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디 오리지널], 한국, 갱스터/드라마, 2015,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내부자들:디 오리지널]
이 영화는 먼저 상영된 2시간 짜리 편집본과 나중에 개봉된 3시간 짜리 감독판이 있다. 오늘 감상평을 쓸 영화는 장장 3시간이나 상영한 감독판이다. 물론 먼저 개봉된 2시간 짜리 편집본은 관람하지 않았기에 두 편의 영화를 비교해서 감상평을 적을 수는 없을 것이다. 편의 상 [내부자들]로 표기한다.
영화 [내부자들]을 예약하면서 부담감을 느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연평해전]이나 [도가니]처럼 불편한 사회적 이슈를 특정한 시각으로 몰아가는 데 대한 부담감과 [미쓰와이프]나 [소원]처럼 기쁨과 슬픔, 어느 한 쪽의 감정을 기대하고 영화를 봐야 하는데 대한 부담이다.
그런데 [내부자들]을 예매하면서 느낀 부담감은 앞의 것들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우선 [베테랑]이라는 영화를 먼저 본 터라 얼추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과 상업영화로써는 아주 드문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때문이었다. 러닝타임에 대한 부담감이야 영화가 관객을 어느 만큼 몰입시키느냐에 따라서 해소될 것이기에 일단 기대감으로 바꾸어 놓았지만, [베테랑]이라는 영화와의 중복이 아닐까 라는 기우 때문에라도 [베테랑]에 대해 잠깐이나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베테랑]은 막무가내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이 안하무인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 분)와 재벌 2세를 감싸고 도는 인물들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내용이다. 형사 서도철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서도철이 속한 팀이 의기투합해 전면에 서 있는 재벌 2세 조태오와 비호 세력들을 폭력 대 폭력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관객들은 속 시원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내부자들] 역시 이러한 레파토리를 따라가지 않을까 저으기 걱정이 됐었다. 물론 이마저도 기우에 그쳐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영화 [내부자들]은 크게 세 명의 인물이 이끌어 가는 영화다.
깡패 안상구(이병헌 분)가 어떻게 주먹질이나 일삼는 허접한 무리에서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들의 측근이 되었나를 설명해준다. 정치깡패 안상구의 탁월한 두뇌회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우연히 미래자동차 재무팀장으로부터 입수한 3천억 불법대출과 이 중 3백억 원의 비자금 리스트를 손에 얻게 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학연 혹은 지연이 없다면 검찰 조직의 꽃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현실에서 경찰 출신의 무족보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이 어떻게 자신의 꿈인 대검 중수부에 들어가고, 어느 정도 속물인 그가 결국 대통령 후보와 그의 돈줄인 재벌과 모사가를 응징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유력신문의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분)는 펜 하나로 대중의 관심을 이리저리 끌고다니는 인물이면서, 미래자동차 회장과 대통령 후보인 정치인 사이에서 '개나 돼지'로 표현한 대중들을 기만하고 자신들 만의 왕국을 건설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이강희의 인맥이 어우러질 수 있었던 배경 그리고 그러한 배경을 지키기 위해 펜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이강희가 어떤 인물인지가 잘 드러난다.
영화 [내부자들]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이 영화는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들이 영화 속 실제와는 다르다고 애둘러 변명했으나 관객들은 그리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란 무릇 대중들을 기만하는 행위인데 어떻게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오고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고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관객은 그들 만이 즐기는 방법. 쭉쭉빵빵한 미녀들을 섭외해 놓고 은밀히 여는 변태적인 파티가 상상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다.
사법시험에 합격만 하면 대한민국 상위 1% 삶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는 소위 빽이 없이는 지방만 떠돌다가 나가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현실이 사실임을 안다.
권력의 비호 아래 합법적으로 양성되는 깡패들이 있음을 대중들은 알고 있다.
영화 [내부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적절히 잘 버무려 관객들에게 펼쳐보인다. 그래서 현실적이다.
하지만 어떻게 정치깡패 하나가 대통령을 만드는 재벌과 정치인과 모사꾼을 응징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그럴 수 있다고 믿어지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다.(논설주간 이강희의 말장난처럼 "보여 진다가 아닌 매우 보여 진다")
하지만 결국 응징했기에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담>
영화 [내부자들]을 아내와 함께 보았다. 재벌회장과 논설주간, 대권후보들이 정치깡패가 운영하는 연예기획사 소속의 미녀들과 질펀한 술자리를 벌이는 장면이 2번 정도 나온다. 마냥 부럽다고 했다. 이제 반 백이 된 나도 참 철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