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일까요?
눈같이 하얀 피부에 큰 눈망울,
오똑한 콧날과 단정한 입술.
님펜부르크의 미인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알렉산드라 공주입니다.
바이에른 왕국의 루드비히 1세 딸이예요.
다섯 번째 딸인데 아마도 예쁘다고
아버지에게 귀여움을 엄청 받았나 봐요.
아버지인 루드비히 1세는
미인들을 병적으로 좋아해서
님펜부르크 궁의 방 하나를
아예 통째로 미인들의 초상화만 모아
갤러리를 만들어 놓을 정도로
미인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왕이예요.
알렉산드라 공주의 아버지 되시는
루드비히는 한 마디로 바람둥이.
이 사람은 탐미적인 데가 있었는데
하필 미인에 탐미적이어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님펜부르크 미인 갤러리 출신인
어느 무용수에게 반해서
결국은 집안도 가문도 몰락 당한
뻔한 결말을 안고 역사 속에 사라져갔죠.
바이에른 왕국의 비텔스바흐 가문에는
미남미녀가 많은 걸로 잘 알려져 있어요.
루드비히 2세, 엘리자베스 시씨 등
비주얼로는 다른 왕족들을 가볍게
압살해 버리는 화려한 인물들에
비텔스바흐 출신들이 유독 많죠.
이들은 기질적으로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며
낭만적인 성향에 섬세한 감성을 가졌지만
문제는 있었어요.
몽상가, 우울한 기질의 정신 질환으로
힘들어했다는 거.
그러니까 겉으로야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완벽해 보였지만
마음은 늘 무엇에 시달리고 추구하느라
삶이 행복하진 않았다는 거예요.
이래서 인생은 공평하다고 해야 할까요.
차라리 풍족하지 않고
자기 손과 발이 부르트도록
일해야 먹고사는 형편이었더라면
정신이 병을 얻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그럴 틈도 없이 하루라는 시간에
충실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요.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도록 일하는 한
정신이 가출해서 한가한 딴 세상을
맴돌고 방황하는 일은 드물지 않을까요?
힘들게 일하고 퇴근하면서 보는
저녁 샛별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따뜻한 저녁 한 끼에 감사하면서
소박한 삶이 주는 만족감으로
오히려 만족하는 인생을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시간도 많고 돈도 많으면
무진장 행복할 것 같지만
대신 정신이나 마음은
그런 여유로움을 방황 내지는
방탕이라는 괴물에게 공격 당하거나
잠식 당하기 쉬운 것 같아요.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그런 명언도 괜히 나온 건 아니겠죠.
암튼 집안 내력으로 알렉산드라도
정신적 질환이 있었나 봐요.
그녀는 늘 천사 날개처럼
눈부신 하얀 드레스만 고집했는데
이건 결벽증이 있어서였대요
결벽증은 그나마 타격감이 덜했을 듯...
수발 들어주는 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착착 챙겨줬겠죠.
본인은 들고나는 문의 손잡이만
잡기 전 닦고, 잡고 나서 닦고 정도의
예민함만 잘 만족시켜 주면 되지 않았나 싶은데
그보다 망상증이 있었다는 게 문제였네요.
스스로 유리 피아노를 삼켰다고 믿었대요.
당시는 유리가 그리 대중화되지 않아서
그런 희귀한 착각을 했는지도 모르지만
암튼 뭐든 조심 또 조심...
잘못 움직이면 자기 안의 유리 피아노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강박증에
행동 하나하나, 동작 하나하나가
온통 불안하고 조심스러웠을 걸 생각하니
제 마음이 다 시려오네요.
소설을 쓸 만큼 문학적 재능이 있고
고아원을 도울 정도로
인간애가 있었던 공주였건만
결혼도 하지 않고
말년에는 수녀원에서 삶을 마쳤네요.
그녀가 살다 간 삶의 시간들은
그녀에게 어땠을까요?
카페 게시글
용띠들동행
유리 피아노를 삼킨 공주
무비
추천 2
조회 43
25.01.09 14:5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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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건 오후시간 되세요 .
날은 춥지만 포근한 저녁 보내세요~
덕분에
고전을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무비님
역사 속의 인물과
삶에 대해 알고가는 시간 이네요
오늘 하루도 따뜻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