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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인정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전환 여부에 관한 사건〉[공2021하,1810]
【판시사항】
2007년 개정으로 신설된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근로복지공단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상 보험급여의 지급요건, 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 개정된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7. 10. 24. 법률 제149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 전체의 내용과 구조,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 다른 재해보상제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2007년 개정으로 신설된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고, 2007년 개정 이후에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기존 판례를 유지하여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의 개념, 보험급여의 지급요건 및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전체의 내용과 구조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이는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으로서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본문에서 업무상 재해의 적극적 인정 요건으로 인과관계를 규정하고 단서에서 그 인과관계가 상당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전체로서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상당인과관계를 필요로 함을 명시하고 있을 뿐,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전환하여 그 부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는 규정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
(나)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의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 특히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단서가 자구 수정과정에서 비로소 추가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2007년 개정 당시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의 신설은 노동부령에 위임했던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법률에서 유형별로 직접 규정한 다음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포괄위임 논란을 해소하고,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하려는 데에 취지가 있었다. 이에서 더 나아가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단서 규정을 통하여 상당인과관계 증명책임의 전환과 같이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 운영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항의 변경까지 의도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
(다)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에 따른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에 관하여만 공단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증명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산재보험법상 진폐 등에 관한 규정 및 관계 법령들에 따른 재해보상제도의 전반적인 체계와 조화되지 아니하고 입법자가 전혀 예정하지 않았던 상황을 초래하므로 수긍하기 어렵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다는 기존 판례가 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2007년 산재보험법 개정 이전에 형성된 판례를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서 2007년 산재보험법 개정으로 신설된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의 의미를 등한시하는 해석이다.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에 따르면,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요건 가운데 본문 각호 각 목에서 정한 업무관련성이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고, 단서에서 정한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증명해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이 법률해석에 관한 일반 원칙에 부합한다. 따라서 ‘업무상의 재해’에 관한 이러한 증명책임 원칙에 반하는 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
【참조조문】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7. 10. 24. 법률 제149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호, 제37조 제1항, 행정소송법 제26조[증명책임]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사람 담당변호사 박성민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4. 7. 선고 2016누5998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경과
가. 원고의 아들 소외인(생년월일 생략,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2014. 2. 24. 주식회사 삼성에이치알엠에 입사한 후 협력업체인 (상호 생략)에 파견되어 근무하면서 휴대전화 내장용 안테나의 샘플을 채취하여 품질검사를 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망인은 2014. 4. 19. 출근 후 09:54경 동료 직원과 함께 약 10분 동안 약 5kg의 박스 80개를 한 번에 2~3개씩 화물차에 싣는 일을 한 후 사무실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에 의한 심장탐포네이드(Cardiac Tamponade, 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로 사망하였다.
원고는 2014. 7. 1. 피고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상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4. 9. 22. ‘망인의 사망원인인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나. 원고는 망인의 사망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였다. 원심은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 법리를 전제한 다음, 원고가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망인이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을 일으켜 사망하였다고 추단하기 어려우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에 관한 대법원 판례 법리와 이 사건의 쟁점
가.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간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1989. 7. 25. 선고 88누10947 판결,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두11424 판결,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이 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제37조 제1항이 신설(이하 위 개정을 ‘2007년 개정’이라고 하고, 2017. 10. 24. 법률 제14933호로 개정되기 전의 위 법률조항을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된 이후에도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 및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상당인과관계는 근로자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두2546 판결,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6두43817 판결,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조항에 의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라고 한다)에 전환되었다고 보아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지 여부이다.
3. 관계 법령의 체계 및 입법 연혁
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의 개념과 인정기준
산재보험법은 제1장(총칙) 제5조 제1호에서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되고 있는 산재보험법 제62조 제1항의 유족급여를 비롯하여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위 규정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조항은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이라는 제목으로 “근로자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면서,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는 사유를 ‘업무상 사고’(제1호)와 ‘업무상 질병’(제2호)으로 구분하고, 제1호에서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등[(가) 내지 (바)목]을, 제2호에서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가)목],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나)목]과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다)목]을 규정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조항의 입법 연혁
산재보험법은 제정 당시 법률에 ‘업무상의 재해’의 정의 규정만을 두고 구체적인 인정기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 업무상의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노동부의 예규 형식으로 존재하다가, 1995. 4. 29. 구「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노동부령 제97호)에서 규정하게 되었다(제32조 및 제33조).
그런데 위 인정기준은 입법형식상 상위법령에 근거를 두지 아니한 것으로서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법원이나 일반 국민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산재보험법은 1999. 12. 31. 법률 제6100호 개정을 통하여 ‘업무상의 재해’의 정의 규정인 제4조 제1호에 “이 경우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는 노동부령으로 정한다.”라는 제2문을 신설함으로써, 법률에 업무상의 재해 인정기준의 구체적인 내용을 하위 규정에 위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후 2007년 개정 시 산재보험법에 이 사건 조항을 신설하여 구 노동부령에 위임했던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을 법률에서 유형별로 직접 규정하고,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제37조 제3항).
4. 이 사건 조항의 정당한 해석과 대법원 판례 법리의 타당성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의 지급요건, 이 사건 조항 전체의 내용과 구조,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 다른 재해보상제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2007년 개정으로 신설된 이 사건 조항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고, 2007년 개정 이후에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기존의 판례를 유지하여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조항의 정당한 해석
1) 산재보험법은 제5조 제1호에서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으로 규정하고, 제36조 제1항에서 요양급여 등 보험급여의 종류를 열거한 다음, 같은 조 제2항에서 수급권자의 청구에 따라 각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산재보험법은 제40조에서 요양급여의, 제52조에서 휴업급여의, 제57조에서 장해급여의, 제62조에서 유족급여의 각 지급사유, 수급권자, 산정기준, 지급시기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각 규정은 모두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 질병,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한 경우에 해당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를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으로 하고 있다.
2) 이 사건 조항은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구분하고 이에 관한 세부적인 인정기준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조항 각호의 각 목 역시 업무와 사고 또는 질병 사이의 관련성 및 인과관계를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 즉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사건 조항 제2호 (나)목은 업무상 부상과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고, 특히 이 사건 조항 제2호 (다)목은 제2호 (가)목, (나)목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업무상 질병에 관한 일반적인 인정기준으로서, 근로자에게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의 재해로 보려면 해당 질병과 업무 사이에 관련성 및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 점은 업무상 사고에 관한 이 사건 조항 제1호 (바)목도 마찬가지이다.
3) 한편 이 사건 조항 단서는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조항이 어떠한 권리발생에 필요한 요건과 그 장애나 멸각 사유 등을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규정한 경우, 본문이 정한 사항에 관한 요건사실은 그 권리발생을 주장하는 자가, 단서에서 정한 사항에 관한 요건사실은 이를 저지하려는 자가 각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본문과 단서라는 규정의 형식을 주로 고려한 위와 같은 법률해석의 방법은 해석의 대상이 되는 법률조항의 본문과 단서에서 각각 증명해야 할 요건을 준별한 경우에는 타당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지만, 그와 달리 본문과 단서에 규정된 사항이 내용적으로 중첩되는 경우에까지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조항과 같이 본문에서 인과관계를 비롯하여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건을 이미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대로 채택할 수 있는 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의 단서 부분은 이 사건 조항의 본문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인 인과관계가 대법원 판례에서 말하는 법적ㆍ규범적 관점의 상당인과관계를 의미한다는 점을 확인ㆍ설명하는 취지로 봄이 상당하다.
4) 위와 같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의 개념, 보험급여의 지급요건 및 이 사건 조항 전체의 내용과 구조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이는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으로서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조항은 본문에서 업무상의 재해의 적극적 인정 요건으로 인과관계를 규정하고 단서에서 그 인과관계가 상당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전체로서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상당인과관계를 필요로 함을 명시하고 있을 뿐,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전환하여 그 부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는 규정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
1)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아도, 이 사건 조항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2007년 개정 전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법률에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지 아니한 채 하위 규정인 노동부령에 이를 위임하고 있었고, 이에 대해서는 포괄위임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후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이하 ‘산재보험제도’라고 한다)의 전반적인 개선 방안에 관한 오랜 논의 끝에 정부는 2007. 6.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합의 내용을 주로 반영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07. 6. 21. 정부의 개정안을 비롯한 6건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심사한 결과 정부안 등 기존의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아니하되, 환경노동위원장 대안으로 산재보험법 전부 개정법률안을 본회의에 제안하기로 의결하였다.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한 당시 환경노동위원장 대안의 제37조는 정부안의 제35조의2와 내용이 동일하였는데, 위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나 각 개정안의 개정 취지에는 포괄위임의 논란을 해소하려는 점이 포함되어 있을 뿐,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근로자 측에서 공단에 전환하는 내용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한편 환경노동위원장 대안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ㆍ자구 심사 과정에서 위 대안의 제37조 제1항 제1호 (바)목 및 제2호 (다)목의 ‘그 밖에 업무와 사고(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사고(질병)’라는 규정 중 ‘상당인과관계’라는 부분을 삭제하는 대신 제1항 단서에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를 추가하는 자구 수정이 이루어졌고, 자구 수정된 위 대안의 제37조 제1항이 이 사건 조항으로 입법되었다. 입법 자료에 의하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위와 같이 자구 수정을 한 이유는 인정기준의 일부 하위 항목에서만 상당인과관계를 규정하는 경우 다른 항목들에는 상당인과관계를 요하지 않는 것으로 오인될 우려를 방지하고,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하다는 공통원칙을 분명하게 하려는 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위와 같은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 특히 이 사건 조항 단서가 자구 수정과정에서 비로소 추가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2007년 개정 당시 이 사건 조항의 신설은 노동부령에 위임했던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법률에서 유형별로 직접 규정한 다음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포괄위임 논란을 해소하고,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었다 할 것이다. 이에서 더 나아가 이 사건 조항 단서 규정을 통하여 상당인과관계 증명책임의 전환과 같이 산재보험제도 운영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항의 변경까지 의도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
다. 다른 보상제도와의 관계
1)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재해보상책임과의 관계
근로기준법은 제8장에서 근로자가 입은 업무상 부상, 질병에 대한 사용자의 재해보상책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재해보상책임이 성립하려면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대법원 1990. 10. 23. 선고 88누5037 판결 등 참조). 한편 산재보험법 제80조 제1항은 수급권자가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았거나 받을 수 있으면 보험가입자인 사용자는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른 재해보상책임이 면제되도록 하고 있다.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재해보상책임의 관계에 대해,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보상하여야 할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손해를 국가가 보험자의 입장에서 근로자에게 직접 전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생활보장적 성격 외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용자의 재해보상에 대한 책임보험의 성질도 가지고 그 책임보험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고 보아왔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38826 판결,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3다2511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의 성질과 기능 등을 고려할 때, 보험급여 지급요건인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해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해당 재해를 사업주의 책임 영역으로 합리적으로 귀속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그 보험급여의 지급을 주장하는 측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전반적인 보상체계에 부합한다.
2) 산재보험법상 진폐 등에 관한 규정 및 다른 재해보상제도와의 관계
산재보험법은 산업재해 중 진폐에 대하여는 제91조의2 등에 별도로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두고 있다. 대법원은 진폐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진폐, 합병증 등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6두55292 판결 등 참조). 한편 산재보험법 제51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하 ‘산재보험법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48조 제1항은 “치유된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과 재요양의 대상이 되는 부상 또는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재요양의 인정 요건으로 하고 있고, 산재보험법 제49조 제2호는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근로자가 “그 업무상의 재해로 발생한 부상이나 질병이 원인이 되어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여 요양이 필요한 경우”를 추가요양의 인정 요건으로 하고 있어, 산재보험법상 재요양과 추가요양의 인정은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를 그 적극적 요건으로 한다.
또한 구 공무원연금법(2018. 3. 20. 법률 제1552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공무상 재해나,「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또는「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상 직무수행 등을 원인으로 하는 각종 급여 청구에 대한 부지급처분을 다투는 항고소송에서도 대법원은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주장자 측에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1두723 판결, 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두63996 판결,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7두53941 판결 등 참조).
특히 2018. 3. 20. 법률 제15522호로 제정된「공무원 재해보상법」제4조 제1항, 2019. 12. 10. 법률 제16761호로 제정된「군인 재해보상법」제4조 제1항의 공무상 재해의 인정기준 및「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제33조,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제2항의 직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은 이 사건 조항과 거의 동일하게 ‘공무(직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공무(직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단서 규정을 두고 있다. 2009. 5. 27. 법률 제9727호로 개정된「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제2조 제2항에서는 어선원 등의 재해 인정기준에 관한 사항은 산재보험법의 이 사건 조항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위 조항들의 제정ㆍ개정 시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수급권자로부터 전환시키려는 입법 의도가 있었다는 사정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공무원 재해보상법」과 관련하여서는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이 여전히 수급권자에게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증명책임을 일정한 경우 인사혁신처장에게 부담시키려는 취지의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요건에 관하여만 공단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증명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산재보험법상 진폐 등에 관한 규정 및 관계 법령들에 따른 재해보상제도의 전반적인 체계와 조화되지 아니하고 입법자가 전혀 예정하지 않았던 상황을 초래하므로 수긍하기 어렵다.
5.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① 망인은 (상호 생략)에 파견된 근로자로 약 1개월 25일의 짧은 기간 근무하였고, 담당한 업무 내용도 업무의 강도가 높다거나 그 책임이 컸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특별한 돌발 상황이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는 없었고, 망인이 대동맥류 파열로 쓰러지기 직전 행한 박스 상차작업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 동료 직원이 상차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선의로 도와준 것인데 약 5kg 정도 박스 80개를 한 번에 2~3개씩 2~3m 정도 떨어져 있는 차량에 운반하는 것이어서 육체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망인은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위험요인인 흡연과 음주를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시까지 계속하였고, 발병 2일 전에 퇴근 후 업무와 상관없이 직장 동료 등과 새벽까지 게임방, 노래방 등에서 음주를 하였던 점, ④ 의학적으로 망인의 기존질환인 박리성 대동맥류는 동맥경화에 의한 혈관의 약화에 의한 것으로 업무와 관련성이 낮고, 제1심 진료기록 감정의나 피고 자문의들도 과로나 스트레스로 망인에게 대동맥 박리가 발생할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하거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망인이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을 일으켜 사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망인에게 돌발적 상황 및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감정 결과 취신에 관한 증거법칙을 위반하였다거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원심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이 근로자 측에 있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서도 단순히 원고가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사실관계의 진위불명 상황에서 증명책임을 지는 쪽에 불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 아니라 망인이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추단하기 어려워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인정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인정을 전제로 하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이 피고에게 있다고 보더라도 피고가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증명한 것이 되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는 점을 부기하여 둔다.
6.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며,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이 있다.
7.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
가. 반대의견의 요지
다수의견은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다는 기존 판례가 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2007년 산재보험법 개정 이전에 형성된 판례를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서 2007년 산재보험법 개정으로 신설된 이 사건 조항의 의미를 등한시하는 해석이다. 이 사건 조항에 따르면,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요건 가운데 본문 각호 각 목에서 정한 업무관련성이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고, 단서에서 정한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에 대해서는 그 상대방이 증명해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이 법률해석에 관한 일반 원칙에 부합한다. 따라서 ‘업무상의 재해’에 관한 이러한 증명책임 원칙에 반하는 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
그 이유를 법률해석의 일반적 방법인 문언해석, 역사적 해석, 체계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 사건에서 근로자의 사망을 ‘업무상의 재해’로 볼 수 없다는 다수의견의 구체적인 판단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나. 문언해석
이 사건 조항의 문언을 보면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에 대해서는 업무상의 재해를 부정하고자 하는 상대방이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명백하다.
1) 법률해석의 출발점은 법률조항의 문언과 문장 구조이다. 조항의 문장 구조가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특히 그 단서에서 ‘그러나 어떠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본문이 정한 법률효과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으면, 판례와 학설은 이른바 규범설 또는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라 원칙적으로 본문이 정한 사항에 관한 요건사실은 그 법률효과를 주장하는 자가, 단서에서 정한 사항에 관한 요건사실은 그 법률효과를 다투는 상대방이 증명책임을 진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와 독일, 일본 등 대륙법계에 속하는 국가에서 일관된 흐름이다.
전형적인 예는 민법 제390조를 들 수 있다. 이 규정은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고 있다. 판례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그 불이행의 귀책사유, 즉 고의ㆍ과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채무자에게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1985. 3. 26. 선고 84다카1864 판결,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6다47302 판결 등 참조). 이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조문의 본문에 규정되어 있는 고의ㆍ과실에 관한 증명책임이 이를 주장하는 피해자에게 있다고 본 것(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1다73879 판결 등 참조)과 대조된다.
각종 특별법을 제정할 때에도 이러한 원칙에 기초하여 ‘본문/단서’의 구조와 형식으로 증명책임을 분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제조물 책임법」제3조의2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인 ‘결함’에 대해서, “피해자가 다음 각호의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그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고, 각호에서 피해자가 증명할 사실을 열거하고 있다.「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제5조는 “다음 각호의 사실이 모두 증명된 경우에는 독성 화학물질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로 인하여 생명 또는 건강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사업자가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그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여, 인과관계의 추정과 관련하여 본문과 단서에서 각각 증명의 주체와 대상을 구분하고 있다.「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제6조 제1항은 사업자의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무과실책임에 관하여 “시설의 설치ㆍ운영과 관련하여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한 때에는 해당 시설의 사업자가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그 피해가 전쟁ㆍ내란ㆍ폭동 또는 천재지변, 그 밖의 불가항력으로 인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여 환경오염피해에 관한 증명책임을 명확히 정하고 있다.
2) 이러한 문언해석의 원칙은 이 사건 조항에 관한 해석에도 적용된다. 이 사건 조항은 보험급여의 지급을 주장하는 근로자나 유족이 그 본문 각호 각 목에서 정한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였다는 사실 등 업무와 재해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간주되는 법률효과가 발생한다. 근로자 측에서 그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다.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투는 상대방인 공단이 단서가 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정을 주장ㆍ증명해야 본문이 정한 ‘업무상의 재해’로 간주되는 법률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근로자나 유족 등 수급권자가 산재보험법에 따라 공단에 보험급여 지급을 신청하였으나 부지급처분을 받아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서 보험급여지급청구권의 인정 요건인 ‘업무상의 재해’에 관한 증명책임에 관해서도 그 문언에 따라 분배하는 것이 일관성이 있다.
3)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 단서가 본문 각호와 각 목에서 분류하고 있는 유형별 업무상 재해의 공통된 일반요건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취지일 뿐이고 본문에 규정되지 않은 별도의 요건으로서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을 근로자 측에서 공단으로 전환시키려는 규정이 아니라고 한다. 그 이유로 본문 각호의 각 목에서 이미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업무상의 재해 인정에 필요한 적극적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본문과 단서에 규정된 사항이 내용적으로 중첩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조항은 본문에서 업무상 재해의 개념 요소 또는 인정기준으로 ‘업무관련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규정하면서 각호 각 목에서 그 내용을 구체화하고, 단서에서 업무상 재해의 성립 요건 가운데 근로자 측에서 증명하기 어려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추출하여 그 증명책임을 공단에 전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본문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나 업무상 질병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업무관련성은 그 문언상 상당인과관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이것이 상당인과관계를 당연히 포함하는 개념도 아니다. 이 사건 조항 본문 각호와 각 목에서 정한 사유가 충족되면 업무관련성은 인정되지만, 상당인과관계는 긍정될 수도 있고 부정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상당인과관계는 업무관련성과 구별되는 독자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서 업무관련성과는 별도의 증명대상이다. 이와 같이 보는 것이 이 사건 조항에서 본문과 단서를 구분한 취지에 부합한다.
나아가 본문에 규정한 사항과 단서에 규정한 내용에 부분적으로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위와 같은 해석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조항의 제목이 ‘증명책임의 전환’으로 되어 있지 않다거나 단서에 ‘공단에 증명책임이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
이 사건 조항의 본문은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간주규정의 모습을 띠고 있다. 이것은 공단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 성공하면 간주 효과가 발생하지 않게 되므로, 일반적으로 간주규정에 대해서는 추정규정과 달리 반증이 불가능하다는 것(대법원 1995. 2. 17. 선고 94다52751 판결 참조)과 모순되지 않는다.
조건적 인과관계와 상당인과관계는 분명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ㆍ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하고 있는 대법원판결(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10022 판결,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두5501 판결,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두12530 판결 참조)도 이러한 구분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본문과 단서에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라는 동일한 증명 주제를 중복하여 규정한 것이 아니다.
다. 역사적 해석
1) 입법자의 의사는 업무상의 재해에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2) 법률해석에서 입법자의 의도는 법률의 문언에 표현된 객관적인 의미나 내용으로부터 추단하여야 하고, 입법자의 의도나 입법 경위를 참고하여 법률을 해석하더라도 법률의 문언에 표현되어 있지 않은 입법자의 주관적인 의사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이 사건 조항을 보면, 입법자는 산재보험급여 관련 소송에서 산재보험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고자 하는 근로자 측의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고 근로자 측의 증명곤란을 경감하기 위하여 이 사건 조항을 신설하여 근로자 측과 공단 사이에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사전에 분배하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법률의 문언이나 입법 경위에 나타난 입법자의 객관적 의도뿐만 아니라 입법을 준비하거나 관여했던 사람들의 의사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3)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경위를 살펴보고자 한다. ‘업무상의 재해’는 그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 불확정개념으로서 산재보험법 개정 시에 몇 차례 변화가 있었다. 구 산재보험법(1981. 12. 17. 법률 제34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라고 정하였다가 1981. 12. 17. 법률 제3467호 개정으로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신체장해 또는 사망”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문언으로 수정되었다. 1994. 12. 22. 법률 제4826호 전부 개정으로 제4조 제1호에 정의 규정을 두었고, 1999. 12. 31. 법률 제6100호로 개정할 당시 제2문을 신설하여 “이 경우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는 노동부령으로 정한다.”라고 정하였다. 2007. 4. 11. 법률 제8373호 전부 개정에서 제5조 제1호로 현행과 같이 조문의 위치가 변경되었고, 2007년 개정으로 업무상 재해에 관한 정의 규정에서 제2문을 삭제하고,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한 이 사건 조항을 신설하였다.
업무상의 재해의 요건으로 상당인과관계를 요구하게 된 것은 위 개정 전 구 산재보험법 제3조 제1항이 “그 업무에 기인하여”라고 하여 업무기인성을 정한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판례는 위 개정 전 구 산재보험법 제3조 제1항에 정한 업무상의 재해를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라고 보고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직무상의 과로로 유발되거나 악화되는 질병이나 사망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였다(대법원 1983. 12. 27. 선고 82누455 판결 참조).
위와 같이 업무상의 재해에 관한 정의 규정이 포괄적인 문언으로 개정된 이유는 산재보험제도의 생활보장적 성격을 고려하여 개별ㆍ구체적인 사안에서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의 요건을 보다 탄력적이고 융통성 있게 해석하고 적용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판례는 위 개정 이후에도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의 요건을 구분함을 전제로 여전히 구 산재보험법(1981. 12. 17. 법률 제3467호로 개정된 것) 제3조에서 정한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수행 중의 사망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에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므로 근로자의 사망이 비록 업무수행 중에 일어났으나 그 사인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 이를 업무로 기인한 사망이 추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1990. 10. 23. 선고 88누5037 판결, 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누17226 판결 등 참조).
2007년 개정 당시 이 사건 조항을 신설한 이유는 기존에 노동부령으로 규정하여 포괄위임의 논란이 있었던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는 데 있다.
2007년 개정 전 구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 제2문은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노동부령으로 정하도록 하였고, 구「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2008. 7. 1. 노동부령 제30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재보험법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제32조(업무상 사고), 제33조(업무상 질병)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정하였다. 위 시행규칙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의 질병에의 이환이 다음 각호의 요건에 해당되는 경우로서 그 질병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44조 제1항에 따른 업무상 질병의 범위에 속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요인에 의하여 이환된 질병이 아니라는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라고 하면서 그 사유로 근로자가 업무수행과정에서 유해요인을 취급하거나 이에 노출된 경력이 있을 것(제1호), 유해요인을 취급하거나 이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작업시간ㆍ종사기간ㆍ노출량과 작업환경 등에 의하여 유해인자의 노출정도가 근로자의 질병 또는 건강장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것(제2호), 유해요인에 노출되거나 취급방법에 따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체부위에 그 유해인자로 인하여 특이한 임상증상이 나타났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될 것(제3호), 질병에 이환되어 의학적인 요양의 필요성이나 보험급여 지급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것(제4호)이라고 정하고 있었다.
입법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초 이 사건 조항에서 업무상 재해에 관한 상당인과관계가 본문인 제1호 (바)목 및 제2호 (다)목에 규정되었다가 현재 이 사건 조항과 같이 본문/단서의 형태로 수정된 경위와 그 이유이다. 2007년 산재보험법 개정에 관하여 공개된 입법자료 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ㆍ자구검토보고서의 수정이유에는 다음 두 가지가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이 사건 조항에 단서가 추가된 이유에 관하여 업무상 사고와 질병으로 분류된 모든 유형에서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함을 분명하게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것을 ‘공단이 증명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도록 하여 업무상 재해의 판단에 상당인과관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일반인이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 후 위와 같은 취지로 수정된 환경노동위원장의 대안이 2007. 11. 23. 본회의 심의를 거쳐 그대로 가결된 후 공포되고 시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위와 같이 수정된 문구에도 불구하고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근로자 측에 있다는 의견이 나온 적은 전혀 없다.
이 사건 조항이 위와 같이 개정된 경위와 맥락을 보면, 당초 노동부령에 따라 규율되던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고 아울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기 위해서 각호 각 목에서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가 인정될 수 있는 요건을 세분화하여 근로자 측과 공단 사이에서 증명의 주체와 대상을 나누어 분배하고, 그 요건 중 하나인 ‘상당인과관계’를 추출하여 단서에서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조항이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개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입법자에게 증명책임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본다면, 2007년 개정 당시에 있었던 논의와 조문의 수정 과정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입법자가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려는 의도로 위와 같이 조문을 수정하였지만 그러한 의도가 이 사건 조항의 문언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인가? 그렇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법률의 문언은 입법자의 의도를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징표이다. 법률에 표현된 내용이 입법자의 주관적 의사나 원래의 의도와 다를 경우에는 법률 문언에 나타난 객관적인 의사에 우위를 두고 해석하여야 한다. 설령 이 사건 조항의 개정에 관여했던 누군가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 전환에 관한 입법자의 의사나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률의 문언에 드러난 내용대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전환된 것이라고 법률을 해석하여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법은 입법자보다 현명하다.”(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재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라는 말은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5) 이 사건 조항의 문언, 법률의 개정 경위, 입법 자료에 나타난 내용, 입법에 실제로 관여했던 사람의 구체적인 보고 내용 등을 통해서 추단하여 볼 때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구성된 이 사건 조항은 그 입법 의도에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으로 하여금 부담하도록 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거나 이를 당연히 전제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에 관한 입법자의 의도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라. 체계적 해석
1) 산재보험법의 다른 규정이나 관련 법령과 체계적으로 해석해 보더라도 업무상 재해에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부정하는 상대방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산재보험법에 정한 진폐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진폐, 합병증 등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6두55292 판결 참조). 그런데 진폐에 대한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한 근거 조항인 산재보험법 제91조의2나 제91조의10은 이 사건 조항과 달리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되어 있지 않으므로, 논리적으로 진폐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이 사건 조항과 동일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
산재보험법 제51조 제1항에서 정한 재요양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요양의 요건 외에 당초의 상병과 재요양신청 상병 사이에 의학상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당초 상병의 치료 종결 시 또는 장해급여 지급 당시의 상병 상태보다 그 증상이 악화되어 재요양을 함으로써 치료 효과가 기대된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2두1762 판결,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4두14532 판결 참조). 그런데 재요양의 인정 요건을 규정한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48조 제1항 제1호는 “치유된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과 재요양의 대상이 되는 부상 또는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재요양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되어 있지 않고, 추가상병에 대한 요양급여 신청의 요건에 관한 산재보험법 제49조도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되어 있지 않으므로,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의 분배에 관하여 이 사건 조항과 동일하게 해석할 수 없다.
3) 사회보장수급권의 근거가 되는 개별 법률의 규정 형식은 동일하지 않다. 수급권자가 개별 법률에 따라 급여의 지급을 신청하였다가 거부처분을 받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 수급요건에 해당하는 요건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해당 근거 조항의 해석을 통하여 개별적으로 확정하여야 한다.
가령「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또는「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 기한 직무수행 등을 원인으로 하는 각종 급여 청구에 대한 부지급처분을 다투는 항고소송에서는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이 주장하는 측에 있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1두723 판결, 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두63996 판결 각 참조). 그러나 위 각 법률에서 수급권의 근거가 되는 법률조항의 구조나 형식이 이 사건 조항과 같이 본문과 단서로 되어 있지 않으므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이 사건 조항과 동일하게 해석할 이유는 없다. 법률요건분류설의 원칙에 따라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도록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공무원 재해보상법」제4조 제1항,「군인 재해보상법」제4조 제1항,「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제33조,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제2항은 이 사건 조항과 거의 유사하게 본문/단서의 규정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이 사건 조항에 관한 해석과 동일하게 단서에서 정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수급권자 측이 아니라 이를 다투는 상대방 측에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오히려 이 사건 조항에 관한 새로운 법리와 마찬가지로 위 조항들을 해석하는 것이 체계에 맞는다.
마. 목적론적 해석
1) 이 사건 조항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보아도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전환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2) 법률의 문언이 불분명하거나 다의적인 경우에 문언의 가능한 범위 내에서 법률의 목적이나 체계를 고려하여 법률의 의미를 확정하여야 하므로, 산재보험제도의 헌법적 근거, 산재보험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헌법 제34조 제2항은 국가의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제6항은 국가에게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산재보험법의 기본이념은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고, 산재보험수급권은 헌법상의 생존권적 기본권에 근거하여 산재보험법에서 구체화된 것이다(헌법재판소 2005. 7. 21. 선고 2004헌바2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산재보험제도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개별 사업주의 재해보상에 대한 책임보험의 성격과 기능을 가지는 것에서 나아가 전체 사업주가 대수의 법칙에 입각한 보험기술을 매개로 사업주의 개별책임을 연대하여 부담하되 국가가 보험료의 징수나 보험급여지급 등을 직접 관장하는 공적 보험 또는 사회보험제도이다.
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ㆍ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산재보험법 제1조). 국가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위탁을 받아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공단을 설립하였다(산재보험법 제10조).
산업현장에서 근로에 종사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제정된 법률인 산재보험법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험급여 부지급처분에 관한 취소소송에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업무상 재해 인정의 핵심적인 요건이 되는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일방적, 전적으로 근로자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인 산재보험제도의 입법 목적,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공단의 설립 취지, 공단에 특별히 재해조사권한을 부여한 취지에 맞지 않는다.
3) 2007년 개정으로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된 이후에 산재보험수급권의 사회보장수급권으로서의 성격과 기능이 점차 강화되어 왔으나, 산재보험법이 재해를 입은 근로자나 유족의 보호를 위해 충분하지 못하고 재해를 당한 근로자나 유족이 공평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기에 절차적 어려움이 상존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산재보험급여 관련 소송에서 대부분의 증거방법이나 정보가 사업장에 존재하여 근로자로서는 사용자의 절대적 협조가 없이는 증명을 하는 것이 어렵다.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근로자가 일했던 작업조건이나 작업환경 등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업무상 사고의 경우 업무의 전문화나 현대화에 따라 사고원인이 복잡하고 기술적인 부분이 있어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데 고도의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고 근로자 스스로 사고원인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업무상 질병의 경우 의학적 전문지식의 부족이나 역학조사의 한계로 의학적 인과관계 규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의학적으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질병에 대해서는 역학조사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도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증명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공평의 원칙과 정의 관념에 반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증명책임을 완화하거나 경감하기 위한 법리를 발전시켜 왔다.
4) 증명책임의 분배는 공평의 이념에 따라 양 당사자에게 가장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본문과 단서 형식으로 이루어진 조문의 문장 구조에도 불구하고 증명책임의 분배에 대해서 해당 법률조항을 일반적인 해석원칙과 다른 취지로 해석하는 경우는 주로 증거의 구조적 편재 상황에서 증명곤란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인 고려에서 증거수집이 용이하지 않은 피해자, 소비자, 장애인, 사회적 약자 등에게 유리하게 하는 방식으로 그 요건사실을 추정 또는 전환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규정된 이 사건 조항을 보험급여의 지급을 구하는 근로자 측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지 않고 그와 정반대로 해석하는 다수의견은 일반적인 해석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 보호를 외면하는 본말이 전도된 해석으로서, 전통적인 이론과 근로자의 증명부담을 완화하고자 하는 판례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경향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5) 수급권자가 보험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공단을 상대로 보험급여의 지급을 신청하여 공단의 급여지급결정이 있어야 한다.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재해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방법이 사용자에게 편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증명 곤란을 완화하기 위하여 공단에 업무상 재해 발생의 원인을 조사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공단은 보험급여에 관한 결정, 심사청구의 심리결정 등을 위하여 사업장 등을 소속 직원에게 조사하게 할 수 있고(산재보험법 제117조), 산재보험 의료기관에 대하여 근로자의 진료에 관한 보고 또는 그 진료에 관한 서류나 물건의 제출을 요구하거나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그 관계인에게 질문을 하게 하거나 관계 서류나 물건을 조사하게 할 수 있다(산재보험법 제118조). 그러나 현실에서는 조사인력의 부족, 전문성의 부족, 근로감독관 수의 부족 등을 이유로 업무상 재해 발생의 원인에 관한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근로자나 유족이 원고가 되어 제기한 산재보험급여 부지급처분 등에 대한 불복절차인 행정소송절차에서 소송 구조상 공단이 상대방인 피고가 된다. 공단으로서는 행정처분인 보험급여에 대한 부지급처분 단계에서 적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미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조항 단서에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공단으로 하여금 부담하도록 전환하였다고 해석하더라도 증명이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거나 실무상 큰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조항을 보험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경우 그로 인한 재정 부담이 커서 산재보험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조항 각호 각 목은 이미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 구체적인 유형을 정형적인 사상경과를 중심으로 요건화하여 규정하고 있고, 수급권자의 신청에 따라 공단이 1차적으로 그 충족 여부를 판단하게 되므로 업무상의 재해가 무분별하게 인정되는 결과를 낳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재정 부담이 문제 된다면 관련 예산의 확보나 법률의 개정 등과 같이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여야 하고, 입법자가 결정한 것을 법원이 후퇴시키는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법원이 행정부나 국회에서 결정할 예산과 보험급여의 재정 부담을 우려하여 문언과 달리 해석해서는 안 된다.
6) 법원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 측을 배려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상반된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것은 법률의 문언보다 사회적 약자를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법률의 해석을 하는 단계에서는 법률 문언보다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하게 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반대의견은 기본적으로 이 사건 조항을 법률의 문언대로 해석함으로써 사법부에 부여된 임무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사법부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거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야 이 사건 쟁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도 아니다.
7) 이 사건 조항에 관한 새로운 해석론은 통상적인 문언해석의 범위를 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변화된 현실과 시대상황을 고려하더라도 타당하고 합리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2년 개정 권고나 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전환에 관한 산재보험법 개정안들은 2007년 개정 당시 입법자가 의도하였던 증명책임 전환의 현실적ㆍ정책적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과거 입법자의 의도를 현재의 시각으로 조명하여 보더라도 입법자는 현명하게도 사회보장제도로서 산재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이 충실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이 사건 조항을 통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분배해 두었다고 볼 수 있다.
바. 법원의 태도 변화
산재보험법에 관한 대법원판결들을 보자. 판례에 따르면 업무상의 재해가 인정되기 위한 인과관계는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ㆍ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등 참조).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서 단순한 조건적 인과관계뿐만 아니라 경험칙상 상대적으로 유력한 원인이 되는 관계가 인정될 것이 요구된다.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단순한 사실인정의 영역이 아니라 그 판단의 기초가 되는 간접사실에 대한 평가 문제로서 전형적인 사실인정과 법률 판단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판례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사실인정의 영역으로 보아 원심판단을 받아들여 심리불속행 판결로 상고를 기각하고 있으나, 몇몇 사례들에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법률심인 대법원이 사실심의 판단에 개입한다는 측면에서 비판적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대법원은 지속적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하여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는지를 살펴 파기하는 판결을 선고해 왔고 그 대체적인 흐름은 이를 넓게 인정하는 쪽으로 전개되었다.
법률의 문언, 문장 구조나 맥락과 다르게 법률조항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그 체계, 입법 의도나 목적에 비추어 이를 수정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법률해석의 방법으로 문언해석 이외에도 논리적, 체계적 해석, 역사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 헌법합치적 해석 등 다양한 방법을 발전시켜 왔을 뿐만 아니라, 법률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유추나 목적론적 확대 등의 방법을 활용한다. 위와 같은 근거 없이 법률에서 지시하고 있는 내용과 달리 법률을 해석ㆍ적용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 법원이 법률의 해석ㆍ적용에 관한 위와 같은 방법이나 원칙을 견지할 때 입법자도 부적절한 입법 기술이나 방식으로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해치고 수범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법률을 정비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실질적 법치주의나 법의 지배가 확립되고 궁극적으로 한 국가의 법률 문화가 발전하게 된다.
행정소송에서도 민사소송법이 준용되므로(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증명책임 분배에 관해서도 민사소송과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다수의견도 이를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본문과 단서 형식으로 된 이 사건 조항을 그 문언, 문장 구조나 맥락과 달리 해석하고 있다. 다수의견이 언급한 것처럼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라 이 사건 조항을 증명책임 전환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본다면, 문언해석을 뒤집을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 채 법률의 해석에 기대어 그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명확한 문언으로 법률을 개정하여 이를 바로 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조항과 같은 행정법규의 경우에도 법률의 집행에 수반되는 예산의 소요나 재정적 부담 등을 우려하여 법원이 법률의 문언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지양하여야 한다. 행정법규 역시 궁극적으로 권리구제절차인 행정소송절차에서 재판규범으로 기능한다. 특히 증명책임에 관한 규범은 재판의 객관성과 공정성 보장의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므로 입법 단계에서부터 증명책임의 분배를 고려하여 일의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2007년 개정으로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되어 업무상의 재해에 관한 법률이 바뀐 다음에도 학계와 실무 모두 그 존재와 의미를 제대로 의식하고 주목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법원의 실무 관행과 이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이라고밖에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만일 위와 같이 법률이 개정된 직후에 판례가 변경되었거나 또는 새로운 판례가 나왔다면 근로자나 유족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하여 보험급여를 지급받지 못하는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거나 아니면 법률의 개정으로 입법부에 의한 새로운 해결책이 제시되었을 것이다. 법률해석의 최종권한을 가진 대법원이 이 사건 조항을 뚜렷한 근거 없이 문언과 달리 해석ㆍ적용하던 입장을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10여 년이 지난 다음에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먼 훗날 돌이켜 보면 지금 바꾸는 것이 늦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 이 사건의 해결
1)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원고의 아들인 소외인은 국민건강보험 수진 내역상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소외인은 2014. 2. 24.부터 사망일인 2014. 4. 19.까지 매주 6일을 보통 08:30경에 출근하여 20:30경까지 근무하였다(일요일에는 08:30경 출근하여 17:30경까지 근무하였다). 발병 전 8주간 주당 평균 69시간을 근무하였고,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62시간을 근무하였다. 2014. 3. 7.부터 2014. 3. 25.까지는 휴무일 없이 근무하였고, 발병 전 8주간 휴무일은 6일에 지나지 않는다.
제1심 진료기록감정의는 소외인에게 대동맥류 파열을 일으킬 만한 위험인자가 보이지 않고 업무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가 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에 전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위험인자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2)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원고는 소외인이 사망 이전에 객관적 과로 상태에 있었고 사업장 내에서 업무수행 중 사망하였다는 점을 증명하였고 그가 이 사건 조항 제2호 (다)목에서 말하는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으로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추단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피고는 소외인의 사인인 해리성 대동맥류가 업무와 관련성이 낮은 자발성 개인질환으로서 그 업무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와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반대사실을 증명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볼 수 없다.
소외인의 사인과 관련하여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 인정기준」1.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가)목은 1) 돌발사태, 2) 발병 전 단기간 동안의 업무상 부담의 증가, 3) 만성적 과중업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원인으로 소외인의 사인인 ‘박리성 대동맥류’와 사실상 동일한 질환인 ‘해리성 대동맥류’ 등이 발병한 경우에는 업무상의 질병으로 본다고 정하고, 다만 자연발생적으로 악화되어 발병한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위 시행령 규정의 내용상으로도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증명책임 분배의 구조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소외인의 사망은 이 사건 조항 본문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으므로, 이와 다른 취지의 원심판단에는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나아가 기존 판례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고,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근로자가 객관적 과로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8두46155 판결 등 참조). 이것이 업무상 과로에 관한 대법원의 일관된 태도이다.
또한「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13. 6. 28.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3-32호, 이하 ‘개정 전 고시’라 한다)은 행정규칙으로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은 없으므로, 공단이 처분 당시에 시행된 고시를 적용하여 산재요양불승인처분을 한 경우에도 법원은 위 처분 이후 개정된 고시(2017. 12. 29.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117호, 이하 ‘개정된 고시’라 한다)의 내용과 취지를 참작하여 상당인과관계의 존부를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9297 판결 참조).
개정 전 고시는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란 발병 전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과중한 육체적ㆍ정신적 부담을 발생시켰다고 인정되는 업무적 요인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상태를 말한다고 정하면서도[I. 1. (다) 전단], 그 해당 여부는 업무의 양ㆍ시간ㆍ강도ㆍ책임, 휴일ㆍ휴가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 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환경,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건강상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업무시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I. 1. (다) 1)]고 정하고 있다. 개정된 고시는 개정 전 고시의 규정 내용이 지나치게 엄격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재해자의 기초질환을 업무관련성 판단의 고려사항으로 보지 않도록 종전에 규정되어 있던 ‘건강상태’를 삭제하였을 뿐만 아니라[I. 1. (다) 후단],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특히 휴일이 부족한 업무[I. 1. (다) 2) ③] 등의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나) 이러한 판례에 비추어 보면, 소외인의 경우 비록 2014. 2. 24.부터 2014. 4. 19.까지 3개월 미만 근무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각 고시에서 정한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고려하여 과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설령 소외인의 대동맥류파열이 개인적인 기저질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평소 과중한 업무로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황에서 이 사건 상차작업을 하던 중 급격하게 혈압이 상승하여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악화시킨 경우로서 소외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소외인의 업무가 객관적으로 과중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발병에 가까울수록 업무가 줄어드는 상황으로 업무강도와 책임정도에 비추어 위 업무시간만으로는 소외인이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수 없고 소외인이 발병 2일 전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가진 점과 흡연, 음주를 하였다는 점 등을 들어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따라서 반대의견이 제시한 새로운 법리를 적용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기존 판례에 의하더라도 소외인의 사망과 재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심판단에는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파기되어야 한다.
이것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이유이다.
8.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은 2007년 개정 시 신설된 이 사건 조항은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 지급요건인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조항 단서에서 규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보험급여의 지급을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 있다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 타당하다는 취지이다.
이 사건 소송은 피고의 보험급여 부지급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행정소송법 제3조 제1호, 제4조 제1호)으로 산재보험법에 따른 유족급여 등의 지급을 청구한 당사자인 원고 측에 자신에게 유리한 보험급여 지급요건인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다. 아래에서 주로 문언해석을 중심으로 반대의견을 반박하고,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나. 1) 반대의견은 이른바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르면 이 사건 조항은 본문과 단서에서 규정한 사항에 관하여 근로자 측과 공단이 증명책임을 부담하도록 각각 증명책임을 분배하고 있는 규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르더라도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된 법률조항을 증명책임의 분배에 관한 규정으로 보는 경우는 본문에서 권리발생요건에 관하여 규정하고, 단서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별개의 양립 가능한 사실인 권리발생장애사실, 권리멸각사실, 권리행사저지사실에 관하여 각각 나누어 규정하고 있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이른바 법률요건분류설은 법규의 구조와 형식상 원칙 규정인 본문의 요건사실은 권리발생의 효과를 주장하는 자가, 단서의 소극적 요건사실은 그 법률효과를 다투는 자가 각각 증명하도록 증명책임이 객관적ㆍ추상적으로 분배되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2) 이를 도식적으로 설명해보면 아래와 같다. 어떠한 법률조항이 그 본문에서 요건 중 일부 사실(A, B)이 인정될 경우 권리발생의 법률효과를 규정하고, 단서에서 이와 양립할 수 있는 별개의 사실(C)을 반대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소극적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구조와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르면 원칙 규정인 본문에서 규정한 적극적 요건사실(A, B)에 대해서는 권리발생을 주장하는 측에서, 예외 규정인 단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극적 요건사실(C)은 이를 다투는 측에서 각각 증명하도록 증명책임이 분배되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다. 1) 그런데 이 사건 조항의 구조와 형식을 자세히 보면, 이 사건 조항은 비록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본문과 단서가 ‘업무상 재해’의 성립 요건을 각각 나누어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전체가 일체로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재해로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이 사건 조항 전체를 하나로 파악하여야 한다.
이 사건 조항 본문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를 의미한다.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을 의미하는 것으로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이 사건 조항 본문 각호의 각 목에서도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조항 본문의 ‘업무상의 재해’의 개념에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조항 단서가 규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상당인과관계)는 본문이 규정한 법률효과에 대한 반대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소극적 요건으로서 본문에서 규정한 사항과 양립 가능한 별개의 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라 본문에서 이미 정하고 있는 ‘업무상의 재해’가 인정되기 위한 인과관계가 단순히 의학적ㆍ자연과학적인 조건관계가 아니라 판례에서 설시하고 있는 법적ㆍ규범적인 관점의 ‘상당인과관계’를 의미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설명하거나 강조하기 위한 취지에서 규정된 것이다.
이 사건 조항 단서에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할 주체가 ‘공단’이라고 별도로 명시하고 있지 않은 것을 보더라도 이러한 점은 더욱 분명하다.
2) 이 사건 조항의 구조와 형식을 논리적으로 단순화하여 앞서 본 일반적인 경우와 대조하여 설명하여 보면 아래와 같다. 예컨대, 업무상의 재해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으로 A, B, C(C는 인과관계를 의미한다)가 요구된다고 할 때, 이 사건 조항은 본문에서 보험급여의 지급을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할 A, B 요건을 규정하고, 그 단서에서 반대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별개의 양립 가능한 사실인 C 요건의 부존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사건 조항 본문과 각호 각 목 전체에서 업무상의 재해의 요건 중 A, B, C(인과관계)를 규정하고, 그 단서에서 본문이 규정한 C(인과관계)의 의미에 대한 부연 내지 보충 설명을 위해서 C₁(상당인과관계)을 규정하고 있는 구조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을 위한 요건인 A, B, C(C₁상당인과관계)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모두 이를 주장하는 측이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3) 반대의견은 이 사건 조항 본문의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요건 중 본문 각호의 각 목에서 정한 업무관련성이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 조항 단서에서 규정한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공단이 증명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와 같은 취지의 반대의견은 마치 인과관계와 구분되는 상당인과관계라고 하는 별개의 증명 주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증명책임은 재판의 심리가 완결되어 최종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소송상 사실관계가 불확정한 때에 불리한 법률판단을 받도록 되어 있는 당사자 일방의 위험 또는 불이익을 의미하는 것으로(대법원 1961. 11. 23. 선고 4293민상818 판결 참조),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심리가 종결된 이후 법관이 소송당사자가 제출한 제반 증거를 종합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 정도에 대한 평가를 거쳐 업무와 재해 사이에 단순한 조건적인 인과관계만이 인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법적ㆍ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지, 반대의견이 설시하는 바와 같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조건적 인과관계와 상당인과관계로 구분됨을 전제로 2개의 독립된 증명 주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판례는 이러한 맥락에서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는 개별ㆍ구체적인 사안에서 제반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하는 방법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10022 판결,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두12530 판결 등 참조).
4) 반대의견은 이 사건 조항 본문을 ‘업무상의 재해’가 인정되는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이른바 간주규정으로 보면서도, 다시 공단이 단서에서 규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없음을 반증하면 간주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간주규정은 추정규정과 달리 반증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5. 2. 17. 선고 94다52751 판결 등 참조).
만약 반대의견과 같이 이 사건 조항 단서를 공단에 업무와 재해에 관한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해석한다면, 예컨대 근로자 측에서 질병의 업무관련성과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데 성공하여 이 사건 조항 본문에 따라 ‘업무상의 재해’로 간주되는 법률효과가 발생하였는데, 다시 공단이 이 사건 조항 단서에 따라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음을 반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이 사건 조항 본문을 간주규정으로 보는 것과도 논리가 일관되지 않는다. 반대의견은 공단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 성공하면 간주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는 취지인데, 이러한 논리는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이 이 사건 조항 본문에서 규정한 ‘업무상의 재해’가 성립되기 위한 요건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반대의견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기 위해서 근로자 측이 상당인과관계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과도 논리가 모순된다.
5) 또한 이 사건 조항은 사회보장제도인 산재보험제도의 운영에 관한 것으로 행정법규이다. 이 사건 조항의 문언을 보면 “근로자가 … 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 그러하지 아니하다.”로 본문과 단서 모두에서 행정주체인 ‘공단’을 중심으로 공단이 산재보험법이 정한 보험급여를 받고자 하는 사람의 보험급여 지급 신청 또는 청구를 받아 그 지급 여부와 내용을 결정함에 있어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을 규정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예컨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은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 또한 마찬가지로 같은 조 내에서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가 규정한 ‘업무상의 재해’의 판단 기준을 보험급여 지급 결정의 주체인 공단을 중심으로 “보지 아니한다. … 다만 본다.”로 규정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고, 본문과 단서가 증명의 주체와 대상을 나누어 규정한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조항의 형식과 내용, 법적 성격에 비추어 보더라도 법률요건분류설의 본문/단서 구조에 따른 증명책임 분배에 관한 일반론을 이 사건 조항의 해석에 도식적으로 적용하여서는 이 사건 소송에서 증명책임의 소재에 관한 올바른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
반대의견은 이와 같은 이 사건 조항 문언의 고유한 규정 형식과 내용, 법적 성격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은 그 본문과 단서 전체가 하나의 목적과 기능을 가진 유기적인 일체로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라 보더라도 반대의견과 같이 이 사건 조항이 본문과 단서의 규정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라는 동일한 증명 주제에 관하여 그 증명책임을 각각 나누어 분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을 보충하고자 한다.
9.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은 본문과 단서로 된 이 사건 조항의 문장 형식을 주된 근거로 이 사건 조항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거나 근로자 측으로부터 공단에 전환하는 규정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그러한 해석이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경위에 나타난 입법자의 의도 및 산재보험제도의 헌법적 근거, 산재보험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한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에서 문언해석에 관하여 치밀한 논증을 통하여 다수의견의 논거가 보충되었으므로 문언해석에 관하여는 위 보충의견에 동의한다는 점을 밝히고, 이하에서는 반대의견의 지적에 대해 간략하게 답변하고 주로 이 사건 조항에 대한 역사적, 체계적, 목적론적 해석의 관점을 중심으로,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가. 법해석의 원칙과 한계
1)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할 때에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법의 해석은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법령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고, 나아가 해당 법령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ㆍ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역사적ㆍ체계적 해석 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위와 같은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을 하여야 한다. 한편 법령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 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고, 어떠한 법령을 해석할 때에 그 법령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중시하여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하려 하더라도 해당 법령 내의 다른 규정들 및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관련성 내지 전체 법체계와의 조화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두4726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법해석이 법률조항의 문언과 문장 구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반대의견의 지적은 타당하고도 당연하다. 다수의견은 같은 견지에서, 이 사건 조항에서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와 전체적인 구조, 법적 성격을 파악하였고, 그에 의하면 이 사건 조항은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를 근로자 측이 증명해야 할 적극적인 요건으로 하고, 다만 그 인과관계는 판례에서 말하는 법적ㆍ규범적 관점의 상당인과관계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이다. 그 근거와 이유는 이미 다수의견과 앞선 보충의견에서 상세히 논증한 바와 같다.
법률조항의 내용과 구조, 법적 성격을 도외시한 채 본문, 단서의 형식만으로 이른바 법률요건분류설을 도식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보편적인 해석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고, 마치 다수의견이 예산과 보험재정 부담을 우려하여 문언과 달리 해석하였다거나 입법자가 결정한 것을 후퇴시키는 방식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취지의 비판은 다수의견의 근거와 이유에 기반하지 않은 것으로서 수긍하기 어렵다.
다수의견은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을 위하여 추가적으로 역사적ㆍ체계적 해석 방법을 동원하여 이 사건 조항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설사 이 사건 조항에서 사용된 객관적 의미와 내용으로부터 추단되는 입법자의 의사를 통일적, 일의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거나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조항을 증명책임의 분배나 전환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역사적, 체계적 해석의 관점에서도 수긍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다수의견이 입법자의 개정 의도를 부당하게 무시한다는 비판은 온당치 않다.
나아가 위에서 살펴본 목적론적 해석의 한계를 감안할 때, 산재보험제도의 헌법적 근거와 산재보험법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조항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해석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사건은 이 사건 조항에 의해 증명책임이 전환되었는가를 다룬 것이다. 이는 타당한 법해석으로서 이 사건 조항의 의미를 파악하는 문제이다. 즉 이 사건의 쟁점은 산재보험제도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증명책임의 전환이 필요한지의 문제와는 관련이 없고, 법원이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보장수급권의 보장을 강화하고 산재보험제도의 인정 범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입장 여하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도 없는 것이다. 혹여 다수의견이 산재보험의 재정 부담을 우려한다거나 보상제도의 목적보다 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우선시하는 입장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다면, 이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나. 역사적ㆍ체계적 해석에 관하여
1) 타당한 법해석을 위한 보충적 자료로서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를 살펴볼 때, 다음과 같은 사정을 추가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산재보험제도는 재해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보험가입자인 사업주가 납입하는 보험료와 국고 부담을 재원으로 하여 사업주의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업무상의 재해라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방식에 의하여 대처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이러한 산재보험제도의 내용과 운영방식을 고려할 때,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 지급요건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이 부담하도록 할 것인지, 상대방인 공단이 부담하도록 할 것인지는 산재보험제도 운영 실무의 전반과 보험재정, 근로자와 사업주 등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2007년 개정 당시 입법자가 이 사건 조항을 통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려고 하였다면, 통상적으로 법률의 개정 이유나 개정 취지를 통하여 이를 분명히 하고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도 그에 관한 논의와 토론,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나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거나 예측하는 등의 과정이 수반되었을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2007년 개정에 따라 공포된 법률의 개정 이유에는 법률에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포괄위임 등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가 명시되어 있을 뿐,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의 분배나 전환에 대한 내용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과정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전환에 관하여 어떠한 실질적인 논의가 있었음도 발견하기 어렵다. 다만 반대의견이 들고 있는 바와 같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ㆍ자구심사과정에서 작성된 체계ㆍ자구검토보고서에 이와 다른 취지의 표현이 일부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보고서에는 위와 같은 검토의 이유나 근거에 대해 아무런 기재가 없고, 다른 입법 자료들에 의할 때 이 사건 조항이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자구 수정되는 과정에서도 위 보고서에 기재된 위 수정이유 부분은 공개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보고서의 기재만으로 법률안의 실질적인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2) 한편 2007년 개정 이후 산재보험법의 위임에 따른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업무상의 질병으로 볼 수 있는 경우들을 예시하고 있다. 그중 제1호 (나)목은 “(가)목에 규정되지 않은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의 경우에도 그 질병의 유발 또는 악화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이 시간적ㆍ의학적으로 명백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제13호는 “제1호부터 제13호까지에서 발병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거나,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서 규정된 질병이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질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상위 규정인 산재보험법 제37조에 따라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공단 측으로 전환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경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아닌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산재보험법령을 개정하도록 권고하였고, 그 후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들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되기도 하였다. 만약 반대의견의 지적과 같이 이 사건 조항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이미 전환한 것이라면 위와 같은 개정 권고나 개정안이 제출되지 않거나 그 내용에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반대의견은 2007년 개정 이후에도 학계와 실무 모두 이 사건 조항의 존재와 의미를 제대로 의식하고 주목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그 이유를 법원의 실무 관행과 이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반대의견의 막연한 추측에 전혀 동의할 수 없으며, 오히려 학계와 실무는 증명책임의 전환이 아니라는 점에 별다른 의문이 없었다는 인식을 역사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다. 목적론적 해석에 관하여
1)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헌법 제34조 제1항), 이를 위하여 국가는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지고,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제34조 제2항 및 제6항).
산재보험법은 그 입법 목적과 취지에 따라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기 위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근로자 측이 부담하도록 하면서도, 공단으로 하여금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실질적으로 조사ㆍ수집하도록 하는 제도들을 두어 근로자 측의 증명부담을 사실상 완화하는 역할을 하게 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5. 6. 25. 선고 2014헌바269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또한 이 사건 조항 및 산재보험법의 위임에 따라 마련된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등은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 인정기준을 정하면서 그 유형별로 세분하여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그에 해당하는 질병에 대하여는 근로자 측의 증명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2) 대법원도 위와 같은 산재보험제도의 헌법적 근거와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의 의미를 규범적이고 법적인 개념으로 파악하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업무상 재해의 발생 원인이나 유형별 특징, 증거가 편재된 사정과 증명의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근로자 측의 증명부담을 완화ㆍ경감하기 위한 판례 법리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고,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두32125 판결,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또한 판례는 첨단산업분야에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재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ㆍ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재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른바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이 발병한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는 제반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ㆍ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참조).
3) 산재보험제도의 생활보장적 성격을 고려하여 업무상 재해 인정 요건을 보다 탄력적이고 융통성 있게 해석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반대의견의 취지에는 깊이 공감한다. 대법원도 특히 업무상 질병의 경우 근로자 측에 의학적 전문지식이나 관련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산업화에 따른 유해환경들로 인하여 현재까지의 과학이나 의학으로는 밝혀내기 어려운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증명한다는 것이 근로자 측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하에 구체적인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증명책임을 완화하거나 경감하는 노력을 하여왔으며, 이러한 입장이 대법원의 일반적인 흐름이나 경향이라는 것은 반대의견도 부정하지 않는다. 반대의견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 조항을 증명책임의 전환으로 볼 수 없다는 다수의견의 접근방법이 많이 아쉬울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문언적, 역사적, 체계적 해석을 바탕으로 공평ㆍ타당한 법해석을 통하여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다.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수급권은 헌법상 사회보장수급권이 법률에 의해서 구체화된 것으로, 그 내용은 법률에 의해서 정해지고 그 형성에 있어서는 입법자의 폭넓은 입법 재량이 인정된다.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부담시키는 것이 재해근로자 보호에 미흡하다거나, 그 증명책임을 전환할 현실적ㆍ정책적 필요성이 있다고 하여, 이 사건 조항을 증명책임을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 사건 조항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와 체계적ㆍ논리적 해석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또한 산재소송에서 심리의 최종 단계에 이르러서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진위불명의 상태에 빠지게 되는 원인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별로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일률적인 증명책임의 전환보다는 사안의 유형별 특징, 증거의 편재나 증명의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증명대상의 분배나 추정 등을 통하여 증명부담을 완화하거나 경감하는 방안이 보다 바람직할 수 있고, 산재보험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길이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을 보충한다.
10.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은 반대의견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조항과 관련하여 문언해석, 역사적 해석, 체계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 방법을 통하여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같은 해석 방법을 사용하면서도 다른 결론을 도출하였다. 반대의견은 사법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관점과는 무관하게 ‘법률 문언보다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해서는 아니 된다.’는 기본적인 법률해석 법리에 따르더라도 반대의견이 정당하다는 점을 충분히 논증하였다. 그럼에도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천착하여 가면 결국 사회보장제도인 산재보험제도에 대한 이해와 법원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로 귀결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산재보험제도의 인정 범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법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법적 안정성에 주안점을 둔다. 이에 반하여 반대의견은 헌법과 산재보험법에 따른 재해근로자 보호라는 목적을 충실하게 달성하기 위하여 산재보험제도의 인정 범위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법원이 법령을 해석ㆍ적용할 때 그 규범적인 목적에 부합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관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회구성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기 위하여 헌법상 기본권인 사회보장수급권의 보장을 강화하고, 근로하다가 재해를 입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충실하게 보호하여야 한다는 근본적인 방향성에 비추어 보면 반대의견이 우리 사회의 지향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 법률조항이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되어 있고 단서에서 본문이 정한 법률효과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단서에 정한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법률효과를 저지하려는 자가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보편적인 해석 방법이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이 본문에서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으로 인과관계를 이미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본문과 단서 형식의 규정에 관한 보편적인 해석 방법을 그대로 채택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조항의 본문에서는 업무상 재해 인정을 위해 업무관련성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이는 단서에서 규정하는 상당인과관계, 즉 법적ㆍ규범적 관점에서 보다 엄격한 인과관계와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개념이므로, 다수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반대의견이 증명책임의 일반적인 분배 원칙에 보다 충실한 해석 방법이다.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조항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려는 것이 아니며 단서 규정은 단순히 본문의 업무관련성이 상당인과관계라는 점을 확인ㆍ설명하려는 것으로 본다면, 이 사건 조항은 현재와 같은 본문과 단서의 형식을 취할 필요가 없다. 즉, 이 사건 조항을 “근로자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고, 업무와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 이를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와 같이 하나의 문장 형식으로 규정하면 될 것이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이 본문과 단서의 형식을 갖추고, 단서에서 상당인과관계라는 별도의 요건을 규정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과 관련한 입법자의 개정 의도를 노동부령에 위임하였던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함으로써 포괄위임 논란을 해소하고,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하다는 기본원칙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었다고 파악한다.
그러나 입법자의 개정 의도는 다수의견이 파악하는 위와 같은 범위에 그치지 않는다. 입법자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법률에 규정하면서도, 노동부령에 규정되어 있던 기존 규정을 그대로 가져오지는 않았다. 구 산재보험법 시행규칙은 제32조이하에서 업무상 사고, 업무상 질병 등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었는데, 위 규정들이 대체로 2007년 개정으로 법률 수준의 상위규범에 규율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구 산재보험법 시행규칙상 업무상 사고의 인정기준에 관한 제32조, 업무상 질병에 관한 제33조는 이 사건 조항과 같이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규정되지 않았고, 오히려 제32조는 ‘상당인과관계’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한 적극적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조항이 구 산재보험법 시행규칙상 기존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본문과 단서 형식을 취하면서 상당인과관계라는 요건을 단서에 별도로 규정하였음에도, 이 사건 조항은 노동부령의 기존 인정기준을 그대로 법률 수준으로 규정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다수의견의 견해는 위와 같이 규정의 형식을 의식적으로 수정한 입법자의 개정 의도를 부당하게 무시한다.
라.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경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아닌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산재보험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였고, 그 후 그러한 취지의 산재보험법 개정법률안들이 국회에 제출되었다는 2007년 개정 이후의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조항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본말을 전도한 판단일 뿐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개정법률안들의 국회 제출은 이 사건 조항에 의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이미 전환되었음에도, 대법원이 개정 전 산재보험법령상 업무상 재해의 증명책임 분배에 관한 종래의 판례를 2007년 개정 후에도 답습하였기 때문에 증명책임의 전환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함으로써 대법원의 해석상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입법적인 노력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다. 위와 같은 입법안들은 2007년 개정 당시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전환에 동의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이 사건 조항으로 입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전 판례를 유지하는 대법원의 해석이 잘못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마. 또한 다수의견에 대한 위 보충의견은 이미 대법원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에 관한 근로자 측의 부담을 완화 내지 경감하기 위한 판례 법리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왔으므로, 이 사건 조항을 문언의 가능한 한계를 벗어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전환규정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도 지적한다.
그러나 위 보충의견도 인정하고 있듯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판례 법리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측이 이를 증명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산재보험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실현하기에 부족하며, 이 사건 조항을 증명책임 전환규정으로 해석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반대의견이 설명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조항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증명책임 전환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이 사건 조항의 문언에 부합하는 해석이기도 하므로, 그러한 해석이 무리한 해석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다수의견에 대한 위 보충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바. 다수의견은「공무원 재해보상법」,「군인 재해보상법」및「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시행령」과 같이 다른 재해보상제도에 관한 법령들이 공무(직무)상 재해 인정기준에 관한 조항을 규정하면서 이 사건 조항과 거의 동일하게 ‘공무(직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공무(직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단서 규정을 두고 있는 점을 들어 산재보험법의 이 사건 조항도 위 법령상 조항들과 마찬가지로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전환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다른 재해보상제도에 관한 각 조항들은 산재보험법의 2007년 개정 후 해당 법령의 제정 또는 개정을 통하여 재해의 인정기준을 본문과 단서로 구성된 형식으로 새롭게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규정들은 2007년 산재보험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 사건 조항을 모델로 하여 각종 보상제도 전반에 걸쳐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수급권자 측의 상대방이 부담하도록 재설계한 취지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조항을 비롯한 위 법령들의 재해 인정기준에 관한 새로운 규정들 전부를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전환과 무관하게 보는 것은 해당 법령의 제정 또는 개정의 의미를 무시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 이 사건이 다수의견에 따라 결론이 남으로써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의 인정과 관련하여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상대방에게로 전환하려는 이 사건 조항의 입법 목적은 사실상 좌절되었다. 그 결과 근로자가 열악한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얻은 질병일 수 있음에도 스스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상당인과관계라는 것은 막강한 인적, 물적 조직을 가진 정부나 공단, 사용자조차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거나 밝히지 못한 것이다. 그 불이익을 오롯이 근로자나 그 가족들이 계속 감당하게 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헌법의 사회보장 이념을 충실히 구현하고 산재보험법의 근로자 보호 목적에 부합하도록 산재보험법을 다시 개정하여 재해를 입은 근로자 측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재해를 입은 사실, 업무와 재해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만 증명하면 되고,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정은 근로자 측의 상대방이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사회적인 합의와 입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아울러 밝혀둔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이기택 김재형(주심)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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