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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작품방 스크랩 김진숙 시집 `미스킴라일락`과 해국
김창집 추천 0 조회 90 13.10.17 09:38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추자도 다녀온 사진을 정리하는 도중

김진숙의 시집 ‘미스킴라일락’을 부쳐왔다고

집사람이 갖고 들어온다.

 

지난 1월말 제주작가회의에서 베트남에 다녀왔는데

김진숙 시인이 부군(夫君)과 동행했었다.

부부는 비행기를 타고 오가는 긴 시간은 물론 자투리 시간에

준비해간 책을 열심히 읽으며 메모하고 나서

그 내용을 나누며 즐기는 걸 보았다.

그렇게 열심이더니, 이번 시집에 참한 글을 많이도 썼다.

 

요즘 내가 백내장으로 오른쪽 눈이 부실하여

사진을 찍어도 눈에 비치는 것처럼 흐릿하다.

그래도 배경이라도 되라고 나은 걸로 몇 장 골라

작품과 같이 싣는다.  

 

 

♧ 김진숙은

 

1967년 제주 성산읍 시흥리 출생

1990년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2004년 제주시조지상백일장 당선

2006년 <제주작가> 신인상

2008년 <시조21> 신인상

현재 제주시조시인협회, 제주작가회의,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 미스킴라일락

 

들리네요, 화분 속에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

 

눈물로 피고 지던

기지촌의 꽃밥 한 술

 

미스 킴 혼혈의 언니

라일락이 웃네요.

 

----------

 * 미스킴라일락 : 해방직후 식물채집가 미러교수가 북한산에서 수수꽃다리 종자를 채집, 미국으로 건너가 개량하여 만들어진 꽃  

 

 

♧ 소나기

 

내 몸을

훑고 지났다

 

토란 잎

우산 쓰고

 

지금 누군가 울음을 뚝, 그친 것 같다

 

싸늘히 놓쳐버린 손

치자꽃이

진다  

 

 

♧ 따뜻한 초승

 

어둑한 귀갓길이 초승달 따라 간다

오래 뜬 별 하나가 전조등을 켜놓은

하늘가 한 뼘의 거리

은비늘이 반짝인다.

 

고모댁 불 꺼진 방

안부 살피던 이웃처럼

복사꽃 청상의 그늘 혼잣말을 엿듣다가

발걸음 차마 떼지 못하고

그렁그렁 뜨는 밤.

 

제주 바다 물속 어디 당신 몸 뿌리셨나

배고픈 아우 찾아 떠먹이던 숟가락

열아홉 한 술의 온기

초승달이 떠 있다.   

 

 

♧ 오리 날다

 

  나, 이제 병든 계절을 지우려 한다

 

  무심히 벚꽃 나리는 버스 정류장 근처, 낮부터 취기 오

른 편의점 간이 탁자에 부르튼 꽃잎 한 장을 잔 속에 얹

다 말고, 잠이 든 중년 남자의 움푹 파인 계절 속으로 때

절은 오리털 파카 그의 기록을 훔쳐본다. 뼈죽이 실밥 사

이로 갓 부화한 오리들과 노숙에 익숙한 꽃들이 깃털 한

장씩 내보이며, 서둘러 꽃을 지우려 한다. 붙임성 없는

봄날,

 

  난만히 세상 밖으로 날갯짓 저 오리 떼  

 

 

♧ 곱사등의 시

 

꽹과리 북장단에 제주 오름 들썩인다

 

가둔 채

울지 못하는

 

꽃을 위해

너를 위해

 

알오름

하얀 피로 울어

등이 휘는 억새야  

 

 

♧ 뜨거운 추상(抽象) 2

 

눈으로 읽히지 않는

어둠 속 한 페이지

 

생머리 찰랑거리며 오월 햇살 건너도

파란불 신호 앞에서 걸음 떼지 못한다

 

나, 언제 어둠의 안쪽

들여다 본 적 있었나

 

길을 놓치지 않으려

호루라기 부는 여자

 

성당 앞 횡단보도에 맹인 부부 서 있다  

 

 

♧ 달

 

고단한

밤의 안쪽으로

가만 뜨는

섬이네

 

무른 꽃 진자리

습관처럼 감추고 온

 

조금씩 지워내야 할

고해(苦海) 속의

배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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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10.18 23:46

    첫댓글 아름다운 시와 풍경이 잘 어울립니다. 다시 축하축하요~~

  • 13.10.26 10:27

    회장님, 애쓰셨습니다. 시와 사진 배경이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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