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 솔로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저자: 김희경, 동아시아, 2023)를 읽고
명절에 오랜만에 형님댁을 방문했다. 시부모님 다 돌아가시고 일 년에 한번 안동묘에서 예배드리는 것 말고는 따로 모이지 않았다. 형님이 오랜만에 명절 같다고 ‘형님 어차피 홀로 남겨질 인생 자주 보면서 살아요’ 라고 했다.
아버지는 명절에 동생들과 모여 예배드리고 식사하기를 원하신다. 막내 작은 아버지가 9월에 결혼한 딸과 사위와 오셨다. 둘째 작은아버지도 이사하고 처음이라고 아들 내외와 함께 오셨다. 이럴 때라도 안 만나면 남보다 못하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신다. 여동생 네는 이번 명절에는 시댁도 친정도 안가고 집에서 가족들과 지낸다고 했다.
압축 성장한 근대화 과정에서 사회적 안전망 없이 가족이 사적 안전망 역할을 하다 보니 ‘믿을 것은 가족 밖에 없다.’는 사고가 강하다. 가족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커지니까 가족을 구성하는 부담도 크다. 부족한 사회적 돌봄을 늘려야 한다. 부양의무제를 없애고 공공 보육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청년은 미혼, 중년은 이혼, 노년은 사별로 1인 가족이 늘고 있다. 3가구 중 1가구가 혼자 사는 시대다. 명절이 싫다는 독거노인을 만났다. 동거하던 남편을 잃고 홀로된 여인이 명절음식을 준비하여 노숙자에게 갖다 주었다고 한다. 나이 듦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옛날부터 살아가면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다섯 가지 복을 유교 경전에선 오복이라 했다. 유교의 5대 경전 중 하나인 서경에서는 첫 번째는 ‘수’로 천수를 다 누리다가 장수하는 복이요. 두 번째는 ‘부’로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풍요로운 부의 복이다. 세 번째는 ‘강령’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깨끗한 상태에서 편안하게 사는 복이며, 네 번째는 ‘유호덕’으로 남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돕는 선행과 덕을 쌓는 복이다. 다섯 번째는 ‘고종명’으로 일생을 건강하게 살다가 고통 없이 평안하게 생을 마칠 수 있는 죽음의 복을 말한다.
현대인들은 건강한 몸을 가지는 것, 서로 아끼면서 지내는 배우자, 자식에게 손을 안 벌려도 될 만큼의 재산을 가지는 것, 리듬과 삶의 보람을 가질 수 있는 일거리를 갖는 것, 나를 알아주는 참된 친구를 가진 것을 말한다. 이런 것들이 갖추어진다고 행복한 삶일까? 이것들을 위해 뼈를 갈아 넣고 전투적으로 살아간다.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비혼이 인생을 건 결단이나 비장한 선택이 아니었으며 자신의 가치관과 자기 삶의 맥락 안에서는 무리 없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했다. 사람이 성숙해지고 온전한 삶을 살아내는 과정은 애초에 결혼 여부와 상관없는 일이다,
소신 있게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에이징 솔로들이다. 외로움도 균형감이 필요하다. 외로움과 고독 사이 어딘가에서 고립되지 않고 나다울 수 있을 만큼 연결되고 분리되고자 한다. 혼자 살아가는 삶도 연결을 놓치지 않을 때 더 온전해 질 수 있다. ‘홀로이면서 함께’ 하는 것이 삶을 꾸리고 관계를 맺을 때 태도를 결정하는 방향키와도 같다. 독자로서의 영역을 지키면서 연결의 감각을 잃지 않으면 된다. ‘나이 들면 외롭다, no’ ‘외로울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다.’ 비결은 소통과 연대이다. 오복이 없을 지라도 나이 듦에 감사하고 축복받은 사람으로 마음의 여유와 죽음을 준비하며 당당하게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