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과학 이야기]
시간지연 우주여행과 상대론적 시간 (I)
-이 장 로
요즈음 어느 공중파 TV방송 인기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가 인기절정이다. 광속(光速:speed of light)에 가까운 빠르기를 가진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 1년후 지구에 돌아와 보니 지구상에서는 60여년이 흘러 그의 아들은 꼬부랑 백발 할아버지가, 손자 역시 자기보다 나이가 더 많은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는 설정이다.
이것은 빠르게 운동하는 우주선 시계로 측정한 시간간격이 정지해 있는 지구상 시계로 잰 시간간격보다 더 길어서 생긴 현상이다.
이 상황에서 아흔살 꼬부랑 백발 할아버지가 되어 있는 아들은 우주여행으로 자기 보다 더 젊어진 쉰살 아버지에게 자기 손자의 손아래 여자친구를 새엄마로 맞이하게 하고, 새엄마에게 동생를 만들어 달라고 졸라대기도 한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되어 있는 일흔살 손자는 자기보다 나이 어린 할아버지에게 여러가지 재롱을 부리는 등 재미있는 코미디 코너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빠르게 운동하는 사람의 시간이 늦게 간다는 즉, 우주여행을 다녀오면 젊어진다는 아인슈타인(Einstein)의 특수상대성 이론의 시간지연(time dilation)현상을 활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표준의 정의, 고전적 시간개념의 운명론, 상대론적 시간의 비결정론 등을 시간에 관한 에피소드와 더불어 살펴보고자 한다.
가장 작은 물질인 입자로부터 거대한 은하에 이르기까지 우주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순간순간의 시간의 흐름은 물질을 변화시키고 상상하기 어려운 형태로 변모되게 한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상상할 수가 없다.
시간의 측정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즉 일상생활에서나, 과학적 연구를 위해서나 우리는 사건이나 현상이 어느 날 어느 때에 일어났는가를 바로 알고 싶어한다. 즉 사건이 일어난 시각을 앎으로써 사건들을 순서대로 나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 연구의 측정에서는 시각보다도 그 현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시간 간격)를 물을 때가 많다. 그러므로 시간의 표준을 정하는 데 있어서는 언제(시각) 그리고 얼마나 오래(시간)계속되느냐 하는 두 가지 질문을 고려하여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시간을 “운동의 숫자”라고 했으며 라이프니츠(Leibniz)는 “시간은 모든 연속관계의 추상적인 개념이다”라고 했다. 시간측정에서 기본적인 기준은 규칙적이고 셀 수 있는 재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와 라이프니츠의 ‘연속’을 둘 다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옛날에는 시간의 단위로 하루의 길이를 사용했고 보다 정밀한 측정이 가능 하면서부터 하루를 모래시계에 의해서 몇 개로 나누어 쓰기도 했다. 또한 보다 짧은 시간은 인간 심장의 박동수를 기준으로 측정하기도 하였다. 갈릴레오(Galileo Galilei)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돌과 실로 만든 ‘진자’의 진동주기를 측정하였다. 돌을 매단 실을 잡고 돌을 약간 흔들어 주면 왔다 갔다 하는 왕복운동을 하는데 이것을 ‘진자’라 한다. 그리고 이 보다 정밀하게 시간을 재는 장치들이 고안되었다. 이것들은 모두 다 그것이 용수철이건, 수정이건, 분자이건 간에 진자의 진동이 근본적으로 일정한 주기를 갖는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1967년까지 시간의 표준은 지구가 태양둘레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의 평균치를 구함으로써 정의하였다. 평균 태양일을 표준으로 정하여 그 평균 태양일의 86,400분의 1을 평균태양초로 정의하고, 이렇게 정의된 시간을 만국표준시(universal time)라고 하였다. 이러한 시간의 단위를 정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회전을 관측하여 시간을 측정하고 고도의 정밀도를 얻기에는 쉽지 아니하였다. 왜냐하면 지구가 회전하는 속도에는 아주 작기는 하지만 1년 동안에 약 10의 8승분의 1 정도의,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주기적인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보다 안정되고 쓰기 쉬운 시간의 표준이 필요하게 되어 1967년 13회 국제도량형위원회 총회에서 시간에 대하여 원자론적으로 정의한 단위가 국제표준으로 채택이 되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원자시계는 세슘 원자가 갖고 있는 진동을 이용한 것이다. 물리적으로 1초는 세슘내에서 일어나는 진동이 9,192,631,770회 일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정의되었다. 이렇게 1초를 정의하면 정확도가 10의 12승분의 1로 시간 간격을 비교할 수 있는데 이것은 3만년에 1초가 틀리는 것에 해당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른 원자의 진동에 대한 연구 특히, 완성단계에 이른 수소 메이저에 관련된 연구가 이루어 지면 10의 15승분의 1의 정확도, 즉 3천만년만에 1초가 틀리는 시계를 보게 될 것이다.
우주안에 존재하는 시간간격으로는 빛이 원자핵 지름을 통과하는 시간 (10의 24승분의 1 초)으로부터 우주의 나이(10의 18승 초)까지로, 가장 짧은 시간과 가장 긴 시간의 비는 10의 40승 배 이상이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