유머와 위트의 역량을 보여준다. 시인의「새우잠 히스테리」는 시 읽기의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수작秀作이 아닐 수 없다.
3.
우리는 오영미의 세 번째 시집『올리브 휘파람이 확』을 읽었다. 아홉 편의 시를 엄선하여 정밀하게 읽은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오영미의 시를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그녀가 시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다. 오영미는 자신이 처한 결핍의 상황을 시라는 언어의 특별한 작용으로 극복해내는 사람이다.「그녀의 바람소리」에서 시인은 상처와 고통 속에서도 생을 향한 강렬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오영미가 겪은 고통의 양상은 사랑이라는 감정과 무관하지 않았으니, 시인은「상사화」와 「나무처럼」에서 ‘당신’ 또는 ‘남편’과의 아픈 사랑을 시로 승화하였다. 그녀는 또한「자전거」에서 가난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었던 시절을 오롯이 복원한다. 오영미의 시는, 우애와 사랑으로 빚은 행복의 등불은 독자의 가슴을 따스하게 데운다.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없는 이가 타인을 배려하는 일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시인의 밥」에는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인의 모습이 아름답다. 우리는 오영미의「휘게」를 보면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느림’속에서 ‘카타르시스’와 ‘행복’을 추구하는 시인의 세계관에 공감하는 일은 자연스럽다.「새우잠 히스테리」에 내재하는 유머와 위트 역시 놓칠 수 없는 오영미 시의 장점이 된다.
오영미는「담배」에서 여성 시인만이 독보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에로티시즘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였고「싸움의 규칙」에서 ‘원 안의 사막’에서 영원히 투쟁해야 하는 인간의 숙명을 그려내었다.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일이 시인의 임무임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를 향한 우리의 신뢰는 타당할 것이다. 우리는 오영미 시의 앞으로의 행보가 한국 현대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유의미한 작업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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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4의 글 ◆
오영미의 제3시집 읽으며 꽃을 생각한다. 이 세상에 가장 맑고 투명한 꽃. 가장 짧은 순간 피었다 사라지는 꽃. 어둠속에 잉태되어 새벽을 열고 피었다 이내 사라지는 그 꽃을. 그건 생의 탄생과 소멸의 가장 극명한 교차를 보여주는 이슬꽃 아닌가. 달개비꽃밭에 수없이 피어난 이슬꽃을 본 적 있다. 푸른 이파리 사이 보라색 꽃잎을 틔운 달개비 줄기에 매달려 피던 꽃, 그걸 햇살이 비추면 줄기마다 보석빛으로 영롱한 세상을 펼쳤다. 그러나 잠시 후 태양 떠올라 대지를 적시면 꽃은 말없이 자신을 허공에 날리고 마는 것이니.
그의 시는 긴 밤 어둠 속 이슬을 빚어 풀잎 끝에 감추어둔 그 꽃 아닌가. 별빛 쏟아지는 강바닥에 쌓일 때 풀잎에 매달려 이슬은 강 속 별빛을 길어 제 가슴 바닥까지 채운다. 한순간 어둠을 찢으며 동이 터올 때 햇살 번진 아침 풀밭에 오색 구슬 켜들면 , 이슬은 그때 자신을 품어준 어둠을 생각하며 풀잎마다 그리움의 하얀 뼈를 새기는 것이니, 그의 시는 바로 그러한 시로 다가온다.
― 김완하. 시인. 한남대 교수
오영미는 시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다. 오영미는 자신이 처한 결핍의 상황을 시라는 언어의 특별한 작용으로 극복해내는 사람이다. 「그녀의 바람소리」에서 시인은 상처와 고통 속에서도 생을 향한 강렬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오영미가 겪은 고통의 양상은 사랑이라는 감정과 무관하지 않았으니, 시인은「상사화」와「나무처럼」에서 ‘당신’ 또는 ‘남편’과의 아픈 사랑을 시로 승화하였다. 그녀는 또한 「자전거」에서 가난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었던 시절을 오롯이 복원한다. 오영미의 시는, 우애와 사랑으로 빚은 행복의 등불은 독자의 가슴을 따스하게 데운다.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없는 이가 타인을 배려하는 일을 상상하기조차 어렵다.「시인의 밥」에는 자신을 청산성찰하고 반성하는 시인의 모습이 제시된다. 시 앞에서 한없이 겸손한 시인의 모습이 아름답다.
― 해설『올리브 휘파람이 확』- 중에서, 권온.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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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영미 시인∥
∙ 충남 공주출생
∙ 한남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 수료하였으며,∙
∙ <시와정신> 시부문 신인상으로 당선,
∙ 시집 『서산에 해 뜨고 달뜨면』『모르는 사람처럼』외,
∙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충남문인협회 이사, 충남시인협회 회원, 한남문인협회 회원, 고은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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