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 싸고 잘하는 병원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하무일(66)씨는 지난해 3월 간암 초기 판정을 받았다.
서울 등에 분가해 사는 자녀들을 통해 간암 치료를 잘하는 병원을 찾았다.
하씨가 선택한 데는 서울의 큰 병원이 아니라 부산의 동아대병원.
그는 “그 병원의 한상영(소화기내과) 교수가 유명하다고 들었다”며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암 치료를 고향에서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좋았다”고 말했다.
간 3분의 1을 잘라내는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하씨는 “최근 재발했지만 발견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병원 서비스도 아주 만족스러워 서울에 가지 않은 걸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암 판정을 받으면 혼란에 빠진다.
그러다 정신이 들면 어디로 가야 할지를 찾는다.
그런데 잘 모른다.
누가 진료를 잘 하고 비용이 저렴한지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간다.
지방 환자도 서울로, 서울로 몰린다.
그래서 본지는 어디가 싸게 암 수술을 잘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방 대학병원과 중소전문병원 중에도 실력과 가격 경쟁력을 함께 갖춘 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잘 찾아보면 KTX를 타고 서울까지 올라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본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원희목(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08~2009년 전국 의료기관 암 수술 자료를 활용했다.
비보험 진료비는 파악할 방법이 없어 건강보험이 되는 진료비(2008년 기준)만 분석했다.
그 결과 지방 병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수술비가 싼 ‘톱20’에 드는 병원을 따졌을 때 지방 병원의 숫자가 증가한다.
이보다 중요한 차이는 단순 수술 건수를 기준으로 한 순서와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우선 위암 수술을 보자.
지난해 수술을 한 건이라도 한 229곳 중엔 64곳이 심평원의 기준 건수 지표를 통과했다.
연간 41건 이상 수술하고 사망률이나 합병증 발생률이 낮은 곳들이다.
수술비(부분 절제)가 싼 데는 충북대·경북대·충남대가 1~3위를 차지했는데 평균 380만원대였다.
이 밖에 화순전남대·동아대·강릉아산·영남대 병원이 20위권 안에 들었다.
수도권에서는 고대구로·인천성모병원과 국립암센터 등이 포함됐다.
대장암 수술비(결장 절제)가 싼 톱20에는 지방 병원 10곳이 포함됐다.
수술 건수가 많은 20개 병원 중에는 6곳이었다.
큰 병원 중 지방 병원은 부산대·전북대·조선대,
수도권에서는 서울대·의정부성모·강동성심병원의 수술비가 쌌다.
가장 싼 데는 한솔병원으로 결장절제수술비가 375만원이었다.
이 병원의 조용걸 대장암복강경센터장은 “합병증을 줄이면서 입원기간도 단축시키는 ‘조기회복 프로그램’ 등을 도입한 효과”라며
“입원기간이 3~4일 단축됐고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도 줄었다”고 말했다.
간암 수술은 심평원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은 43곳 중 동아대병원이 2008~2009년 간암 수술 건수는 19위(총 96건)였으나
진료비(부분 절제)는 평균 452만원으로 가장 쌌다.
수도권의 고대구로·삼성서울·분당서울대병원이 평균 500만원대였다.
국립암센터의 박은철 국가암관리기획단장은 “암 치료 수준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진료비 부담이 큰 환자들에게
심평원 평가 결과는 이용해볼 만하다”며 “보다 장기적인 치료 결과를 보여주는 평가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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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대 ‘빅4’
작년 암 수술 많이 한 곳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9개 종류, 총 8902건의 암 수술을 했다.
전국 병원의 9종류 암수술 건수인 9만4762건의 9.4%다.
2위는 삼성서울병원(8107건)으로 두 병원의 양강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2008년에는 삼성이 618건이 더 많은 1위였다.
그 뒤에는 세브란스·서울대병원이 있다.
‘빅4’로 불리는 이 네 병원의 지난해 수술 건수는 2만6643건으로 전체의 28.1%를 차지했다.
2004년(26.5%)보다 증가했다.
특히 난이도가 높은 간·췌장·폐암 수술은 빅4가 40% 이상을 담당한다.
국립암센터는 대부분 암에서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본지는 환자의 병원 선택을 돕기 위해 2007년 병원별 암 수술건수를 보도(5월 9일자 1, 4, 5면)한 데 이어
이번에 최신 자료를 다시 공개한다.
단기간에 강자로 떠오른 데가 화순전남대병원이다.
지방 병원 중에서는 수술 건수(6위)가 가장 많다.
광주·전남 지역 암 환자의 60%를 담당한다.
2004년 개원 때 암 전문으로 특화했고 전남 지역 암센터로 지정되면서 정부 지원까지 받은 덕분이다.
분당서울대병원도 위·대장·간·유방·갑상샘 등 주요 암 수술에서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4, 2005년만 해도 10위권 밖이었는데 이제는 5,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08년 3월 갑상샘암 대가인 박정수 교수를 영입한 덕분에
10위권에서 지난해 4위로 올라섰다.
인제대 부산백병원은 부인과 질환에 집중한 덕분에 지난해 자궁경부암 분야에서 3위를 차지했다.
전통의 강호도 있다.
부산 고신대 복음병원이 대표적이다.
부산의 성모(50·여)씨는 지난해 9월 이 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았다.
초기 암이고 수술이 잘 돼 항암 치료도 받지 않았다.
성씨는 “주변에서 ‘외과 하면 복음병원’이라고 해 선택했는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위암 수술에서 2004년 이후 6~10위를 유지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위·대장·간·폐암 분야에서 줄곧 강세다.
반면 빅4를 제외한 서울의 대학병원들은 고전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해 9개 암 수술이 28위,
건국대병원은 30위,
한양대병원 36위,
경희대병원 41위,
중앙대병원 44위였다.
부산대·전북대 등 지방 국립대병원보다도 떨어진다.
대장암-대항·서울송도, 유방암-세계로 ‘이름값’
작지만 강한 병원들
대학병원보다 암 수술을 많이 하는, 작지만 강한 병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백화점식 전략 대신 특정 암 분야를 파고든다.
대학병원 출신이거나 미국 유명 암센터에서 실력을 쌓은 의사들이 포진해 있다.
대형 병원보다 비용도 저렴하다.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대항병원과 서울송도병원은 대장암 수술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대항병원은 지난해 338건, 송도병원은 327건의 수술을 했다.
대장암 수술 실적이 있는 276개 병원 중 각각 9, 10위에 올랐다.
대항병원은 이 분야 전문의 30여 명이 있고 21만여 건의 검사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송도병원 허진욱 홍보팀장은 “대장암 수술을 개인병원이 시작한 게 우리가 처음”이라며
“암 발견에서 수술, 수술 후 관리까지 모든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부인과 암을 특화한 병원들도 있다.
부산광역시 소재 세계로병원은 지난해 316건의 유방암 환자를 수술해 이 분야 8위(전체 병원은 197곳)를 차지했다.
2007년 처음으로 보건복지부로부터 유방암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이 병원 윤창주 행정부장은 “동아대·인제대·고신대 병원에서 암을 전문으로 치료하던 의사 11명이 수술을 담당한다”며
“이 중 두 명은 미국 MD앤더슨암센터와 슬론 캐터링 암센터에서 2~3년 연구한 경력도 있다”고 말했다.
윤 부장은 “2차 병원인 우리 병원은 수술비가 대형 병원(3차 병원)의 7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울 제일병원은 여성 전문병원답게 자궁경부암 분야에서 4위, 유방암은 20위를 차지했다.
갑상샘암 환자들이 급증하면서 이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들도 생겼다.
효성병원(대구 수성구), 분홍빛으로병원(대구 중구)도 지난해 각각 96건, 94건을 수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