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란트
달란트(τάλαντον, Talent)는 약 32Kg 이다.
신약시대로 오면서 무게 단위에서 화폐 단위로 바뀌었다.
세겔의 3,000배이며 화폐로는 금, 은 달란트로 구분됐다.
금 달란트는 은보다 15배의 가치를 지녔다.
금 1달란트는 6천 데나리온에 해당한다. 1데나리온은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니
이는 노동자가 16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주인은 엄청난 재산을 맡긴 셈이다.
한국에서 하루 품삯을 대략 10만 원으로 잡으면 한 달란트는 약 6억 원쯤 되니
한 달란트를 주셨어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은혜인 것이다.
“잘 하였다. 너는 과연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였으니 큰 일을 너에게 맡기겠다.
자 와서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달란트로 이윤을 남긴 종에게 하신 말씀이다.
비유의 가르침은 무엇인가.
우선은 누구나 달란트를 받았다는 사실에 있다.
한 달란트도 엄청난 돈이 아니던가.
아무 것도 안 받은 사람은 없는 것이다.
어떤 인생도 받은 인생인 것이다. 그러니 달란트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삶을 펼쳐가야 한다.
이것이 핵심 가르침인 것이다.
주님께서 주신 자신의 달란트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달란트가 두 개든 한 개든 개수는 문제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주님이 주셨다는 데 있다. 나에게 필요했기에 주셨고
필요치 않기에 주지 않았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이에게 달란트는 타고난 능력일 수 있다.
건강일 수도 있다.
가족일 수도 있고 직업이나 친구일 수도 있다.
때로는 고통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참으로 주님께서 주신 달란트 임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다.
달란트는 기쁨을 만드는 능력이다.
다섯 개를 받은 사람이 다섯 개를 남겼다면 그만큼 기쁨을 만들며 살았다는 말이다.
하나를 받은 사람은 땅에 묻어 두었다고 했으니 기쁨 없이 살았다는 말이다.
너무 쉽게 기쁨을 얻으려 하면 달란트는 죽어 버린다.
먼저 참 기쁨과 거짓 기쁨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삶을 평화스럽게 하면 참 기쁨이다.
아무리 좋더라고 삶을 불안케 하면 곤란한 기쁨이다.
어떻게 달란트를 활용하며 살았는지 돌아보자.
- 신은근 신부 -
달란트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들이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하느님으로부터 개개인에게 주어진 고유한 능력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는 "재능"이라고 해야 맞을 겁니다.
이를테면 음악에 재능이 있다거나, 글쓰는 데 재능이 있다거나, 연기에 재능이 있다거나 하는 식이지요.
"텔레비전 탈렌트"도 거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하지만 이 해설은 어쩐지 밋밋해 보입니다.
괜스레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재능은 있으나 불우한 가정 출신이라기를 못 펴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달란트에 대한 다음 해석은 "전통"이라고 풀이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세 번째 종은 전통을 곧이곧대로 지키기에 바빠 생산적인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 경우입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자고로…"라는 노래만 부르다가 주저앉은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정신이 사라진 전통은 아무 데도 쓸모가 없습니다.
또 하나의 해석으로, 이 비유가 하느님의 너그러움을 보여 준다는 설명도 가능합니다.
하느님은 신의를 지킨 종(다섯 달란트를 받은 종)에게는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선물을 주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누가 많이 받았는가가 문제가 되는 것도,
얼마나 많이 벌었는가가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오늘 복음에서 보지만 주인은 5달란트를 번 종에게나
2달란트를 번 종에게나 똑같은 말로 그들을 위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문제는 「얼마를 받고 얼마를 벌었는가」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받은 만큼 벌었느냐? 벌지 않았느냐?」 이것이 핵심인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나의 재능을 남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재능은 하느님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재능을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비록 그것이 타인에 비해 초라할 지라도 그것만으로
나의 삶을 살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교훈은 비교의 대상은 나의 재능과 자신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5달란트의 사랑의 능력, 혹은 공부의 능력을 받은 내가
과연 5달란트의 사랑과 공부의 결실을 재생산하고 있는지,
아니면 1달란트를 받은 자처럼 교만함으로
자신의 능력을 땅에 묻어 두고 있지 않은지 말입니다.
즉, 나와 그 누구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재능과 현재의 나를 비교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투자한 만큼의 무엇을
평신도 사도직 수행을 위해 내어놓고 있는지 반성해 봅시다.
<홍금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