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구천동을 가다
여행은 언제나 설레고 기다려진다. 2019년 10월 이후 오래간만에 어려운 여건 속에 떠나는 여행이다. 공주 장승마을 카라반에도 자고 태안 글램핑도 해보았으나 풀빌라펜션은 처음이라 왠지 가슴 벅차고 설렌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32일째 네 자릿수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고,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방역지침이 시행 중이다. 가는 곳, 전북 무주는 인구 23천 명에 지금까지 환자가 23명뿐인 청정지역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2단계 시행으로 사적 모임 인원은 8명까지 가능하고 직계가족은 인원 제한이 없다.
아내는 여행 준비에 바쁘다. 갈비탕을 사 오고 김치, 오이지, 미역줄기, 고추다짐 밑반찬을 만든다. 서울 가족에게 줄 국과 반찬도 많다. 모처럼 여행에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숙소, 더하루풀빌라펜션은 무주군 무풍면 구천동로 545에 있다. 여려 규모의 펜션과 카라반, 야외 풀장이 있다. 입실은 3시이나 공동 수영장은 1시부터 이용 가능하다.
울 가족은 로얄풀빌라3이다. 1층에 실내 온수 수영장과 거실, 주방, 화장실, 침대 3개와 화장실이 있는 내실이 있고, 2층에는 TV와 침대 2개가 별도 방에 꾸며져 있다. 최소 인원 5명에 추가 인원까지 1박에 85만 원이다. 기성세대 꼰대 소리를 들을지 몰라도 너무 비싸다.
먼저 손자 두 명이 과일로 간단히 요기하고 풀장에 들어가 소리 지르며 물놀이한다. 어른도 뒤질세라 차례로 입수한다.
개별 숙소에 실외 바비큐장이 있다. 그곳에서 사위와 손자가 달고나를 만든다. ‘할아버지 달고나 드세요.’라고 한다. 옛날 시골 국민학교 문방구점 앞 연탄불에 쪼그리고 앉아 만들어 먹던 달고나의 추억을 떠울리게 한다.
물놀이 하고 놀다 보니 배가 고프다. 서울 가족이 준비해 온 소고기, 돼지고기, 소시지 구이 파티가 열린다. ‘반주 한 잔 해야지!’ 저마다 취향에 따라 큰 냄비 얼음에 담아 둔 소주, 맥주, 음료수로 건배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캠핑을 좋아하는 사위가 불판에 볶음밥을 만들어 맛나게 먹는다.
갑자기 우르르 쾅쾅 국지성 폭우가 쏟아진다. 아내가 한 마디 한다. ‘아빠가 비 오는 걸 좋아해서 생일 파티에 맞추어 소나기가 오네!’ 생파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오늘 여행 중 최고의 순간이다. 행복이 따로 있나! 소소한 행복 찾아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여기 모였다.
펜션 벽에 새겨진 글귀가 눈길은 끈다. ‘커피 한 잔의 여유,
The squeaky wheel gets the grease’ 직역하면 ‘우는 아이 젖준다.’이다. ‘무슨 일이든 원하는 사람 자신이 적극적으로 보채고 졸라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벤자민 프랭클린 13덕목 자서전 속담이다. 작은 목표라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여행 중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은 사건 한 토막이다. 가족이 실내 수영장에서 재미나게 놀고 있을 때이다.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메고 카메라를 가지고 야외 풀장 쪽에서 풍경 한 컷을 찍었다.
갑자기 옆에서 어떤 사람이 불쾌하게 말한다.
‘왜 여기서 사진을 찍느냐! 수영하며 노는 사람이 좋아하겠느냐!’
나도 기분이 별로라 한 소리 했다.
‘풍경을 찍습니다. 왜 물놀이하는 광경을 촬영하겠느냐! 내 손자도 펜션 실내 수영장에서 놀고 있다.’
그제야 사과해 왔다.
‘아~ 미안합니다. 저는 외부인인 줄 알았습니다.’
여행 기록을 남기기 위해 한 행동이 파파라치나 몰카범 취급을 받았다. ‘세상이 왜 이래! 불신이 너무 많은 사회가 되었으니!’
펜션 옆 계곡에 졸졸 물이 흐른다. 제방 석축을 쌓는 중으로 공사용 큰 돌이 어지럽게 놓여 있어 청소년 어린이 출입이 어려워 이용에 불편했다.
태권도원은 설천면 무설로 1482에 있다. 서울에서 먼저 온 손자가 ‘할아버지 어서 오세요.’라고 반갑게 인사한다. 태극 문양을 형상화한 경기장, 박물관, 체험관이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올라 주변 경관을 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카페도 있다.
국립태권도박물관은 태권도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태권도 박물관이다. 3층부터 1층 순으로 태권도의 역사와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1971년 3월에 쓴 고 박정희 대통령의 국기태권도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홍보영상물 앞에서 손자가 태권동작 시범을 보여 많이 웃었다.
T1경기장 지하 1층에는 태권도 상설 시범공연을 하고 있다. 사회자의 ‘우리 다시 시작이다. 우리 다시 일어나라.’라는 멘트가 코로나로 힘든 관객에게 희망을 주었다. ‘으랏차차 태권도, 나를 이기고 세상을 이롭게 하라.’라는 주제로 1.2.3부 20분 진행한다. 태권도 학원에 다니는 손자와 가족이 손뼉 치고 웃으며 즐겁게 보았다.
국립태권도박물관 유치 시 경주와 무주가 경쟁하여 힘의 논리에 의해 결정된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가진다. ‘무주가 태권도의 성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 오지에 자리 잡고 있어 접근성 또한 떨어진다.
구천동관광특구는 설천면 삼공리 524-12 외 무주리조트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지정된 관광특구이다. 구천동 계곡과 주차장, 식당, 숙박업소, 위락시설이 있다. 대형 주차장이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휴가철이라 가족 단위 물놀이 하는 사람이 많다. 산책로 주변 나무 그늘에 평상을 빼곡이 깔아 놓고 인근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 먹으면 무료로 빌려준다. 날씨도 흐리고 가족이 아름다운 구천동 계곡을 걸으며 정취를 느껴보겠다는 꿈은 사라졌다. ‘무주하면 구천동, 구천동하면 계곡인데 ---’
덕유산리조트는 설천면 만선로 185 외에 있는 산악형 리조트다. 겨울 스키와 고원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를 가보고 두 번째인데 규모가 크고 넓다. 관광 곤도라를 타고 해발 1520m 설천봉에 오르면 덕유산 정상 1614m 향적봉을 20분만에 갈 수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끼어 곤도라 타기를 포기했다. 잠시 후 기습 폭우가 내렸다. 곤도라 탑승 포기는 잘한 선택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하지만 꼭 가보고 싶은 곳이라 아쉬웠다.
곤도라 탑승장 옆 카페에서 김밥, 떡볶이, 순대와 커피로 점심을 대신했다. 1박 2일간 색다른 경험 풀빌라펜션에서의 숙박과 태권도원, 구천동 계곡, 덕유산리조트를 보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코로나19로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가족의 울타리, 따스한 정이 있어 오늘을 살아간다.
2021년 8월 8일
무주 구천동을 다녀와서
*딸이 촬영한 사진이 포함되어 있음
첫댓글 글이 좋습니다 👏👏
네
네
고맙습니다 ~
여행 글도 3편 골라서 정리 할려고요
그 중 한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