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세례 (1588)
마르텐 드 보스
마르텐 데 보스(Marten de Vos, 1532-1603)는 안트베르펜에서 태어나
16세기 플랑드르 지방에서 활동한 화가로
역사화 · 종교화 · 초상화 · 풍속화 · 풍경화 · 동판화 등을 두루 그렸다.
그는 1551년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학했으며,
로마에서 그는 르네상스의 거장들을 연구하면서 재능을 갈고닦았다.
이후 베네치아로 가서 운 좋게도 르네상스 거장 틴토레토와 교류할 기회를 가졌다.
틴토레토는 특이한 시점의 깊이 있는 공간과 역동적인 자세의 인물,
극단적인 명암 대조를 특징으로 한다.
안트베르펜으로 돌아온 그는 플랑드르 최고 화가로서의 명성을 빠르게 확립했다.
그는 1583-88년에 그리스도의 생애(Vita I Christi) 동판화 연작을 12개로 첫 번째 제작했는데,
<그리스도의 세례>는 그중 첫 번째 작품으로 마태오복음 3장 13-17절이 그 배경이고,
예수님께서 요르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려고
갈릴래아에서 요르단으로 그를 찾아가셨다.
그러나 요한은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요?” 하면서 그분을 말렸다.
예수님께서는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제야 요한이 예수님의 뜻을 받아들였다.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셨다.
그때 그분께 하늘이 열렸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당신 위로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3-17)
갈대 십자가를 들고 낙타털 옷을 입은 세례자 요한은
맨발로 서서 손가락으로 예수님을 가리킨다.
그는 구름 속에서 말하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는데,
하늘에서는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와 예수님의 머리를 비추고 있다.
예수님은 무릎을 꿇고 겸손하게 고개를 숙여 합장하고 세례를 받고 있다.
세례자 요한 뒤에 있는 천사도 세례를 받기 위해 옷을 벗은 남자들도
곧 예수님을 따를 베드로의 얼굴인 사람과
뒤에 서 있는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도 하늘의 음성을 듣고 놀라고 있다.
그림 아래에는 판화 제작자인 아드리안 콜라르(Adriaen Collaert, 1560-1618)와
디자인을 한 화가 마르텐 데 보스(Marten de Vos, 1532-1603)와
출판사인 사델러(Sadeler) 가문의 서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