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 1주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주 어느 날 친구로부터 날아온 메신저 대화창으로부터였습니다.
“제주도 갔다 온지 벌써 1년이 됐다. 시간 참 빠르다.”
친구의 ‘벌써 일년’이라는 소식과 함께 떠오른 건 천안함 침몰 사건인데요. 공교롭게도 지난해 다녀온 제주도 여행 마지막 날 이 사건이 터졌습니다. 금요일. 요일도 똑똑히 기억하게 된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는 시간만큼은 숙연해 졌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불과 몇 초의 순간일 뿐이었죠.
얼마 후 경기도에서 천안함 전사자들을 위한 추모 사진전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사진전이라 하면 당연히 전문 전시관이나 도청 내에서 하겠거니 했습니다. 그러나 사진전 장소는 전철! 허가 찔린 기분에 눈을 다시 비빌 수밖에 없었지만 경기도가 민원전철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수긍이 됐습니다.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매우 궁금했습니다. 직접 가서 확인 해봐야겠죠? 추모 사진전 사흘째인 지난 21일 민원전철을 탑승하기 위해 서동탄역으로 달려갔습니다.
운행시간에 맞춰 탑승한 민원전철 내부는 지난 번 모습과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천안함 관련 사진이 곳곳에 배치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고로 전사한 46인에 대한 영결식 사진과 아들의 영정사진을 부여잡고 통곡하고 있는 어머니의 사진. 상단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이들을 구하려다 순직한 故 한주호 준위의 모습을 비롯해 보다 많은 사진이 영상으로 하나하나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보는 내내 가슴이 아프더군요.
민원전철 양쪽 끝 부분에는 ‘그대들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천안함 용사 46인의 사진이 게시돼 있었는데요. 바로 옆에는 추모글을 포스트잇에 남길 수 있는 공간이 있더군요.
내부를 둘러보는 와중에 전철은 어느덧 수원역을 지나 서울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의왕역을 지나자 마침 휴가 복귀 중인 군인 한 명이 들어왔는데요. 천안함 사진을 보더니 표정이 금세 진지해졌습니다.
의왕이 집이라는 주윤식 상병은 “휴가 복귀하려고 군부대인 양평에 가는 중인데 전철에서 이런 걸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현역 군인으로서 천안함 사건을 되새기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더욱 감회가 깊다”고 말했습니다.
20대로 보이는 여성 한 분도 사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박지은(25.수원시 권선구)씨는 “민원전철이란 걸 처음 타 보는데 매우 신기하다”면서도 “밝고 좋은 분위기의 공간 속에 사진은 엄숙한 분위기라서 감정이 분산되는 게 조금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박씨는 이어 한 쪽 공간에만 따로 사진을 설치해 놓는 방법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말했는데요. 바로 옆에 있던 서근익 민원전철 2팀장은 박씨의 의견이 좋은 지적이라면서 다음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민원행정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천안함의 46 용사,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추모 사진전은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8일간 움직이는 민원전철에서 열릴 예정인데요.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가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과 학생 등 전철 이용자가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관람이 가능하도록 기획한 것”이라며 “지난해 개통한 민원전철이 정형화된 행정서비스를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9일 전철 1호선에 개통해 다양한 민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민원전철. 현재까지 총 1만 8,196건으로 하루 평균 170건의 상담서비스를 해주며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사진전까지 열게 되면서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고 있습니다.
사진전 관람은 전철 1호선 서동탄~성북 구간을 운행하는 민원전철에서 할 수 있으며, 민원전철 운행 시간표를 참고하세요.
[민원전철 운행 시간표 보기]
글
·사진 인사이드경기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