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09 자주포(M-109 Howitzer)는 1960년대 초 실전 배치 이후, 1만여 대가 생산되었다. 현존하는 자주포 가운데 가장 많은 생산 대수를 자랑한다. 특히 냉전시절 서방세계 국가들을 중심으로 운용되어, 서방세계의 표준 자주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50여 년의 세월을 거쳤지만 M-109 자주포는 개발국인 미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 20여 개 국가에서, 개량을 거듭하며 여전히 주력 자주포로 활약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한때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M-109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미군의 M-109 자주포들이 조금씩 퇴역함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M-109 자주포를 운용 중인 국가가 되었다.
▲ M-109A6 팔라딘 자주포의 발사장면.<사진 출처 : 미육군>
차세대 자주포의 기준
M-109 이전의 자주포들은 크게 두 가지 형식으로 분류되었다. 포차에 밀폐할 수 있는 회전식 포탑을 장착한 형과, 회전식 포탑을 사용하지 않고 대구경 화포를 포차에 직접 탑재한 형이 있었다. 전자는 비교적 소형 자주포로서 전선에 인접한 부대의 화력 지원용이었다. 후자는 사거리가 긴 대구경 화포의 장점을 활용해 전선 후방에서 사용되었다. M-109 자주포는 자주포치고는 가벼운 23.5톤의 무게에 155mm 대구경 화포를 탑재하였고, 대형의 밀폐형 전주 선회식 포탑을 갖고 있다. 전주 선회식 포탑의 장점은 적의 소총이나 포탄의 파편으로부터 승무원을 충분하게 보호할 수 있으며, 포차의 방향에 상관없이 포탑을 회전시켜 원하는 방향에 사격할 수 있다. 또한 나토에서 대구경 화포의 구경을 155mm로 표준화하면서, M-109 자주포는 이후 개발된 차세대 자주포들의 멘토(Mentor) 역할을 하게 된다. 차세대 자주포인 영국의 AS-90과 독일의 PzH-2000 그리고 우리나라의 K-9 자주포의 경우, 기능 면에서는 M-109 자주포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형상 면에서는 M-109 자주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 (좌) M-109 자주포 초기형. 이후 지속적으로 개량되고 있다. (우) 8인치 대구경 화포를 포차에 직접 탑재한 M-110 자주포. M-109에 밀려나 미 육군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사진 출처 : 美 국방부>
백전노장 자주포
M-109 자주포는 베트남전을 시작으로 전장에 데뷔했고, 본격적으로 활약한 것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인 욤 키푸르 전쟁부터이다. 당시 이스라엘군의 M-109 자주포는 1개 대대에 불과했지만, 이집트군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쳤다. 1982년 벌어진 레바논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의 M-109 자주포는, 시가전을 벌이던 PLO군을 상대로 직접사격을 가해 적을 제압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자주포가 간접사격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2006년의 레바논 전쟁과 2008년의 가자 지구 전투에 참가한 M-109 자주포는, 민간인이 사는 도심 지역에 백린 연막탄을 발사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백린 연막탄은 제네바 협정에 의해 민간인이 사는 도심 지역에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무기이다. M-109 자주포는 이밖에 1980년의 이란-이라크 전쟁, 1991년의 걸프전 그리고 2003년의 이라크전에도 참가했다.
M-109A6 팔라딘
50여 년의 세월 동안 M-109 자주포는 개량을 거듭하여 다양한 파생형이 생산되었다. 개량의 목적은 주로 사정거리를 늘리고, 발사속도를 높이는 데 있었다. 수많은 개량형 중에 가장 최신의 M-109 자주포는, 미 육군이 현재 운용 중인 M-109A6 팔라딘(Paladin)이다. 팔라딘은 기존의 M-109 자주포에 비해 일반적인 고폭탄 사용 시 사거리가 23Km로 늘어났으며, 로켓보조추진탄과 같은 사거리 연장포탄을 사용할 경우 30km까지 사격 가능하다. 이밖에 적의 대화력전에 대비한 ‘사격 후 신속한 진지변환(Shoot and Scoot)' 기능도 추가되었다. 주·야간에 상관없이 사격 과정이 자동화되었고, 이동 중에도 1분 안에 초탄 발사가 가능하다. 또한 승무원 생존성 향상을 위해 포탑 내부에 케블라 방탄소재를 추가하였고, 화생방 방호 시스템도 도입되었다.
▲ (좌) M109의 개량형인 M-109A6 팔라딘 자주포. <출처: 미육군> (우) 스위스 루와그사가 개량한 M-109 KAWEST 자주포. <출처: 루와그사>
팔라딘 자주포는 앞으로 생존성이 향상된 M-109A6 PIM(Paladin Integrated Management) 형상으로 개량될 예정이다. 미국 외에도 스위스군이 운용 중인 M-109 자주포도 팔라딘과 같이 개량되었다. 스위스 루와그사가 개량한 M-109 KAWEST (KAmpfWErtSTeigerung) 자주포는 팔라딘에 비해 높은 발사속도와 긴 사정거리를 자랑한다.
▲ (좌) K-55 자주포. 총 1,000여대가 생산되어 배치되었다. <출처: 국방부> (우) K-55A1 자주포, K-55 자주포의 개량형이다. <출처: 국방일보>
한국형 M109 자주포 K-55
우리 군은 1980년대 초 자주포의 독자개발을 추진했으나, 국내 기술 부족으로 기술제휴를 통해 자주포의 국내 생산을 추진했다. 미국의 M-109A2 자주포가 채택되었고, 이후 K-55라는 제식 명칭을 부여 받는다. K-55의 55는 155mm 자주포를 의미한다. 1985년부터 양산을 시작, 1997년까지 4차례의 생산을 거치면서 총 1,000여 대가 육군과 해병대에 배치되었다. K-55 자주포는 M-109A2 자주포를 참고로 했지만 한국적 특성에 맞게 개량되었다. M-109A2 자주포의 경우 화생방 병기에 대한 방어력이 없으나, K-55는 화학전에 대비한 화생방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또한 피격 시의 화재를 대비한 할론 소화 장비를 갖추고 있어, M-109A2에 비하여 전체적인 방어력이 우수하다. K-55 자주포는 자주포 외에 계열차량으로 K-77사격지휘 장갑차가 있다.
명품 자주포인 K-9 자주포가 군에 배치되고 있지만, 수량 면에서는 여전히 K-55 자주포가 우리군의 주력 자주포이다. 그러나 최대사거리가 24Km로 짧고, 반응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현재 K-55 자주포는 성능개량사업을 거쳐 K-55A1으로 개량되고 있다. K-55A1 자주포는 팔라딘과 유사한 성능을 가지며, 사거리 면에서는 K-9 자주포에 뒤처지지만 반응속도는 대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초부터 생산되어, 50여 대가 육군에 배치되었다. 앞으로 1,000여 대의 K-55 자주포가 K-55A1 자주포로 개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