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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재 산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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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스크랩 정선 장터에 넘쳐나는 아라리 가락
마고여신 혜경 추천 0 조회 33 09.04.22 09:39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푸르름이 시작되는 4월의 중순을 훌쩍 넘긴 이 산골은 여기저기 꽃들이 피어나서 꽃향기가 온 대지를 그득하게 채워 가고 있는데 꽃만큼이나 반가운 봄나물들이 문만 열고 나가면 여기저기 올라와서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풍요로워 지기 시작합니다.

 

 

봄 햇살이 따가운 오늘은 서울서 조카부부가 봄나들이를 왔는데 오는 날이 장날인 관계로 조카부부와 함께 정선 장 구경을 나섰습니다.

매월 2일, 7일 5일 간격으로 장이 서는 정선 5일장에는 해마다 정선의 각 지역에서 채취한 산나물들로 5월, 6월 두 달 정선 장터에는 산나물들이 넘쳐나서 전국에서 산나물을 사기 위해 오시는 관광객들로 장날만 되면 장터는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그 나물장의 서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잇는 오늘 장터에는 평년 기온보다 높았던 요즈음 날씨 덕분인지 4월 말 경에나 흔히 볼 수 있는 두릅, 엄나무 새순, 곤드레, 곰취, 참나물 등이 난전을 차지하고 있어 지난겨울의 옹색하던 장터 모습과는 다르게 봄의 활기가 느껴집니다.

 

 

매일 매일 변화가 없는 이 산골 생활이 가끔 무료하게 느껴질 때 장날에 맞춰 장 구경을 나오면 괜히 왔다 싶게 사람들이 넘쳐나서 사람멀미 같은 게 나기도 하지만 오늘은 아직 산나물장이 제데로 안 서서인지 딱 마침맞게 사람구경도 하고 장 구경도 하기에 적당해서 조카들과 나선 장 구경에 저절로 신이 나서 양손 가득 산나물을 들고 장터를 오가는 사람들이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장터에는 산나물 말고도 새순이 돋아나기 전 향도 맛도 제일 좋다는 정선지역에서 키운 약재라기보다는 보약라고 하고 싶은 더덕, 황기, 당귀, 만삼 등 약재들이 산나물만큼이나 그득하게 정선 장에서 자릴 차지하고 있고 장터 군데군데에서는 메밀전이니 메밀전병, 콧등치기 국수와 올챙이국수를 만들어 파는 음식점들이 서울서 온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저도 조카 내외와 함께 메밀 전병을 안주로 정선에서 유명한 옥수수 막걸리 한 병을 마시고 나니 조카내외는 알이 굵은 더덕과 곤드레 나물을 사서 양손에 들고 저는 장날에 나오는 수리취떡을 6줄에 4,000원을 주고 삽니다.

쑥절편과 같은 모양과 색을 내는 수리취떡은 수리 취란 나물을 넣고 만드는데 그 맛이 쫄깃하고 향이 좋아서 장날이면 늘 사가지고 오늘 품목 중에 한가지입니다.

 

 

“정선같이 살기 좋은 곳 놀러 한번 오세요. 검은 산 물밑이라도 해당화가 핍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이랑 고개고개로 날 넘겨 주소“

장터를 즐겁게 돌다 보니 정선 아라리 가락이 장터 가득 울려 퍼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늘 장날이면 장터 가득 울려 퍼지는 아라리 가락들, 매번 장마다 장터에서 정선아리랑 공연을 하는데 들고 있는 짐이 무거워도 장터 한 켠에 마련된 마당놀이 공연장에 꼭 들러 정선의 토박이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아라리 가락에 빠져 들곤 합니다.

정선 아리랑 공연을 듣고 시장을 빠져 나오는데 동네 할머니 한분이 정말 옹색하게 두릅 아주 조금 그리고 야생 민들레 그리고 홑 나물 조금을 놓고 팔고 계셨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할머니께서 마당에 고이 키우시어 따가지고 나오셨을 할머니의 두릅을 모두 5,000원 에 사고 일어서려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이렇게 한 푼이라도 벌면 손녀딸 용돈이라도 줄 수 있어요”하시는 할머니의 난전은 정말 조촐해서 물건을 다 합쳐 봐야 체 2만원어치도 안 돼 보이는데, 홀로 사시며 손녀딸의 돌보시는 고단한 할머니의 삶이 안타까워 먹어 본 적도 없는 홋잎이라는 나물도 3000원 어치 더 사서 장바구니 담습니다.

활기가 넘치는 정선 장터 한견의 또 다른 얼굴, 이글을 읽으시는 독자 분들도 혹여 정선 장터에 오시거든 넘치는 활기 한 켠에 움츠리고 계신 할머니들도 발견해 보시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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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4.22 11:22

    첫댓글 애들 데리고 언제 오일장 한번 가야 할텐데... 정선5일장 가본지 벌써10년전 입니다. 사람사는 냄새가~~~

  • 09.04.22 12:58

    데려갈 애들있어서 좋겠어요. 우린 안 놀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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